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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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는 재밌으면서도 유익하다. 한권이고 만화이기에 부담없고 재밌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알찬 지식거리로 충만한 편이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과 곤충 시리즈를 보았고 이번엔 의학이었다. 다른 시리즈도 아마 많을듯 싶다. 이러다 why시리즈 처럼 되는거 아닐런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의학시리즈는 앞선 공룡이나 곤충편보다 재미면에서 많이 떨어졌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다. 장들이 좀 많고, 불과 2-3쪽에 이런걸 모두 담으려하니 큰 줄기가 느껴지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지식만 많았다. 아쉬웠다.

 지금 우리의 의학은 상당히 서구에 의존하고 있다. 동양의학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나 신뢰도 면에서 서구의학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실제 기능도 그정도 인지 모른다. 그렇다보니 이 책도 서구의학의 발달만을 다룬다.

 서구의 과학이 그렇게 발달한 것처럼 의학도 사람의 몸, 동물, 식물등을 연구하면서 발전해온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의학은 발전했는데 알렉산드리아의 대 도서관이 불타고, 로마인은 의외로 의학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이윽고 중세암흑기로 이어지며 서구의 의학발전은 정체기에 머무른다. 이때 중요한 발전을 이룬게 이슬람세력에서의 의학이다. 이때 나온 선구자들이 그리스 시대의 의학과 이집트 의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그리스, 로마시대의 의학이 명맥을 유지한다.

 서구의학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종교적 터부와 보수적 생각때문이었다. 둘은 같이 결합하기도 했는데 한 학자의 이론이 종교적으로 인정받으면 이를 반박하는 것은 굳어진 신앙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예로 갈레노스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의학이 그러했는데 이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혈액의 순환론이 받아들여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 사이 많은 이가 화형당하기도 했다.) 종교는 환자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콜레라나 흑사병, 천연두, 나병환자들은 처음엔 종교에서 치료의 대상이었지만 차차 악마에 씌인 사람이너 저주 받은 사람,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정신병자도 대개 마찬가지.

 보수적 의사들은 새로운 생각을 가로막기도 하였는데 하비의 혈액순환론은 그래서 받아들여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수술기구 및 손을 소독해야한다는 당연한 생각, 맨델의 유전법칙등도 마찬가지였다. 감염부분은 다소 놀라운데, 중세나 근대의 의사들은 수술기구 및 자신의 손을 전혀 닦지 않았고, 심지어 전날 시체 해부 연습을 한 손으로 다음날 아이를 받곤 했다. 그러다보니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가 무려 40%에 달했다고 한다. 기가막히는데 한 의사는 시체를 해부하다 메스로 자신의 손을 감염시키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음날 사망했다.

 이처럼 감염은 인간을 오래 괴롭혔는데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감염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지 못해서였다. 현미경의 발달과 백신의 발달, 그리고 철저한 방역과 소독은 이런 감염으로부터 인간을 상당히 해방시키게 된다. 수술장갑은 꽤 오랜 후에나 만들어졌는데 한 의사가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독한 약물에 소독해 망가지는 것을 보고 만들어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심장의 바이패스 수술이나 장기이식 등의 역사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모두 20세기 후반에나 가능해졌으며 면역억제제를 발견하고, 심장을 잠시 멈추고도 수술이 가능한 순환기 등이 개발되고 나서였다.

 마취제의 개발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0년 정도인데 그 이전엔 짜르고 베고, 가르는 외과수술이 모두 마취없이 이루어졌단 이야기다. 마취약은 세가지가 같이 쓰이는데 프로포폴로 수면은 유도하고 모르핀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쿠라레로 근육을 이완시킨다. 이로써 환자가 고통없이 수술을 받고 의사도 안정적으로 외과수술을 하는게 가능해졌는데 쿠라레의 경우 근육을 이완시키므로 호흡기 계통도 마비시켜, 환자가 숨을 제대로 못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인공호흡기의 개발이 이루어진다.

