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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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제목만 봤을 땐 동화책 속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유의 책은 여러 번 봤기에 그다지 특별할 게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내 착각이었다.

이 책은 동화책의 진실이 아닌,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말해줌으로써

세계의 역사를 가르쳐줬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세계사에 굉장히 취약하다.

오스만 터키가 어떤 제국이었는지, 십자군 전쟁은 왜 일어났는지 등등

굵직한 사건을 알지 못하며,

블러드 메리와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떤 관계인지,

루터와 칼뱅의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인지 등등의 소소한 이야기는 더 알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내 무지를 알면서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데,

무지의 심연이 너무 깊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화책과 함께 알아보는 역사 이야기인 이 책 덕분에

난 전 세계, 특히 유럽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이제 난 <왕자와 거지>가 어떤 의미인지, <삼총사>가 왜 셋이 아니라 넷인지,

로미오네 가문과 줄리엣 가문이 왜 그리 싸웠는지 안다.

이 책에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제목에 나온, 백마 탄 왕자가 왜 돌아다녔는지를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사실 난 잠자는 백설공주를 지나가던 왕자가 발견해 결혼했다는 얘기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 시대, 그러니까 17세기 독일어권 지역에는 300여개나 되는

작은 나라들이 있었다.

그 나라마다 왕자들이 몇 명씩 있었는데, 맨 맏이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바람에

둘째 왕자부터는 자기 살길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살 길은 이웃나라 왕의 외동딸을 만나 결혼하는 것,

그래서 그들은 미모와 나이는 전혀 따지지 않고 돈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청혼을 했다!

그 많은 방랑 왕자들은....일거리와 부자 처갓집을 찾고 있는 떠돌이들이었다.” (19)

그래서 그들은 잠자는 공주를 봤을 때, 게다가 그때는 성추행의 개념도 없었을 때니,

대뜸 키스부터 했던 거였다!

 

이 책은 2013년에 나온 개정증보판이다.

6년 전에 이렇게 훌륭한 책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서문을 읽어보니 꼭 그런 건 아니다.

작가는 그때 초보 작가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역사에 관한 설명을 더 친절히 해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까지 삽입했다.

그 지도는, 물론 수시로 구글 지도도 찾아보긴 했지만, 세계사에 문외한인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이런 탄식이 나온다. 중고교 때 이 책으로 세계사를 배웠다면,

지금의 내가 우리나라 역사밖에 모르는 폐쇄적인 인간이 되지 않았을 텐데~!

참고로 박신영 작가는 이 책 말고도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삐딱해도 괜찮아> 등의

명저를 낸 바 있는데

<왜 참아야>는 어떤 분이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다라고 써놨다.

박신영 작가님, 제가 찜했습니다. 그간 내신 책들 다 읽어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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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9-08-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정말 좋다 싶어 사서 소장하려고 검색했더니 절판이라 정말 섭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정판이 나와 반갑네요.

마태우스 2019-08-11 00:44   좋아요 0 | URL
네 개정판이 훠얼씬 더 좋을 겁니다. 개정판 덕분에 저도 보게 됐으니, 내줘서 고맙네요.
 
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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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조정래 선생의 <풀꽃도 꽃이다>를 읽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책인데,
책을 쓴 목적이 뚜렷하다 보니 주인공들의 특징이 너무 전형적인 게 아쉬웠다.
좋은 사람은 늘 좋고, 나쁜 사람은 늘 나쁘다.
그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선생이 새로 펴낸 <천년의 질문>은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 정치사회를 비판하려는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등장인물들이 전형적인 것도 같지만,
주말 내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만큼 재미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지를 잠시 생각해봤다.


1) 교육현장 얘기보다 정치권과 기업, 법조계가 얽히는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다.
2) 전형성을 가진 인물이 재미없는 이유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 이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생각이 소설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데,
<천년>에서 늘 옳은 쪽으로 나오는 장기자는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를 모델로 삼고 있다.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백건이 넘는 고소고발이 걸려 있는
이 시대의 참기자를 떠올리니,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전혀 안든다.

