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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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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전기(前期) 3부작 중 가운데 작품에 해당하는 <그 후>(1909)를 읽었다. <그 후>는 <산시로> 다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후'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 다이스케의 결말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후'라고 소세키는 소설 연재 전에 밝힌다. 


이 세 작품은 각각 주인공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산시로>를 시작으로 순서대로 읽으면 더 좋을 듯 싶다. 


나는 <산시로>가 없는 관계로, 또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읽기 싫어서 그냥 <그 후>를 먼저 읽었는데, 왜 사람들이 소세키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고 나 또한 그 섬세하면서도 때로는 대담한 묘사와 인물간의 심리, 담백한 문체 등에 그냥 반해버렸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달 집에서 돈을 받아 하녀와 서생을 두고 생활한다. 그는 '자신이 밥벌이 문제로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는 고귀한 인간'(p.48)이며,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은 '저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일을 하지 않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며, 억지로 선진국 대열에 끼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하느라 여유가 없으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현 일본의 상황을 '온통 암흑'(p.105)이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이런 세상에서 일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기에 그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 뭐랄까, 한 마디로 세상이 더러우니 자기는 세상과 떨어져 고상한 삶을 향유하겠다는 건데, '이 사람 웃기는 사람이네...' 싶다가도 논리적으로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따박따박 말하는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나 같아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면 이렇게 느긋하게 살겠지' 싶어 이해도 되었다. 


근데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던 다이스케에게 변화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에게는 대학 시절 히라오카와 스가누마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스가누마에게는 미치요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이 네 사람은 함께 어울리며 지내는데 어느 날 스가누마가 병으로 죽게 된다. 1년 뒤 히라오카는 미치요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 두 사람을 이어 준 사람이 바로 다이스케였던 것.

당시 다이스케 또한 미치요와 묘한 감정을 나누고 있었지만 '의협심'때문에 미치요를 히라오카에게 양보했던 것이다. 

결혼한 히라오카와 미치요는 직장때문에 도쿄를 떠나게 되고 3년 후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데 <그 후>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친구의 아내이자 자신도 사랑했던 미치요의 등장은 조용했던 다이스케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며 삶에 서서히 변화를 가져오는데 나쓰메 소세키는 이 과정을 정말 담백하면서도 예리하게 묘사 나를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지게 만들었다.


다이스케는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하는데 미치요가 바로 유뷰녀라는 사실과 자신이 경제력이 없는 무능한 남자라는 것. 미치요를 선택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버지와도 절연을 해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도 미치요를 향한 사랑은 점점 더 자신도 어찌할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다이스케는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본다.


이 소설은 100년도 더 된 작품인데, 소세키가 인간의 마음-국가와 사회의 관습에 대항하는-을 다뤘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웠다. 영국 유학을 다녀와서 서양문학에 많은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메이지유신의 시작과 함께 발전을 향해 질주하는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 안에서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문제, 즉 유부녀와의 불륜과 돈줄이 끊기는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대립하는 인간의 모습을 이토록 섬세하게 보여줬다는 점이 너무나 놀라웠다. 


이 소설에서 내가 또 한 가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곳곳에 드러나는 일본 사회를 향한 소세키의 날선 비판이다. 무분별한 근대화, 산업화로 흉측하게 변해가는 일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히라오카의 집은 최근 10여 년간 계속된 물가 상승으로 형편이 점점 어려워진 중류층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볼품없는 외관을 하고 있었다.(p.96)


비탈길을 올라 덴즈인 옆으로 나오자 가늘고 높은 굴뚝이 절과 절 사이에서 더러운 연기를 구름 낀 하늘에 토해내고 있엇다. 다이스케는 그걸 보고 빈약한 공업이 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숨을 내쉬는 것 같아 흉측하다고 생각했다. (p.132)


서양 선진국 대열에 끼기 위해 너도 나도 앞다투어 경쟁하는 일본 사회는 정경유착,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으며 그것을 알면서도 쉬쉬하는 부패한 사회이다. 다이스케는 이런 '격렬한 생존경쟁'의 세상에서는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p.140)을 만날 수 없으며, 인간을 고립시키고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사회가 '불안에 지배'당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바로 '일본의 경제 상황', 즉 돈이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기에 그 돈을 움켜쥐기위해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는 사회, 다이스케는 자신의 아버지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알고 있다. 자신이 그 돈으로 기생하며 살고 있기에 모른척하고 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속마음은 이런 아버지에게 반발심을 갖고 있다. 


작가 소세키는 갑작스럽고도 무분별한 근대화가 초래한 일본 사회 곳곳의 위기를 불륜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소설에서 꽤나 비중있게 다루고 있고 나는 이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에는 다이스케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 간에 대화가 나오는데 나는 그 대화들이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다이스케가 미치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전에 백합 향기 가득한 방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어찌나 은은하고 애잔하던지 나 또한 백합향에 취하는 느낌이었다.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소세키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비는 여전히 거침없이 세찬 소리를 내며 내렸다. 두 사람은 비로 인해, 빗소리로 세상과 분리되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가도노와 할멈으로부터도 분리되었다. 두 사람은 고립된 채 흰 백합 향기 속에 갇혀 있었다. (p.263)



빗소리에 세상과 분리된 두 사람만의 작은 세상 속에서 조곤조곤 주고 받는 대화들, 그리고 고개 숙인 미치요의 떨리는 긴 속눈썹을 보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다이스케의 고백!


"내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필요해요. 저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당신을 부른 겁니다." (p.267)


그동안 현실의 제약과 사랑하는 감정 사이에서 동요하고 갈등했던 다이스케의 고백은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하여 더 강렬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단정하면서도 꾸밈없는 고백과 백합향이 나는 분위기는 불륜이라는 상황을 잊게 만들 정도로 담백하면서도 깨끗한 이미지로 다가왔고 미치요가 떠나고 홀로 남은 다이스케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다이스케는 그 한가운데 서서 넓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낮에 사왔던 백합을 응접실에서 가지고 와서 자기 주위에 흩뿌렸다. 흩어진 하얀 꽃잎이 달빛을 받아 선명했다. 어떤 것은 나무 밑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다이스케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속에 쭈그리고 앉았다.

잘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아직 꽃향기가 남아 있었다. (p.272)


백합꽃잎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다이스케. 가슴 속에 담아뒀던 사랑을 고백하고 후련함도 잠시 그의 머리 속은 굉장히 복잡했을 것이다. 그의 앞에는 '개인의 자유와 저마다의 사정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계 같은 사회'(p.273)가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운명앞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미치요와 함께 맡았던 백합향에 취하고 싶었으리라...