 책을 보면서 지금껏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현대의학의 발전이 얼마나 더디고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상당성과가 극히 최근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놀랐다. 유전공학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개발로 의학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책이 좀 소홀했던게 미래 의학의 방향인데, 그부분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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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9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 51개의 질문 속에 담긴 인간 본성의 탐구, 동식물의 생태, 진화의 비밀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지음, 박병화 옮김 / 이랑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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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온지 좀 오래된 책이지만 다양한 주제로 생태학과 진화론의 관점에서 책을 엮었다. 환경과 생태에 대해 생각치 못한 여러 새로운 관점을 얻은게 소득이다. 기존 생각과 많은 것이 달랐다. 관점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1. 인간

 인간의 독특한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뛰어난 색구분 능력과 털이없는 것이다. 포유류 중 색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뿐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색약이 있는데 주로 X염색체로 인해 발생하므로 이것이 하나뿐인 남성에게서 10배넘게 나타난다. 적과 녹색의 구분은 익은 과일을 구분하게 하며 독과 독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므로 매우 중요했다. 또한 과일은 노랑과 파랑으로도 익기때문에 이 색들의 구분도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털이 없는데 이로 인해 몸 표면의 많은 땀구멍으로 놀라운 냉각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오래달리기능력과 오랫동안 일할 수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즉, 장시간 사냥과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털과 두꺼운 가죽으로 뒤덮인 많은 포유동물들이 장시간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비춘다면 이는 인간만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머리 부분에 털이 남아있는데 이는 털이 가진 노폐물 배출 효과때문으로 본다. 아미노산에는 황화수소 독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머리털을 통해 배출할 수 있다. 때문에 육식을 많이 하는 동물일수록 털이 많고 냄새가 독하다.

 인간은 태생을 통해 아이를 낳는다. 새끼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 많은 포유류가 이 방식을 선호하지만 인간만큼 출산에서 고통을 겪는 포유류는 없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만 봐도 한방에 새끼를 너덧씩 낳기도 한다. 인간이 고통을 겪는 이유는 인간의 머리가 크기 때문인데 두뇌가 유난히 발달한 인간은 몸대비 머리가 무척 큰 아이를 낳게 되므로 출산에서 고통이 커진다. 물론 큰 머리가 주는 이점이 워낙 크기에 대두를 포기할 순없다. 그렇다면 골반 크기를 늘리면 어떨까? 실제로 인간 여성은 사춘기를 지나 골반이 커지긴 한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을 면할 만큼 커지긴 어려운데 이는 직립보행때문이다. 직립보행의 역할을 골반의 크기를 제약하며,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임신 시 탈장의 우려가 커진다. 출산의 고통은 이래저래 피할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2. 새

 새의 깃털은 날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증거가 이미 날기전 부터 깃털이 있었음을 반증하는데 이는 깃털이 초기엔 다른 역할로 생겨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는 체온이 무려 42도 정도다 되는데 이렇게 뜨거운 이유는 물질대사를 놓이기 위해서다. 새는 진화과정에서 비행하게 되었는데 높은 에너지를 요하는 비행을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물질대사로 요산이나 황화수소 등의 독성물질이 빠르게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동물처럼 털을 이용한 배출을 한다. 새가 깃털갈이를 자주하는 이유다.

 새는 포유류 이상으로 적응력이 높지만 파충류나 양서류처럼 여전히 난생을 하고 있다. 이는 역시 새의 높은 체온과 관련한다. 체온이 높으면 새끼가 체내애서 발생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알을 낳았고, 바깥은 춥기에 역설적으로 알의 제대로 된 발생을 위해 바람을 잘 막아주는 촘촘한 둥지와 알품기가 필요하다. 새는 알을 매우 자주 낳는데 때문에 알껍질의 형성을 위한 인산칼슘이 늘 대량으로 필요하다. 인산칼슘은 이빨을 만들기 위한 주 재료기에 새들이 이가 없는 이유는 알을 자주 낳아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 상식과 다른 생각들

 흔히 영양 공급이 클수록 동식물이 생존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상당히 많은 생물들이 영양이 항상 부족한 상태에서 생존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질소고정 방법을 인류가 터득하게 되면서 지난 백년간 전세계의 산과 들, 강, 바다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비료가 살포되었다. 때문에 전지역이 항상 비옥한 상태이며 이는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생존을 잘 하는 생물들의 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역설적이게도 충분한 영양의 종의 다양성을 줄여버린 것이다.(인간도 충분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대사증후군과 비만의 증가다.)