3) 주인공 중 재벌 사위로 나오는 김전무가 아주 매력이 있다.
초반부에 하는 걸 보니 이대로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그는 그냥 사위가 아니라 능력있는 사위였고, 결국 다시 성공가도로 접어든다.
물론 그가 하는 일이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이상하게 그가 밉지 않았고, 심지어 응원하게 됐다.
사랑에도 성공했으면 했는데 조작가님이 결말을 지어주지 않아 조금 섭섭했다.


4) 김전무 말고도 썸을 타는 또 다른 커플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이 썸을 타면, 그냥 흐뭇해진다.
다만 너무 착한 사람끼리 커플이 되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의문이 든다.
장기자의 부인이 그런 것처럼 적어도 한명은 적당히 세속적이어야
그 가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는지?
5) 이 책에선 장기자가 남성적 매력이 넘치고,
대시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처럼 써놨다.
실제로도 주진우 기자는 여성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분이다.
동의 안할 사람도 있겠지만,
주진우 기자는 얼굴만 놓고 본다면 나랑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주기자가 매력있는 인물이 된 건
나와 그분이 걸어온, 삶의 궤적의 차이일 것이다.
정의롭게 산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유머와 여유가 있고
그게 그를 더 매력있게 만든다.

 

 

5)번에 이어서 첨언을 하자면, 주진우처럼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쁜 놈은 한두번만 좋은 일을 하면 찬사를 받지만,
늘 강직하게 살아온 사람은 한번이라도 유혹에 굴복해 버리면
그간의 아름다운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니까.
적당히 세속적으로 사는 나지만,
주진우처럼 사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기에,
그냥 주진우를 존경하면서 살아가련다.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며 대안까지 제시해준 대작가 조정래 선생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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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06-1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닮으셨습니다..^^;;

마태우스 2019-06-19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쿠키님 그죠 객관적평가 감사합니다 ㅅㅅ

자몽 2019-06-19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두분다 좋아하지만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는데..ㅋㅋㅋ

카스피 2019-06-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진을 보니 두분 참 많이 닮으셨네요^^

마태우스 2019-06-1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몽님 언젠가 구글이미지 검색하다 주기자님보구 깜놀했어요 전줄알았다니깐요 근데 주기자님팬들은 그말에 질색하십디다 ㅋㅋ

마태우스 2019-06-1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 올만이어요ㅅㅅ 닮은사람이 조은사람이라 좋습니다

stella.K 2019-06-1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주진우 기자 좋아하다가 강준만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읽고
이미지가 좀 안 좋아졌어요.
미투까지는 아니지만 어쩌자고 그런 실수를 했을까 좀 아쉽더라구요.ㅠ

마태우스 2019-06-20 21:11   좋아요 0 | URL
오옷 작가님이닷 여기서 뵈니까 반갑네요. 근데 그 책 많이 안좋은가요. 전 역사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stella.K 2019-06-21 14:59   좋아요 0 | URL
아뇨. 오히려 넘 좋아서 문제죠.ㅎㅎ
넘 좋아서 주진우 같은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솔직히 좀 실수를 하긴 했더군요.
근데 그 책 좋은 책인데 왜 안 읽으셨어요?^^

마태우스 2019-06-25 01:43   좋아요 0 | URL
앗 스텔라케이님 제가 말귀를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글구 저 오빠 허락 페미니즘 읽었습니다...

sweetmagic 2019-06-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닮으셨네요 !

마태우스 2019-06-20 21:11   좋아요 0 | URL
와 이게 얼마만인가요. 신혼생활은 즐거우신지요....라고 물으려 했는데 세월이 차암 많이 지났네요. 닉넴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울컥. 반가워요
 
고 온 Go On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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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이후 더글라스 케네디 (이하 더글라스)는 내가 아는 작가 중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풀어가는 작가였다.
하지만 내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다음 작품부터는 밤을 새면서까지 읽게 되진 않았고,
거기서 더 시간이 지나자 새 책이 나와도 안사게 됐다.
그의 신간 <고 온>을 읽은 것은 더글라스의 팬인 아내가 책을 샀기 때문,
요즘 어려운 책만 읽고 있어서 머리가 무거웠고,
마침 또 멀리 갈 일이 있기도 해서 가방에 <고 온> 1, 2를 챙겨넣었다.

