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되었다 -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서 게이트까지
이진동 지음 / 개마고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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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한발짝 더 내디딜 수 있었던 건 조선의 선행보도가 거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2016년 9월, 한겨레신문 김의겸은 조선일보에게 이례적인 편지를 쓴다. 자신들이 애써 찾은 국정농단의 퍼즐들이 조선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일보는 정권의 반격으로 추가적인 보도를 못하는 상태였는데, 김의겸의 공개편지는 그러니까 “묵혀둔 자료를 보도하던지, 안할 거면 우리라도 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후의 일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의 참전으로 국정농단에 관한 의혹이 재점화됐고, 그 불길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마침표를 찍는다. 한겨레와 JTBC의 공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도 국정농단에 관심이 없던 시절,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불을 지폈던 TV조선이 아니었던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지겹도록 봤던 최순실의 의상실 CCTV와 지하주차장의 영상도 TV조선이 이룬 집념의 산물이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바로 국정농단을 가장 먼저 취재한 TV조선 펭귄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펭귄무리가 사냥을 할 때 포식자가 무서워 바다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만, 한 마리의 용감한 펭귄이 뛰어들면 다들 뒤를 따른단다. 그러니까 TV조선은 국정농단의 퍼스트 펭귄이었다. 당시 이야기를 워낙 박진감 있게 기술해 읽는 내내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는데, 이 기획을 총괄한 이진동 기자가 국정농단에 관한 취재를 시작한 게 2014년이었다는 점이 그저 놀랍다. 

 

조중동이라는 말은 곧 적폐와 동일시된다. 실제 이들의 보도를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건 사주의 방침 탓일뿐, 그 밑에 있는 기자들까지 죄다 기자정신이 없는 건 아닐지 모른다. 중앙일보와 출신성분이 같은 JTBC의 성공도 이를 입증하지만, 국정농단을 취재한 TV조선 취재팀 역시 기자정신에 충실한 이들이었다. 이진동의 지시로 안종범 수석을 인터뷰한 정동권 기자의 취재노트를 보자.

갑작스런 지시였지만 놀라지도, 되묻지도 않았다....이날은 취재팀 전원 강제휴무일이었다. 3주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해 기진맥진한 후배들을 위한 부장의 처방이었다....이제 상대는 청와대였고, 외곽이 아닌 핵심을 정조준하는 정면승부였다.” (165-166쪽)

물론 수십년간 기득권을 대변한 조선일보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국정농단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조선일보에 빚을 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인 이진동도 여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이 100도에서 끓는다고 할 때, 한겨레와 경향이 물을 99도까지 끓게 했고, JTBC가 나머지 1도를 채운 것은 맞지만, “최초로 불을 지핀 건, 제로에서 1을 창출해 낸 건 바로 TV조선 펭귄팀이었다.” (6쪽)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끼는 건 제도권 언론의 필요성이다. 문대통령을 열심히 지지하는 분들은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언론 따윈 없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SNS가 언론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제도권 언론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취재에 나서는 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순실의 지하주차장 장면을 촬영한 기자의 취재노트를 인용한다.
[당시는 연일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지하 5층 주차장에는 바람 한줌 내주지 않았다...젊고 덩치 큰 경비원들은 삼엄한 눈빛으로 수시로 주변을 돌았다. 나와 민봉기 기자가 숨을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주차장에 마련된 화장실과 창고가 전부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일 몇 시간씩 최순실을 기다렸다. 경비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지독한 더위와 극한의 긴장감은 우리를 녹초로 만들었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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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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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선생의 책은 읽을 때마다 내게 깨달음을 준다. 
젊은 세대의 생각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한데,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 의대라는 특권적 위치에 있고, 그나마도 그 수가 많지 않은 것과 달리 (우리 학교 의대는 한 학년이 40명이다)
오선생은 여러 대학을 나가고, 의대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을 수시로 접하니,
‘젊은 세대의 생각은 이렇다’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그간의 저작들과 달리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특히 마음이 아팠던 두 가지만 얘기해 보자. 
하나는 K대 교수인 아무개의 갑질이었다. 
아무개는 저자에게 “학생들이 네 책을 읽었으니 내 수업 시간에 강의 좀 해라”고 했고,
당시만 해도 대학에 남는 것에 미련이 있었던 오선생은 
긴 거리를 걷고 뛰며 강의장에 도착한다.
보통 이럴 때는 강의를 부탁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사를 소개해 주고,
강의 후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예의다.
소정의 강사료를 주는 것도 당연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개는 학교에 있지도 않았고,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대신 딴짓만 했다.
강의가 끝날 때쯤 들어온 조교는, 강사료를 챙겨줄 것이라는 저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오늘 작가님께 강연료도 못 드리는 대신 정성스레 작성한 독후감을 드리자고 지난 시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죠? 얼른 제출해 주세요.“ (51쪽)

