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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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서가 있다는 걸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툭하면 책을 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던 제가 2005년 이후 5년이 되도록 책을 쓰지 않고 있는 건,

솔직히 말해서 김두식 때문입니다.

2004년에 나온 명저 <헌법의 풍경>을 읽은 건 이듬해 제 책이 나온 다음이었을 겁니다.

제 손으로 사는 대신 다른 이로부터 반강제로 선물을 받아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뒤 전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맙니다.

'아, 책은 이런 분들이 쓰는 것이구나'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고,

제가 냈던 책들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마지막에 낸 책이 일말의 가능성을 던져 줬는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신세에서 벗어나

열군데가 넘는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했습니다만,

막상 쓰려고 하면 한줄도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저랑 동년배로, 저 혼자만 친구라고 착각하는 김두식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그런 책을 쓸 내공이 되지 않으면 책을 쓰지 않겠다는 마음이랄까요.


그의 책을 읽다보면 삼촌쯤 되는 분과 마주앉아 가르침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어려운 코드는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동물원 김창기처럼,

평범한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그의 글들이 주는 설득력은 압권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가지고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저자는 그 둘을 환상적으로 결합시켜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배운 건 참 많습니다.

특히나 재미있게 읽었던 건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검열하는가였는데

미국에서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종교의 자유는 외형적으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한 것입니다"라는 말을 비롯해

그가 이 책에 적은 말들은 다른 데 가서 인용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입니다.

제게 있어서 1977년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제가 태어난 것이지만,

그 다음은 무조건 김두식의 탄생입니다.


그의 책이 설득력을 더 얻는 이유는 자신을 낮추며, 책을 전부 존댓말로 쓰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겸손한 태도를 전 '두식이즘'이라고 이름붙이고 따라하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이 리뷰를 존댓말로 쓴 것도 두식이즘의 발로입니다.


* 제 나이가 좀 많아 보여서 출생연도를 좀 손봤습니다. 김두식님도 별 불만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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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0-08-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좀 심하게 손보셨네요.^^

마태우스 2010-08-03 15:49   좋아요 0 | URL
그, 그렇죠?^^

stella.K 2010-08-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마태님도 재밌게 쓰시잖아요.
그립네요. 마태님 옛책들이.^^

마태우스 2010-08-03 15:50   좋아요 0 | URL
잉 전 그책들 괜히 냈다고 후회하고 있는데, 그리 말씀해주시니 이거 참, 무지하게 감사드립니다^^

moonnight 2010-08-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나가다가 1977년이란 부분에서 푸핫 했어요. ^^;
저 이 책, 보관함에 넣었다 뺐던 건데 다시 넣어야겠어요. 그리고 마태님 책도 좋아요. 제가 몇 권 소장하고 있는데요. ^^

마태우스 2010-08-03 15:50   좋아요 0 | URL
며, 몇권이나요. ㅠㅠ 몰래 훔쳐오던지 해야겠단 생각이...ㅠㅠ 글구 1977과 그리 많이 차이나진 않습니다! 버럭!

루체오페르 2010-08-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항상 이야기했듯 마태님 스타일의 글쓰기 좋아합니다!^^

마태우스 2010-08-03 15:51   좋아요 0 | URL
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불끈!

blanca 2010-08-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 같이 단순한 인간은 마태님이 저랑 동갑이었다고 고백하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ㅋㅋㅋ 마태님 리뷰도 넘 재미있고 쏙쏙 읽혀요. 김두식...기억해 두겠습니다.

마태우스 2010-08-03 15:52   좋아요 0 | URL
오 블랑카님 77이시군요. 아앗 십년만 젊었다면 술 좀 더 마시는 건데^^ 김두식님 알아두심 후회안하실 거예요.