소세키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얼마전 소세키 특집으로 잠자냥님이 올려주신 페이퍼를 읽고 일단 집에 있던 그의 전기 3부작 중 하나인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마음>도 갖고 있는데, 소세키의 다른 작품들도 구해놔야지 싶다.

소세키의 팬이 될 거 같다. 일본 문학은 추리 소설 외에는 읽은게 별로 없는데 내가 소세키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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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4 1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쿨캣 님 마음에 드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다가오는 가을쯤에 <마음>, <행인>이나 <한눈팔기> 읽어보세요. ㅎㅎㅎ

coolcat329 2021-06-24 13:07   좋아요 5 | URL
네~일본 문학 참 손이 안 갔었는데 잠자냥님 소세키 특집 읽고 급 관심이 생겨 읽었습니다. 행인 한눈팔기 접수해놨습니다.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06-24 1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의 작품 네개?인가 밖에 안가봤지만 저는 <그 후>가 제일 좋더라구요. 왜 그렇게 ‘다이스케‘는 처음에 쿨하게 ‘미치요‘를 보낸건지 안타깝더라구요. 저도 소세키 읽어야 되는데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네요 ㅜㅜ

coolcat329 2021-06-24 13:58   좋아요 4 | URL
네개밖에~!ㅋㅋ 제가 부지런히 쫓아가야겠습니다.
<그 후>가 제일 좋으셨군요. 새파랑님도 가을에 읽으세요~^^

모나리자 2021-06-24 14: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의 팬!! 좋지요! 제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바로 팬이 되었지요.^^

coolcat329 2021-06-24 19:03   좋아요 3 | URL
모나리자님, 소세키 팬이시군요!
그러고보니 저 <나는 고양이...>도 갖고 있었네요. 요것도 읽어봐야겠는데 꽤 두껍네요 ㅎ

미미 2021-06-24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그 일본식 짧은 시 뭐죠 그거 너무 좋았고 전체적으로는 솔직히 so so였거든요. 많이들 좋아하시니 이유가 있을거예요 그쵸? 냉큼 찜~♡ㅋㅋㅋㅋ

coolcat329 2021-06-24 19:05   좋아요 2 | URL
<나는 고양이...>가 의외로 두껍네요. 좋다는 사람도 있고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러네요.

잠자냥 2021-06-25 09:38   좋아요 2 | URL
미미 님 / 하이쿠(라고 쓰고 보니 저 아래 모나리자 님이 댓글 다셨네요. ^^;;)

쿨캣 님 / <나는 고양이>... 는 여름에 읽으셔도 될 거 같아요. 나름 재미납니다. 특히 고양이 좋아하시면 나름 귀엽게 읽을 수 있을 듯.

미미 2021-06-25 10:17   좋아요 0 | URL
네~하이쿠ㅋㅋㅋ 잠자냥님도 알고 계셨군요.🤗

페크pek0501 2021-06-24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참 잘 쓰십니다. ㅋㅋ
저는 <도련님>이란 소설을 읽고 팬이 된 작가입니다. 문예출판사 걸로 <마음>이란 책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완독을 못했어요. 그것부터 완독하고 <그 후>를 사 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좋은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

coolcat329 2021-06-24 19:08   좋아요 3 | URL
<도련님>으로 팬이 되셨군요~
많은 분들이 <마음>을 좋아하더라구요.
제 독후감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1-06-24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이쿠죠~미미님~~ㅎㅎ

미미 2021-06-24 17:20   좋아요 4 | URL
맞아요!!! 하이쿠ㅋㅋㅋㅋ역시 모나리자님 아시는군요!🤭

붕붕툐툐 2021-06-25 0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문학은 왠지 눈에 잘 안 들어와요~ 나쓰메 소세키는 그래도 읽어보고 싶은 작가인데-전집도 넘 맘에 쏙 들고-아직 한권도 못 읽었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몇 번 읽으려다 실패한 기억이 있어서 더 도전이 망설여지지만, 쿨캣님 리뷰 읽으니 <그 후>는 완전 재밌을 거 같아요!!^^

coolcat329 2021-06-25 15:1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 근데 이번에 소세키 읽고 일본 문학 작가에 관심이 가네요. <그 후> 읽어보셔요. 인물들간의 대화도 재밌어서 잘 읽히실거에요~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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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견과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 장식품이나 예쁜 가을의 나뭇잎을 본다. 길을 가로 막거나 스키장을 훼손하는 장애물을 본다. 깨끗이 밀어야 할 어둡고 위험한 장소들을 본다. 우리 지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지들을 본다. 환금성 작물을 본다. 하지만 나무는, 나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p.596)


작년인지 제작년인지, 도서관에서 온통 숲 그림으로 뒤덮인 이 책을 우연히 발견, 한참을 빌릴까 말까, 살까 말까 망설이며 들여다봤다. 그러나 두께에 기가 죽어 '언제 다시 눈에 띄면 그때 가서 읽자...'하고 그냥 집으로 왔었다. 근데 이 책이 나와 인연이 있었던지, 작년에 북플 이웃이신 폴스타프님께서 반갑게도 이 책의 리뷰를 올리신 것이 아닌다. 리뷰를 읽고 바로 구입했다. (폴스타프님~당시에 '땡스투'를 몰라서 조금이나마 감사의 표시를 못한 걸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하긴 나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사주팔자에서 나를 대표하는 오행도 木이다. 하늘을 향해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甲木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나무를 좋아하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 

2017년에 호프 자런의 <랩 걸 Lab Girl>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는 나무라는 존재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막연히 좋아하던 마음에서 나무를 뭐랄까... 어떤 신과 같은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할까...당시 이 책은 나에게 매우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나무가 서로 간에 소통을 하고 어른 단풍나무가 어린 단풍나무를 위해 힘껏 물을 끓어와 어린 나무들에게 나누어 주며, 나무도 유년 시절을 기억해 그에 맞춰 자란다는 것이다. 병충해가 생기면 멀리 있는 나무들에게 병충해를 조심하라는 경고도 보낸다는 내용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201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1957~)의 <오버스토리>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나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나무들의 경이로운 삶에 또 다시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다.


"이 나무들 일부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여기에 있었어요. 우리는 이미 이 오래된 나무들의 97퍼센트를 베어냈어요. 마지막 3퍼센트 정도는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p.231)


이 책은 저자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마주하게 된 거대한 삼나무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으로, 제목 '오버스토리'는 숲을 위에서 봤을 때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한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가 바로 그 '오버스토리'를 보여준다. 

