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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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책에서 주로 지식과 영혼의 흔들림, 깨달음, 재미와 감동, 분노 등을 얻는 편이다. 책에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의 느낌이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아무래도 보는 책의 종류 탓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책 자체가 인간이 자신의 모든 걸 담아낸 것인데 그것이 인간에게 주지 못하는게 뭐가 있을까.  

 책의 저자인 애나 모지스는 1860년에 태어나 1961년에 죽었다. 무려 101세를 살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인생엔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미국은 농업국에서 산업국으로 그리고 세계 제1의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남북전쟁과 1-2차대전, 경제공황, 한국전쟁 등이 있었다. 

 애나는 미국 북부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형제자매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농가일을 돕기 전인 12살 이전까지는 마음껏 미국의 대자연과 농가의 평화로움을 즐기며 살았다. 봄이면 꽃을 꺾었고, 여름이면 형제들과 함께 방앗간 인간의 호수에 띄울 뗏목을 같이 만들어 띄워 놀았고, 가을이면 단풍수액으로 시럽을 마음껏 만들어 먹었고, 겨울이면 눈으로 놀고, 아버지와 썰매를 탔다. 애나의 집은 주도로와 좀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래서 큰 눈이 내리면 아버지가 썰매를 꺼내어 말들에 매어 달려 길을 내었고, 아버지가 그럴때면 애나와 형제들은 볏짚이며 이불이며 추위를 견딜만한 걸 잔뜩 가지고 함께 썰매를 탔다. 애나는 어릴적 그게 가장 신나는 기억이었다고 한다.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애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데 책엔 언급은 없지만 남북전쟁의 전투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는 걸 보면 아주 어릴적이지만 전쟁에 대한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애나는 형제중 나이가 가장 비슷한 아서와 친했다. 어릴적 같이 놀고 함께 모든걸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아서는 일찍 죽는다.

 애나는 커서 농장일을 도왔다. 남은 기름과 잿물을 이용해 한해 동안 쓸 비누는 모조리 만들었고, 양털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짜거나 뜨기도 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여자의 일이었는데 워낙 바빠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여자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엔 워낙 옷이 귀해 옷에 풀을 먹이고 표백했는데 그래야 옷을 오래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애나는 더 나이가 들어 다른 집에 들어가 가정부 일을 시작한다. 그 일을 꽤 오래한 듯 한데, 그 집 사람들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그 집의 아이들도 그리고 주인집 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애나 만큼 오래살지 못해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있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애나는 그 집에서 자신의 남편이 된 토마스 모지스를 만난다. 책엔 나오지 않았는데 알아보니 토마스는 애나보다 연하란다. 

 결혼해서 애나는 처음으로 남부에 자리잡는다. 애나는 남편이 성실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돈이 많은 남자는 그로 인해 좋아하면 돈이 떨어지면 싫어지고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애나는 여자라도 남편이 벌어다주는것만 먹고 사는게 아니고 똑같이 일하고 싶어 했다. 물론 형편이 충분치 않은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애나는 무려 열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애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가 10명 이상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특별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4명의 아이들은 죽어서 나왔고, 한 명의 아이는 출생후 6주를 살다가 죽었다. 애나는 그 아이들을 아름다운 셰년도어 벨레에 조그마한 무덤 다섯개로 남겨두었다.

 결혼해서도 농장일은 바빴다. 월요일엔 빨래를 하고, 화요일엔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엔 빵을 굽고 청소를 하고, 목요일엔 바느질, 금요일엔 바느질에 화단 가꾸기와 잡다한 일을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해가 뜨기전 옷을 갈아입고 불을 지피고 찻물을 끓였으며, 닭장에서 닭 모이를 주고 물을 주었으며 아침식사를 차렸다. 낮까지 들에서 일을 하고 점심을 준비한 후, 다시 밭에서 일을 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우유를 짰다. 자기전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며 나이가 들었다.