‘이게 얼마만의 더글라스 케네디냐.’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만난 기분으로 책을 펼쳤지만,
진도는 쉽사리 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앨리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글라스의 소설은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그 여성들의 말투가 좀 피곤한 스타일이다.
별것도 아닌 걸 물고 늘어진다고나 할까?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사귀는 밥이란 친구가 풋볼선수라는 게 마땅치 않아 했는데
결국 밥은 풋볼을 그만두기로 한다.
문제는 그 결정을 풋볼팀에게 먼저 얘기했다는 점이다.
앨리스는 이게 못내 서운하다.

앨: 왜 어제 얘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기다렸어?
밥: 적당한 때 얘기하려고.
앨: 내가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았어?
밥: 왜 그렇게 말해?
앨: 매우 중요한 결정인데 하루 반이 지나서야 나에게 얘기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모두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셈이잖아.
밥:...풋볼은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잖아. 익숙한 세계와 결별하자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서글퍼졌어.
앨: 나 때문에 풋볼을 그만두었다는 뜻이야? (184쪽)

풋볼을 그만둔 것은 밥이 그만큼 앨리스를 사랑한다는 뜻,
그런데 앨리스는 자기보다 풋볼팀에게 먼저 그 사실을 통보한 게 기분이 나빠 밥을 잡다시피 한다.
이때뿐 아니라 앨리스는 전반적으로 이런 식의 날선 태도를 보이는데,
이거야 뭐 캐릭터라고 넘어가자.

더 큰 문제는 앨리스에게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결여됐다는 점이다.
고교 시절 앨리스는 아놀드란 친구와 깊이 사귄다.
변호사를 꿈꾸는 아놀드는 매우 똑똑한 친구로, 앨리스가 사건에 휘말렸을 때 큰 도움을 준다.
둘이 다른 대학에 진학했을 때, 난 앨리스가 아놀드 때문에 다른 남자를 안사귈 줄 알았다.
그러기는커녕 빛의 속도로 밥과 사귀고, 곧 동거를 시작한다.
아웃 어브 마인드 어쩌고 하는 격언으로 이 행위를 이해한다 쳐도,
그 다음 하는 짓들은 정말 가관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행콕 교수에게 연정을 품더니,
소설을 쓰는 던컨이란 친구와 술을 같이 마신다.
밥이 모임이 끝나자마자 합류하기로 했으니 이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다음 장면.
[던컨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았고, 나는 뿌리치거나 빼지 않았다. 술기운 때문이 아니었다. 던컨이 내 입술에 키스를 했을 때에도 밀쳐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키스했다. 이러면 안된다는 죄책감이 오히려 더욱 어두운 욕망을 부채질했다. (237쪽)]
일말의 양심이 있기에 더 진도를 나가려는 던컨을 앨리스가 만류한다.
던컨은 물러서지 않는다.
[던컨: 앨리스 나 네가 좋아. 넌 어때? 우리 감정에 솔직해지자.
앨: 난 감정에 충실해야 할 사람이 있어.
던컨: 충실? 지금은 1973년이고, 그런 의무 따윈 없어.
...잠시 뒤 나는 또 던컨을 껴안고 키스했다. 던컨이 더욱 격렬하게 반응했고, 나도 더 흥분을 느꼈다. 던컨의 손이...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몸을 더 밀착시켰다.(237-238쪽)]

그러던 중 밥이 인생의 위기에 처한다.
밥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둘은 연인 아닌가.
위로해 줄 수도 있을텐데 앨리스는 정말 냉정했고, 결국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도 끝이야.”
앨리스가 밥에게 요구하는 그 엄격한 도덕성을 자신에게 한번 되돌렸다면 어땠을까?
밥이 없어지니 이젠 거리낄 게 없어진 앨리스,
그녀는 그 뒤 마음껏 썸을 타는데, 좀 너무하다 싶었고, 짜증도 났다.

물론 그 뒤 큰 사건이 닥치는지라 계속 책을 읽게 됐지만,
그 큰 사건도 더글라스의 책을 몇 권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줄거리를 재미있게 쓰는 능력, 존경한다.
하지만 난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게 동화되려고 노력하는지라
주인공이 최소한의 윤리는 지키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책이 내 마지막 더글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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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9-06-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 순간부터 더글라스 작품에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너무 뻔한 느낌이랄까
매력적이지 않다고 해야할까
암튼 그렇더라구요.

