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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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다.


‘흑인’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게 올바르다고 하지만,

편의상 여기선 흑인-백인이라 표기한다.

십대 남자애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로부터 총을 맞고 죽는다.

조수석에 앉아 그 광경을 목격한 주인공이 증언을 하지만,

그 경찰을 처벌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앵무새>가 좋았던 건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가 워낙 뛰어난데다

이게 옳다, 라고 윽박지르는 대신

어린 딸과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느끼게 해준다는 데 있었다.

반면 이 책의 초반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했다.


짝퉁은 원본을 이길 수 없구나, 라고 느낄 때쯤
이야기에 갑자기 탄력이 붙어 진도가 빨라지는데,
이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유지된다.

이 책이 갖는 힘의 상당부분은 인종차별이라는 소재에서 나온다.
하지만 실제사건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리얼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이 책이 내게 그렇게까지 큰 울림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현재라는 점이다.
<앵무새>는 대공황이 끝나고 난 1930년대를 다룬다.
그때는 인종차별이 당연했고, 흑인은 그냥 2등시민이었다.
반면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없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흑인을 차별하며,
흑인으로 성공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가난한 곳에서 태어나 교육받을 기회도 없다보니
마약을 팔라는 유혹에 굴복하게 되고,
그러다 걸려 전과자가 된다.
감옥에서 나오면 갈 곳이 없으니 폭력조직에 몸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은 노골적인 차별과 은근한 차별 중 어느 것이 힘드냐고 묻고 있는데,
내가 이 책을 <앵무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고평가하는 건 이 때문이다.
 
각종 갑질이 횡행하는 우리나라가 여러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어땠을까?
명목상이긴 해도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인 게 다행이다 싶지만,
그런 와중에 지역과 성별을 따져가며 차별을 일삼는 걸 보면
차별이라는 게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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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퉁은 원본을 이길 수 없구나.ㅋㅋ
이런 책이 있었군요.
요즘에도 미국의 인종차별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영원히 없어지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단일 민족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인종차별을 더 부추기게 될지
오히려 희석시키는 계기가 될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후자쪽이 되긴 어렵겠죠?

마태우스 2019-01-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미국보다 차별을 더 많이 하는 나라잖아요. 차별총량의 법칙은 울나라엔 안맞는 듯요. 다문화가정 차별을 한다고 해서 기존 차별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어디서 봤는데 한 아이에게 ‘기생수‘라고 부른데요. 기초생활수급자의 준말이라나. ㅠㅠ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해용 옮김 / 박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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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책이 나왔을 때랑 연구가 잘돼서 논문이 나왔을 때랑 언제가 더 기쁘세요?
답: 당연히 논문 나왔을 때가 기쁘죠. 본업은 속일 수가 없나봐요. 하하하.


인터뷰에서 저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내가 했던 대답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난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논문이 나오기를 기다린 적은 없지만 내 책이 나올 때쯤 내 목은 십여센티는 족히 길어졌고,
책이 나온 뒤 최소한 한 달간은 붕 떠서 지낸다.
그러니 저 대답은, 과학자로서의 원칙이 그렇다는 것일 뿐
솔직한 내 심정은 아니었다.


가와카미 가즈토.
<조류학자라고 다 새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을 쓴 조류학자다.
그는 희귀한 새를 찾아서 일본의 오지-주로 섬-를 다닌다.
화산폭발로 생긴 오가사와라라는 섬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햇볕을 피할 곳조차 없는 조그만 섬에서 며칠씩 묵기도 하며,

입에 파리가 잔뜩 들어가는 것도 감수하며 새를 쫓는다.
결국 원하는 새를 관찰했을 때, 그간의 고통은 기쁨으로 바뀐다.
이런 가즈토를 보면서 좀 부끄러웠다.
내가 한번이라도 저자와 비슷한, 아니 반 정도의 열정이라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싶어서 말이다.
말로만 기생충의 아버지일 뿐,
실제로는 자식을 버린 패륜애비가 바로 나다.


