-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 소돔과 고모라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소돔과 고모라2>
<소돔과 고모라2>는 알베르틴과 함께 발베크 역 앞에 서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유명한 학자 브리쇼, 의사인 코타르가 자주 등장한다. 세르바토트 대공 부인은 상류 사회 귀족인데 지적으로 탁월하며 부자이다. 그런데 이 부인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해서 교제의 범위가 넓지 않다. 베르뒤랭 부인과 외독시 대공비하고만 교제를 하고 있다. 특히 베르뒤랭 부인에게는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브리쇼는 학자답게 긴 담론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어원학이나 지명학에 대한 이야기다. 화자 마르셀도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대화에 열중한다.
베르뒤랭 씨네 살롱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룬다. 스완네 살롱에서 소개받지 못했던 샤를뤼스를 만나게 되고 캉브르메르 부인도 알게 된다. 샤를뤼스의 동성연애담이 꽤 길게 펼쳐졌다. 베르뒤랭 부인은 샤를뤼스와 얘기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 게르망트 공작을 아느냐고 물으니 자신의 형인데 왜 모르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왠지 게르망트 공작고 샤를뤼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마도 그의 동성연애적인 모습을 보고 전혀 딴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화자는 불면증과 마취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다. 베르그손과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내용이라고 한다. 잠에 대한 묘사에는 긴 잠, 짧은 잠, 잠자는 동안 우리는 무력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킨다. 잠을 자면서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수없이 벨소리를 듣는다. 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추억을 회상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망각이고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산 삶이 아닌가,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에게 있어 잠은 소리를 만들어 냈다. 병약했던 화자는 잠을 자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짧은 잠과 긴 잠을 자고 난 후 깨어남을 알기 위해서는 깊이 잠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잠에 대한 화자 나름의 성찰도 꽤 이어진다. 보통의 우리는 푹 잠을 자고 나야만 개운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데...
살롱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지루한 감이 많았는데 그나마 알베르틴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샤를뤼스의 동성연애담이 너무 진지해서 웃겼다. 샤를뤼스는 모렐과 함께 저녁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는 자꾸만 벗어나려한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속눈썹에 칠해진 가루가 눈물에 녹는 모습을 본 화자가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 모렐을 오게 하려고 거짓으로 결투를 꾸미기도 했지만 결국 용서를 빌겠다며 돌아온 모렐을 보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이라니.
알베르틴과의 관계는 안타깝기도 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함께 있는데도 왠지 외로움을 느꼈다. 헤어지려고 결심하고 마음을 굳히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게 칼로 무를 베듯 단호하지는 않았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걱정과 우려를 생각해서 헤어지려고 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모습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자주 겹쳤다. 어머니도 할머니를 잃은 상심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 마음껏 웃고 살지 못했다. 알베르틴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헤어지려고 털어놓았지만 돌아서서는 속이 찢어질 정도로 마음이 아팠고 통곡을 할 정도였다. 너무 귀여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왜 그런 상황이면서도 헤어지려고 결심했을까. 아무리 어머니의 걱정을 덜기 위한 결심이기도 했지만, 한 사람을 독차지하고 싶은 깊은 질투심으로 갈등하던 화자가 보였다. 앙드레와 뱅퇴유 양의 여자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질투가 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아,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알베르틴과 꼭 결혼해야겠다고 어머니에게 말을 하고 끝난다. 갑자기 재밌어지고 궁금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8권까지 읽었다. 그런데 머릿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자주 언급되는 드레퓌스 사건이랑 살롱에서 나눈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따라 읽다가 자주 방향을 잃어버리곤 했다. 도대체 이 문장이 어디서 끝나는 거지?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순 한글로 된 이야기가 왜 그렇게 읽기가 힘든지. 어쨌든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 다음 두 권은 분량이 좀 얇아서 마음도 가뿐하다. 잃시찾 시리즈는 완독하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닐까. 아무튼 뿌듯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