미대륙에서 사라져가는 '마지막 3퍼센트'의 원시림을 지키고자 모여든 아홉 명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간이 알지 못하는 놀라운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가 작가의 해박한 나무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저마다 다른 운명으로 나무와 인연을 맺게되는 9명의 인물들.

노르웨이 이민자인 고조 할아버지가 심은 밤나무, 그 밤나무를 찍은 100년 치의 사진을 물려받는 화가 닉, 뽕나무 가지가 정교하게 세공된 옥반지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 미미, 자신의 탄생나무인 단풍나무와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심리학자 애덤, 아마추어 시민극장에서 '맥베스'를 공연하면서 움직이는 숲을 연기하다 '기묘하고 불규칙적인 이파리 모양에 감탄'하게 되는 변호사 레이와 린덴 나무와 함께 그의 아내가 되는 속기사 도러시,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가 격추 당해 떨어져 태국 밀림 속 반얀나무에 걸려 겨우 목숨을 구한 참전용사 더글러스, 어린 시절 참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나 컴퓨터 게임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프로그래머 닐리,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나무가 서로 소통함을 발견하는 식물학자 패트리샤, 감전 사고로 죽다 살아나 어떤 알 수 없는 '존재'의 이끌림에 무작정 떠나는 대학생 올리비아가 그들이다. 


<오버스토리>의 목차는 '뿌리','몸통'.'수관','종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 '뿌리'는 8개의 소챕터로 나뉘어 위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인물들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그리고 각각 한 그루의 나무같은 9명의 인물들이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우연과 운명으로 크고 작게 연결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숲을 이루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하루에 축구 경기장 100개' 만큼 사라지는 원시림의 참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의 투쟁은 효율성과 유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앞에서 무력하고 그만큼 처절하다. 

원시림의 벌목을 막기 위해 60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 올라가 일 년 가까이 살며 투쟁하는 닉과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천 살이 넘은 이 나무의 몸통에 팔을 두르며 말한다.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 몸 말고는 이걸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p.366)


그들은 60미터 높이에서 '3미터 두께에 900살이 된 나무들이 20분 만에 쓰러지고 또 한 시간 안에 운반되어'(p.377)가는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4년 동안 나무 5만 그루를 심은 더글러스. 5만 번째 나무를 기념하는 날, 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이 묘목 하나를 심을 때마다 회사는 '선량한 시민으로서 인정'을 받고, 그와 더불어 '연간 허용 벌채량이 늘어난다'는 것.


"자네가 아기들을 심어서 그 작자들이 걔네들의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그리고 자네의 묘목들이 자라면 그것들은 단일작품 병충해를 맞게 되겠지, 친구. 행복한 해충들의 드라이브스루 식당이 되는 거야" (p.263)


더글러스와 시위 현장에 간 엔지니어 미미는 '역겨운 것들을 알게' 된다. 산림청의 후원을 받는 부유한 벌목 회사가 '수 세기 동안 자란 다양한 침엽수들'을 법의 공백기를 이용하여 무자비하게 베어 놓은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다. '버섯들마저 다 죽을 만큼 디젤을 쏟아붓고 불에 태운 다음, 빠르게 자랄 이 회사의 병목식 단일작물 외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제초제를 퍼부어놓은 땅'(p.339)을 보고 미미는 나무를 지키는 일에 뛰어든다.


식물학자 패트리샤는 말한다. 


"다음 세기의 토양을 원한다면, 순수한 물을 원한다면, 다양성과 건강을 원한다면, 우리가 다 측정할 수 없는 안정장치와 서비스를 원한다면, 그러면 인내심을 갖고 숲이 천천히 주기를 기다리세요."(p.400)


'하루에 300제곱킬로미터씩 새로 늘어나는 농경지. 그리고 줄어드는 숲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더욱 높여서 먹고사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p.552)이며, 나무 한 그루를 자를 때 그걸로 만드는 건 최소한 당신이 잘라낸 것만큼 기적적인 것이어야'(p.637) 한다고 말한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올리비아의 말처럼 인간은 '나무를 획득한 것처럼 자르지 말고, 마치 선물인 것처럼'(p.406) 잘라야 하는데, 인간은 나무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고 무엇보다 진보와 발전 앞에서 기다리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다. 나무들은 우리에게 말하지만 '사람들이 듣기에는 너무 낮은 주파수로 말을' 하기에 '유용성'에 눈이 먼 인간들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도 없고 들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무에 관한 책을 100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나무에 대한 신비하면서도 경이로운 이야기가 곳곳에 나온다.

병충해의 공격을 받은 나무들이 스스로 살기 위해 살충제를 뿜어내고, 아직 병충해의 공격을 받지 않은 나무들에게 경고 메세지를 보내 '방어체계를 가동'하게 한다.

나무들은 허공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수만 제곱미터를 건너 면역 체계를 공유, 서로를 보호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공기와 뿌리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씨앗이 그들의 어린 시절 계절을 기억하고 그에 따라 싹을 틔운다는 사실. 

건강한 숲에는 반드시 죽은 나무가 필요해서 죽어서도 모든 숲 속 생명들에게 영양을 주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 주변 나무들은 차분한데 혼자서 떠는 사시나무들, 평생에 딱 한 번만 꽃을 피우는 나무, 타치갈리 베르시콜로르, 일명 자살나무. 

패트리샤는 묻는다. "자, 여러분이 평생 딱 한 번만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p.640) 이 나무는 유일하게 꽃을 피운 해에 죽는다고 한다. 

피처럼 붉은 액체를 흘리는 용혈수, '폭발하는 열매에서 씨앗을 시속 260km로 쏘아내는 모래상자나무 등 수많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무들 앞에서 독자는 숙연해진다.


우리가 나무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왔듯이 나무들도 우리에게 원한다. 나무들은 지하에서 서로 뿌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환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이다. 서로 의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이다.

인간은 숲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지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명리학에서 木은 仁을 뜻하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뜻하며 해가 뜨는 동쪽을 의미한다. 인간을 너그럽고 어질게 품어주는 동쪽의 순수함과 생명을 뜻하는 이런 나무를 인간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다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물질'을 다 없애버리려고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 당장의 눈 앞의 이익에만 연연하는 인간이 너무나 추하게 느껴졌고 인간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왜 기다리고 더 멀리 보지 못하는지 답답함을 느꼈다.

패트리샤는 생각한다 나무가 사라지듯이 '우리들 역시 사라져야만 할 것이다'(p.595)라고...