저자가 존경스러운 점은, 이렇게 힘들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머는 고스란히 책에 반영돼,
책을 읽는 게 즐거웠다.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좀 더 일찍 쓰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작년 말에는 많이 바빠서 쓰지 못했고,
시간이 좀 생긴 올해 초엔 책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혹시 잃어버릴까봐 책상 위에 놔뒀고, 작년 말 책의 존재를 내내 확인했건만,
막상 쓰려니 책이 없어진 것이다.
책을 찾는 데 또 며칠의 시간이 흘렀는데,
오늘 또 십여분의 시간을 책을 찾다가 결국은 포기했다.
이게 도대체 리뷰냐, 싶은 글을 리뷰라고 쓰게 된 건 다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리뷰를 올리는 것은
저자의 열정을 다른 독자분들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작년 말,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게 됐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피자집 주인 때문이었는데,
그는 백종원이 내준 숙제-가장 잘 하고 또 빨리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라-조차 하지 않고 손님을 맞는 뻔뻔함을 보여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고로케집을 차린 25세 청년도
‘어떻게 저런 정신으로 장사를 하나’ 싶었다.
음식과 과학은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죽도록 열심히 해야 잘될 수 있다는 점은 똑같다.
비단 음식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일 터,
뭔가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가와카미 가즈토가 쓴 이 책을 권한다.
이 조류학자의 마음으로 산다면, 뭘 해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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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9-01-26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랍게도 책을 찾았다. 책은 내 베개 밑에 있었다. 그게 하필이면 책찾기를 포기한 순간에 나타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雨香 2019-01-2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구스럽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가 한국에는 *민 이라는 분이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마태우스님이 잘 아시는)

읽는 내내 재미있어 죽을 뻔 했는데, 에피소드 뒤에는 무겁지 않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을 보며 팬이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태우스 2019-01-26 13:29   좋아요 1 | URL
어머나어머나... 그 *민이라는 자는 저도 잘 아는데요, 이 책 저자에 비하면 몇 수 아래에요!! 암튼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니, 반갑네요. ^^

불사조 2019-02-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구매해야 겠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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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책을 냈다, 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 바쁜 분이 어떻게 책을 냈을까? 그것도 두권짜리를?

 

그래서 이렇게 단정지었다. “급히 썼겠구나!”

 

책 내용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처럼 글을 잘쓰려고 지옥훈련을 수년간 했을 리도 없으니까.

 

게다가 머리말을 보면 자신이 전형적인 이과남자며,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마음이 놓였다.

 

뭔가 나보다 못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어야 되니까.

 

 

하지만 본문 초반부를 읽다가 기절초풍했다.


 

이국종 교수는 이 책을 매우 정성스럽게 썼으며, 그의 글솜씨는 상상이상이었다.

 

예컨대 이국종은 첫 에피소드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늦은 밤에도 환자들은...몰려왔고, 밤새 환자들이 흘린 붉은 핏물이 수술방 바닥을 적셨다.” (29쪽)

 

그가 구사한 비장한 문체는 책의 내용과 어우러져 독자의 가슴에 기다란 여운을 남긴다.

 

책을 구성하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중증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동안 이국종은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나는 만신창이가 된 환자와의 싸움이고,

 

또 하나는 적자의 온상인 그를 마땅치 않게 바라보는 교내. 교외 세력과의 싸움이었다.

 

자신이 다룬 환자 이야기만 계속했다면 재미가 덜했을 텐데,

 

이국종은 이 두 싸움을 번갈아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든다.

 

 

 

책에 의하면 이국종은 중중외과센터를 그만둘 생각을 했단다.


 

그를 마땅치 않게 보던 보직교수와의 대화 장면.

 

이국종: 저도 더는 힘들게 일하면서 욕만 먹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이국종은 보직교수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어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인가?” (111쪽)

 

때마침 관심을 가져준 민주당 위원이 아니었다면,

 

중증외과센터의 수호신 이국종은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안타까운 일은 다음이다.

 

지나치게 완벽한 이의 존재는 다른 이의 수수방관을 초래하기 마련,

 

그의 헌신 덕분에 우리나라가 중증외상에 나름의 대비책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고,

 

정부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별반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국종이 은퇴하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가 바쁜 와중에도 언론사 인터뷰를 하고, 국회에도 나가면서 격정토로를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인데,

 

거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보면 아무래도

 

 

우리나라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중증외상센터가 빠져 있는 모양이다.

 

 

 

삶에서나 외모에서는 물론이고 글에서마저 깔 곳을 찾을 수 없던 차에,

 

난 엉뚱한 곳에서 그보다 앞서는 점을 발견했다.