그러니까 아무개 교수는 자기 강의시간에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휴강하기가 민망해서 오선생을 대타로 뛰게 한 것이었다.
설령 그렇다해도 사정을 미리 말하고, 자기 돈으로라도 강사료는 줘야 할 것 아닌가?
강사에게 KTX 표를 끊어주고, 역에서부터 학교까지 차로 모시고,
식사까지 대접하고, 다시 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여기에 내 돈으로 (우리 학교는 외부강사를 부르지 못하게 한다)
강사료를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내가 보기엔
아무개 같은 교수는 대학가의 수치다.
그런데 오선생에 따르면 그가 “여기저기 학회에 초대받는 유명인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주요 연구분야가 ‘경제민주화와 대기업의 횡포’란다.
이런 사람이 왜 실상이 까발려져서 몰락하지 않는 것일까?
여성의 미투운동과 더불어서 대학교수의 갑질을 고발하는 운동이 벌어지길 빈다.

또 하나 안타까웠던 얘기는 기업 강연 때 담당자가 보이는 반응이었다. 
이름난 강사이니 여기저기서 강연요청이 들어오지만, 
강연약속을 잡은 뒤 위에서 뒤집는 경우가 많단다.
담당자는 이렇게 양해를 구한다. 
“작가님의 사상이 너무 부정적이라서 어렵대요.”
도대체 뭐가 부정적일까?
오선생의 전공이 ‘기업의 노예가 된 대학사회’를 비판하는 것이어서란다.
기업들로선 주제가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쓴소리를 회피하는 사회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 같다. 
이 대목을 읽다가 인권을 강의하는 어느 분이 생각났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해 역설하던 도중,
화가 난 교감이 들어와 강의를 중단시켰다나. 
그때 그분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분은 갑질에 관한 강의의 달인인데,
교수들을 모아놓고 “대학원생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느냐?”고 일갈하자
몇 명의 교수들이 화난 표정으로 강의실을 박차고 나갔단다. 
참으로 못났지 않은가. 
갑질, 대학의 정신, 인권 등등 다 우리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주제건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주체들은 이 주제를 불편해한다.
오히려 내 전공인 기생충 얘기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니,
이거야말로 신기한 일 아닌가. 
기생충>>>>>>인권 = 대학정신 = 갑질   인 셈이다. 
하기야, 남 얘기를 할 때가 아닌 것이, 나도 더 이상 봄날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말 문빠에 대해 글을 쓴 이후 하려던 방송에서 잘리다시피 했고-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출연을 시켜준다고 했다-
날짜까지 잡힌 외부강연은 높은 분의 반대로 엎어지기도 했다. 
아내는 내게 “거봐. 그런 글 쓰지 말랬잖아!”라고 말하는데,
나야 어차피 대학의 봉급으로 먹고 사는지라 외부활동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런 부당한 일을 겪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싶었다. 
아무개 교수같은 이가 마음껏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도
그가 비정규직 강사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주제 말고도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이 담겨 있는데,
읽는 동안 잠깐잠깐 멈춰서서 과거를 떠올리느라, 한숨을 내쉬느라, 분노를 잠재우느라, 
읽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오선생이 이런 유의 책을 쓰는 이유는 이런 책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서일텐데,
지금으로 봐선 요원해 보이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오선생이 계속 좋은 책을 낼 수 있게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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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2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1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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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지기지우가 내 생일이라며 책 한권을 보내줬다.
혹시 내가 읽은 책일까 걱정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난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술술 읽힌다”는 친구의 추천사는 사실이었다.
이 책은 재즈--> 우리나라 가요--> 클래식--> 근대노래로 구성됐는데
가요를 빼곤 내가 다 모르던 분야라, 깜짝 놀랄만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날 놀라게 한 정보들 중 딱 3개만 열거해 본다.