아시마 2010-08-04 19: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블랑카님, 저랑 동갑이시란 말씀이군요. ㅎㅎㅎ
마태우스님은 저랑 동갑하고 싶으셨단 말씀이시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안녕하세요, 몰래자주 드나들었으면서 처음 인사드려요.
(순오기님식 인사. ^^)

마태우스 2010-08-04 21:49   좋아요 0 | URL
아앗 아시마님. 저랑 동갑이라 반가워요 살면서 동갑을 만나는 기회가 몇번 없는데, 이번에 그 세번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 지내요

커피우유 2010-08-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책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저희집이 분당선 남쪽 제일 끝인데, 정말 종점에서 종점까지 46분동안 책에서 눈을 한시도 뗄수가 없었답니다(보통은 의자에서 혼수상태로 있다 깨어나면 종점^^;). 김두식 교수님 다른 책도 사서 볼려구 해요.
p.s : 저 마태님 글도 넘 좋아해요~ 경향신문 칼럼도 꼬박꼬박 읽고 있습죠 ^^

마태우스 2010-08-04 21:49   좋아요 0 | URL
잉 제 칼럼, 부끄러워요. 그나저나 님과 저는 두식이즘의 포로인 듯 싶어요^^

순오기 2010-08-0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이면 저는 고2였어요.^^
마태님이 추천하시니 요책은 창*에서 구입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0-08-04 21:50   좋아요 0 | URL
흠, 연배가 좀 되시는군요. 각종 리뷰대회를 휩쓰는 님이 저보다 무려...열몇살이 많다니 흠흠. 하여간 잘 지내요 우리.

순오기 2010-08-08 03:07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열 몇살이나 많다니...77년이라면 최규석이랑 동갑이죠.ㅋㅋ

다락방 2010-08-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날을 손보신거였군요! 저 깜짝 놀랐잖아요. ㅎㅎ
저도 마태우스님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겸손한 글쓰기 스타일 그러면서 유머가 넘치는 스타일을 제가 얼마나 존경한다구요!
그러나 칭찬하시는 이 책도 한번 읽어볼게요.
:)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노, 놀라시다니 제가 더 놀랐습니다. 요즘 유머가 잘 안받쳐주는지라 고생이 많습니다 흑흑. 님이야말로 글쓰기의 지존이잖아요.

울보 2010-08-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이면 전 초등학교 일학년,,ㅎㅎ
마태우스님 휴가는 다녀오셨는지,
왠 뜬금없는 소리냐구요, 그냥 요즘 많은 분들을 만나지 못해 제가 글만보이면 쫒아가 인사하는라구요,,,ㅎㅎ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휴가는 특별히 갈 필요가 없을 것 같구, 그냥 2학기 때 할 강의준비 열심히 하려구요.

穀雨(곡우) 2010-08-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 좋은 숫자네요. 전 음...막 뛰어나는 중...^^
김두식교수님 책 장바구니에 홀라당 합니다.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사, 사실은 좀 손을 봐서 그렇지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ㅠㅠ

saint236 2010-08-0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77년에 대학생으로 다시 태어나신 것은 아닌가요?

마태우스 2010-08-04 21:52   좋아요 0 | URL
그, 그걸리가요 그나저나 안녕하세요 꾸벅

saint236 2010-08-04 23:55   좋아요 0 | URL
전 78년생이니 저보다 한해 먼저 나오셨군요

마태우스 2010-08-05 23:10   좋아요 0 | URL
사, 사실은... 그때 전 초등학생이었습니다ㅠㅠ

yamoo 2010-08-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 언어로 깊은 사고를 담는 책은 정말 어렵죠~ 김두식 님의 <헌법의 풍경>은 그런 면에서 귀감이 될 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물론 마테우스님이 지적하셨다싶이요^^ 쉽게 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이가 없다고 그러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쉽게 쓰기 위해선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프롬이 좋습니다. 프롬의 <사랑의기술>처럼 쓰기는 정말정말 어렵다는게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을 보고난 이후 난 이사람처럼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죠. 자극 받을 롤 모델을 발견하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곧 엄청난 책을 출간하실것 같다는 얘감이 드는 군요~^^