마태우스 2019-06-1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그간안녕하셨어요 노통브 알랭드보통 베르베르 다들 확조아하다 절연한 작가들이죠 유일하게 오래가는 작가는 미미여사뿐

미운오리새끼 2019-06-1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뵙게 될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면 이 북플에서 멀어져 있지 말걸...하는 후회를 잠시 해본 하루였습니다. 오늘 낮에 해운대 어느 학교 계단에서 짧은 인사라도 드릴 수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마태우스님 덕에 다시 리뷰를 공유하는 용기를 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이 지났네요. 물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던 시간들이...그냥 마태우스님의 등장만으로도 잠시 소통의 욕구가 생긴 하루였습니다. 감사해요.

마태우스 2019-06-19 11:5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어느 분이신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물속에서 혼자 버티고 계셨군요. 물속은 너무 차갑습니다. 그래도 부대끼는 세상이 더 좋지요. 앞으론 여기 계십시오.
 
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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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작가가 새 소설 <설이>를 냈다.


장편소설을 낸 건 <사랑이 채우다>가 마지막이니, 무려 6년만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소설집을 드문드문 내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퀄리티가 기다림의 고통을 다 없애주니 계속 좋아할 수밖에 없다.


<설이>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구조된 ‘윤설’의 이야기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설이는 공부를 제법 잘해서,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우수한 사립초등학교에 전학가게 된다.
기생수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게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몰아붙이는 그곳에서
설이가 싸워야 할 적들은 차고 넘친다.
그런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되니,
책을 읽는 게 마치 액션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이 생일파티에 초대된 것도, 엄마들이 나에게 이만큼 관심을 보이는 것도 모두 나의 성적과 관계가 있었다. 부모가 없다고 무시하던 사람들이 내 성적을 보고서는 갑자기 관심을 가졌다. (106쪽)]

그래도 그 학교 학부모들이 설이를 받아들여주는 건 오직 공부 때문이지만,
그 공부는 설이가 동경해 마지않던 부잣집 자식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이유였으니,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떠올리는 건 요즘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잘한 설이가
고액과외로 치장한 부잣집 아이들을 물리치고 성공을 쟁취할 것 같지만
이런 평범한 결론을 내는 건 심윤경 작가가 아니기에,
난 궁금증에 사로잡힌 채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다 읽고 난 뒤 내가 했던 말, “거봐! 이게 바로 심작가라니까!”


주제의식에 걸맞게,
이 소설에선 아이를 위하는 척하는 어른들의 위선이 낱낱이 드러난다.
이 위선의 항연을 보면서,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땠을까를 잠시 생각했다.
나 역시도 바깥에선 마음껏 뛰놀 아이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내 자식에겐 ‘공부해야 잘산다’며 공부를 닦달하지 않았을까.
“넌 못생겼으니 공부라도 잘해야 돼!”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한 명은 지옥에 가는 걸 막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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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9-01-29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에 1등으로 리뷰를 달았네요! 마태우스 만세!

hnine 2019-01-2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윤경 작가는 역시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오랜만의 출간 소식 저도 반갑네요.
리뷰 제목도, 내용도,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킵니다.

마태우스 2019-01-29 13:20   좋아요 0 | URL
그죠 성장소설의 아이콘ㅅㅅ 이책쓴이유도 내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때문이래요

moonnight 2019-01-2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덕분에 심작가님을 알게 됐었죠. 새 책 소식 들었었는데 역시 읽어야겠네요.^^

마태우스 2019-01-29 13:2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심작가님은 믿어야합니다

stella.K 2019-01-2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지난 토요일 K TV에 나오셨던데 그거 생방송이었죠?ㅎ

마태우스 2019-01-30 22:58   좋아요 0 | URL
그...그게요, 정치 잘 모른다고 안나간다고 버티다 끌려나온 건데요, 역시 괜히 나왔어요. 너무들 말이 많으셔서, 나라도 침묵하자 이러면서 버텼다는..ㅠㅠ 죄송합니다

stella.K 2019-01-31 12:38   좋아요 0 | URL
아유, 왜요? 잘 하셨습니다.^^

forgetedmemory 2019-02-12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보니 더 읽고싶어지네요. 아름다운 정원도 많이 언급되던데 그것도 같이 읽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9-03-12 14:20   좋아요 0 | URL
네 그거 이어서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답 늦어 죄송요

불사조 2019-02-2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일고 참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글쓰시는 분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신작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9-03-12 14:21   좋아요 0 | URL
글게요 좋은 소설이란 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죠. 불사조님한테도 이 책이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네요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극단주의의 실체
김태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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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보면 온통 극단적인 사람들 투성이다.