결국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다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까...슬프다...


패트리샤는 묻는다.

"내일의 세계를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장 훌륭한 일이 무엇일까요?"(p.641)


숲은 향기로 말한다.


"너희 종은 우리를 제대로 보지 못해. 절반이나 그 이상을 놓치지. 언제나 땅 위만큼 땅 밑에도 많은 것들이 있어. 네 마음이 조금만 더 푸르렀어도 우리가 너를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p.14)


마지막 장 '종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구의 현재까지의 역사를 단 하루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가 동물과 식물이 나누어지는 것은 오후 4시쯤이며, 저녁 9시에 해파리와 벌레들이 나타난다. 식물들은 밤 10시가 되기 직전 육지로 올라오고, 바로 곤충들이 나타나 공중을 차지한다. 밤 11시경 공룡들이 나타났다가 '포유류와 조류에게 한 시간 동안 통제권'을 넘긴다. 그리고 인간은 자정이 되기 4초 전에 나타난다! 최초의 동굴 벽화가 3초후에 생기고, 자정이 되기 '천 분의 1초 전에 생명이 DNA의 미스터리를 풀고 스스로 생명의 나무 지도를 만들기 시작', '자정에 지구의 대부분이 지역의 한 생물종을 보살피고 먹이기 위한 줄뿌림 작물 천지'로 변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생명의 나무가 다시 다른 것으로 변'하기 시작, 거대한 나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자정 4초전에 나타난 인간들이 지구를 이렇게 거대 작물지로 만들고, 인간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살아온 나무를 변화시킨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힘들게 읽었다. 작가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매우 은유적이라 이해하기 위해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가독성이 많이 떨어졌다. 거기다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상황이라  700페이지가 넘는 이 무거운 책을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누워서 읽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중간에 역자가 누군가 찾아봤더니 5년 전 꾸역꾸역 겨우 읽은 2013년 맨부커 수상작 <루미너리스>를 번역한 사람이 아닌가...'아직도 400페이지 넘게 남았는데...' 순간 살짝 겁이 났다.

나무에 대한 거대 서사이다 보니 중간중간 지루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몸 상태가 불편하니 몇 번의 포기 유혹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끝까지 읽어냈다. (나 자신에게 박수!!!)


책이 어려운 건지, 번역이 나랑 안 맞는건지, 아니면 내 이해력이 문제인지 고민하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뉴욕타임즈 한 줄 평대로 이 책은 '어느 작가도 시도하기 어려운 것을 성취'한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무의 나이테를 상상했고 나무가 뿜어내는 향을 맡았으며 나무가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밖에 나가 걸으면서 바라보는 나무는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나에게 향기로 말을 거는 듯이 보였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나무는 인간이 쓰고 버리는 작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며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은 시대에 나무를 보게 해준 이 책은 고마운 책이며 맨부커 심사위원 말대로 '최고의 환경 서사시'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핵심은 다음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p.597)


자정 4초전에 나타난 인간들이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생명은 이 재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죽음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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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9 1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 긴 책을 다 읽으셨군요! 전 두꺼워서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ㅎㅎ 꼭 읽어봐야겠어요.

coolcat329 2021-06-19 11:35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리뷰 정말 기대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할 작품입니다.

페넬로페 2021-06-19 1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무에 대한 얘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도 폴스타프님 추천으로 책 사 놨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coolcat329 2021-06-19 12:57   좋아요 5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도 작년에 사놓고 이제야 읽었습니다. 꼭 읽어보셔요~^^

미미 2021-06-19 12: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704쪽이지만 읽어보고 싶게 하는 리뷰네요~♡ 저는 집 옆이 숲이라 거의 매일 지나며 보는데 다 제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요ㅋㅋㅋㅋ

coolcat329 2021-06-19 12:59   좋아요 4 | URL
집 옆에 숲이 있다니 참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이 책 읽으시면 그 숲이 더 와닿으실거라 믿습니다~^^

새파랑 2021-06-19 14: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입원하셨다니 이제 괜찮으신건가요? 저도 숲과 나무 너무 좋아하는데 표지만 봐도 시원하네요^^ 오늘도 오전에 뒷산 산책하고 왔는데 저에게 딱 맞는 리뷰네요😆😆

coolcat329 2021-06-19 15:21   좋아요 3 | URL
네 이제는 괜찮습니다 😙
우리들 집 주변에 나무와 산책로가 없다면 참 삭막할거같아요. 표지가 정말 시원하죠? 집근처 뒷산이 있으시군요. 저희 아파트 뒤에도 얕은 산이 있어요. 저도 가봐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06-19 17:26   좋아요 3 | URL
병원에 입원했다는 걸 미처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앞으로 읽을 책이라
스포방지 차원에서요~~
지금은 퇴원하신건가요?
어서 쾌차하시길 바래요
에고 이 안부부터 물었어야했는데 죄송해요^^

coolcat329 2021-06-19 22:25   좋아요 1 | URL
아이고 ~ 다시 오셔서 안부물어주시고 감사합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페네로페님 리뷰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얄라알라 2021-06-19 16: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혀서, 이 글 많은 알라디너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나무를 심을수록 벌채할 권한이 주어진다? 구토나오게 할 역설이네요...

900살이 된 나무들이 20분 만에..

숫자로 말할 수 없는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정말 중요한 책을 읽으셨네요.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06-20 08:13   좋아요 1 | URL
다양한 종류의 나무로 가득한 건강한 숲을 다 밀어버리고 단일 조림지로 만들어 오로지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할 목적으로만 나무를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 독후감을 좋게 생각해 주셔서 많이 감사드려요.

Falstaff 2021-06-19 2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딸꾹.... 낮술에 취해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오호, 기막힌 리뷰가 올라왔군요. 아이고, 저까지 호출하시니 이거 참 겸연쩍지만 기분도 좋고 그렇습니다.
근데 이 책은 댓글을 이렇게 달면 안 되는 책입지요, 그죠?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문자 해독 가능자들은, 인류의 조속한 멸망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하여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정말 북사랑 님 말씀대로 이달의 리뷰로 뽑혀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oolcat329 2021-06-19 22:31   좋아요 1 | URL
오늘도 맛술드셨군요 ㅎㅎ 폴스타프님 덕분에 좋은 책 읽게되서 참 좋습니다. 첫 장부터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요. 읽기 쉽진 않았지만 완독 후 이렇게 마음이 겸허해진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6-19 2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나무가 진짜 좋아요.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완독하심 축하드려요!!

coolcat329 2021-06-19 22: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툐툐님도 기회되시면 읽어보시길요~^^

scott 2021-06-20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쿨켓님 갑목 사주!!이 사주는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몸담고 있는 분야에 1인자가 되능! 이리뷰 플친님들의 평가로만으로도 담달 당선작 !!

coolcat329 2021-06-20 08:12   좋아요 2 | URL
ㅋㅋ 부끄럽습니다. 갑목은 리더의 기질은 있으나 유시무종으로 끝난다는 특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당ㅎㅎ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6-21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은 책이네요...

