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 - 글로벌 금융전문가 이도헌의
이도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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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제는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직 시험에 몰려들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일이 아닌 이미 안정적인 노선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하지만 안정적이라는 공직도 60세가 되면 떠나야 한다. 문제는 의학, 과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로 가고 있다. 그 후로도 삼사십년의 인생이 남아있는 것이다. 건강한 장수는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준비하지 않은 삶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글로벌 금융전문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던 저자 이도헌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이야기의 기록이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대부터 금융과 IT분야의 일을 해 오던 중, 2008년 하반기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던 금융시장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저자는 세 가지 임무를 맡게 된다. 부서의 구조조정, 불확실성이 큰 해외 프로젝트의 사전 정리, 베트남 증권사 인수를 성공리에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직원들을 평가하고 해고통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의를 느꼈다. 임무를 모두 마친 그는 2010년 초, 몸담았던 금융업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인생 제2막의 새 출발을 위해 3가지 원칙을 세웠다.

1.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2. 결과물이 계속 쌓이는 일이어야 한다.

3. 평생 지속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전 증권회사에 근무할 때 ‘농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검토한 경험을 떠올리며 먹거리 산업으로 결론을 내린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전국 방방곡곡의 농어촌 현장으로 들어가 농민들과 대화도 나누고 정보도 얻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생 2막을 위한 결단이었기에 그 행동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시장조사와 사업기획이 주특기였던 저자는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착수한다. 업종을 선택하는 기준은 첫째,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지녀야 하고, 둘째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셋째, 수입 시장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이 있어야 할 것, 넷째, 진입 장벽이 높아야 할 것. 이다. 최종적으로 돼지농장, 양돈업으로 결정한다.


‘돼지’는 고기라는 형태로 늘 식탁 앞에서 마주했을 뿐 진짜 살아있는 돼지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그가 돼지농장의 현장을 직접 보았을 땐 상상속의 푸른 초원위의 그림 같은 농장은 없었다. 농촌의 진실한 현실이 있었다. 돼지의 사료값이 사육비용의 40~50%를 차지할 만큼 비용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의가 외상 거래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새로 농장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채무가 과다한 농장의 신뢰할 수 있는 성실한 농장과 ‘동업 형식’이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양돈 농장 투자 펀드 출자를 구하기 위해 금융권을 방문했지만, 수익만을 가지려 할 뿐 리스크는 감당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이고 관료적인 태도에 회의를 느낀다.


결국 뜻을 같이 한 사람들과 농업투자회사를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부도위기 직전의 돼지농장의 대표가 되어 분투하고 노력한 결과 2년 반 만에 위기를 벗어나고 정상화 시켜 놓는다. 사원들의 복지를 챙겨주고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농촌에서 접하는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구제역, 돼지의 분뇨문제 등은 양돈업의 숙명적인 것이었다. 돼지농장의 분뇨와 마을 농업 부산물을 활용하여 ‘바이오가스 플랜트’ 계획하고 기대하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만 수포로 돌아간다. 정부의 정책 사업이지만 예산 확보는 지자체의 몫이 반이나 돼서 재정 여력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


또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보상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데, 식량 안보와 환경보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 농민이 받는 농업 보조금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농작물 재배에 피해를 주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작은 실천을 제안한다. 제철 먹거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그렇게 많은 비닐하우스가 농촌에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농촌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전원속의 목가적인 분위기도 아니다. 저자의 열정적인 생각과 행동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성공시대’ 드라마를 본 느낌이 들었다. 낯선 도시인에서 농촌의 삶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이웃과 배려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물 흐르듯이 느껴졌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는 그를 도와주려는 뜻밖의 원군이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미래도 더욱 기대되는 홍성의 그 지역을 살맛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사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겸손한 말을 하겠지만. 이 책은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도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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