 

“2006년 시즌에 최하위를 기록한 LG 트윈스를 생각했다.” (104쪽)

 

“2008년에 LG는 이미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상황이었으므로” (115쪽)

 

그랬다. 그는 LG 팬이었다! 그리고 난, 두산 팬이다.

 

한국시리즈에선 실패를 맛봤지만, 두산은 LG에게 올 시즌 15승 1패를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수술방을 나와서 잠시 쉬면서 확인한 LG의 패배소식에 안타까워할 그를 상상하니

 

내년엔 LG가 잘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골든아워>는 정말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아주 많이 팔려서 LG가 주지 못한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

 

그의 헌신에 대해 대한민국이 이 정도라도 보답하지 않는다면

 

제2의 이국종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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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책으로 웃기시고 또 LG로 웃기시고 아...리스펙트!!!!

마태우스 2018-11-15 01:26   좋아요 0 | URL
LG팬분들에겐 좀 죄송합니다만, 앞서는 게 이거밖에 없는지라....ㅠㅠ

tv책한엄마_mumbooker 2018-11-1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의문의 LG 1패ㅎ

마태우스 2018-11-15 01:27   좋아요 2 | URL
LG가 내년에 잘하길 빕니다.

박균호 2018-11-1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자니 골든아워를 장바구니에 넣게 됩니다. 역시 선생님 글은 언제나 유쾌합니다 ^^ 그나저나 삼팬인 저로서는 두산이나 엘지나 둘 다 부러운 팀이군요. 의외로 삼성팬도 꽤 오랫동안 고통받는 사람들이랍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8-11-16 01:02   좋아요 0 | URL
어마 안녕하세요 박선생님.... 선생님도 야구 좋아하시네요. 근데 삼팬이 고통받았나요. 오승환 이후 프로야구판을 거의 휩쓸다시피했는데요-- 그래도 두산팬이 부럽다, 이런 건 이해하는데 엘지가 부럽다는 건.....엘지는 94년 이후 우승이 없습니다

CREBBP 2018-11-1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도 위트면에서 훌륭한 걸요? 특히 드디어 깔 것이 생겼다는 부분의 배치는 작은 반전에 대한 반전으로 서사면에서도 완벽해요. ㅋ 그런데 이 책은 너무 가슴이 아플까봐 못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읽어야겠네요 ^^

마태우스 2018-11-16 01:03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드려요^^ 이순신장군을 다룬 칼의 노래를 읽는 느낌이어요. 가슴이 아프다기보다, 한 인간의 숭고한 삶에 대해 알게 되더군요. 옷깃을 여미며 읽게 된다는...

stella.K 2018-11-1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약간 의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한번 사 봐야겠구나 하고 있는데
마태님이 극찬을 하시니 꼭 봐야겠습니다.

아니, 제목은 그렇게 쓰시고 정작 중요한 주제는 안 쓰십니까?
두산 팬이신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넘 겸손하시고 미스테리하지 않나요?ㅋ

마태우스 2018-11-16 01:05   좋아요 0 | URL
네 후회 안하실걸요. 글구 야구를 아주 좋아하면 말이죠, 팀아일체가 됩니다. 그래서 엘지팬을 안타깝게 여기게 됩니다 그거 말고는 제가 이국종교수보다 앞서는 게 진짜 하나도 없어용. 비교 자체도 안되지만...

2018-11-15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11-16 01:0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친히 오셔서 축하까지요. 가슴이 뭉클합니다. 꾸벅

카스피 2018-11-16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의 위트가 갈수록 농 익어 가는것 같아요^^

마태우스 2019-01-03 06:43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해요. 작년 12월이 너무 바빴어요ㅠㅠ 암튼 유머는 더 노력할게요. 갈데까지 가려고요^^

coolcat329 2018-11-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쩜.. 귀여운 유머에 혼자 웃음 짓는 오후입니다.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마태우스 2019-01-03 06:43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해요. 읽으셔도 후회 안하실 겁니다.

긴또라이 2018-11-17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국종 같은 신념과 결기가 있는 전문가가 많아야 이나라가 바로 선다.
모두가 선진국으로 가려는 몸살살이를 한다...

마태우스 2019-01-03 06:43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런 분이 많이 나오는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 많은 사회보단, 이런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중증환자를 살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2018-12-06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9-01-03 06:41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런 걸 제목낚시라고 하죠.^^
 

 

 

 

 

 

 

 

 

 

 

 

 

 

1. 레이커스

기생충학 실습이 있는 날.

