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너무도 유명해서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왠지 마음을 술렁거리게 하지 않는가.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당시에도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선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어울리다 보면 자신과 오롯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42월에 처음 읽고 두 번째로 작년 8월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야 남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야기 한 꼭지의 주제를 쓰기 위해 이번에는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알라딘 서점 단독 리커버판이다. 울프의 작품 대부분이 의식 흐름 기법으로 쓰여 처음엔 어렵게 읽었다. 다른 건 별로 생각나지 않고 연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만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이 에세이는 192810월 케임브리지 대학교 안에 있는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 학생들의 요청을 받고 행해진 강연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오 년 후 1932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가장 권위 있는 클라크(Clark) 강연 요청을 거절했으면서도 여자대학의 강연 요청을 수락한 것은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의도 때문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주된 내용은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작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품을 써야 했던 안타까움이나 셰익스피어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누이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하는 설정으로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기도 한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울프가 제기한 남녀평등 문제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 놓쳤던 울프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 깊은 뜻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 마음속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나는 남성의 동료라든가 남성과 대등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귀한 감정을 찾을 수 없고 더 높은 목적을 위해 세상에 영향을 끼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P144~145)

 

 

 결국, 울프가 여성들을 향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 글쓰기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거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기도 하고 점점 당당한 자신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울프의 이 말에 깊이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연 500파운드의 수입은 지금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4천만 원이라고 한다. 보통의 개인에게 있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실 울프가 살아가던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의 물리적 환경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편리해졌다. 자기만의 공간을 정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어떨까. 소박한 공간이지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500파운드의 수입은 없더라도 편안하고 아늑한 나만의 글쓰기 공간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자기만의 방’, 가만히 되뇌어보아도 기분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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