 다음은 도시와 시골이다. 흔히 자연이 잘 보존된 시골지역이 더 다양한 생물종이 보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땅이 과도하게 영양화되기 전, 많은 생물들이 풀이 듬성등섬 자라는 빈땅에서 따사로운 햇볕에 달궈진 땅에서 진화했다. 많은 작은 동물은 생존이 이 열기가 유리하다. 하지만 땅이 영양화되면서 풀이 많이 지게 되었고, 땅에 그늘과 습기를 제공해 냉각시켜버렸다. 작은 동물이 사라지고 곧 큰 동물도 들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콘트리트와 영양이 적은 도시에선 오히려 이런 생물이 자라기 유리하다. 실제로 도시에 수 자체는 적지만 더 많은 생물종이 존재한다고 하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따로 없다.

 마지막은 대형동물의 증가다. 환경파괴로 인간이 대형동물을 절멸시키거나 꾸준히 개체수를 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자각한 이후 대형동물의 수는 지난 백년간 전반적으로 늘었다. 일단 사냥을 금지시켰고, 에너지 과잉으로 생물량이 전체적으로 늘면서 대형동물도 늘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제도 생겨났다. 대형동물 중 위험한 포식자는 그래도 인간 주변에서 많이 제거되어 중형초식동물이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마땅한 포식자가 없어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고, 숲에서 작은 나무나 뿌리를 먹어치워 숲의 자생력을 파괴한다. 개체수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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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정책피디아 -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한기현 지음 / 맘에드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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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실제론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말이 안되게 여겨질 것이다. 반세기 이상 이어지고 있는 한국 특유의 광풍적 교육열기를 학생으로서 직접 체험을 했든 아니면 부모로서 지원을 했든간에 모두가 총력전의 형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총력전에 각 가정에서 사용한 돈과 시간, 감정 에너지의 소모는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 그리고 총력전이기에 승자든 패자든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교육에 관심이 있어보이지만 실상은 대학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에만 관심이 있다는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때문에 어떤 의도로 나오는 교육정책이든 한국사회의 학부모와 학생은 오로지 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의 관점에서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적 평등, 평생학습, 개인의 성장과 행복, 다양성 등은 모두 후순위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과학과 외국어 부분의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과고와 외고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이 이렇게 된 데 이유를 찾는다면 우선 소위 개천에서 용난다는 신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잘 작동했던 이 원리는 기존 기득권세력이 무너진 한국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사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계층이동을 통해 성공했기에 순작용을 오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계층간의 경제력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이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다리를 경험한 소수와 그것을 본 다수가 이 신화를 아직 견고히 믿고 있다.

 다음은 이 사다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서열화와 경쟁 논리다. 누군가를 사다리로 올려보내려면 반드시 줄 세우기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학연, 지연, 혈연논리에 대한 강한 반대 급부로 이 사디리엔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중요했다. 때문에 시험은 장강명이 '당선, 합격, 계급'에서 말한 것처럼 공채나 객관식 시험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선발된 인원의 실제 역량보다는 상대적 잘함에 초점을 두게되었다.

 마지막은 강한 중앙집권화다.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전문성 보장을 위한 자주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상을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정부에 의해 강력히 통제 받고 있으며 실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육방향을 늘 휘청거렸다. 그러다보니 교육정책은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소수 고위 공무원 혹은 현장경험이 전무한 일부 교수에 의해 수립되었다. 이렇게 수립된 정책은 아래로 향하게 되고 많은 예산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사라지면 교육현장엔 아이들과 교사들의 괴로움만 남을 뿐 아무런 유산과 효과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중앙집권적이며 서열화와 경쟁으로 대표되는 우리 교육에도 10여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로 혁신 교육이다.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변경되면서 정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진보교육감들이 어려운 분위기에서 당선될 수 있었고, 그렇게 분 혁신교육의 바람이 이젠 거의 전국으로 번지게 되었다. 

 혁신교육을 한마디로 정리하긴 쉽지 않지만 거칠게라도 표현한다면 학생입장에선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 및 행복에 중점을 두고 교육이 학생의 삶과 관련하도록 하며 장기적으로 자신이 얻은 지식을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입장에선 국가나 교육부로부터 교육의 자율성을 얻고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료교사와 협력하여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수립 운영하는 것이다.