내가 학생 때, 선생님은 슬라이드를 주고 학생들에게 이거저거를 찾으라고 했다.

학생들은 잘 찾지 못했고,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교수가 된 뒤 난 원하는 부위를 미리 찾아서 현미경을 고정해 놨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제가 다 찾아 놨으니까 학생들은 그냥 투어 하듯이 정해진 순서로 현미경을 보기만 하면 됩니다."

내가 미리 품을 팔아야 하지만,

학생들은 무지 좋아했고-시간이 덜 걸렸으니까-봐야 할 것을 못본 학생은 이제 없었다.

그래서인지 전국 시험을 보면 우리 학교가 다른 과목은 좀 후진데

기생충은 성적을 잘 받는다.


그런데 지난번 실습 때, 일이 터졌다.

워낙 완벽하게 준비한 탓에 학생들이 질문조차 하지 않아-안보여요 같은 질문-

스마트폰으로 NBA 농구 레이커스 경기를 켰고, 슬쩍슬쩍 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작전타임 때 치어걸들이 나와서 춤을 췄다는 것.

그들의 복장은 당연히, 헐벗은 상태였다.

난 치어걸에 그다지 조애가 없는지라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뭐 보시는 건가요?"

한 여학생이 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난 무지 당황했고, 그때부터 변명을 시작했다.

"그, 그게요, 원래는 농구를 보고 있었는데 이건 작전타임이고 어쩌고..."

여학생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살색만 보이기에 전 또 씨름 보시는 줄 알았어요."

그녀의 태도로 보건데 완전히 납득한 것 같진 않았다.

어쩌면 소문이 날 수도 있을 텐데, 난 진짜 억울하다!!


2. 사재기

결혼식 때문에 영등포에 갔다.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서 근처 타임스퀘어에서 평소 벼르던 미스백을 보기로 했다.

다행히 미스백은 시간대가 맞았지만, 그래도 4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극장 아래층에 교보문고가 있기에 거길 들렀고,

새로 나온 내 책이 잘 전시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내 자식같은 책이 외면받고 있는 게 안타까워 책을 한 권 사려는데,

갑자기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아니세요?"

놀라서 보니 교보 직원이었다.

"늘 책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뵈니 반가워요!"

난 특유의 어색한 표정으로 '오기로 낸다' '될 때까지 쓸 거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다 그와 헤어졌다.

가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날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가 내 책을 사면 뭐가 되겠는가?

외로움에 지친 내 책을 하나도 구해주지 못한 채 교보문고를 나섰다.


3. 비탄의 문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기 잘 한 것이, 책을 자주 내는데다 내는 책마다 재미가 쏠쏠하다.

신작인 <비탄의 문>은 초반에는 이게 뭔가 싶게 진도가 느렸지만,

곧 탄력이 붙어버렸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고

심지어 걸어다닐 때도 책에서 눈을 뗴지 않았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내가 읽은 대목은 전혀 관계없이 살던 A와 B가 같은 사건을 조사하다가 결국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장면까지다.

A는 수상쩍은 건물 옥상에 잠복해 있고 그걸 모르는 B는 1층부터 올라가며 수색을 한다.

하지만 B는 옥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천안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 뒤 그 둘이 만나서 어떻게 될지 읽으려는데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어쩐 일이세요?"

내가 좋아하는, 울 학교 교수가 날 발견한 것.

천안까지 가는 동안 그와 이야기를 하느라 책을 읽지 못했고,

그래서 난 여전히 A와 B가 어떻게 만나는지 모른다.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바로 책을 펴들어야지.

미야베 미유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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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11-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도 야구 시즌 이후 농구로 적적함을 달래는데 ‘살색‘에 웃습니다^^ 미국 치어리딩은 그냥 씩씩한 운동 느낌이던데 당황하지 않으셔도^^
학생 때 현미경 수업이 너무 어려웠는데(도대체 그렇게 생긴 게 어디 있단 말인가ㅠㅠ) 서민 교수님 같은 분께 배우지 못 해서 그랬던 거군요!(라고 합리화-_-)

2.알라딘 서재분들만 해도 마태우스님 새 책은 외로울 틈이 없을 듯. 저도 오늘 주문 예정임을 살며시 밝힙니다.