마태우스 2010-08-05 23: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독서내공이 안되서 쉬운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요, 프롬의 책은 어려울까봐 무서워서 안읽었답니다. 근데 프롬의 그 유명한 책이 안어렵단 말이죠 흠흠. 글구 사람이란 자기 그릇이 있는지라 제가 엄청난 책을 쓸 것 같진 않습니다 여러가지로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냐 2010-08-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 땡스투 ㅋㅋ

마태우스 2010-11-19 06:44   좋아요 0 | URL
어마 마냐님 감사!

진현근 2010-11-1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법의 풍경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납니다.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생님도 감탄을 하시는군요. 이 책도 꼭 사서 읽어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6: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진현근님. 헌법의 풍경, 정말 죽이는 책이었죠. 그거 읽고나면 두식이즘에 안빠질 수가 없다니깐요
 
성폭력에 맞서다 - 사례·담론·전망
이미경 외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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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폭행’을 넣고 검색해 보면 수많은 기사가 뜨지만,

보도되는 건 빙산의 일각일만큼 비일비재한 게 또 성폭행이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성폭행은 살인에 필적할 죄인데,

문제는 지금까지 성폭행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후에 고소를 해봤자 길고 지리한 싸움을 해야 하며,

성폭행 예방법이라는 게 ‘야한 옷을 입지 말자’ ‘늦게 다니지 말자’처럼

원인을 피해자한테 전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에서 낸 <성폭력에 맞서다>는

그런 차원을 벗어나 여성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각본 뒤집기’다.

성폭행의 절반 이상이 아는 사람이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일을 벌이는만큼,

그네들의 각본을 뒤집음으로써 성폭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뒤에서 ‘움직이지 마!’라고 했는데 자지러지게 웃는다고 생각해봅시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

“저리로 가!”라는 협박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공포로 몸이 얼어붙고,

몸은 무기력해져 움직이기조차 하지 못한다.

이 책은 여자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하라”고 얘기하며,

달아날 시간을 벌만한 필살기를 연마하라고 주문한다.

<나잇 앤 데이>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킬러를 죽일 때 그랬던 것처럼,

잘 배운 필살기는 의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난 잘 몰랐지만, “강간죄는 법정형이 매우 높은 범죄에 속”하며,

“살인, 강도와 더불어 흉악범죄로 분류되어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들이 강간죄를 인정하는 데 있어 주저하기 마련이며,

웬만큼 저항을 하지 않으면 강간죄 구성이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강간이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으며,

성폭력 범죄자는 재범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통계 등을 고려해 볼 때

좀 더 과감한 판결과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라는 것 역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인지에 의해서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바뀌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폭력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남성들의 각성,

나를 포함한 남성 분들게 이렇게 말해 본다.

“강제로 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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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7-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어떤 변태는, '나야 여자가 덮쳐주면 좋지'하고 대답할 것만 같군요.
마지막 질문에 말입니다. ㅡ.,ㅡ

외람된 말입니다만, 읽다보니 어제 인터넷 서핑 중 누군가의 글이 떠올라서 말입니다.
제목은 '성폭력 여자들을 도와주지 마라'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서
읽어봤더니, 대학 갈 돈 없어서 힘들게 공무원 고시 공부하는 젊은 남자 두 명이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좀 때렸나 봅니다. 그런데 여자는 도망갔고 경찰
측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없으므로 진술이 맞지 않는다'라면서 도와준 남자들을 폭행
죄로 처리하여 '전과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공무원 될 자격도 잃어버리고요.
그 글에 딸린 다른 글들도 읽어보니, 여자 도와주려다 되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더군요. 현수막까지 걸었답니다. 여자분 보고 나와서 증언해달라고요. 물론, 여자
입장에서는 '강간될 뻔한 일을'가지고 앞에 못 나오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들을
도와주려다 졸지에 '폭행 범죄자'가 되는 선량한 남자들의 피해는 생각 안 하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더 여자들을 도와주지 않게 된다고 그들은 말하더군요.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경찰 올 때 까지 도망가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하더군요.