1) <아침이슬>
김민기가 만든 이 노래는 소위 운동가요로 불렸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만 봐도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만든 이의 말은 달랐다.
[되는 일도 없고, 너무 가난해서 괴로웠다고....그러던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통금 때문에 어딘가 들어가야 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필름이 끊어져 버렸다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돈암동 어느 야산 공동묘지에 자기 혼자 자고 있었다고.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자신은 술에 취해 자다가 한낮의 찌는 더위에 깼다고.
깨어보니 너무 창피해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야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였다고.(139쪽)]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는 정권과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하는 지난한 삶 속으로 가는 것이었다.


2) 모차르트를 죽인 건 살리에르다?
당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모차르트에 비해 살리에르는 36년간 빈의 궁정악장을 지냈다.
게다가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가 모두 살리에르의 제자였다.” (188쪽)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모차르트를 씹었겠는가?
빈 궁정 악장은 그 당시 음악가가 가질 수 있는 정규직으로서는 최고의 직위였다.“ (같은 쪽)
모차르트와 베토벤 모두 이 자리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나.
영화 한 편이 지닌 선동의 힘은 이렇듯 대단하다.


3) 베토벤의 진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바로 다음이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는 “그래도 가면 내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들으셨는데”라고
회고했단다.
즉 베토벤은 소리가 아주 안들릴 정도로 귀가 먹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또다른 좋은 점은, 읽다가 가끔씩 해당 곡을 찾아서 듣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대해 “언제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전 세계의 모든 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한다”고 쓰여 있기에,
유튜브에서 찾아서 다시 들었다.
내게 익숙한 그 구절은 4악장이었다는 것도 다시금 알았다.
가요무대 등에서 자주 불리는 <감격시대>는 사실 전 세계를 향한 황군이 진군가였다는데,
이런 설명을 듣고도 난 다시 스마트폰으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신중현의 기구한 삶에 대해 읽을 때는 <아름다운 강산>을 듣고 싶어졌는데,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이선희가 ‘환상의 듀엣’에서 예진아씨라는 여고생과 같이 부른 게 있어서 그걸 듣다가, 예진아씨에게 완전히 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읽어서일까, 아니면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내게 전해진 덕분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이 책만한 선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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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2-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독특하네요...

마태우스 2018-02-17 23:04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제목도 뭔지 잘 모르겠다는...

stella.K 2018-02-1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드린 선물은 밀려났군요.ㅠ

언제나 그렇듯 무엇을 해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가 주인이란 생각이 드네요.
아침 이슬도 그렇고, 모짜르트와 살리에르도 그렇고.

명절 잘 보내고 계신 거죠?^^

마태우스 2018-02-17 23:04   좋아요 0 | URL
앗 스텔라K님...이전에 님이 주신 지성과 영성의 만남, 정말 감명깊게 읽고 리뷰 썼는데요 ㅠㅠ 제가 읽을 책이 좀 많다보니 다 소화를 못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꼬마요정 2018-02-2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어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다행입니다. 뭐 미세먼지가 가득하다는 문제는 있지만요 ㅎㅎ

책 재미있겠는데요, 읽을 책 많은데 이렇게 또 읽고 싶은 책 얹어 주시고 ㅎㅎ 세상사 전복과 반전이 없는 일은 없나 봅니다.

마태우스 2018-02-28 00:41   좋아요 1 | URL
오옷 요정님께서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다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전 미세먼지엔 둔감해서 따뜻해진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아재개그지만 전 전복을 좋아합니다. 설 전에 어느 분이 보내준 전복 덕분에 설을 잘 보냈다는....^^ 즐거운 2018 보내시길.

transient-guest 2018-02-2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헌 선생의 책은 거침이 없습니다 이런 강호기인들이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18-02-28 00:42   좋아요 1 | URL
글게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이번에 처음으로 강선생님 책을 읽었답니다 -.- 앞으론 계속 읽을 생각입니다.

심술 2018-02-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마태우스 2018-02-28 00:42   좋아요 0 | URL
오옷 감사드려요. 제 생일.... 안그래도 그날 아내한테 생일이라고 유세 많이 떨었죠 하하하. 심술님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시길.
 