그러니 나무를 돌봅시다. 나무에 비하
면 호모 사피엔스는 정말 -

coolcat329 2021-06-24 10:29   좋아요 0 | URL
제가 읽었는데 왜 레삭매냐님이 엄두를...🤭

han22598 2021-06-24 0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추천으로 저도 읽기 시작했었는데, 음하. 저는 딱 반절 읽고 포기했어요.....ㅠㅠ 음하...쿨캣님 리뷰를 보니 제가 좀 참고 읽었어야 했나 싶긴한데. 나중에 기회가 또 있겠죠. ㅎㅎㅎㅎㅎ

coolcat329 2021-06-24 10:32   좋아요 0 | URL
han님 원서로 읽으셨겠죠? 오...원서도 그렇게 잘 읽히지는 않나보군요. 참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어려운 듯 싶지만 저는 한 300페이지부터 재밌어지면서 속도가 붙더라구요. 반까지 읽으셨는데 아깝네요~
 
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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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의 자전적 소설이자 "보부아르가 쓴 최고의 작품"이라고 사르트르가 극찬한 작품으로 1964년 발표되었다.

나는 보부아르가 여성 관련 철학서만 쓴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표지로 한 그녀의 소설이 나와서 문득 궁금해졌다. 


사진은 1915년 촬영된 것으로 왼쪽부터 시몬, 어머니 프랑수아즈, 여동생 엘렌이다. 소피 마르소를 연상시키는 살짝 쳐진 눈매, 큰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우아하게 컬을 넣은 긴 갈색 머리, 살짝 벌린 입의 8살 시몬이 너무나 예뻐서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 봤다. 어머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어 이목구비는 잘 보이지 않으나 시몬이 어머니의 눈매와 머리카락을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장밋빛 뺨에 통통한 얼굴, 금발의 여동생 또한 사랑스러워 소설 속 묘사된 정많고 다정한 동생의 모습과 겹쳐진다. 


어느 날 엄마가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부 탈구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나와 여동생은 번갈아 가며 엄마를 돌보고 엄마는 수술을 받지만 진짜 병은 대퇴부 문제가 아닌 장 속에 자리잡고 있는 암, 그것도 최악의 육종암으로 밝혀진다. 

엄마에게는 복막염 때문에 수술한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며 통제되지 않는 절망감을 느낀다. 나는 서서히 죽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의 지나간 삶을 되돌아 본다. 나에게 엄마는 가부장제에 갇힌 전형적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갈망을 자식들에게서 보상받으려한 '소유욕과 지배욕'이 강한 엄마였다. 그로 인해 나는 엄마와 많은 갈등을 겪었고 관계가 악화되어 거리를 두고 지내왔는데, 그런 엄마가 지금 산송장이 되어서 시몬 앞에 누워있는 것이다. 


엄마와의 이 뜻하지 않은 대면에서 나는 엄마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을 서서히 재정립하는 시간을 갖는다. 엄마의 육체적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가부장적 사회에 억눌린 열등한 여인이 아닌, 고통에 신음하고 살기 위해 애쓰고 죽기 싫어하는 '동물적 본능'을 가진 한 인간으로 엄마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무심하게 던지는 엄마의 말 속에서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진짜 감정을 관례적인 행동 속에서 감추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엄마가 참고 견뎌야 했던 경험을 이해하고자 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복수심이 너무나 컸고, 치료해야 할 상처가 너무나 깊었던 까닭이다. 무언가를 할 때면 엄마는 늘 스스로를 포기해야만 했다. (...) 하물며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길 거부해 온 엄마가 어찌 나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릴 때면 엄마는 무척 당황하곤 했는데, 이는 이미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도록 교육받은 탓이었다. (p.96)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이 환자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오랫동안 속에 담아 둔 후회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된 우리는 서로 너무나 다르고, 또 한편으로는 서로 너무나 닮은 탓에 끊어진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갈 수 없었다. 그런 내가 엄마와 대화를 다시 나누게 된 것이다. 엄마가 몇 가지 단순한 말과 행동 속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낼 수 있게 되면서부터, 완전히 식어 버렸다고 생각했던 엄마를 향한 내 오랜 애정이 되살아났다. (p.108,109)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희생하면서 살도록 교육받고 자란 엄마, 그 엄마의 지난 삶을 회상하며 이해하고 같이 느끼는 과정을 통해 나와 엄마를 가로막고 있던 벽은 허물어진다. 

엄마 역시 '나처럼 삶을 사랑했고, 그래서 나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해 반항심'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닫는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엄마가 나에게 보여준 진실된 모습은 나로 하여금 '엄마가 품고 있던 나를 향한 사랑의 따스함'(p.150)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은 죽어가는 이와 그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화해, 이해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죽음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철학적인 성찰도 보여준다.

육체적 고통은 온전히 환자만의 것이다. 내가 아무리 환자의 손을 꼭 잡아준다해도 그 고통을 나는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곁에서 그 차가운 손을 꼭 잡아줌으로써 환자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 사이의 연대이자 인간이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순수하면서도 소중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나는 죽음과 맞서 싸우던 엄마와 '세포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어, '엄마의 패배로 나 역시 쓰러지고 말았다'(p.151)고 말한다. 나는 육체적 고통과 두려움, 처절한 고독 속에서 신음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순간 '죽음의 신'을 본다. 엄마와 함께 죽음을 경험한 것이다.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현장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누는 연대감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독후감을 마친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칠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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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11: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연스러운 죽음은 없다는게 맞는거 같아요. 주변사람은 다시 볼 수 없는 것이고, 떠나는 사람도 다시 돌아 올수 없는 것인데...그래도 조금은 편안할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을 주는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1-06-15 18:25   좋아요 3 | URL
인간은 마지막 순간만큼은 진실해지는거 같아요. 근데 죽음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기에 가시는 길 손 잡아드리고 편안히 보내드리지 못한 제가 참 나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5 12: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자전적 소설이군요. 요즘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해요.
난 이제 탄생보다 죽음을 더 많이 보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요^^
보부아르는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네요.

coolcat329 2021-06-15 18:35   좋아요 4 | URL
네 저도 그러네요. 나를 포함한 모두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scott 2021-06-15 15: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부모님 모시고 한달에 몇번 병원에 갈때 마다 ‘건강하게 살다가‘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들 슬프지 않는 마지막이 없다고 하죠.

coolcat329 2021-06-15 18:40   좋아요 4 | URL
네 건강이 최고입니다. 이 책 읽으면서 아프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네요.