저 역시, 성폭력범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자들을 벌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도와주는 남자들과, 그 상황을 증언해줄
여성분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되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놈을 잡아야만, 다른 여성들의 피해도 줄기 때문이죠.

사회가 점점 각박해집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슬픈 시대입니다.

마태우스 2010-07-18 18:16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성폭력의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도와주는 남자들도 물론 있을테고, 그런 좋은 분이 피해를 입는다는 건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으로선 지금 공포에 휩싸여 있을테고, 그 가해자들과 대면하는 게 무서울 수 있지요. 그 가해자들의 반대편에 서서 증언을 할 때, 위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구요. 그런 것에 대한 우리 공권력의 배려가 별로 없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이 증언해 주면 좋겠지만, 이 경우 그 남자 말은 믿지 않고 폭력전과의 딱지를 붙이는 우리 경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님은 기꺼이 도와주는 남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시지만, 이 책의 주장은 남성의 도움 없이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사실 여자를 보호한답시고 주변에 포진한 남자들이 성폭행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성폭행이란 게 평소 좀 이상하고 밝히는 애들이 저지르는 게 아니라 다 오빠같고 동생같은 남자들이 저지르는 일인지라 남성들만 믿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신 그런 좋은 분도 존재하지만, 여성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겠지요.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구요.

L.SHIN 2010-07-19 14:43   좋아요 0 | URL
네,맞습니다.
물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마태님이 말하고자 하는 뜻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자분들이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웠으면 하고
바랍니다. 공권력의 안일한 일사처리의 문제 또한 생각하고 있었죠.

문제는, 한국 여성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타국의 여성들에
비해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기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호신술을 배우는 등의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마태우스 2010-07-19 16:16   좋아요 0 | URL
엘신님은 남성이면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으신 분입니다. 그점에 대해 늘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게 여성 알라디너 분들한테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님이 말씀하신 보호기구 말입니다, 단지 그걸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입니다. 도구가 있더라도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쓰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실전에서 쓸수가 있다네요. 역시 도구보단 몸의 한방이 더 필요한 것이, 도구가 없으면 다시 무력해지니깐요

조선인 2010-07-1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신술의 첫번째가 '소리지르기', 두번째가 '물기', 세번째가 '달리기'입니다. 특히 소리지르기는 아주 중요한 첫 단추가 되지요. 시덥잖은 복장단속보다 여자들의 데시벨을 마구 올릴 수 있는 장소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태우스 2010-07-19 16: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소리도 질러본 사람이 지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성부에서 내놓은 캠페인 중 방귀뀌기도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은 모양입니다^^

2010-07-20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4
심상정.임순례 외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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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뒤 유일하게 안좋아진 건 내가 사는 동네의 국회의원이 전여옥이라는 점이다.

신혼집으로 이사온 지 석달 후에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데,

그런 인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뭔가 싶어서

선거 후 한달 동안 동네 사람들을 적대감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 전날, 집에 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재수없는 목소리로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하는 그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전씨가 유세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버렸다 싶었다.


전씨를 뽑은 것만큼 이해가 안가는 건

도대체 심상정이 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는가 하는 점이다.

경기도 덕양에서 출마한 심상정은 손범규라는 사람에게 3천표 차이로 졌는데,

그 손 머시기가 뭐하는 사람인줄은 모르겠지만

의원이 될 자질 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심상정의 발끝에 미칠까 모르겠다.

당시 나도 딱이 2번이 좋아서 찍은 건 아니었고,

나처럼 “찍을 놈이 없다”고 한숨을 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심상정만한 후보가 자기 지역구에 나왔다면 얼씨구나 좋다,고 감격하지는 못할망정

낙선을 시키다니.