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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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검사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일보다 사랑에 전념하거나, 돈과 권력에 쉽게 넘어간다.
물론 드라마의 이미지가 마냥 허구인 것은 아니어서,
검사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외치고 있진 않았으리라. 
어느 직종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부 정치검사가 문제인 것이지 검사가 다 나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일선에서 수많은 사건과 싸우며 정의구현에 공헌하고 있으며,
그들로서는 검사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검사 드라마가 나와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의와 싸우는 평검사 이야기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인데,
이건 검사들이 책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사내전>은 김웅이라는 검사가 자신이 겪은 사건들을 독자에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일단 실제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리얼리티와 박진감이 넘치며,
그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지라 드라마로 만들기 딱이다.
내가 쓴 책도 아니면서 ‘작가님들께 바친다’라는, 선정적인 리뷰 제목을 단 건 그런 이유다.
물론 이 책이 드라마로서의 가치만 있는 건 아니다.
글을 워낙 잘 써서 술술 읽히는데다
전업작가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비유가 찰지다.


1) 고의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보험사기꾼 사건을 얘기할 때
[울버린 김씨는 불운의 아이콘이다...운전만 하면 여성 운전자가 김씨의 낡은 프레스토를 들이받았고...걸어다닐 때도 그의 불행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도 3일만에 쌩쌩하게 완치되어 걸어다니다 다시 전치 4주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김씨의 뼈가 울버린처럼 아다만티움으로 코팅된 거라고 보는 편이 더 상식적인 판단일 거다 (41쪽)]


2) 수십건의 사기를 친, 그러면서도 구속 한번 당하지 않은 할머니에 대한 기술
[할머니는 아주 당당하게...법정에 출두했다. 사람은 한번 이겨본 상대는 쉽게 생각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2002년 이후 한때 이탈리아나 포르투칼 축구팀을 우습게 봤던 것과 유사하다.(85쪽)]


3) 허위 매출로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꾸민 뒤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팔아넘기는 사기꾼이 있다.
그걸 믿고 퇴직금을 털어 가게를 인수하면 당연히 장사가 안되는데,
이전 점주는 이게 매장 관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점주에 따라 20% 이상 매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 변명은 도시가스냐 프로판가스냐에 따라 라면 맛이 달라진다는 주장과 비슷하다.(93쪽)]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뭘까?
이 책에 나온 사건 대부분이 사기사건인 걸 보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을 쓴 동기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기는 남는 장사다.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세금도 안낸다. 사기를 쳐도 잘 잡히지 않고 설사 잡혀도 대부분 쉽게 풀려난다. 그러다보니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사건이 발생한다. 2분마다 1건의 사기가 벌어지는 셈이다.” (19쪽)
우리나라가 사기공화국인 이유는 그러니까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사기범의 재범률이 77%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매정한 말이지만 각자가 알아서 사기를 피해야 한다.” (21쪽)
각종 사기범죄를 친절하게 다룬 이 책을 읽는다면 사기를 덜 당할 수 있으리라.
꼭 드라마 소재에 목마른 작가가 아니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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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8-01-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발췌해주신 글 보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실화가 대부분이라니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해요 정말 재미납니다

얼룩말 2018-01-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8-01-25 04:28   좋아요 0 | URL
네 님이 구매가 밝은 사회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페크(pek0501) 2018-01-1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세상 공부가 될 것 같아 꼭 읽어야 하는 책인 듯...
티브이의 <이것은 실화다>를 책으로 보는 맛이 느껴질 듯합니다.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리고 사기에 안당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순오기 2018-01-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검사의 세계를 몰라서 못 쓴다는 말에 공감해요. 좋은 검사가 많아져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장바구니에...^^

마태우스 2018-01-25 04:29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이걸 꼭 한드로 만들어주길 빕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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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선생과 내가 관계를 맺은 것은 10여년 전이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해주고 싶어서 강사를 수소문하다 이정모 선생을 알게 됐다. 다들 그랬겠지만 나 역시 이정모 선생의 외모에 놀라자빠졌다. 이선생은 ‘나보다 더 심하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몇 안되는 분이다. 하지만 그분의 강의를 듣고 나선 그보다 100배쯤 더 놀랐다. 전혀 관계없는 말로 시작된 강의가 글쓰기로 연결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정모 선생의 최대 매력은 그의 인간성이다. 잠깐만 같이 있어도 “아 이분 참 좋은 분이구나!”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그의 인간성은 이정모 팬클럽이 만들어진 원천이다.


하지만 능력이 없었다면 그 팬클럽은 오래가지 못했을지 모른다. 2011년, 이정모 선생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 된다. 그가 관장으로 재직했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리적 불리함을 이겨내고 과학에 관심있는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됐다. 또한 그곳은 수준높은 과학강연과 토크가 펼쳐지는 과학아카데미이기도 했다. 위치도 그렇고 강사료도 많은 게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이정모 선생이 불러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기에 부름이 있을 때마다 기꺼이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날 때마다 근처 치킨집에 모여 수다를 떨던 장면은 내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 베스트’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 수다에 끼기 위해서 저 멀리 일산에서, 충청도에서, 강원도에서 달려와 줬다. 하리하라로 유명한 이은희 작가님과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작가님을 뵌 것도 그 모임에서였다.


