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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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능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크게 4분야로 구성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걸 따라 말한다. 듣고 말하는 이런 언어능력은 생득적인 것으로 오랜 진화 끝에 얻은 것이다. 수준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사람이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비교적 쉽게 얻는다. 하지만 다른 언어능력인 읽기와 쓰기는 그렇지 않다. 문자가 아예 없는 소수 민족은 이런 기능자체가 아예 없고 문자가 있는 민족들도 읽기와 쓰기는 쉽지 않다. 이는 문자가 발명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인류가 아직은 언어능력의 4가지 기술 중 후자의 2가지를 완전히 획득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가장 어려운 쓰기에 대한 책이다.  말하기 기능처럼 쓰기 기능도 글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 역시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배경지식이 쌓이면서 읽기능력이 점차 향상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지만 쓰기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사실 읽는 양보다 쓰는 양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학창시절과 직장인시절, 그리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익힌 글쓰기의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정리해놓았다. 쓰기에 대해 워낙 경험과 지식이 없는 편이라, 여러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하루만에 소화가 가능해 보였던 책을 거의 일주일을 잡고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만 소개한다.

 저자는 뇌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인간 의식과 활동이 결국 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쓰기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엔 아직 완전히 획득된 기능이 아닌 글쓰기 기능을 뇌는 수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뇌를 다스리기 위해 글을 일단 쓰고 보는 방법과 습관화를 강조한다. 일단 저지르면 뇌는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쓰는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반복과 의식이 중요하다. 의지는 습관에 항복하는데 의지는 의식의 산물로, 결국 오랜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매일 특정한 시간이나 특정한 장소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쓰기를 꾸준히 반복하면 습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글쓰기의 첫걸음인 셈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서 무언가를 완벽하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거부한다. 새로운 해결방안이나 문체, 서사등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것들도 대개 알고보면 기존의 것들을 참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써낼수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다.(실제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설을 가장 잘 통합해 정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글감을 생각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글쓰기에 앞서 자신이 써야 할 글의 키워드가 있는 칼럼을 한 두편 읽고, 그래도 생각이 안나면 관련 동영상 강의를 한 두편 보며,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으면 온라인 서점에서 관련 책의 목차를 본다고 한다. 이 세단계 안에서 다 해결이 된단다. 대단하다.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생각만 하고 독자를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 않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많이 읽히려면 독자에게 재미나 감동, 얻을 것을 주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생각해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메시지가 되며 사람은 책을 통해 메시지가 있어야만 책을 보게 된다. 그리고 책을 써나가는 단계에서 한꺼번에 알려주기보다는 양파껍질을 벗기든 하나씩 감질나게 메시지를 노출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독자가 기대감을 갖고 책을 끝까지 본다고 한다. 어쩐지 책을 통해 알고 싶었던 말은 결국 마지막 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잘 쓴 책에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 있다. 스투디움은 작품을 보고 누구나 알아차리는 공통적 특징으로 작가의 의도에 대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반대로 푼크툼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으로 유독 나만이 작품을 통해 느끼는 부분이다. 저자는 글의 본질은 독자가 푼크툼을 충족하는데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야만 독자와 글 사이에 개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통로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이 연상되며, 나만의 영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좋은 문장의 요건이다. 읽으면서 많이 반성이 되었다. 전혀 내글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의 요건은

1. 단문 2. 문장간의 호응(한국어는 주어와 서술어간의 거리가 멀어 호응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3. 수식어의 절제 4. 주어에 신경쓰기 5. 피동문 피하기. 6. 수사법에 관심 갖기

7. 어미를 다양화하기 8. 가급적 동사형 문장쓰기 9. 다 읽고 퇴고하기

이다. 하나같이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한국어의 문법에 관심을 갖고 어휘를 다양화하는 것도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권한다.  

 글쓰기의 여러가지 방법이 나오지만 결국은 일단 도전해서 쓰고 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쓰기에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며 그 재료를 얻는 것은 꾸준히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것이었다. 많이 읽는 사람은 누구나 결국 그 욕구가 쓰기로 향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읽다보면 그리고 쓰기에 좀더 신경을 쓰다보면 누구나 한권의 책으로 자신의 글을 남기는 날이 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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