3. 미미여사 신작 재미있나봐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이별을 고하게 되었어요ㅠㅠ;;;

마태우스 2018-11-04 19:45   좋아요 0 | URL
1. 제겐 야구가 너무 소중해서요. 농구는 그냥 후식 같은 겁니다^^ 근데 단순한 후식이라기엔 르브론 제임스를 너무 좋아해서, 플레이오프 땐 야구를 접어두고 농구를 보기도 한다는... 살색이란 게 좋은 표현은 좋은 게 아닌데요, 그냥 그 학생의 육성을 살렸습니다. 글구 제 수업이 효율성은 좋지만 애들한테 스스로 찾는 능력을 기르는 게 사실은 더 좋은 수업입니다. 따라서 달밤님은 좋은 교육을 받은 거 맞습니다
2. 아유, 그러지 마세요 부끄럽게...ㅠㅠ
3. 아니 미미여사와 이별하셨다니, 그럴 수도 있군요! 전 미미여사 광팬이라 이별은 상상도 못해봤어요. 물론 레드삭스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근 미미여사와의 이별을 택하겠지만, 그런 선택에 놓이는 일은 없잖아요..-.- 암튼 나중에 다시 화해하심 좋겠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2018-11-04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11-05 17: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격려해주셔서 사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책이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내고 있어요 물론 저에게도 의미가 있어야겠지요 님의 책도 기다립니다 책 쓰실 자격이 차고넘치시자나요 홧팅하시길

감은빛 2018-11-0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일터 후배에게 일을 시켜놓고 잠시 SNS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한참 후에 후배가 뭔가 질문이 있어서 내 자리로 왔고 나는 의자를 돌려 질문에 답을 해줬는데, 후배 시선이 자꾸 내 모니터를 향하길래 봤더니 하필 뭔가 살짝 야한 장면이 포함된 게임 광고가 돌아가고 있더라구요. 뭐야! 난 저런 걸 보고 있던 게 아니라구. 비록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업무 관련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이미 후배는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ㅠㅠ

2.
마태우스님 신간 저도 구매해보겠습니다. ^^

3.
미미여사 천재 인정!

마태우스 2018-11-15 00:03   좋아요 0 | URL
올만입니다 답이 늦어서 죄송해요ㅠㅠ
1. 감은빛님도 그런 적이 있었군요!@ 반갑습니다. 평소에 잘하는 게 중요한 듯요. 저는 잘 된 것 같습니다 ^^ 저 이상한 놈이란 소문이 떠돌지 않는 걸 보면요
2. 아유 어쩌나...ㅠㅠ 부끄럽습니다
3. 그죠 정말 천재라니까요.

이동국 2018-11-1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서민적 글쓰기를 읽고 이렇게 서재를 찾아뵙게 된 고3 학생입니다. 저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쓰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책읽기는 마치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하는 이유처럼 빠지게 되고, 글쓰기는 현학적인 문체로, 아는 척 하기에 너무나 유용한 도구입니다. 친구들은 책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의 현학적인 요소만 가미된 제 글에, 잘 썼다, 너 정말 글을 잘 쓴다. 라고 말하더군요. 사실은 사족이 모여서 길어진 문장, 글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서재에 와서도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기생충학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꿈꾸는 의과대학의 교수. 이런 유혹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작가님의 서재임에도 찾아뵙는 분들은 마치 옆집의 이웃처럼 고정적인 분들만 가득하다는 것 말입니다. ㅠㅠ 대한민국엔 과연 언젠가 책의 문화가 팽배해질 수 있을까요. 책이 있어야 토론을 할 수 있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대도 말입니다.
대학 입시를 거의 마치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았습니다. 그나마 볼 수 있는 것은 작가와의 만남일 뿐이지, 취미로서 책을 소통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비슷한 연령층의 친구들과 말이죠. 제 생각으론 비주류가 되어가는 책에 대한 너무나 아쉬움이 담긴 댓글을 작가님께 쏟아내고 갑니다ㅋㅋ...

