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편지 - 인생을 홀로 헤쳐 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
에단 호크 지음, 라이언 호크 그림,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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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에단 호크(Ethan Hawke)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등 수많은 영화에 주연배우로 출연한 배우이자 감독,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평소 영화를 즐기지 않는 나는 당연히 그의 존재를 몰랐다. 이건 나의 무미건조함인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자주 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홈시어터 시스템이 유행처럼 번졌고, 고가의 시스템을 구입해서 한동안 즐겨 보았는데, TV를 멀리하면서 자연히 영화도 멀어졌다. 어쨌거나 이렇게 책으로 만났다.

 

 이 글은 1970년대 초 미국 오하이오 주 웨인즈빌의 가족농장 지하실에서 발견한 편지를 모티브로 재구성하였고, 자신의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유럽의 중세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이 전투를 앞두고 사랑하는 그의 네 자녀들에게 쓴 편지글 형식이다. 천방지축이었던 자신이 외할아버지의 종자로 들어가 기사로 성장하며, 겪은 일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겸손, 협력, 사랑, 믿음 등 스무 가지 ‘기사의 규칙’을 이야기 한다.

 

‘너희에게 편지를 쓰는 이 저녁, 음울한 바람이 내 귓가에 비밀을 속삭인다. 교활하게 목소리를 바꾼 이 속삭임의 정체는 공포이리라. 고백하건대 나는 두렵다. 너희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두렵다.’(p13)

사랑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출전을 앞둔 아버지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만약 전투가 끝나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에 가르침으로 여기고 필요할 때 들춰 보라고 한다.

 

 우정에 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네 삶의 질은, 상당 부분이 네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한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p57)고. 또 슬픈 일이 있을 때 위로해 주는 건 오히려 쉽지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친구다.’(P61)고 했다. 다른 사람의 기쁨에 호응해 주는 것이 인간의 심리상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열심히 하면 그 이후에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환상이다. 행복은 목적이 있는 삶의 결과물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다. 삶 그 자체의 운동이자 과정, 활동이다. 행복은 호기심과 발견에서 온다. 쾌락을 구하는 것은 고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다른 사람들, 친구, 형제자매, 이웃, 배우자, 심지어 부모도 네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네 삶은 네 책임이며, 네게는 최선을 다한다는 선택이 언제나 가능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고통을 피하거나 즐거움을 찾으려고 전전긍긍하지 마라.’(p116)

 

 하나를 만족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원한다. 한 가지 불평불만이 사라지면 또 다른 불평불만이 우리를 지배한다. 삶의 일상이 주는 소소함이야말로 즐거움과 행복의 원천인데. 그것을 우리는 아파서 누워봐야 그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보아야만, 아무 일 없는 지루한 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중세의 기사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저자의 체험이나 중국 고사, 불교 설화 같은 옛 이야기-새옹지마와 관련된 이야기, 겨자 씨앗 이야기는 반가웠다-등 의 짤막한 글과 함께 책 속의 일러스트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생을 홀로 헤쳐 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는 이에게 잔잔한 여운을 주고 용기를 줄 것이다. 영화팬이라면 배우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것으로 아주 반가울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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