누가 더 나쁜 걸까? 전여옥을 뽑은 이들과 심상정을 안뽑은 이들 중에.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은 심상정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나 역시도 심상정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아, 다음 대통령은 심상정을 찍어야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상적인 대목은 심상정의 보좌관들이 죽어라고 일만 한 건

“그들이 심상정을 위해서가 아닌,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란 이광호의 글과

“누구보다 똑똑하고 좋은 학교를 나왔는데 왜 저렇게 어려운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심상정 친언니의 말,

그리고 심상정이 서울대를 나와 출세하는 길을 걷지 않은 것은

“그것은 본질적으로 부모를 위한 삶일 뿐이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말 등등인데,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멋진 말은 “정치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심상정 자신의 말이다.

그래서 심상정은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지금 더 큰 꿈을 위해 뛰고 있다.

늘 자유주의 세력에만 표를 던진 나지만,

이런 구절들을 읽고 어떻게 심상정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진보신당의 역량으로 보아 당장 당선이 어렵다면,

이번 지자체 선거처럼 민주당과 단일후보를 내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그게 안된다면 심상정 언니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인물을 보고 뽑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 사람이 진짜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당이 달라도 밀어줬으면 좋겠”다.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이 노무현의 당선에 기여한 것처럼,

책 한권이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권하는 것, 그거야말로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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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10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기좋은 우리나라로 만드는데 저도 일조 하겠습니다.
"그들이 심상정을 위해서가 아닌,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표현 참 멋져요.

마태우스 2010-07-11 01:18   좋아요 0 | URL
그, 그러시군요. 전 이상하게 세실님이 멋져요. 일주일 전쯤에 세실님이 꿈에 나온 거 있죠!!!

세실 2010-07-11 17:15   좋아요 0 | URL
이상한거 아니구요. 지극히 당연한거예요. 호호호~~~
어머 어머 어떤 꿈일까?
마태님 호호혹시 저랑????? ㅋㅋ

마태우스 2010-07-13 07:22   좋아요 0 | URL
지금은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는데요
그,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전 님을 여신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라 꿈에서도 감히....^^

Arch 2010-07-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정씨가 직접 쓴 '당당한 아름다움'이란 책도 있어요. (아시겠지만^^)

이런 방식 좋아요. 한 사람에 대해 여러명의 시각을 보여주는 글.
마태우스님은 참 좋은 책을 소개해주시는군요!(어디서 아부야, 퍽)

마태우스 2010-07-11 01:17   좋아요 0 | URL
앗 아치님이다! 전 정치인이 쓴 책은 좀 홍보성이어서 안읽으려 하는데요,
아무튼 이 시리즈는 괜찮은 책입니다. ^^

순오기 2010-07-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일조~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할게요.
좋은 대학 나와서 제 주머니 불리기에 정신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은데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우리에겐 '희망'이지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울 사회에 아주 희망이 없는 게 아니더라구요

무스탕 2010-07-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心) 항상(常) 바른(正) 사람이라서 언젠가는 그니의 뜻이 모두에게 읽혀지고 받아들여 질거에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제 이름은 서민인데...왜 재벌행세를 하는 걸까요^^

blanca 2010-07-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심상정씨한테 호감이 있었지만 점점 더 그녀에 대해 감탄하게 됩니다. 전은--;; 꾸준히 가는 게 참 신기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 세상도 참 어처구니가 없구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뒤늦게 알았는데 대단한 분이더군요