 1927년 남편 토마스가 추운 겨울에 나무를 하러 갔다. 그냥 돌아와 몹시 피곤해하며 서너시간을 자다 다시 일어나서 죽었다. 협심증이었다. 남편이 죽고 이미 노인이 된 애나는 평생을 해오던 바느질을 계속한다. 하지만 손이 아파서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그림이 누군가에 눈에 들었고, 팔리기 시작했고, 전시회까지 하게 되며 미전역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타임지에까지 실리고 애나가 죽었을때 추도사를 케네디 대통령이 할정도였다.

 책은 애나의 그림이 무척 많이 실려있는데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 그림을 애나는 무려 1600여점을 그렸다. 그림을 보면 애나가 살았던 미국 시골의 대자연과 4계절 그리고 동물들과 작물들이 많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배경이 넓게 보이는걸 보면 미국의 대 자연이 애나에게 어릴적 부터 무척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림엔 항상 사람이 많다. 서로 함께 일하고 놀고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목가적인 모습때문에 애나의 그림은 당시 세계 대공황과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도 울림이 큰게 아닐까 한다. 번외적 이야기지만 애나의 그림을 보면 유독 다리에 지붕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당시엔 다리에 지붕을 씌우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다리를 나무로 만들었는데 지붕이 없으면 눈비를 맞아 수명이 15년에 불과하지만 지붕을 건설하면 무려 100년가까이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나 모지스의 책은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를 둔 시점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의 그림과 긴 생에서 얻은 깨달음이 주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말과 생각을 즐겨보는 것도 연말을 보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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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12-07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보니 책에서 영혼의 흔들림.
뒤 늦은 이해. 분노.. 등을 얻을 때가 많네요

긴 생애를 견디어 내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닷슈 2020-12-07 21:3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긴 생애를... 그리그 그것을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잘 살아낸 사람의 인생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의 골든타임 - 팬데믹 버블 속에서 부를 키우는 투자 전략
박종훈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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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보면 시류를 타는 투자책 같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도 책 내용이 경제전반과 경제사를 꿰뚫는 흐름을 보여준다면 난 그 책이 경제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 '부의 골든 타임'도 그랬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생겨난 미국의 양적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정책변화, 그리고 코로나 이후 앞으로의 경제동향에 대해 경제사적 관점에서 상당히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1. 자기조직화 이론

 경기사이클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론이 있지만 저자는 폴 크루그먼의 자기 조직화 현상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본다. 자기 조직화 현상은 한 현상이 일어나면 그게 심화되는 방향이로 경제현상들이 일거에 몰리며 그 현상 자체를 강화해나간다는 이론이다. 일단 경기가 호황국면이면 기업은 설비투자를 늘리게 되고 제품생산이 증가한다. 그러면 기업에 의한 고용이 이루어지고 고용이 많아져 소비가 늘어 기업의 투자는 더욱 확대된다. 이젠 너도나도 돈을 빌려 소비와 투자를 일삼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빚이 많아진다. 돈이 돌도 도니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이 자산을 사기 위해 더욱 사회전체의 빚이 많아진다. 결국 각 경제주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빚을 지게 되는데 이 시점은 자신의 수입으로 이자를 내가 어려워지는 지점이다. 이 상태는 임계상태로 약간의 경제적 충격으로도 붕괴에 이르는 상태다. 

 결국 작은 충격이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나게 되고 자기조직화 현상에 의해 버블이 순식간에 붕괴되어간다. 작은 충격은 불황은 불러오고 기업의 설비투자는 급감한다. 이에 생산량도 줄고 고용과 소비가 동반 하락하니 기업의 설비투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에 빚잔치에 돈을 마구 풀던 은행은 신용경색에 빠지고 대출의 회수에 나선다. 빚을 갖기 위해 너도 나도 무리해 사둔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며 자산가격은 떨어진다. 


