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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ㅣ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4
심상정.임순례 외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2월
평점 :
결혼을 한 뒤 유일하게 안좋아진 건 내가 사는 동네의 국회의원이 전여옥이라는 점이다.
신혼집으로 이사온 지 석달 후에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데,
그런 인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뭔가 싶어서
선거 후 한달 동안 동네 사람들을 적대감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 전날, 집에 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재수없는 목소리로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하는 그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전씨가 유세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버렸다 싶었다.
전씨를 뽑은 것만큼 이해가 안가는 건
도대체 심상정이 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는가 하는 점이다.
경기도 덕양에서 출마한 심상정은 손범규라는 사람에게 3천표 차이로 졌는데,
그 손 머시기가 뭐하는 사람인줄은 모르겠지만
의원이 될 자질 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심상정의 발끝에 미칠까 모르겠다.
당시 나도 딱이 2번이 좋아서 찍은 건 아니었고,
나처럼 “찍을 놈이 없다”고 한숨을 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심상정만한 후보가 자기 지역구에 나왔다면 얼씨구나 좋다,고 감격하지는 못할망정
낙선을 시키다니.
누가 더 나쁜 걸까? 전여옥을 뽑은 이들과 심상정을 안뽑은 이들 중에.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은 심상정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나 역시도 심상정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아, 다음 대통령은 심상정을 찍어야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상적인 대목은 심상정의 보좌관들이 죽어라고 일만 한 건
“그들이 심상정을 위해서가 아닌,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란 이광호의 글과
“누구보다 똑똑하고 좋은 학교를 나왔는데 왜 저렇게 어려운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심상정 친언니의 말,
그리고 심상정이 서울대를 나와 출세하는 길을 걷지 않은 것은
“그것은 본질적으로 부모를 위한 삶일 뿐이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말 등등인데,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멋진 말은 “정치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심상정 자신의 말이다.
그래서 심상정은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지금 더 큰 꿈을 위해 뛰고 있다.
늘 자유주의 세력에만 표를 던진 나지만,
이런 구절들을 읽고 어떻게 심상정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진보신당의 역량으로 보아 당장 당선이 어렵다면,
이번 지자체 선거처럼 민주당과 단일후보를 내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그게 안된다면 심상정 언니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인물을 보고 뽑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 사람이 진짜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당이 달라도 밀어줬으면 좋겠”다.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이 노무현의 당선에 기여한 것처럼,
책 한권이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권하는 것, 그거야말로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