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 의외로 본능충실 도대체 씨의 일단직진 연애탐구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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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은 사랑,
하지만 갑자기 이별이 찾아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 (그녀)를 원망해 보지만,
그 갑작스러움을 이해할 길은 없다.
그런데 이전에 쓴 일기를 보면 이런 말이 쓰여 있다.
[2월 4일. 차를 마시다가 좀 말다툼을 했다. 별거 아닌 일로 자꾸 삐그덕거리게 된다. 그래도 빨리 기분을 풀어서 다행.]
[2월 7일, 주말 약속을 잡다가 또 서로 기분이 상해서 약속을 취소할 뻔했다.]
[2월 8일, 마음이 식은 걸까...아니겠지?]
그러니까 그 이별은 결코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내가 애써 모른 척했을 뿐”이고,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둘 다 이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으면서도
헤어진 이유를 상대에게만 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138-139쪽)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썼던 도대체 작가의 새로운 주제는 바로 ‘연애’였다.
모든 연애는 다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이 꽤 많이 존재하는지라
연애 관련 책이 필요해진다.
도대체 작가는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공감을 유발하는 글 &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재주가 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의 재능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하지만 ‘위로’를 바탕으로 한 지난 책에서도 그랬지만
‘연애’를 이야기하는 이번 책도 진한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건 지금까지 했던 도대체 작가의 연애가 다 실패로 끝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창 연애를 하는 사람이 아닌,
솔로들, 권태기 커플, 그리고 헤어짐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읽으면 훨씬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또 다른 글을 하나 소개하자.
“그대가 내게 전부였었는데”라는 가사가 있다.
그런데 도대체는 누군가가 자신의 전부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다만 그가 떠날 때 그런 마음이 들었을 뿐이라고.
이 말을 하면서 도대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함께 있을 때 일부였던 이는 떠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 (159쪽)
이렇듯 작가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이별의 아픔을 멋진 글로 승화시키는 존재다.


팟캐스트와 방송에서 이름을 날리는 박지훈 변호사,
어떤 주제든지 그는 재미있는 말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다.
그런 그가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분야는 바로 연애로,
그가 억지로 끼어들 때마다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왜일까.
그는 처음 만나 사귄 허모 여사와 결혼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랑의 소중함을 알기 어려우며,
좋은 연애 코치가 되긴 힘들다.
그렇다면 죄다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몇 번 연애를 해본 도대체 작가는
좋은 연애 코치의 자격이 충분하다.
이 책 읽고 연애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면서
새로운 연애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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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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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게 많은데 굳이 책을 봐야 해요?"

"읽으려 해도 읽을 책이 없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실제로 독서 관련 강의를 할 때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니는 애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책읽기를 별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읽고픈 마음이 없다는 거니,

내가 뭐라고 답한들 별로 달라질 건 없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해보긴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숨막힐 듯이 재미있고,

그 재미가 취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해당되며,

우리네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뿐 아니라

결말마저 훌륭해 읽고 난 뒤에도 계속 여운이 남는 책이 있다면,

책의 필요성을 회의하는 이들에게 필살기로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질문한 이가 그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 책도 있으니 앞으로도 책을 읽어야겠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을 수가 있지않을까?

요 몇년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추천했다.

물론 그 책은 재미와 따뜻함을 모두 주는 훌륭한 책이지만,

만사 제쳐놓고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은 아니었다.


어제, 드디어 그런 책을 찾아냈다.

<범죄자>라는, 아주 평범한 제목을 지닌 이 책은

오타 아이라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가 썼다.

살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품지 않았는데,

웬걸. 이 책은 지난 이틀간 내가 아무 일도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스릴러라 해도 두세차례 위기가 닥치는 게 고작일텐데

이 책은, 특히 '하권'은, 주인공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다 가까스로 벗어나는 상황이 십수차례 나온다.

초절정미녀를 봐도 뛰지 않던 내 가슴은 <범죄자>와 함께 하는 내내 콩당콩당 뛰었다. 

위기가 너무 잦으면 식상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어떻게 매번 사람을 쫄깃하게 만들까? 

우리나라 범죄물의 문제점은 범죄자와 경찰 중 한쪽이 아주 바보여서

아주 간단한 트릭으로도 속아넘어간다는 데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악당들과 주인공들은 둘 다 머리가 비상해서,

감탄이 나올 정도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한다.

계획을 세우면 저쪽이 알아내서 뒤집기를 시도하는 바람에 계획이 다 어그러지고, 이러다보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들 수밖에.

한 마디로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필살기의 조건을 모두 갖췄고,

최근 몇년간 본  어떤 책이나 TV, 영화, 심지어 자한당 홍준표보다 더 재미있다!