붕붕툐툐 2021-06-16 0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세 모녀가 매우 예뻐요. 마지막 문장 진짜 좋네요~ 다 죽을 걸 알고 그걸 받아들인데도, 부당한 폭력으로 느꺼질 거 같아요~

coolcat329 2021-06-17 15:48   좋아요 1 | URL
사진 속 모녀가 참 좋아보이죠? ☺

얄라알라 2021-06-17 1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보부아르 애정하시는 분들 많으셔서 좋은 작품 꾸준히 소개 받는데, 소설까지 있었네요^^ 어머니의 삶, 간병, 질병...벌써 마음이 묵직해지는 걸요.

coolcat329 2021-06-17 15:50   좋아요 2 | URL
저는 보부아르 잘 모르는데 호기심에 읽어봤어요. 이 책 읽다보면 제 주변의 돌아가신 분들, 현재 병으로 힘든 날들 보내시는 분들이 생각나서 ‘다 가엽구나...‘생각이 듭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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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1,2,3번<안나 카레니나>이어 4번째 책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페루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 1936~)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콜롬비아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로 여러 문학상과 함께 1985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해 낙선했다. 이후 다시 문학에 전념하여 1994년 스페인어권의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 201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그의 외모 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이전 작품에서는 어떤 유머도 사용하지 않던 작가가 처음으로 자신의 소설에 '유머'를 도입함으로써 문학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바꾼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바르가스 요사는 1958년과 1962년에 아마존 지역을 방문하면서 '아마존 수비대원들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페루 군부가 조직했던 특별봉사대'라는 조직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를 쓰려고 했으나 곧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는 익살과 농담과 웃음을 요구'하고 '문학에서의 유머와 장난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주면서 진지한 문학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1956년 페루, 리마에 있는 병참사령부에서는 아마존 밀림 지역에 주둔한 군대 병사들이 마을 부녀자들을 상대로 저지르는 겁탈과 강간을 중단시키기 위해 특별 모임을 소집, 모범 장교로 정평이 나있는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를 책임자로 아마존 밀림 지역인 이키토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여든 명의 장교 중 판토하 대위가 책임자로 선택된 이유는 '천부적인 조직력, 정확하고 엄밀한 질서 의식, 행정 능력'(p.17)을 가지고 있다고 평이 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하는 그는 장교로 복무하면서 한 번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는 뛰어난 장교이다. 


고립된 밀림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성에 너무 굶주린 나머지 마을 여자만 보면 물불 안 가리고 무조건 덤비고 보는데,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1년도 안되서 43명의 여성이 임신을 할 정도이다. 당연히 지역주민의 분노는 끓어오르고, 군대는 가해자인 병사와 피해자인 임신한 여성을 강제로 결혼시키는 말도 안되는 조치만 내릴 뿐이다. 

따라서 페루 군부는 더 극단적인 방법을 고안, 그것은 성에 굶주린 병사들을 위한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줄여서 수국초특)를 창설하기로 하고 바로 이 책임자로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를 선택한 것이다!


군대와 가정밖에 모르던 '바른 남자'가 하루 아침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임무를 맡게 되니 얼마나 괴로울까 싶지만 군인에게 명령은 목숨과도 같기에 판토하 대위는 울며 겨자먹기로 특별봉사대를 조직하기 시작한다.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되어야 하기에 민간인으로 위장, 아내와 어머니에게도 비밀로 하며 판토하 대위는 본격적으로 창녀들을 모집, 군대에 창녀들을 공급하기 시작하는데...더 이상 내용을 말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말하고 싶다. 일을 너무 잘해도 문제라는 거...


이 책은 그 불편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작정하고 경쾌하고 웃기게 쓴 글이라 중간중간 빵빵 터진다. 특히 2장은 상부에 보고하는 문서로 '수국초특' 창설과 운영 상황을 알려주며, 특히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병사 개인당 월 평균 희망 횟수와 평균 희망 소요 시간-결과를 도표로 작성한 판토하 대위의 진지한 보고서는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소설은 형식과 구성이 독특하다. 빠르게 전환되는 대화 장면들, 보고서, 편지, 신문 기사, 라디오 방송 대본 등 다양한 장르가 삽입된 점은 이 소설의 특징이자 재미이다. 이러한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구성은 작년에 읽은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의 <거미 여인의 키스>(1976)를 생각나게 했다. 그러고보니 두 작품은 1970년대 남미 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위선적인 페루 군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언론인, 혼란한 정치 상황, 그 가운데 극성을 부리는 신흥사이비 종교집단, 자신의 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그러나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특별봉사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개성 만점 창녀들 등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담겨있다. 앞에서는 바르고 도덕적인 척 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더럽고 추잡한 짓을 벌이는 페루 군부, 그 추악한 위선과 여성의 성이 권력에 의해 재물로 희생당한 역사는 이 소설을 마냥 웃으면서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말도 안되는 정책이 페루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놀랄것도 없다.

우리나라에도 달러 버는 애국이라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국가에 의해 미군기지로 보내졌는가...달러벌이를 위해 나라가 직접 나서서 성병관리를 했고 병든 여성들은 따로 모아 수용한 역사는 참 너무나 가슴아프다. 기지촌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자발적으로 일했으면서 이제와서 왜 아쉬운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업소개소에서 속아 잔뜩 빚을 지고 일할 수밖에 없던 여성들도 많았다. 나라가 외화벌이 수단으로 매춘을 조장한 역사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이다.


웃기는 소설이지만 아픔도 담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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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6-02 2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머가 있는 소설이라니 넘 끌리네요~ 제목도 뭔가 심상치 않고요~ 그나저나 문학동네 세계전집을 1권부터 다 읽고 계시는 건가요? 완전 멋짐 부럽!

coolcat329 2021-06-02 21:38   좋아요 3 | URL
위에 제 글이 전집을 순번대로 읽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네요 ㅋㅋ
아 우연이지만 제가 뿌듯하게도 안나 카레니나를 읽긴 했답니다😂
근데 절대 순서대로 읽는 건 아니구요. 저는 다만 이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이 안나 카레니나 바로 뒤에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저렇게 쓴 거에요.😅
5번은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인데 조만간 읽겠습니다!