 책은 이런 혁신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6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교육청 개혁이다. 현재 이름만 지원청이며 사실상의 간섭기관인 교육청을 정책사업을 줄임으로써 진정한 지원기관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정책사업은 80%이상 줄일 것을 목표로 하며 남는 예산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쓸수 있게 목적예산이 아닌 형태로 내리도록 한다. 또한 교육청의 여러 국과 부를 통폐합하고 정책사업의 감축으로 남는 일반공무직은 일선 학교로 내리면 교원업무 정상화에 더 큰 보탬이 되리라고 본다.

 다음은 교원업무정상화다. 우리나라의 교원은 초중등교육법에도 업는 학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 학교의 돌봄서비스와 방과후 학교다. 두 제도는 맞벌이 부모가 많고 살인적 노동강도와 비정규직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마땅히 복지의 업무로 보건복지부나 각 지자체가 수행해야함에도 정부는 이를 학교에 떠넘겼다. 때문에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학교는 적지 않은 인력을 이 사업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모든 업무는 교사의 몫이다. 이런 업무를 제거하고 교원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때 학생의 교육에 고민하는 교원 고유의 업무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교원업무정상화다.

 그리고 이런 업무정상화로 교원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여유는 반드시 연구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원들은 오랫동안 하향식 정책과 과중한 업무로 전문직임에도 스스로 연구하고 전문적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상실해왔다. 교원업무정상화가 된다면 학교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학생중심의 교육과정과 지자체및 마을공동체를 활용한 교육을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번째는 학교의 민주화다. 교육의 주요목표가 민주시민의 양성임에도 학교현장은 놀랍게도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학교의 모든 권력과 결정권한은 학교장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승진과 관련한 인사권도 학교장이 모두 갖고 있어 민주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때문에 승진제도에 대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며 교사나 학부모에 의한 내부교장선출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각 시도교육감들이 교장공모제의 비율을 높이고 승진체계 전체를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섯번째는 혁신학교 네트워크의 구성과 확산과 혁신교육지구 및 혁신클러스터와 확산이다. 혁신학교는 처음엔 단위학교로 시작했지만 혁신학교과 확산되면서 그 성과가 서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초기 일부 혁신학교는 그 운영이 성공적이었음에도 구성원이 교체되자 바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네트워크의 구성및 확산은 이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놀랍게도 지자체와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서로 따로 교육정책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관련 지원사업이 지자체에도 있었다는게 놀랍긴 한데, 서울교육청과 서울시의 협력으로 처음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의 일원화된 교육정책 운영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특정 인사에 의한 지자체의 편중된 교육지원이 줄어들었고, 사업의 중복성도 개선되었다. 또한 지역의 우수한 교육자원활용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런 혁신지구 사업은 위에서부터 강요된 측면이 크며 이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많은 업무로 다가오는 점도 책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혁신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현장의 사례나 연구성과를 보여주는 책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혁신교육과 관련한 교육부, 교육감,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입장에서의 정책사업과 문제점을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인은 교육에 관심이 없고 대학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에만 관심이 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질때 교육은 진정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교육에 특히 혁신교육에 관심을 가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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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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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능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크게 4분야로 구성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걸 따라 말한다. 듣고 말하는 이런 언어능력은 생득적인 것으로 오랜 진화 끝에 얻은 것이다. 수준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사람이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비교적 쉽게 얻는다. 하지만 다른 언어능력인 읽기와 쓰기는 그렇지 않다. 문자가 아예 없는 소수 민족은 이런 기능자체가 아예 없고 문자가 있는 민족들도 읽기와 쓰기는 쉽지 않다. 이는 문자가 발명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인류가 아직은 언어능력의 4가지 기술 중 후자의 2가지를 완전히 획득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가장 어려운 쓰기에 대한 책이다.  말하기 기능처럼 쓰기 기능도 글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 역시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배경지식이 쌓이면서 읽기능력이 점차 향상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지만 쓰기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사실 읽는 양보다 쓰는 양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학창시절과 직장인시절, 그리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익힌 글쓰기의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정리해놓았다. 쓰기에 대해 워낙 경험과 지식이 없는 편이라, 여러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하루만에 소화가 가능해 보였던 책을 거의 일주일을 잡고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만 소개한다.

