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아홉살인생
공영석 지음 / 성안당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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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 후반 아홉살 아이들의 일상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낸, 일종의 어린이 생활사 만화다. <아홉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논리야 놀자>시리즈의 위기철씨가 쓴 동명의 소설이 있긴 하지만, 이 만화는 70년대 후반의 아홉살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내용들을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했다는 점에서 좀더 친근하고, 눈에 바로 들어오니 생생하고 재미있다.


<아홉살 인생> 작가님은 정말 기억력이 대단하신 분 같다. 교문앞에서 팔던 병아리들부터 등하굣길 오고가던 길가의 작은 점방들 지도, 심지어 점심먹던 도시락통의 여러가지 종류, 주로 싸오던 반찬들과 풀빵가게 이모저모, 당시 극장의 풍경까지 세심하게 그려놓으셨더라. 읽으면서 “하하. 그랬었지” 하며 어느틈에 만화속 아홉살들과 어우러져 교감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아홉살 인생>을 읽으며 1979년의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도 한편 떠올려보게 되더라구.


1979년, 나는 여덟살이었고 국민학교 1학년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학생수가 많은 국민학교(1학년이 25반까지 있었음)에 입학했다가 두번이나 새로 생기는 학교로 옮겼었다. 2부제 수업을 해서 오후반이 되면 12시에 학교가서 4교시 수업 끝나고 4시에 하교했던 기억이 나네.

내 기억에 점심도시락을 싸가기 시작했던 것은 4학년때부터였다. 1,2학년때는 시수가 4교시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들어보니 요즘은 저학년도 시수가 늘어나서 1학년도 점심시간이 있고 5교시까지 수업하는 날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확실히 그당시 남자아이들은 우주전함 만화, 프라모델 조립 등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나를 포함 여자아이들도 만화를 보긴 했지만 공상과학물에 아주 열광하지는 않았었다. 언니들이 보는 중고생 대상 잡지 만화를 많이 봤는데, 이때 일본의 인기 만화들이 쏟아져 들어와 김이순, 조승희, 정영숙 등의 작가 이름을 달고 마치 우리만화인것처럼 출판되기 시작했다. 소녀생활 부록이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워낙 인기가 있어서 아예 단행본으로 전량이 앞당겨 나온것도 이때(1979년)였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초등학교5학년이던 우리 오빠도 꽤 좋아했었다. 근데 오빠가 얼마나 약삭빨랐냐 하면, 책을 보고는 싶은데 자기 돈으로 책사긴 싫으니까, 어린 여동생을 꼬셔서 “자기가 서점에서 사올 테니 네가 돈을 내라”고 하는게 아닌가. 얼결에 나는 고이고이 모아왔던 거금 5천원을 책사는데 몽땅 써버렸다는…(하지만 만화가 워낙 재밌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종이인형, 마론인형 놀이도 무척 즐겨했었다. 이때 종이인형은 참으로 트렌디했다. TV에서 어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그 드라마의 제목을 그대로 딴 종이인형이 며칠후 문방구에 바로 떴다. <청실홍실> <야!곰례야>처럼 제목은 구수한 전통미 있는 타이틀인데, 인형들은 금발에 늘씬쭉쭉 8등신이고 드레스 퍼레이드였던게 지금 생각하면 생뚱맞으면서 웃기네. 그 인형들이랑 함께 붙어있는 장신구, 소품 등을 싹둑싹둑 쓱쓱 정교하게 가위로 오리면서 협응력이 높아졌던 것 같다. 열심히 오린 인형들은 엄마가 주신 빈 겨울내복상자나 한복상자안에 모아뒀었지.


아홉살 인생에서 주인공이 슈퍼맨 영화를 인상깊게 보던데, 나는 <원더우먼>을 더 좋아했다. 이때 슈퍼맨과 원더우먼 인형을 엄마가 함께 사주셔서 두 인형갖고 러브러브 모드 연출하며 놀았던 기억도 떠오르네 ㅋㅋ


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빠랑 같이 봤던 <똘이장군>도 기억난다. 김일성을 상징하는 붉은수령 악당돼지가 똘이장군에게 패배하자 아주 작고 평범한 돼지로 돌아가 땅굴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무척 섬뜩하면서 통쾌(?)했던 기억이다. 엔딩에서 나오는 주제가를 아이들 모두 일어나서 목청껏 불렀던 기억도 난다.  


제목을 보니 <1학기>라고 부제가 달려있는걸 보니, <2학기>도 준비중이신 것으로 예상된다. 1학기에 여름방학 탐구생활 이야기와 만화영화보러간 에피가 담겼으니 겨울방학에는 시골 할머니댁 가서 뚝방에서 썰매타고 놀던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봄.^^


지나간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란 말도 있지만, 어린시절은 좀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미화되어 기억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고난과 시련과 슬픔을 일상으로 여기며 헤쳐왔잖아? 그렇게 신산한 일상을 살아내올 수 있는 힘이 어린시절의 즐거운 추억에서 나오는 것이라 한다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아홉살 인생>을 보면서, 모처럼 미소지으며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주워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봤다.


-출판사에서 협찬해주신 책을 바탕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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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캘빈과 홉스 세트 - 전4권
빌 워터슨 지음, 신소희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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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년만에 다시 만난 캘빈과 홉스! 캘빈은 천진난만 개구장이지만 가끔씩 아주 깜짝놀랄 인생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있는 소리를 (과연 알고한 말인지는^^;;) 해서 넘 매력적이었는데. 상상의 친구지만 지혜롭고 유머스러운 호랑이 인형 홉스와 펼쳐나가는 일상들이 사랑스럽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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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잇 록 Paint it Rock 1 (양장)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남무성 지음 / 안나푸르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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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록음악의 올바른 보급과 질서를 위해 탄생한 기념비적 역작! 수시로 개정판이 발간되니 이 아니 좋을쏘냐~^^ 록매니아 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필소장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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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Go 카카오프렌즈 21 : 캐나다 - 세계 역사 문화 체험 학습만화 Go Go 카카오프렌즈 21
김미영 지음, 김정한 그림 / 아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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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ㅋ 이번 캐나다편에서 제일 신박했던 장면은 초록색악어 콘이 앤의 집 초록지붕 위에서 이프 이브남매랑 퍼즐 저장하려고 벌이는 추격신!^^ 다음권도 기대하게 만드는 이프고의 음모도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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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싶다고 하자 삶이 농담을 시작했다
김현진 지음 / 프시케의숲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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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날 바로 읽기 시작해서 한시간만에 뚝딱 다읽어버렸다. 너무 재미있어서. 김현진 글 잘쓰는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리 흡인력이 대단할줄이야. 그녀의 글은 참 맛깔지고 정직하고 순수하다. 어디서라도 열심히 달음박질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김현진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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