2010-07-10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1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 Monde Diplomat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6 - 한국판
르몽드(월간지) 편집부 엮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페론주의의 아르헨티나’ ‘뉴욕 경찰이 접수한 학교’ ‘이탈리아 마니풀리테의 좌절’ ‘볼리비아 기득권의 자치 요구’ ‘기로에 선 일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를 뒤적이다 보니, 갑자기 스스로가 왜소해 보인다. 우리네 신문이 다루는 주제와 르 디플로의 그것이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서다. 우리네 신문은 1면에 ‘한나라당이 어쩌고저쩌고’, 2면은 ‘민주당이 어쩌고저쩌고’ 3면은 ‘막가는 정치’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 국제적 사건은 6면에 잠깐 소개를 하는 게 고작이지 않은가? 신문이 일간지고 르 디플로가 월간지라는 것도 관계가 있겠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은 풍문에 의하면 외국신문은 1-3면을 국제적 사건에 할애한단다. 게다가 우리나라 월간지라고 해서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건 결코 아니다. “김심은 어디에 있나”라든지, “이회창 칩거” “박근혜 삐짐” 같은 기사들이 월간지를 채워 왔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제정세에 둔감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건, 그리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눠가면서 쪼잔하게 싸우고 있는 건 언론 탓이 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이냐, 정치.사회 각 분야가 전부 8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마당인데, 한가하게 국제 정세나 훑고 있을 수야 없지 않느냐? 하지만 프랑스라고 해서 뭐 시급한 문제가 없을까? 모르긴 해도 그곳 역시 국내 정치로 신문의 80%를 채우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그네들은 국제정세를 열심히 탐독한다.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큰소리를 치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프랑스가 잘 사니까 그런다고 하지만, 세상이라는 게 꼭 GDP만으로 설명되는 건 아니다. GDP로는 빠지지 않는 일본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르 디플로를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은 하나가 되고 있는 유럽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못하다는 것. 관련 기사의 한 대목이다. “과연 유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이 통합되고 나서 잘 나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어려움이 많은가보다. 때가 때이니만큼 월드컵 얘기도 빠질 수 없는데, 르 디플로는 FIFA의 지나친 돈벌이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90년대에 치른 세 차례 월드컵 중계를 위해 지불한 액수는 18억원 정도”지만 2002년에는 코리아 풀이 무려 455억원을 지불했다는 것. 2006년에는 그보다 적은 260억이었지만, 그래도 90년대에 비해 열배 이상 뛰었다. 이게 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된 FIFA 때문으로, SBS 독점중계 역시 그 일환이란다. 르 디플로의 기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회 종료 이후 이에 대한 면밀한 사후 평가를 통해 SBS 독점중계의 득과 실을 철저히 따져보고 이를 토대로 한국 스포츠 방송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려스러운 점 하나. 퇴임 때 35만 달러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산이 2007년 1억달러가 되었고, 3선에 성공한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재산이 50억달러란다. 디플로는 ‘돈과 정치의 밀월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지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가 정치 때문이라는 거다. 재산이 수백억에 이르는 대통령을 둔 우리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영 씁쓸하다.


우리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광활한 시야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게 르 디플로를 읽는 고통이지만, 두 장 정도 읽고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 르 디플로의 기쁨인 듯하다. 이런 르 디플로가 마케팅 상대로 알라딘과 손을 잡기로 했다. 대부분의 잡지는 전화를 걸어 “우리 잡지 한권만 봐달라”고 마케팅을 하지만, 고품격 잡지인 르 디플로의 전략은 차원이 다르다. 알라디너 한명에게 그 달치 리뷰를 부탁하고, 그분한테 1년치 구독권을 주는 것. 앞으로도 이어질 리뷰 릴레이의 두 번째 주자로 아프락사스님이 수고해 주시기로 했다. 앞으로도 고품격에 목마른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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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6-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ㅠㅠ 정말 국제적인 시대에 필요한 월간지인듯 하네요. 르몽드는 알았는데 디플로는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정기구독 하고픈 가치가 충분할듯 합니다. 마태님 정보 감사합니다.^^

ps : 아하,그러니까 마태님께 디플로에서 리뷰제의가 온것이고 이 글이 첫번째 시작인거군요? 와우~
ps2 : 한겨레 링크중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사이트가 링크되있네요.
http://www.ilemonde.com/

노이에자이트 2010-06-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몽드 지가 경영난으로 매각절차를 밟는다고 하는군요.쟁쟁한 언론사들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나가던중 2014-08-2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를 뒤적이다 보니, 갑자기 스스로가 왜소해 보인다. 우리네 신문이 다루는 주제와 르 디플로의 그것이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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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 자체가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로서 해외토픽을 다루는 월간지랍니다.
 