다음 독서강의 때 누군가 위에서 언급한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련다.

"닥치고 <범죄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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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6-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초절정 미녀를 봐도 가슴이...ㅋㅋㅋㅋ
그건 저도 그래요. 초절정 미남을 봐도 가슴이 안 뛰어요.
그냥 잘 생겼다 그런 거죠 뭐.
근데 안 생겼는데 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가슴이란 게 참 웃기죠?ㅋㅋ

마태우스 2018-06-03 13:05   좋아요 0 | URL
그, 그게요, 전 원래 미녀 볼때마다 뛰었는데요, 나이드니깐 이렇게 된 겁니다 ㅠㅠ 스텔라K님은 아직 젊으신지라 저랑 비교하심 안됩니다 -.- 님은 미남이라고 해도 취향이 아닌 것이고요-.-

꼬마요정 2018-06-0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필살기는 밀레니엄 시리즈였어요 ㅎㅎ 그 책은 추천해서 한 번도 실패 한 적이 없는데, 문제는 그 책 다 읽고 그런 책 또 추천해달라할 때 다 실패했다는 거죠..ㅠㅠ

마태우스 2018-06-03 15:39   좋아요 0 | URL
오 그 시리즈...제가 첫번째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음모죠?? 앞으론 범죄자 밀어주기 어떠세요.

hellas 2018-06-04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막무가내? ㅋㅋ 로 추천하시면 바로 읽어보겠습니다. >_<

마태우스 2018-06-04 20:06   좋아요 0 | URL
지금 아내가 읽고 있는데요, 다 읽을 때까지 말시키지 말랍니다 -,-

비연 2018-06-0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이런 추천이라니! 바로 구매 들어갑니다~

마태우스 2018-06-04 20:06   좋아요 2 | URL
비연님, 후회 안하실 거에요!

Conan 2018-06-06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서평을 보고 곰탕을 샀습니다. 그리고 조금전 새벽3시 반에 다 읽었는데요~ 그냥 혹시나 북플에 왔더니 닥치고 봐야할 책을 또 소개시켜 주시네요^^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인물과사상 서평 주제는 페미니즘 이신것 같더군요~

2018-07-15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nan 2018-07-15 16:36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범죄자도 샀구요, 아직 읽기 전 인데 마태우스님 추천이라 기대가 됩니다.^^

마태우스 2018-07-15 17:02   좋아요 0 | URL
아 네... 이책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숨이 막힐 정도로 달려나갑니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정희진 외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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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공저로 낸 책에는 그다지 애정이 없다 (그러면서도 공저 책을 겁나 많이 내는 게 함정)
그래서 공저 책이 집으로 배달돼도 “내 책이 나왔다!”며 주위에 돌리는 일은 드물며,
심지어 읽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러 명이 페미니즘에 대해 강의한 것을 책으로 묶은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 (이하 지금여기) 은
집에 배달된 뒤 며칠 동안 현관 옆에 방치돼 있었다.
다른 페미니즘 이론가들에 비해 페미니즘 지식이 딸리는지라,
내가 강의한 파트가 부끄럽게 여겨진 것도 그 책을 외면한 중요한 이유였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야 했던 어느 날, 갑자기 그 책 한권을 집어들고 나간 건
“내가 좋아하는 손아람 작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대는 괜한 게 아니었고, 영화계에 왜 여성이 없는지를 분석한 손작가 파트는
매우 흥미로웠고 설득력도 뛰어났다.
그러다보니 다른 분들 파트도 읽고 싶어져 하나.둘씩 읽다보니
세상에, 그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내가 들어간 공저 중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최초의 책인데,
대중강연이 바탕이 된 책인지라 쉽게 읽힌다는 점,
저자가 여럿인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페미니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내가 강의한 부분을 너그럽게 봐준다면 (=건너뛰고 읽는다면)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안내서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한채윤 선생님 파트였는데,
이분은 개신교가 동성애 혐오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대선후보가 되면 제일 먼저 현충원에 가는데,
그 다음에 가는 곳이 ‘한기총’이고, 그 다음은 ‘한교연’에 가고, 마지막엔 ‘KNCC’에 간단다.
개신교가 전체 인구의 18-19%에 불과한 나라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득표력을 생각해서겠지만,
이건 전적으로 잘못 생각한 거란다.
알다시피 개신교 주요 지도층은 진보에 적대적이어서,
“2002년 12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2003년 1월부터 (개신교가) 반정부시위를 해요.” (125쪽)
게다가 지도층과 일반 신도는 투표할 때 큰 상관이 없어서,
“(2017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로도 개신교인이 가장 많이 투표한 사람은 문재인 후보입니다.” (124쪽)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기독교 행사에 가서 ‘제안한 정책을 적극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분은 홍성수 선생님, 이분은 혐오표현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신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다르다면 혐오표현의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232쪽)고 한다.
직장에서 부장이 직원에게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했을 때
그 직원이 여성이면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단다.
하지만 남성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데, “남성에게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집에 가서 애를 봐야 했던 과거와 현재가 없기 때문”(같은 쪽)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혐오적인 말을 성별만 바꾸어서 반대로 뒤집어서 되돌려주는 소위 미러링은 혐오표현이라고 보기 어렵겠죠.” (같은 쪽)
같은 맥락에서 일베에서 자주 쓰던 ‘삼일한’은 여성혐오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현실이니, 이게 농담이 되기 어렵다는 것.
반면 이걸 미러링한 ‘숨쉴한’ (남자는 숨쉴 때마다 한번씩 맞아야 한다)는 혐오표현이 아닌 것이,
“그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남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 안한 다른 분들도 다 곱씹어볼만한 좋은 말씀들을 해주고 있는데,
이렇게 알기 쉬운 지식들이 가득한 이 책이야말로 페미니즘을 배우고픈 이들에게 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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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5-2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마태님은 손 작가를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ㅠㅎ