서울역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이들도 그랬고,

즐겨가는 커뮤니티에서 한 정치인을 공격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저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것’이란 기세로 총공격을 해댔는데,

이는 진보나 보수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게 바로 책,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자 김태형이 쓴 이 책은 극단주의에 대해 다루는데,

그 방식이 몹시 독특했다.

심리학 분야는 워낙 미국에서 연구가 많이 된 학문이라,

대부분의 학자는 미국 학자의 주장을 진리인 듯 소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학자의 사례를 덧붙인다.

하지만 김태형은 매우 긴 분량에 걸쳐 극단주의에 대한 미국 학자들의 견해를 반박하는데,


그 반박은 현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미국의 주류 심리학은 편향된 정보가 극단주의를 부추긴다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극단주의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명료한 반박,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활발하게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 극단주의가 약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즉 진보적인 청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오는 극우 노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 노인들이 극단주의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122쪽)]


이유인즉슨 사람들은 정치적 지향 같은 중요한 의제를 다룰 때는

정보의 취사선택을 매우 편향적으로 하기 때문에,

설사 가짜뉴스라 할지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그걸 사실로 받아들인다.

노래 ‘Yesterday’의 가사를 써놓고 ‘BBC도 박대통령 탄핵을 비판했다’라고 했을 때,

태극기 부대원들이 열광했던 건 그들이 영어를 몰라서만이 아니라,

그들의 원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주류 심리학이 이런 엉터리같은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면에 불순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배층이나 엘리트는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는 민중이 더 이상 참지 못해서 들고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민중항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민중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지배층의 계급적 동기가 반영된 것이 바로 미국 심리학의 수동적인 인간관이다. (149쪽)]

즉 미국의 집단심리 연구는 “태생적으로 어용학문이었다” (155쪽)는 게 저자의 말,

심지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등 일련의 심리연구들도
사실은 조작된 것이란다.

‘민중이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민중혐오 사상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었다나.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나라야말로 극단주의가 설칠 조건을 다 갖춘 나라라고 말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것들이 자본주의의 개혁, 기층민주주의의 실현 등인데,

말이야 맞는다 쳐도 어째 좀 공허한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이 책을 통해 극단주의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으니,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위의 예에서도 보듯 저자가 진보적 스탠스를 취한 분이라,

태극기 쪽 분들은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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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좋아 2019-01-2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노동자가 회사 운영에 관여해야 생사여탈권에 의한 불안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얘기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당장 도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

마태우스 2019-01-29 00:41   좋아요 0 | URL
아 네. 댓글 감사드립니다. 댓글에 목말라 있던 터라 더 고맙네요. 근데 저도 나이를 먹었나봐요. 과거엔 님같은 생각이었는데, 많이 보수화됐어요 ㅠㅠ

책이좋아 2019-01-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연탄‘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한때 뜨거웠던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잘 산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 보수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 남들의 기준으로는 보수적이라 보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

마태우스 2019-01-29 13:21   좋아요 0 | URL
앗 저는 뜨거웠던적이 없습니.다ㅜ 그시절 암것두안한 부채감이 많이남아있어요

책이좋아 2019-01-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수 있겠네요. 그치만 그 시절 뜨거웠던 분들이 꼰대가 되어 갈 때 교수님은 목소리를 내시고 있잖아요(박근혜를 반어법으로 까시고, 다들 악플 부대가 무서워 못하는 이야기들도 하시고..) 그걸로 충분히 멋집니다.

마태우스 2019-01-30 22: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ㅠㅠ 그래요, 꼰대는 되지 않을게요 그리고 하고픈 말 그냥 하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책이좋아 2019-01-3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