마태우스 2018-11-15 00: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일단 이동국님 수능 잘 보십시오! 글구 님의 말씀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곳은 책에 관해 토론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빌미로 사람들이 우정을 나누는 곳이어요. 마을공동체 비슷한 곳이랄까요. 그래서 옆집 이웃님들이 주로 오시죠. 그러다 가끔 파이어가 나서 댓글이 많아지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님께 말씀을 드리자면 독서클럽이 인터넷엔 많이 있어요. 거기 가보면 사람들이 책 많이 읽는구나, 라고 생각하실걸요. 거기서 활발한 소통도 이루어지고요. 21세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책을 가지고 소통하는 사람은 계속 있을 거예요. 그러니 미리 좌절하지 마세요. 님 주위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참고로 알라딘 공간도 좋은 곳입니다. 서재 만들어서 글 쓰시면 어떨지요
 
알아두면 돈 되는 1인기업 세무과외 - 1인기업가와 개인사업자에게 최적화된 절세 노하우
박순웅 지음 / 베가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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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료를 기타소득으로 처리할까요, 사업소득으로 할까요?”
외부강의를 의뢰한 분의 질문에 난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기타소득이 뭐고, 사업소득은 또 뭔지 당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대답을 해 주는데,
그게 내겐 큰 도움이 안됐다.
몰라도 너무 몰랐으니까.
<1인기업 세무과외> (이하 세무과외)를 읽은 지금은 안다.
답은 ‘사업소득’이다.
기타소득은 사업소득보다 세율이 낮아 강사에게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업소득으로 해선 안된다.
강사료가 1회성이라면, 혹은 강의료의 연간 총합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기타소득으로 해도 괜찮지만,
나처럼 상습적으로 외부강의를 하고 다니는 인간은 당.연.히. 사업소득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탈세’의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난 기장이 뭔지, 복식부기는 또 무엇인지, 소득세는 어떻게 산출되는지 등등
평소 담을 쌓고 살았던 용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됐으니,
<세무과외>야말로 희대의 거간꾼이다.


그 이전에 세무에 관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세무과외>가 빛나는 점은 최대한 재미있게 설명하려 했다는 데 있다.
예컨대 ‘법인’을 설명하는 챕터는 이렇게 시작된다.
“서른다섯 노총각 백수 나혼밥은 고민에 빠졌다.”(104쪽)
이게 법인하고 무슨 상관이냐 의아하겠지만, 곧 나혼밥이 여자를 사귀고,
또 기업에 입사하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법인’이란 무엇인지로 흘러간다.
그 다음에 법인세가 나오고, 부가가치세가 나온다.
매 페이지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서
나처럼 머리가 굳은 이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면 세무사의 힘을 빌지 않아도 강사료 처리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질문맨: 그렇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저자: 세무 업무를 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세금의 기본개념 정도는 이해하고 맡겨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경우에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지, 전문가 상담은 언제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사고가 나면 전문가는 책임져 줄까요? 아닙니다. (27쪽)
전체 기업 중 1인기업이 80%에 달하는 시대,
창업을 꿈꾼다면 이 책 정도는 읽고 시작하길 권한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이 절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절세 얘기가 간략히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차원일 뿐,
부정한 방법의 절세에 대해 단호히 선을 긋는다.
개인사업자에게 마법의 절세 비법은 없습니다....높은 누진세율이 고민이라면 그만큼 소득이 높다는 사실에 먼저 감사합시다.” (206쪽)
이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이 널리 공유된다면,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세무과외>를 널리 추천하는 이유다. 

 

* 책 말미에 내 이름이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

책의 저자 박순웅은 <서민적 글쓰기>를 보고 책을 쓸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쓴 그 책이 <세무과외>라는 좋은 책이 나오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니, 이쯤되면 책을 쓴 보람이 충분하지 않은가?

<세무과외>도 저자의 의도대로 세금에 대해 잘 알게 해줄 것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줘서 자기 분야에 대한 책을 내게 해줄 것이다.

이렇듯 책은 다른 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이 맛에, 책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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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2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합니다..
그것처럼 뿌듯할 때가 없죠.

참 그러고 보니 겸손하신 마태님께서
<서민 독서> 보내주실 때
저의 책 읽으시고 책 내셨다고 써 주신 게 왜 그리도 고맙던지.
정말 좋은 책 써야겠구나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더군요.
물론 지금은 그 다짐이 지나쳐 자신감이 다소 떨어졌지만.ㅠㅠㅋ
역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감사요!^^

마태우스 2018-10-26 12:48   좋아요 0 | URL
우리끼리 서로 감사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자신감 회복하시고 마음에 드는 책 쓰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