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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한때 저서가 있다는 걸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툭하면 책을 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던 제가 2005년 이후 5년이 되도록 책을 쓰지 않고 있는 건,
솔직히 말해서 김두식 때문입니다.
2004년에 나온 명저 <헌법의 풍경>을 읽은 건 이듬해 제 책이 나온 다음이었을 겁니다.
제 손으로 사는 대신 다른 이로부터 반강제로 선물을 받아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뒤 전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맙니다.
'아, 책은 이런 분들이 쓰는 것이구나'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고,
제가 냈던 책들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마지막에 낸 책이 일말의 가능성을 던져 줬는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신세에서 벗어나
열군데가 넘는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했습니다만,
막상 쓰려고 하면 한줄도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저랑 동년배로, 저 혼자만 친구라고 착각하는 김두식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그런 책을 쓸 내공이 되지 않으면 책을 쓰지 않겠다는 마음이랄까요.
그의 책을 읽다보면 삼촌쯤 되는 분과 마주앉아 가르침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어려운 코드는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동물원 김창기처럼,
평범한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그의 글들이 주는 설득력은 압권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가지고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저자는 그 둘을 환상적으로 결합시켜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배운 건 참 많습니다.
특히나 재미있게 읽었던 건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검열하는가였는데
미국에서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종교의 자유는 외형적으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한 것입니다"라는 말을 비롯해
그가 이 책에 적은 말들은 다른 데 가서 인용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입니다.
제게 있어서 1977년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제가 태어난 것이지만,
그 다음은 무조건 김두식의 탄생입니다.
그의 책이 설득력을 더 얻는 이유는 자신을 낮추며, 책을 전부 존댓말로 쓰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겸손한 태도를 전 '두식이즘'이라고 이름붙이고 따라하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이 리뷰를 존댓말로 쓴 것도 두식이즘의 발로입니다.
* 제 나이가 좀 많아 보여서 출생연도를 좀 손봤습니다. 김두식님도 별 불만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