Falstaff 2021-06-02 21:57   좋아요 3 | URL
<황금물고기>.... 읽으시면 단박에 클레지오의 팬이 돼버리실 겁니다!
아, 넘 좋았어요.

coolcat329 2021-06-02 22:01   좋아요 1 | URL
아! 왜이리 좋은 책이 많은지요~^^ 조만간 읽겠습니다 ~

잠자냥 2021-06-02 22:31   좋아요 1 | URL
쿨캣 님 호를 만드세요. 조만간 쿨캣 ㅋㅋㅋ

미미 2021-06-02 2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찜을 안할 수가 없네요!

coolcat329 2021-06-02 21:40   좋아요 2 | URL
바르가스 요사 책은 두 권만 읽어봤지만 그냥 이상하게 이 작가가 좋네요. 그냥 무조건 좋은 거 있죠~~^^

scott 2021-06-02 2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꾸준하게 고전 완독 하시는건 멋집니다! 일주일에 한권 고전 완독 목표 세웠지만 어느새 흐지부지해 버린 1人 ^ㅅ^

coolcat329 2021-06-02 21:43   좋아요 5 | URL
제가 사실은 골고루 읽자~주의였는데, 문학이 늦게 너무너무 좋아져서,게다가 책 읽는 속도도 빠르지 않아 이 짧은 인생 좋은거 읽고 가자싶어 문학만 읽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래도 4단 서랍장 위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피에 젖은 땅>은 읽어야 하는데요...🤭

새파랑 2021-06-02 2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무서운 분이 계시는군요 ㅋ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순번으로 읽어보고 싶어요^^

coolcat329 2021-06-02 21:45   좋아요 4 | URL
아닙니다 ㅋㅋ 제 문장이 헷갈리게 해드렸네요. 제가 새파랑님 독서력이라면 추진해보겠는데요 ㅎㅎ

Falstaff 2021-06-02 21: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근데, 솔직하게 얘기해서 쿨캣님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씀드립자면, 이 책이 제가 읽은 모든 요사 가운데 제일 재미 읎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러니 이제부턴 무조건 이것보다 재미있을 겁니다. 이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6-02 21:50   좋아요 5 | URL
아~~제가 사실 바르가스 요사는 <새엄마 찬양>으로 단박에 팬이 되었어요. 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요.
폴스타프님이 요사 작품 중 최고로 인정하신게 <천국은 다른 곳에>아닌가요? 맞죵?
이거 중고 상태최상으로 구해놨습니다. <염소의 축제>두요~~
남미 소설은 이상하게 너무 끌립니다. 이유가 뭔지... 읽은게 많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자꾸 빠져드네요~

이런 의견 너무나 좋고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6-02 22:02   좋아요 4 | URL
요사는 정치소설과 예술 특히 미술 분야의 소설로 거칠게 나눌 수 있겠더라고요.
예술 소설쪽으로 대빵은 얘기하신 <천국은 다른 곳에>, 뭐 말이 필요 없습니다. 비록 헌책만 살 수 있지만 눈에 띄면 곧바로 읽어야 할 것이지요.ㅋㅋㅋ <달과 6펜스> 이상으로 재미 있습니다.
정치소설은 <세상 종말 전쟁>이고요.

근데 대통령 선거에 나가서 장렬하게 영광의 준우승을 한 사람이잖습니까. 예술 소설이라도 정치적인 색깔은 조금 들어 있습니다. ^^

coolcat329 2021-06-02 22:06   좋아요 4 | URL
아!<세상 종말 전쟁> 알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06-02 2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전집 순서대로 읽기 시작하시는 줄 알았어요 ㅎㅎ
아! 이 책도 읽고 싶은데 어떡하죠 ㅎㅎ
일단 찜합니다~~

coolcat329 2021-06-03 09:40   좋아요 1 | URL
읽고 싶은 책들 많은건 행복입니다~좋은 하루되셔요!

바람돌이 2021-06-02 2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 <염소의 축제>있는데 이걸 빨리 읽고 이 책도 읽고.... 아이고 저는 마음만 바쁜 독서가입니다.

coolcat329 2021-06-03 09:41   좋아요 1 | URL
저도 염소 읽어야하는데요 ㅋㅋ 자꾸 다른 책이 유혹을 하네요. 책보면 행복하기도 하지만 마음도 바빠집니다.

레삭매냐 2021-06-03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요사스러운 샘
의 책이라 그런지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필두로 해서 요사스러운 샘의
극렬 팬이 되었습니다.

영화도 있는데 장난 아닙니다. 지금은
아마 구할 수가 없지요.

작가로서는 좋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페루의 MB라는 말이 있어서리...

<염소의 축제>는 제가 직접 모니터링
한 책이라 ㅎㅎㅎ 인연이 많네요.

coolcat329 2021-06-03 14:01   좋아요 2 | URL
저도 영화 사진 좀 올리려다가 그냥 관뒀습니다. 레삭매냐님이 올리신 사진만으로도 충분해서요. 가장 수위가 낮은 걸 올리셨더라구요.ㅎ

정치인으로서 요사는 생각않는게 좋겠습니다. 헐 페루의 ××...

직접 모니터링이라함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리뷰를 쓰신건가요?

레삭매냐 2021-06-03 14:16   좋아요 2 | URL
제가 찾아 보니 두 번 리뷰를 올렸었
네요 ㅋㅋ 찐팬 인정이네요.

사진은 그리했다 합니다 ㅋㅋ

모니터링은 출간 전에 원고를 받아
오탈자와 기타 등등의 자잘한 오류
들을 잡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서평단하고는 좀 다르지요.

