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즐거움
우석영 지음 / 에이도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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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환경철학 연구자이며 산책 중독자인 저자 우석영이 숲을 예찬하는 이야기다. 저서로는 낱말의 우주』 『수목 인간』 『철학이 있는 도시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반다나 시바의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마사 누스바움의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등이 있다.

 


작년에 블친으로부터 받은 책인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멀리 나가지 못하는 가운데 숲 이야기를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날려볼까 해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숲, 산책 중독자답게 숲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 즐거움을 철학적 사색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간다. 숲을 우리 모두의 집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갈수록 도시화로 인해 숲들이 사라지고 있는 규격화된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 않다. 그나마 휴식공간인 작은 공원들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빼빽하게 우거진 숲을 언제 보았던가. 생각해 보니 휴가를 이용하여 1년에 한 번이나 갈까 말까 한 장소이다. 숲에 들어서면 숲 특유의 냄새 피톤치드가 사람에겐 이로운 물질이지만 원래는 식물들이 유해 미생물이나 유해 곤충의 공격을 막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라고 한다.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생태계에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숲 산책이 일상인 저자의 눈으로 보여주는 숲은 확실히 평소 우리가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숲은 미술관이다. 화가처럼 숲에 사는 녀석들은 속임수에 능하다. 속이기, 숨기, 숨겨 놓기, 아닌 척 딴청부리기라는 분야에서 이들을 따라갈 자가 이 우주에 다시 없다. 숲과 자연에 관한 생태적 삶과 생태적 상상력이 우리의 숲길 산책에 동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P9)

 

숲은 서두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숲에선 어린이가 되어야 하고 느림보가 되어야 한다. 어슬렁대며 바라보고 기록하기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숲이다. 숲을 찾아갔다면, 비밀의 단서를 찾아보라는 숲의 주문에 응답해야 한다.(P10)

 


 바쁘다는 핑계로 쓱 둘러보고 나오는 미술관 관람처럼 숲에서도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중에 숲에 가게 되면 식물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바람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을 오랫동안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긴다.

 


연필로 끄적거리는 것은 산책과도 같다. 마음 내키는 대로 걷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그만인 산책처럼, 연필은 우리를 구속하지 않고 풀어준다. 물론 연필이 무한정한 시간의 낭비, 마음의 방만, 무책임한 탐닉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사물만은 아니다.(P164)

 

숲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행복이, 우주의 리듬이나 자신의 리듬이 되는 안식의 시간이, 행복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불러 일츠키는 기적 같은 교향악적 만남이, 어디선가 온 편지처럼,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P183)

 


 연필의 매력을 산책과 비유하다니! 연필과 산책이 닮았다고 말한다. 틀리면 지울 수 있는 연필과 걷다가 쉬고 또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산책, 역시 자유로움이 닮은 것 같다. 가까운 공원을 어슬렁어슬렁 걷기만 해도 조급했던 마음이 느슨하고 여유로워진 경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디를 둘러보아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문명의 이기 덕분에 손안에 세상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일상 패턴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여기에 코로나19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종식되고 숲속 식물들이 도란도란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걸을 수 있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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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13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숲은 미술관이다. 화가처럼 숲에 사는 녀석들은 속임수에 능하다. 속이기, 숨기, 숨겨 놓기, 아닌 척 딴청부리기라는 분야에서 이들을 따라갈 자가 이 우주에 다시 없다/숲에선 어린이가 되어야 하고 느림보가 되어야 한다. 어슬렁대며 바라보고 기록하기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숲이다/ 연필로 끄적거리는 것은 산책과도 같다. 마음 내키는 대로 걷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그만인 산책처럼, 연필은 우리를 구속하지 않고 풀어준다. /숲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행복이, 우주의 리듬이나 자신의 리듬이 되는 안식의 시간이, 행복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불러 일츠키는 기적 같은 교향악적 만남이, 어디선가 온 편지처럼,,,] 우와 모나리자님 이책은 천천히 음미해서 읽을 구절이 많네요. 미세먼지 최악인 설연휴지만 모나리자님이 밑줄 치신 구절 읽으니 자전거 타고 올림픽 공원 한바퀴 돌고 싶어ㅋㅋㅋ지네요 산보다 공원 ! 공원 속에 호수 사랑하는 1人 ^0^

모나리자 2021-02-14 17:50   좋아요 1 | URL
즐거운 명절 연휴도 다 끝났네요.ㅎ 내일부터 다시 출근...ㅋㅋ
날씨는 풀려서 좋은데 미세먼지가 장난이 아니에요.
아까 운동하면서 돌아보니 아직은 삭막한 숲.ㅠ 이에요.
따뜻한 봄이 와서 코로나 물러가고 깨끗한 공기속에서 살고 싶네요.

남은 시간도 충실한 시간 되시길. 지금 음악 리뷰 쓰시느라 바쁘신 거 아녜요??ㅎㅎ 12시 땡 하면 나오겠죠??ㅋㅋㅋ
열심히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