처음 만난 계기가 ‘글쓰기 강의’였으니, 이정모 선생은 당연히 글도 잘 쓴다. 과학에 관해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우리네 삶과 관련해 과학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과학과 삶을 연결시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정모 선생은 이 분야에 있어서 단연 독보적이다. 이번에 나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그 결정체로, 이 책을 읽으면 삶과 밀착된 과학 이야기를 원없이 즐길 수 있다. 예컨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는 말을 보자. 이정모 선생은 모 기업 대표가 에어컨이 고장난 것에 항의하는 직원을 미꾸라지에 비유한 일화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미꾸라지를 변명한다.

“...미꾸라지를 나쁜 비유에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꾸라지는 보양식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는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천 마리까지 먹어치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하수구에 미꾸라지를 풀어 모기 애벌레를 먹어치우게 하기도 한다. 미꾸라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 책에 대해 추천사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난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썼다.
[이정모 선생은 과학저술분야의 업계 라이벌이다. 물론 라이벌이라는 건 내 생각일뿐 작품의 질이나 판매량 모두에서 아직 나는 한참 못 미친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사건들을 재미있게 쓴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우리 둘의 격차를 다시금 절감한다. 이정모 선생님 언젠간 꼭 따라잡고 말겁니다. 10년만 기다리세요.]
아쉽게도 지면 제한으로 맨 마지막 구절만 실렸는데, 책으로 나와 다시금 읽어보니 10년은 내 만용의 소치였다.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난 이정모 선생같은 내공은 갖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 글은 그러니까 따라잡지 못할 거라면 찬양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평소 신조를 실천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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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1-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슬펐는데 카스피님이 이렇게 어여쁜 메시지를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무술년이구나, 올해가.. !

정희용 2018-01-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용하고 안락한 곳에 서민 선생님의 둥지가 있었군요. 이정모 관장의 책을 낸 바틀비 출판사 정희용 주간입니다. 추천사도 감동이었지만, 전후 맥락을 이렇게 밝혀주시니 더 흥미진진하군요. 허락하신다면, 이 글을 출판사 페북에 게재하고 싶습니다. 괜찮을지요?
아울러,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꾸벅~

마태우스 2018-01-06 17:02   좋아요 1 | URL
아유 그럼요 제가 영광이죠! 이 책이 잘 되기를 빕니다. 제가 낸 책보다 더 사랑스러운 책은 오랜만이네요^^

서니데이 2018-01-0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0 23:59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좋은 일 많이 있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인선영 2018-01-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마태우스님 글 즐겨 읽고 지지합니다.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유쾌하고 사랑스런 말과 글을 계속 부탁 드려요. 이 책은 당장 읽어야 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18-01-11 00:00   좋아요 0 | URL
앗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지지에 부끄럽지 않은 삶 살겠습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

myjay 2018-01-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추천사를 보니 볼까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 서평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38   좋아요 0 | URL
아유 별말씀을요. 망설인다고 못난이는 저얼대 아닙니다!

clavis 2018-01-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겸손이 묻어나는 추천사가 매력적입니다^^마태우스님도 제가 참 존경하는,곁에만 있어도 좋은 분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40   좋아요 1 | URL
겸손이 아니라 리얼입니다. 글구 제가 사실 그렇게까지 좋은 놈은 아니어요 흑흑. SNS처럼 저 역시 좋은 척하고 살고 있어요 ㅠㅠ 하지만 clavis님의 말을 들으니 앞으론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불끈.

clavis 2018-01-13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곳이든 사람이 착해지려고 서로 노력하는 곳을 보기는 힘든데 그런 면에서 마태님 멋지셔요 여성으로서도 감사드리고요 저도 한번 멋지게 살아보렵니다 이 하루를♡♡

linetstar 2018-04-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민교수님 이곳에 계셨네요 아니 왜이리반갑죠 ㅎㅎㅎ 글찾아읽겠습니닷

마태우스 2018-04-22 0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이 늦었네요. 이곳은 제 친정입니다. 뭘 해도 다 너그러이 받아주죠. 역시 친정이 제일이구나,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