2. 경기 사이클

자기 조직화 이론에 의해 경기사이클은 4단계를 거친다. 골디락스-버블-버블붕괴-디레버리징이다.

 골디락스는 디레버리징이 마무리 되면 시작된다. 부채기업이 정리되고 효율적인 기업으로 경제가 재편되었기에 기업의 순이익과 가계의 소득이 회복되어 생산투자가 조금씩 회복된다. 고용은 비탄력적이기에 서서히 회복된다. 부채가 서서히 늘어나지 버블 붕괴때 무너진 자산가격이 회복되지 않아 담보여력들이 모두 적어 부채 증가 속도도 매우 더디다. 사람들은 불황의 경험으로 투자에 조심스러워져 확실한 기업에만 투자하며 성공하게 되면 이후 과감한 대출 및 투자를 시작한다. 이에 자산가격도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버블에 이르면 자산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너도나도 자산투자를 시작하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에 자신의 소비가 증가한것처럼 착각하는 순자산효과로 소비가 더욱 늘어나고 기업 이윤도 올라간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및 이윤의 증가속도를 곧 앞지르며 주식이 부동산보다 먼저 오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는 풍요를 느끼며 이쯤이 정점일거란 합리적 예측을 넘어서서 더욱 오르고 길게 지속되어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고 경제적 사이클이론도 끝난 것만 같다. 은행은 대출기준을 매우 쉽게 하여 돈을 마구 시중에 풀고 쉬운 이윤에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매우 고수익고위험투자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곧 버블붕괴가 온다. 버블의 정점에서 과도한 빚투로 인해 많은 주체가 임계상태에 이른다. 어디선가 작은 충격이 시작되면 가격하락이 일어나고 자기조직화 이론에 의해 더욱 하락을 부채질한다. 버블과는 반대로 자산가격의 하락은 가난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역자산효과를 가져와 소비가 더욱 줄고 기업 이윤이 감소한다. 뱅크런에 대한 우려로 은행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려 하고 이로 인해 신용경색이 발생하여 실물경제마저도 불황의 골로 빠져든다. 3년에서 5-6년간 원래의 성장경로로 복귀하지 못하게 되는데 버블붕괴 전날이나 가까운 시점혹은 버블붕괴 시작후에도 자산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에 버블붕괴의 시작은 그 예측이 매우 어려우며 모두가 버블이 붕괴되었음을 알아차린 후는 대개 이미 탈출이 늦은 경우다.

 이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이다. 그 진행과정은 금융당국이 긴축을 하든지 완화를 한든지에 따라 달라진다. 중앙금융당국이 불황초기에 신속히 개입해 신용경색을 최대한 막고 시간을 확보해 부실기업을 정리해나가는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한다면 다시 골디락스는 찾아온다. 하지만 불황에 대응할 시점을 놓치거나 잘못된 정책을 펴나간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20년 이상의 불황의 늦에 빠질수도 있게 된다. 호황은 자연스레 오지는 않는 법이다. 


3. 불황의 시그널

 그렇다고 정말 불황을 알아채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다. 책은 2가지 방법을 든다. 우선 장기 단기 금리차의 역전현상이다. 금리는 대개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보다 단기가 당연히 높다. 하지만 버블이 정점에 가까울수록 버블의 마지막을 눈치챈 세력이 많아지며 둘은 수렴하다 마침내 역전한다. 경기침체가 다가올수록 단기금리는 현재 호황을 반영해 금리가 높아지는 반면 장기금리는 경기불황을 예측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통화가치의 급락이다. 불황의 조짐이 보이면 신흥국에 있던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회귀하고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급락한다. 신흥국은 이 경우 금리는 낮추어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금리를 낮추면 글로벌 자금의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결국 신흥국은 금리인상과 자금유출이 겹쳐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고 경제위기에 은행파산이 이르게 된다. 

