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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의 책을 나올 때마다 읽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레인 메이커>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게 고마울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탐독을 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존 그리샴을 멀리하게 됐고,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시큰둥했다.
그런 내가 <이노센트 맨>을 읽게 된 건 하이드님의 리뷰 때문이었다.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그 정의를 찾는다는 점에서 소설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소설을 읽는 것과는 달라서, 지루하고, 답답하고, 누명을 쓴 사람에 대한 무한 동정과 악덕검사에 대한 무한증오 같은 건 잘 생기지 않더라.”
이 구절을 읽고 생각했다. “내 스타일야!”
<아내의 유혹>같은 선악드라마를 좋아하는 내게
권력을 쥔 악당에게 주인공이 계속 당하는 스토리는 ‘딱’이다.
게다가 이 책은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그리샴은 <이노센트 맨>을 쓰기 위해 18개월의 조사기간이 필요했단다.
악의 화신 빌 피터슨 검사를 비롯해 등장인물 모두를 실명으로 쓰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 책의 내용이 실화라는 건 소설을 읽는 데 박진감을 더해줬다.
책에 나오는 ‘악’은 우리가 익히 봤던 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예컨대 이런 구절들.
“검찰과 경찰은 자신들이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끝내 시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옳았다는 헛된 믿음에 끈질기게 집착했다 (415쪽).”
“그들은 석방되었고, 결백을 입증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사과하거나 해명하거나 보상하려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402쪽).”
존 그리샴의 분노가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다.
그 ‘악’들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검사는 자신의 임무인 기소에만 충실했다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경관들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430쪽).”
사놓고 책꽂이에 꽂혀 있던 이 책을 갑자기 집어든 건
둘째 강아지 수술을 위해 춘천으로 떠나던 아침이었다.
춘천의 병원에서 수술시간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마취가 덜깨 괴로워하는 녀석을 간병하면서
짬짬이 이 책을 읽었다.
<이노센트 맨> 덕분에 그 숨막히는 지방선거 개표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결국 450쪽의 그리 얇지 않은 책을 이틀에 읽어버렸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난 그 이틀을 불안과 안타까움 속에서 보내야 했을 것이며,
내게 이 책을 소개해준 하이드님한테 감사드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