저도 공저가 좀 그렇더군요. 읽을 땐 좋은데
별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그냥 문제제기만 하는 것 같아서 뭔가 만족도가 높진 않아요.
그래도 이 책은 필진이 좋아 관심은 갑니다.

마태우스 2018-05-26 22:33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손작가님 좋아하는 게 티가 났군요!
게다가 공저 책은 대부분 잘 안팔려요. 제가 참여한 공저 중 <어쩌다 어른>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 보고 깜놀했는데, 이렇게 방송빨이 아니면 잘팔리기 어렵죠. 문장의 통일성도 없고 해서요.
이 책도 세일즈포인트가 높아서 깜놀하고 있어요.

2018-05-26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릉 2018-06-0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민 교수님 글도 정말 좋았는걸요. 실전에 써먹기 딱 좋은 매뉴얼이었어요. 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제 책에 남겨주신 찬사에도 감사드립니다. 최승범 올림 ^^

마태우스 2018-06-03 11:46   좋아요 1 | URL
오옷 저자님이시닷! 이런 영광이 있다뇨. 좋은 책 써주셔서 제가 감사드리죠.

2018-06-0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07-15 16:22   좋아요 1 | URL
답이 늦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글을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해주셔서요. 제 분야 아니면 나대지 말아야 하는데 ㅠㅠ 제가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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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관련된 비리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읽어보니 소설의 내용은 내 예상과 달랐다.
물론 병원이 주 무대이긴 하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건 참된 윤리란 무엇인가, 였다.
비리가 저질러지는 구조가 있고, 사람들은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누군가 여기에 반기를 들면, 예컨대 비리의 핵심을 고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내부고발자가 그렇듯
이 소설의 주인공도 동료를 팔아먹은 놈이 돼서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과정이 워낙 참담해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왔다.
한번 내부고발 비슷한 걸 해본 내 경험이 투사돼서 더 마음이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야간 경비원이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준다.
음독자살을 기도한 남성이 병원에 실려왔다.
수혈을 해야 하는지라 병원에선 남자의 부모를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부모는 없었다.
경비원: 부모한테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버스 타고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하더래요. 20분 정도 더 걸린다고요.
주인공: 버스를 탔다고요?
경비원: 제가 아는 가장 검소한 부모예요. (111쪽)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아내 쪽 친척 중에 내 또래 남성분이 계신데,
그분이 심장 문제로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강남에 있는 병원에 갔고, 거기서도 한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난 당산동에 살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연락을 받고 잽싸게 병원으로 갔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밤 9시 반 경, 하지만 정작 오셔야 할 그분의 어머니가 안보이는 거다.
내 아내: 어머니 어디 계세요?
남성분 아내: 연락은 진작 드렸는데 아직 도착 안하셨어요.
나, 그리고 내 아내: 네? 아직도요? 우린 20분밖에 안걸렸는데!
우린 어머니가 오시다가 놀라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하고 30분도 더 지났을 무렵, 그 어머니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나타나셨다.
왜 늦으셨냐는 우리 질문에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하철 타고 왔거든.”