얄라알라 2021-06-03 18:28   좋아요 3 | URL
와 레삭매냐님 출간전 모니터링까지, 역시 책의 달인이신지라 러브콜도 많이 받으시나봐요. 멋지십니다^^ 인연 있는 책은 최종 출간되었을 때 만나면 특별할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1-06-03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대통령 후보까지 도전한 작가, 게다가 coolcat님께서 화려한 외모라하시니 곧 구글검색 들어가봐야겠네요.
독일에서도 아리안 순혈주의를 위한 여성들을 동원해 breeding house 내 기거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겁했는데, 무섭고 ㄲㅉ하네요. 유머러스하게 그렸다지만 기저의 ㄲㅉ이 읽기 전부터 무서워집니다.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coolcat329 2021-06-03 19:00   좋아요 2 | URL
바르가스 요사의 사진을 한 장 올릴 걸 그랬네요~
사진 보시면 남미의 화려함과 강한 양의 기운! 을 느끼실거에요.ㅎ

순수혈통에 대한 집착으로 여성들의 애국심을 부추겨 애낳는 공장에 가둔 만행 역시 참 끔찍합니다. 히틀러 본인이 아리안 순수혈통 같지가 않은데요...🤨

서니데이 2021-06-03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소개를 읽었을 때, 제목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 책 소개의 내용이 달랐던 기억이 나요. 잘 읽었습니다. cooicat329님, 좋은 밤 되세요.^^

coolcat329 2021-06-04 10:50   좋아요 2 | URL
그쵸~만화 제목같기도 하구요~~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초딩 2021-06-05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 스페인이 금에 미쳐 아메리카를 약탈하기 시작할 때, 페루를 그들은 지루라고 들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마르케스와 같은 남미 작가의 발견이네요 ^^ 감사합니다. 러시아문학 만큼이나 남미 문학도 좋은 것 같습니다.
우앗 그리고 순서대로 문동 다 읽으시는거에요? 엄지척!

scott 2021-07-07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
해피수요일 ^0^

새파랑 2021-07-07 16:17   좋아요 1 | URL
쿨켓님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1-07-0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oolcat329 2021-07-07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모두들 감사드립니다. 😅

잠자냥 2021-07-07 20: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래서
안 할게요.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07 20:45   좋아요 1 | URL
넹~~😂😂😂 오늘 리뷰당첨 발표날이라 북플이 정신이 없습니다 ㅋ 어쩜 이리도 다들 부지런하신지 ㅋㅋ

초딩 2021-07-0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모파상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0
기 드 모파상 지음, 김동현.김사행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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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10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3백여 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 소설외에 시, 희곡 등을 썼다고 한다. 참으로 엄청난 양이다. 1893년 "어둡다, 아아 어둡다!" 라고 소리 지르며 43세의 젊은 나이로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의 양은 아마도 두 배로 불어나지 않았을까도 싶다. 


이 단편선은 그의 수많은 단편 중 19편을 담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한 두편씩 읽었는데, 독후 기록을 남기려고 보니 몇 달 전에 읽은 단편은 기억이 나질 않아 당황스러웠다.


스승 플로베르의 지도 하에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삐에를와 장> 서문,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재능은 오랜 인내이다-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말한 적 없는 어떤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 그리고 무척 주의해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 가장 사소한 것에도 미지의 영역이 조금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발견해내자. 활활 타오르는 불을, 그리고 평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그 불과 그 나무가 더는 다른 그 어떤 나무와도 그리고 다른 그 어떤 불과도 닮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불과 그 나무 앞에 머무르자."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똑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스승 플로베르를 통해 알게된 모파상은 이런 창작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문학을 발전시킨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인간의 삶을 정확히 포착한 그의 작품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파리 소시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들,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비참함을 다룬 작품들,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작품들, 노르망디 시골 사람들의 삶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들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나는 전쟁(보불전쟁)으로 빚어진 평범한 인간의 비극을 담은 작품 <두 친구>가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그 어떤 감정도 배제하고 관찰하듯이 덤덤하게 표현한 그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그 유명한 <목걸이>,<보석>으로 대표되는 파리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들은 도시에 사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속물성, 위선을 극적인 구성으로 보여주는데, 또 다른 주제로 분류되는 시골 사람들을 다룬 작품들과 비교해서 읽으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골 사람들의 단순한 삶 속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은 슬프면서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인생의 잔인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의자 고치는 여인>, <달빛> 등 여성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들 또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특히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인생의 이면'을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 간결하면서 사실적인 문체로 보여준 그의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옮긴이의 말대로 '찬란한 보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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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2 1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빠상 단편 너무 좋아요^^ 짧은 글에 어쩜 그렇게 임팩트 있게 글을 쓰는지 ㅎㅎ 생각날때 한번씩 읽어봐요 ㅋ 저는 장편이자 막장이라는 <벨아미>가 아직 못 읽고 책꽂이에서 노려보는데 언제 읽을수 있을지 ㅜㅜ

coolcat329 2021-06-02 12:20   좋아요 3 | URL
저는 지금 벨아미 상태 좋은 중고를 찾고 있어요 ㅋㅋ

미미 2021-06-02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희곡 까지 써낸것도 놀랍습니다. 단편모음은 정말 리뷰쓰기에 애매한것도 같아요.
저는 단기간에 읽어도 앞쪽 잘 생각안남요ㅋㅋㅋ

coolcat329 2021-06-02 12:21   좋아요 4 | URL
단편이야말로 인내심이 필요한거같아요. 어쩜 읽은 내용이 기억이 안 날까요..ㅠ

붕붕툐툐 2021-06-02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파상 작품을 읽었겠으나 기억이 거의 없네요~
43세라... 뭐가 그리 어두웠을까요.. 단명이 아쉽습니다~

coolcat329 2021-06-03 09:43   좋아요 1 | URL
제가 알기로는 밤생활이 조금 과하셨던듯 합니다. 매독으로 고통받고 정신에도 문제가 와서...ㅠ
작품양으로 봐서도 뭐를 하든 적당히 하는 분은 아니었나봅니다.ㅠ

scott 2021-06-02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모파상 단편 장편 초딩 졸업 선물로 받았는데(큰엄마가 사주쉼) ‘비계덩어리‘ ‘목걸이‘ 부터 읽고 충격 받음 ^ㅎ^

coolcat329 2021-06-03 09:45   좋아요 4 | URL
헉~초딩 졸업으로 모파상이라뇨! 특히 비계덩어리는 어린아이가 충격받을만 하죠. 그걸 이해하신 스콧님 역시~👍

새파랑 2021-06-04 17:33   좋아요 2 | URL
와 중딩때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게 놀랍네요~!!

초딩 2021-06-04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친구의 그 가로등이 아직도 어두침침하게 느껴집니다.
읽고 듣고 또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모파상 좋은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06-05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흥미로운 책입니다. 말씀하신 단편은(두 친구 부터 달빛까지) 제가 모두 읽은 것이네요. 아마 제가 반쯤 읽은 모양이에요. 반만 더 읽으면 이 책 완독입니다. 모파상은 단편의 천재인 듯.
같은 책을 읽어서 반가웠습니다...

파이버 2021-07-3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자 고치는 여인>에 나온 여인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19편이나 담겨있다니 책이 생각보다 두껍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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