 저자는 뇌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인간 의식과 활동이 결국 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쓰기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엔 아직 완전히 획득된 기능이 아닌 글쓰기 기능을 뇌는 수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뇌를 다스리기 위해 글을 일단 쓰고 보는 방법과 습관화를 강조한다. 일단 저지르면 뇌는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쓰는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반복과 의식이 중요하다. 의지는 습관에 항복하는데 의지는 의식의 산물로, 결국 오랜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매일 특정한 시간이나 특정한 장소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쓰기를 꾸준히 반복하면 습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글쓰기의 첫걸음인 셈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서 무언가를 완벽하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거부한다. 새로운 해결방안이나 문체, 서사등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것들도 대개 알고보면 기존의 것들을 참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써낼수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다.(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설을 가장 잘 통합해 정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글감을 생각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글쓰기에 앞서 자신이 써야 할 글의 키워드가 있는 칼럼을 한 두편 읽고, 그래도 생각이 안나면 관련 동영상 강의를 한 두편 보며,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온라인 서점에서 관련 책의 목차를 본다고 한다. 이 세단계 안에서 다 해결이 된단다. 대단하다.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생각만 하고 독자를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 않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많이 읽히려면 독자에게 재미나 감동, 얻을 것을 주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생각해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메시지가 되며 사람은 책을 통해 메시지가 있어야만 책을 보게 된다. 그리고 책을 써나가는 단계에서 한꺼번에 알려주기보다는 양파껍질을 벗기든 하나씩 감질나게 메시지를 노출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독자가 기대감을 갖고 책을 끝까지 본다고 한다. 어쩐지 책을 통해 알고 싶었던 말은 결국 마지막 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잘 쓴 책에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 있다. 스투디움은 작품을 보고 누구나 알아차리는 공통적 특징으로 작가의 의도에 대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반대로 푼크툼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으로 유독 나만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부분이다. 저자는 글의 본질은 독자가 푼크툼을 충족하는데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야만 독자와 글 사이에 개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통로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이 연상되며, 나만의 영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좋은 문장의 요건이다. 읽으면서 많이 반성이 되었다. 전혀 내글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의 요건은

1. 단문 2. 문장간의 호응(한국어는 주어와 서술어간의 거리가 멀어 호응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3. 수식어의 절제 4. 주어에 신경쓰기 5. 피동문 피하기. 6. 수사법에 관심 갖기

7. 어미를 다양화하기 8. 가급적 동사형 문장쓰기 9. 다 읽고 퇴고하기

이다. 하나같이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한국어의 문법에 관심을 갖고 어휘를 다양화하는 것도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권한다.  

 글쓰기의 여러가지 방법이 나오지만 결국은 일단 도전해서 쓰고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쓰기에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며 그 재료를 얻는 것은 꾸준히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것이었다. 많이 읽는 사람은 누구나 결국 그 욕구가 쓰기로 향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다보면 그리고 쓰기에 좀더 신경을 쓰다보면 누구나 한권의 책으로 자신의 글을 남기는 날이 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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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문화란 이름으로 만들어낸 여러 유흥거리가 있다. 음악, 영화, 예술, 문학 등등. 그런데 한가지가 더 있다. 이들보다 고상함은 웬지 떨어져보이고 문화임은 분명한데 그렇게 분류하기도 좀 애매한 것, 바로 스포츠다. 하지만 스포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기와 영향력 측면에서 나머지들을 압도한다. 지상 최고의 축제가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란 것만 봐도 그렇다. 나머지 유흥거리 문화 중 이정도 인기와 압도적 규모, 상업성을 자랑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나머진 유흥거린 이 스포츠행사를 빛내기 위한 양념으로 주제가나 개회 또는 폐회 행사에 사용되기 마련이다.(그 대단한 비틀즈의 노래도 런던올림픽 기념행사곡으로 쓰였으며 흥행에 민감한 방송사들은 스포츠행사 때면 아무리 인기있어도 음악프로와 드라마를 중지한다) 

 스포츠가 이처럼 인기가 좋은 것은 바로 다른 유흥거리들에 비해 인간 본성에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겐 사냥, 혹은 서로 다른 집단들 끼리의 전쟁, 또는 짝짓기나 자원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격성이 본능적으로 내재한다.(공격성은 스스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른 것을 포식하거나 얻어야 하는 동물에겐 필연적이다) 이런 폭력성은 전시상황이나 대결구도에선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한 것이지만 평시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매우 불필요한 것이 된다. 특히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협력의 필요성과 이로 인한 도덕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그렇게 되었는데 스포츠는 바로 이런 인간의 공격성을 다른 방향으로 분출시켜 해소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스포츠가 처음부터 이런 의도로 시작되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 갈등적 상황이 없는 상황에서 친한 인간들끼리 장난삼아 서로 돌던지기를 하고 놀거나, 막 잡아먹은 동물의 잘 굴러가는 머리뼈를 차고 놀거나, 아니면 보다 원초적으로 서로의 속도나 힘을 경쟁하는 식의 형태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전쟁 연습이나 집단 사냥연습을 하면서 게임비슷하게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인간의 뇌는 시뮬레이션을 하게끔 진화했으니.