 

4. 양적완화는 무엇인가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양적완화는 불황20년으 겪은 일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그 규모가 작았고 성공경험도 없어 파급력이 없었지만 미 연준에게 그 정책이 준 인상은 강렬했다. 양적완화는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등을 사들이는 대신 금융회사에 현금을 찍어 지급하는 정책이다. 

 과거 2000년대 버블위기전까지 미연준은 불황의 조짐이 보이면 반드시 금리를 인상해 불황에 대비했다. 이는 세계경제공황이후 꾸준히 이어진 그들의 전통적 성공 공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연준은 디레버리징 강도를 약화하고 부채를 정리하기 보다는 속도는 늦추는 전략으로 나갔다. 이는 결국 과잉생산과 실물불황을 가져왔고 빈부격차도 확대했다. 반면 증시는 크게 부양된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퍼부운 돈의 규모는 천문학적인데 1차시기인 2008-2010년간 1조7520억 달러, 2차인 2010-2011년 6천억 달러 3차인 2012-2014년 1조 8550억 달러 이상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지금도 돈을 시장에 퍼붓고 있다. 

 초기 양적완화는 과거 세계경제공황때 돈을 민간과 중소기업에 직접 뿌렸던 헬리콥터머니로 비유되었다. 하지만 정작 풀린돈은 은행에 머물렀다. 불황을 경험한 은행들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결국 돈은 부유층에만 머물렀고 실물경제는 그대로 두고 자산가격만 부풀려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더욱 큰 부를 안겨주고 만다. 양적완화는 증시를 크게 부양하는데 이는 양적완화가 금리인하와는 다르게 국채매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채의 대규모 매입으로 국채가격은 올라가는데 이 경우 국채가격과 역의 관계인 국채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대개의 금융회사나 펀드는 자산으로 국채나 주식을 갖고 있는데 국채 가격이 비싸지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식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때문에 증시가 부양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양적완화를 하면 과거와는 다르게 실물경제와는 무관하게 증시가 부양되는 경험을 지난 20년간 연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자기조직화 현상으로 이는 마치 공식처럼 여겨져 시장은 연준이 양적완화를 할때마다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게 되었다. 그 결과 본래 고위험 고수익 시장인 주식시장이 안전자산이 되어버렸고 이에 부유층이 주로 참여하던 주식시장에 중산층과 청년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결국 연준은 과거 버블에 맞서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시장의 파수꾼에서 자산의 버블을 지켜주는 버블의 파수꾼으로 전락했다는게 책의 평가다. 최근 연준은 더 나아가 미국국채같은 안전자산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뿐만 아니라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사들이는 질적완화마저 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가계와 기업에 돈을 지원해주는 특수기구까지 설립했다.  

 오랜 양적완화에 버블은 매우 커졌고, 이로 인해 붕괴의 충격을 감당하기 힘든 중산층과 청년마져 자산시장에 합류했다. 그로 인해 연준은 실물경제가 회복될때까지 양적완화를 정치적으로 멈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제로가 되면 더 이상 내리기 힘든 금리와는 달리 양적완화는 현실적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이들만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속할수 있다. 거기에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자국으로 국채역시 만들어 낼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기축통화국이기에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화폐를 찍어낼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양적완화에도 한계 요인이 있다. 먼저 달러 가치 하락이다. 기축통화국이므로 상대국이 달러를 충분히 많이 보유한다해도 돈을 마구 찍어내면 결국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그리고 가치의 하락은 기축통화의 위치 자체를 위협한다. 그리고 펜데믹이다. 현재 코로나로 미국은 원래 인상하려던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오히려 강화했다. 사실 무리한 선택이었는데 코로나가 종식되면 양적완화 요인이 사라지고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국채발행도 쉽지 않아진다. 마지막은 인플레이션의 우려다. 양적완화는 시중의 돈이 대겨 풀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신용경색으로 돈이 부유층과 은행 및 일부기업에만 머무름으로써 오히려 실물경제 불황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스테그 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반면 어떤 계기로 묶여 있던 돈이 시중에 대거 풀리게 되면 폭발적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양적완화는 유지가 어렵게 된다.