아내와 난, 당연히 충격을 받았다.
아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어떻게 대중교통을 타고 온 어머니의 선택은 내겐 이해 안되는 일이었다.
마음이 심난한 와중에 홍대역까지 걸어가서 2분마다 30초씩 쉬는 지하철에 올라타고,
을지로 3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또 xxxxx역에 내려서 병원까지 10분도 넘는 길을 걷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게다가 그분은 은행에 예금된 돈이 많기로 소문난 분이라, 택시비 1-2만원이 부담될 리는 없었다.
아무리 평소 돈을 안 쓰시는 걸로 유명하다 해도,
아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대중교통을 타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다행히 그 아들은 의식을 회복했고, 지금 잘 살고 있지만,
나 같으면 그때 일이 좀 서운할 것 같다.
응급상황에선 택시 좀 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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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5-1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갖고 있었는데 마태우스님 덕분에 보관함에 넣습니다^^ 그나저나 그 와중에 지하철@_@; 친척분 어머니 굉장한 분이시네요@_@;;;;;

2018-05-20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5-2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부모님도 택시 거의 안타세요.
충분한 연금 타시는데...
답답하죠.
그나저나 마태우스님 반가워요^^

마태우스 2018-05-26 10:17   좋아요 1 | URL
글게 말입니다 세실님 그간 안녕하셨사와요. 저희 엄니도 택시 절대 안타시는데, 언젠가 겨울에 지하철역 가다가 넘어져 손목이 부러지신 적이 있어요. 택시비 아끼려다 치료비랑 몸고생...속상하죠 ㅠㅠ
 
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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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학교에서 독서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 후 어느 분이 질문을 주셨다.

“저는 무협지를 좋아합니다. 무협지 말고 다른 건 재미가 없어서요. 이런

독서도 괜찮나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무협지는 안 된다고 하면 내가 무협지를 무시하는 무협지 차별주의자가

될 것 같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갑자기 생각난 책이 바로 <곰탕>이었다.

워낙 말이 어눌하다보니 제대로 전달을 못했지만, 그때 하고픈 말은 이거

였다.

 

[재미있는 책이 좋은 책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재미만 있다고 다는 아니어요. 책은요, 읽고 난 뒤에 몸과 마음에 약간이라도 울림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읽은 보람이 있는 거죠. 근데 무협지는 그런 울림이 전혀 없어요. 한 사람이 엄청난 무공을 길렀는데 또 어떻게 하다보니 엄청난 의술을 익히게 됩니다 (영웅문의 장무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울림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곰탕>이란 소설은 다릅니다. 재미로 따지면 무협지 못지않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이유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슬프고 착잡한 느낌이 들어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또 무엇인가 같은 생각이 들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보게 돼요. 다 읽고나서 재밌다, 이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로도 가끔씩 그 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걸 저는 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울림이 자신을, 그리고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다음 장면이 떠올라서였다.
<곰탕>에서 인류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거라 극히 일부만 가겠다고 나섰는데,
대부분의 시간여행자들은 “인심 쓰듯 사람들의 헛된 바람들을 받아 적고
그 바람을 이루어주겠노라 푼돈을 챙겼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인 박종대는 그렇게 하는 대신 공부를 한다.
[박종대는 권력이 돈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외우고 있는 정보들이 그 권력에 쉽게 다가가도록 도울 거라는 걸 알았다. 이 현재에선 하찮았지만 그곳으로 가게 되면 그는 미래를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게 곧 권력이라는 걸 박종대는 빨리 깨달았다.](1권 224-225)]
그러니까 ‘앎’이야말로 가장 큰 권력인 셈인데,
타임머신이 없는 지금, 그 앎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가 아니겠는가.


다시 무협지 질문을 하신 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가 그 뒤로 무협지 말고 다른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곰탕>은 읽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곰탕>은 그로 하여금 곰탕을 먹고싶게 만드는 것 이외에,

다른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다른 책이면 모르겠지만 <곰탕>이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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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5-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재미있다는 평을 신문에서 읽긴 했지만 읽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마태우스님 맘에 쏙 드셨나봐요. 보관함으로^^

마태우스 2018-05-20 10:38   좋아요 0 | URL
곰탕을 별로 안드셔서 그런듯요^^ 재미는 제가 보장합니다!

세실 2018-05-20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림을 주는 글! 명쾌한 답변이네요^^

마태우스 2018-05-26 10:16   좋아요 1 | URL
언제 곰탕이라도 같이 먹어용. 몇년 전 갈비탕을 사주신 아름다운 기억이 나는군요

세실 2018-05-27 22:43   좋아요 0 | URL
우린 백숙도 먹었죠~~

마태우스 2018-06-03 11:48   좋아요 0 | URL
백숙...기억이 납니다! 여럿이서 먹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