 그리고 세계 각 지역은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졌음에도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스포츠를 즐겼음이 분명해 보인다. 돌을 상대편에 던지거나 무언가를 맞추는 것, 혹은 집단적으로 전쟁연습을 하거나 사냥연습을 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어디서든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거의 공통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로 여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발생한 스포츠종목에도 쉽게 적응하고 배우며 즐길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물론 모두 그렇진 않다. 열대내륙국가의 사람이 동계스포츠나 수영을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즐기는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은 인간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서로간의 육체적 직접적 경쟁, 집단 혹은 개인간의 일대일 전쟁, 집단 사냥의 요소를 변형된 형태로 거의 그래도 반영하고 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형태인 육체적 대결이다. 강함을 나타내는 가장 직접적이고 원시적인 형태인 서로간의 힘과 속도, 지구력 등을 경쟁한다. 이런 종목으론 모든 육상종목, 수영종목,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펜싱 등의 투기종목이 들어간다. 

 집단간의 전쟁이나 사냥 형태를 반영하는 종목은 거의 모든 구기 종목이다. 농구, 축구, 핸드볼, 하키등의 구기 종목은 서로 협력하여 상대편의 본진인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상대편의 본진을 점령해야 승리하는 전쟁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이를 위해 많은 육체적 힘과 협력, 전략 싸움이 필요하다. 전쟁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네트종목이 있다. 네트 종목은 상대진영의 틈을 노려 공을 때려 넣으면 이기는 것이다. 테니스나 탁구, 배구, 배드민턴 등이 그러하다. 역시 상대의 본진이나 약점을 공격하는 전쟁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돌팔매로 상대편을 맞추는 직접적인 형태에서 출발해 모두 변형된 것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스포츠이니 상대편을 보호하기 위해 네트란게 생겼을 것이고 돌대신 다른 대용품이 쓰였으며, 공격할 목표가 필요했기에 라인이 있는 코트가 생겼을 것이다.

 우리는 협력성을 갖고 집단의 힘을 통해 서로의 생존력을 높이며 진화했기에 이런 종목에서 전쟁이나 사냥에서의 강함을 드러낸 영웅에게 본능적으로 환호한다. 나의 생존에 직접,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스포츠스타나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에 환호하며 한국인이면 특히 손흥민과 류현진에 환호한다. 최고의 무대에선 최고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엔 이보다 더욱 사회적인 측면도 자리한다. 바로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분이며, 외집간과의 경쟁 및 갈등을 통한 내집단의 강화효과다. 인간은 같은 종목에 비슷한 수준의 스포츠 경기일지라도 내집단과 외집단간의 경기일 때 무척 흥분하고 환호하며 절망한다. 특히, 내집단과 외집단이 갈등상황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때문에 한국이 축구경기를 하며 우호국인 미국과 경기하는 것과 역사적으로 적대국인 일본과 경기하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이처럼 우린 스포츠를 통해 내가 속한 내집단에 더욱 소속감을 갖게 된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협력을 통해 생존력을 높이며 진화한 만큼 내가 속한 내집단이 사냥이나 전쟁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의 생존에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린 스포츠를 통해서도 항상 내집단의 승리를 기원하며 외집단의 패배를 바란다. 특히, 자원경쟁이나 전쟁을 하는 인접한 혹은 외집단이라면 더욱 그럴수 밖에 없다.