5. 다른 나라의 여력은 어떤가

 그렇다면 미국발 세계적 양적완화 정책에 다같이 휘둘리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 여력은 어떨까? 먼저 신흥국이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대수렴시대를 맞아 선진국 이상의 높은 고성장을 누려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이들의 성장이 매우 주춤한데 이는 우선 제조업시장에서 선진국에 대한 기술 모방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단순 기술은 모두 카피했으니 성장을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한데 신흥국엔 그런 기술 및 창의적 역량이 부재하다. 다음은 플랫폼 경제다. 미국등 선진국이 사실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 신흥국의 자리는 없다. 이 시장의 특성상 선제적 사용자 확보 기업이 이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차지하는 만큼 후발주자에겐 오히려 제조업보다도 자리가 없는 편이다. 다음은 리쇼어링이다. 자국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정치적 압박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분업 공급망의 붕괴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리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이는 신흥국에 좋지 못하다. 기업이 철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흥국은 경기 후퇴기에 미국만큼 경제적 부양정책을 쓸 여력이 없으며 이 경우 국제적 눈치와 글로벌 자금에 휘둘리기도 한다. 다음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다. 온난화로 지구촌이 신음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기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신흥국 산업에 대해 비용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 마지막은 양적완화로 흘러 넘친 돈의 유입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은 화폐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확실한 경쟁력이 없는 신흥국 산업에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신흥국의 시대는 저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G2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펼쳤다. 수치상으로 경제는 성장했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중앙의 성장명령으로 지방정부는 대규모 토지개발로 부동산 정책을 실행했고, 그 결과 중국은 부동산 버블과 지방정부와 기업이 천문학적 부채를 지니게 되었다. 중국의 부채는 4700억에서 2경 3500조로 늘어났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거기에 경제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아직은 5-6%의 성장률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 성장은 3%정도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고용을 보장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때문에 중국은 과거 성장기와 달리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이 떨어지는 기업도 대규모의 보조금으로 유지시켜주고 있다. 이들 좀비기업은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면 영업을 계속하여 과잉생산을 유발하므로 시장에서 가격을 떨어뜨려 건전한 기업마저도 위기로 몰아넣는다. 중국의 좀비기업은 무려 3만여개로 전체기업의 15%에 달한다. 미국이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금리가 인상된다면 많은 부채를 달러화로 갖고 있는 중국 기업을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거기에 미국과의 갈등으로 국제적 분업 사슬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그 타격을 실로 엄청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다음은 유럽 연합이다. 유럽연합의 4대 위협은 심각한 고령화와 천문학적 국가부채, 국가간 격차확대, 공조의 실패다. 유럽은 고령화로 조세 및 사회부담이 매우 높다. 청년은 소득이 줄고 소비도 줄었으며 기업의 투자도 없고 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유럽도 미국처럼 양적완화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실물경제는 메마르고 자산가격만 올랐는데 이는 결국 자산을 보유한 기성세대만 풍족한 노후를 보내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청년층은 오히려 크게 불리해졌고 이들은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서 고령화가 더욱 심해져 문제가 악순환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로화의 도입도 문제를 낳았다. 당초 달러를 위협할 기축통화의 가능성까지 있었던 유로화지만 독일만 이득을 보고 남유럽 경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경쟁력이 높은 독일은 남유럽 시장을 장악했는데 남유럽은 단일 통화권으로 묶이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을 실시할수없어 크게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애초 남유럽을 위해 국가간 공조와 공동의 통화정책이 필요했는데 이게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의 위기로 처음으로 공동기구가 설치되는등 어느정도 개선의 여지는 보이고 있다. 


