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정책피디아 -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한기현 지음 / 맘에드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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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실제론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말이 안되게 여겨질 것이다. 반세기 이상 이어지고 있는 한국 특유의 광풍적 교육열기를 학생으로서 직접 체험을 했든 아니면 부모로서 지원을 했든간에 모두가 총력전의 형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총력전에 각 가정에서 사용한 돈과 시간, 감정 에너지의 소모는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 그리고 총력전이기에 승자든 패자든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교육에 관심이 있어보이지만 실상은 대학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에만 관심이 있다는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때문에 어떤 의도로 나오는 교육정책이든 한국사회의 학부모와 학생은 오로지 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의 관점에서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적 평등, 평생학습, 개인의 성장과 행복, 다양성 등은 모두 후순위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과학과 외국어 부분의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과고와 외고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이 이렇게 된 데 이유를 찾는다면 우선 소위 개천에서 용난다는 신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잘 작동했던 이 원리는 기존 기득권세력이 무너진 한국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사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계층이동을 통해 성공했기에 순작용을 오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계층간의 경제력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이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다리를 경험한 소수와 그것을 본 다수가 이 신화를 아직 견고히 믿고 있다.

 다음은 이 사다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서열화와 경쟁 논리다. 누군가를 사다리로 올려보내려면 반드시 줄 세우기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학연, 지연, 혈연논리에 대한 강한 반대 급부로 이 사디리엔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중요했다. 때문에 시험은 장강명이 '당선, 합격, 계급'에서 말한 것처럼 공채나 객관식 시험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선발된 인원의 실제 역량보다는 상대적 잘함에 초점을 두게되었다.

 마지막은 강한 중앙집권화다.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전문성 보장을 위한 자주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상을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정부에 의해 강력히 통제 받고 있으며 실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육방향을 늘 휘청거렸다. 그러다보니 교육정책은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소수 고위 공무원 혹은 현장경험이 전무한 일부 교수에 의해 수립되었다. 이렇게 수립된 정책은 아래로 향하게 되고 많은 예산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사라지면 교육현장엔 아이들과 교사들의 괴로움만 남을 뿐 아무런 유산과 효과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중앙집권적이며 서열화와 경쟁으로 대표되는 우리 교육에도 10여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로 혁신 교육이다.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변경되면서 정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진보교육감들이 어려운 분위기에서 당선될 수 있었고, 그렇게 분 혁신교육의 바람이 이젠 거의 전국으로 번지게 되었다. 

 혁신교육을 한마디로 정리하긴 쉽지 않지만 거칠게라도 표현한다면 학생입장에선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 및 행복에 중점을 두고 교육이 학생의 삶과 관련하도록 하며 장기적으로 자신이 얻은 지식을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입장에선 국가나 교육부로부터 교육의 자율성을 얻고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료교사와 협력하여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수립 운영하는 것이다.

 책은 이런 혁신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6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교육청 개혁이다. 현재 이름만 지원청이며 사실상의 간섭기관인 교육청을 정책사업을 줄임으로써 진정한 지원기관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정책사업은 80%이상 줄일 것을 목표로 하며 남는 예산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쓸수 있게 목적예산이 아닌 형태로 내리도록 한다. 또한 교육청의 여러 국과 부를 통폐합하고 정책사업의 감축으로 남는 일반공무직은 일선 학교로 내리면 교원업무 정상화에 더 큰 보탬이 되리라고 본다.

 다음은 교원업무정상화다. 우리나라의 교원은 초중등교육법에도 업는 학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 학교의 돌봄서비스와 방과후 학교다. 두 제도는 맞벌이 부모가 많고 살인적 노동강도와 비정규직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마땅히 복지의 업무로 보건복지부나 각 지자체가 수행해야함에도 정부는 이를 학교에 떠넘겼다. 때문에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학교는 적지 않은 인력을 이 사업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모든 업무는 교사의 몫이다. 이런 업무를 제거하고 교원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때 학생의 교육에 고민하는 교원 고유의 업무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교원업무정상화다.

 그리고 이런 업무정상화로 교원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여유는 반드시 연구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원들은 오랫동안 하향식 정책과 과중한 업무로 전문직임에도 스스로 연구하고 전문적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상실해왔다. 교원업무정상화가 된다면 학교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학생중심의 교육과정과 지자체및 마을공동체를 활용한 교육을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번째는 학교의 민주화다. 교육의 주요목표가 민주시민의 양성임에도 학교현장은 놀랍게도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학교의 모든 권력과 결정권한은 학교장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승진과 관련한 인사권도 학교장이 모두 갖고 있어 민주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때문에 승진제도에 대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며 교사나 학부모에 의한 내부교장선출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각 시도교육감들이 교장공모제의 비율을 높이고 승진체계 전체를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섯번째는 혁신학교 네트워크의 구성과 확산과 혁신교육지구 및 혁신클러스터와 확산이다. 혁신학교는 처음엔 단위학교로 시작했지만 혁신학교과 확산되면서 그 성과가 서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초기 일부 혁신학교는 그 운영이 성공적이었음에도 구성원이 교체되자 바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네트워크의 구성및 확산은 이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놀랍게도 지자체와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서로 따로 교육정책을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관련 지원사업이 지자체에도 있었다는게 놀랍긴 한데, 서울교육청과 서울시의 협력으로 처음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의 일원화된 교육정책 운영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특정 인사에 의한 지자체의 편중된 교육지원이 줄어들었고, 사업의 중복성도 개선되었다. 또한 지역의 우수한 교육자원활용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런 혁신지구 사업은 위에서부터 강요된 측면이 크며 이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많은 업무로 다가오는 점도 책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혁신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현장의 사례나 연구성과를 보여주는 책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혁신교육과 관련한 교육부, 교육감,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입장에서의 정책사업과 문제점을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인은 교육에 관심이 없고 대학입시를 위한 성적향상에만 관심이 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질때 교육은 진정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교육에 특히 혁신교육에 관심을 가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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