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의 책을 나올 때마다 읽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레인 메이커>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게 고마울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탐독을 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존 그리샴을 멀리하게 됐고,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시큰둥했다.

그런 내가 <이노센트 맨>을 읽게 된 건 하이드님의 리뷰 때문이었다.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그 정의를 찾는다는 점에서 소설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소설을 읽는 것과는 달라서, 지루하고, 답답하고, 누명을 쓴 사람에 대한 무한 동정과 악덕검사에 대한 무한증오 같은 건 잘 생기지 않더라.”


이 구절을 읽고 생각했다. “내 스타일야!”

<아내의 유혹>같은 선악드라마를 좋아하는 내게

권력을 쥔 악당에게 주인공이 계속 당하는 스토리는 ‘딱’이다.

게다가 이 책은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그리샴은 <이노센트 맨>을 쓰기 위해 18개월의 조사기간이 필요했단다.

악의 화신 빌 피터슨 검사를 비롯해 등장인물 모두를 실명으로 쓰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 책의 내용이 실화라는 건 소설을 읽는 데 박진감을 더해줬다.


책에 나오는 ‘악’은 우리가 익히 봤던 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예컨대 이런 구절들.

검찰과 경찰은 자신들이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끝내 시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옳았다는 헛된 믿음에 끈질기게 집착했다 (415쪽).”

“그들은 석방되었고, 결백을 입증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사과하거나 해명하거나 보상하려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402쪽).”

존 그리샴의 분노가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다.

그 ‘악’들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검사는 자신의 임무인 기소에만 충실했다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경관들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430쪽).”


사놓고 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을 갑자기 집어든 건

둘째 강아지 수술을 위해 춘천으로 떠나던 아침이었다.

춘천의 병원에서 수술시간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마취가 덜깨 괴로워하는 녀석을 간병하면서

짬짬이 이 책을 읽었다.

<이노센트 맨> 덕분에 그 숨막히는 지방선거 개표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결국 450쪽의 그리 얇지 않은 책을 이틀에 읽어버렸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난 그 이틀을 불안과 안타까움 속에서 보내야 했을 것이며,

내게 이 책을 소개해준 하이드님한테 감사드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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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5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6-05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그리샴..추억의 이름이군요..전 사실 원작 소설보다, 영화로 다 봤는데, 코폴라가 감독한 <레인메이커>가 제일 훈훈하고 재치있었던 것 같네요. 원작의 덕도 있겠군요.

마태우스 2010-06-05 09:44   좋아요 0 | URL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은 늘 "영화보다 책이 나아!"라고 하더군요.^^ 그리샴에겐 따스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stella.K 2010-06-0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표결과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이 저 말고 마태님도 계셨군요.
괜히 반가운 생각이...^^
그런데 춘천까지 가셨어야 했나요?
암튼 예삐 지금은 좋아진 거죠?
마태님은 하이드님 때문에 읽으셨다고 했는데 전 마태님 때문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요즘 고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를 조금씩 읽고 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악에 대한 관심이 스멀스멀 다시 깨어나고 있는 느낌입니다.ㅋ
이만하면 저에 대한 안부 인사가 되는 건가요?^^

2010-06-05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6-0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 강아지 수술은 잘 되었는지요. 존 그리샴은 제 절친이 완전 광분했던 작가라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책을 읽어 보았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본인이 변호사출신이 아니었는가 싶은데...읽어보고 싶게 만드시는군요.

2010-06-12 0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