 그리고 스포츠에서 내집단은 바로 나의 팀이다. 작게는 우리 동네에서 내가 직접 소속되거나 응원하는 팀, 더 크게는 우리 지역의 프로팀, 더 나아가서는 우리 국가의 대표팀이다. 그렇기에 모든 프로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밀착한 풀뿌리 형태의 리그운영이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의 팬들이 자신의 팀을 내집단으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여 적극 참여하고 응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축구가 국가차원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으면서도 프로차원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역화가 미흡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흥행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한국프로야구는 지역색이 매우 뚜렷한 반면 프로축구는 아직 지역화가 약하다. 성공적인 영국의 축구 프로리그를 보면 같은 런던만 해도 지역과 계층을 대표하는 네개의 팀이 있는데 반해 인구면에서 훨씬더 거대한 한국의 수도 서울은 그 지역적 다양성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고작 한 개의 팀이 서울 전체를 대표한다. 이래서야 사람들이 서울팀을 자신의 내집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재밌는 것은 현대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자신의 내집단, 즉 응원팀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축구팀을 응원하는 한 팬이있다. 이 팀에는 매우 기량이 뛰어난 최고의 공격수가 있는데 한국국가대표 선수이기도하다. 평소엔 이 녀석이 우리팀이니 내집단으로 받아들이고 응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한국과 일본의 축구국가대항전이 일어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경우 이 팬은 자신의 일본팀을 괴롭히는 상대편의 공격수를 보면서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곤란해 질것이다. 이 공격수는 이 지금은 적이지만 이 경기만 끝나면 더욱 밀접한 자신의 지역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공격수가 일본의 골문을 향해 골을 몰아넣거나 혹은 우리 일본 팀 선수에 의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대체 어떤 심경에 빠질까.

 하여튼 이게 서두인데 너무길었다. 이번에 읽은 책이 스포츠, 바로 아이스 하키를 소재로 한 책이어서 그렇다. 읽은 책은 바로 소설 '우리와 당신들'이다. 낭만적 제목 같지만 스포츠가 소재인 만큼 우리는 바로 우리팀을 응원하는 내집단, 그리고 당신들은 그 팀을 응원하지 않는 나머지 외집단들이다. 작가가 스웨덴 사람인 만큼 배경이 스웨덴이다.

 베어타운이라는 시골마을이 있다. 스웨덴은 추운데 여기서도 더 추운지역인지 짧은 2-3개월의 여름만 지나면 지역은 추워지고 바로 하키의 계절이 돌아오는 그런 지역이다. 외집단 역할을 맡은 인근 마을은 헤드다. 베어타운과 헤드는 서로 지역 라이벌 팀인데, 시골이고 인접하다보니 일자리와 학교등 많은 것을 공유한다. 본디 라이벌은 희소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에 인접지역이어야 하고 그러면을 충족하는 양팀의 사람들은 서로를 늘 죽일 듯이 대한다. 이웃사촌이란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어쨌든 시골 지역임에도 헤드에 비해 승승장구하는 하키팀을 가진 베이타운에 위기가 찾아온다. 하키팀의 소년 에이스 케빈이 하키팀 단장의 딸 마야를 성폭행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바로 지역사회에 알려졌지만 하키팀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한다. 케빈은 우리 내집단. 즉, 팀의 영웅이고 마야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내집단, 즉 프로팀에 상당한 위기를 불러오기 올것이니 사람들의 반응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결국 진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상은 밝혀지고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팀의 책임자인 단장 페테르 안데르손은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케빈을 팀에서 제외한다. 케빈이 떠나고 그를 옹호하는 선수들이 라이벌 헤드로 떠났다. 베어타운은 팀 해체위기에 빠지면 베어타운 지역의 공장도 위기에 빠진다. 한 때 문제는 많았지만 용맹했던 선수들은 문제생활에 빠진다. 그리고 이런 베이타운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노리는 고향출신 정치인이 다가온다.

 이야기는 그렇게 굴러간다. 소설은 여러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하키다.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스웨덴에서 하키란 스웨덴 사람들과 지역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지를 작가는 많이 고민한듯 하다. 그래서 책은 하키는 그저 하키일뿐이라지만 하키로 인해 지정치적 술수에 휘말리고, 인생을 고민하고, 가족간에 갈등하는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나도 스포츠에 대해 고민하게 되 긴 서두를 썼지만 말이다.

 책은 생각할 문제과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어 소설임에도 긴 시간을 읽었다. 무려 일주일을 소모했다. 사실 작년의 마지막 책이 될줄 알았는데 이런 이유로 새해 첫 책이 되고 말았다. 주옥 같은 글귀도 많다. 작가가 사람과 인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다. 재미도 충분하고 생각거리도 충분하며 글도 아름답다.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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