6. 코로나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는 미국발 양적완화 시기로 버블이 점점 커져가는 시기다. 버블의 붕괴는 물론 위험하지만 버블시기에 붕괴만을 기다리며 현금만 보유하는 것은 자산형성의 골든타임을 높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우선 금을 추천한다. 금은 현금과는 달리 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기회비용이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자율 이상으로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국면이면 금은 유리한 자산이 된다. 어떤 계기로 양적완화에도 묶여 있는 돈이 시중에 풀려나간다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은 이 경우 매우 유리한 상품이 된다. 

 수요 공급측면에서도 금은 나쁘지 않다. 전세계의 금은 19만톤인데 3/4가 금광에서 공급되며 1/4는 생활 전자제품등에서 분리되어 공급된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 위기에 대비해 금보유량을 서로 늘리고 있으며 공급도 일정한 편이다. 때문에 현재의 상태는 금 수요가 더 많은 편이라 볼수있다. 다만 금자체가 다른 자산과는 달리 변동이 심하고 신용경색이 일어나면 현금확보를 위해 대규모 처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이 금의 가격상승으로 위협을 느낀다면 과거와 다르게 금리인상으로 금을 공격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가 최고로 추천하는 방법은 역시 주식투자다. 지난 100년간 금이나 부동산, 채권, 주식등 모든 자산중 가치가 압도적으로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은 주식이다. 다만 주식은 늘 버블 붕괴시점에 폭락하는 위험이 있는데 폭락에서 회복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매입 시기가 매우 중요해진다. 하락기간은 보통 최단 45일에서 최장 3년에 이른다. 때문에 하락의 바닥도 예측하기가 어려우므로 20%이상 떨어졌을 때를 하락장으로 보고 1-3개월간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증시도 미국 증시를 추천하는데 한국 증시는 2000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주력산업이 수출산업으로 경기변동에 취약하고 따라서 가격변화도 크며 가격경쟁을 해야하기에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향후 미래 IT산업에서 플랫폼 개발등을 통한 생태계 상층부가 아닌 배터리나 반도체등의 하층부를 담당하고 있어 수익의 과실도 가장 누리지 못한다. 또한 한국은 인구가 급감하는 구조로 주식을 살 인구수도 줄어든다. 때문에 미국증시 투자를 권하며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주도주 중심의 투자를 권한다. 가격변동이 심하지만 크게 오르기 때문인데 대체로 모두가 그 주식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그게 탈출시점이라 말한다. 


 책을 보며 양적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역사와 그들의 정책변화, 그리고 현시점 세계의 경제흐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양적완화의 시대에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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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12월이 남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50권을 읽었다. 전반기보다는 좀 줄었지만 아직 한달이 남았으니 비슷하게 읽은 셈이다. 늘 연간 목표가 100권이상이고 분야는 가급적 다양하게이다. 그러다보니 한 우물을 파는 느낌이 적고, 크게 성장하는 느낌이 적다. 하지만 크게 둥근원이 조금씩 자라나는 느낌이고 그것을 좋아하니 계속 이렇게 읽다 죽을지 싶다. 아쉽게도 종교철학이나 미래책을 보지 못했다. 


문학(9권)- 맹탐정 고민 상담소, 페인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연년세세, 복자에게, 삼체1-3,

교육(10권) - 혁신학교조현초 4년의 기록,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뇌기반 수업원리10, 디지털 리터러시 교실, 한 학기 한권 무엇을 읽을까?, 대한민국1호 미래학교, 마을교육 공동체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의 교육,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연극 수업을 바꾸다,

인문(4권)- 슬픔의 위안, 100세 인생, 스토리전쟁, 황홀한 글감옥


사회(7권) - 지방도시 살생부, 차이나는 클라스 국제정치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대한민국 치킨전, 판문점의 협상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경제(1권)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경영투자(4권) - 아파트 투자의 정석,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 규칙없음


과학(7권) -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책읽는 뇌, 앤드루얀 코스모스, 다시 책으로, 침입종 인간,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예술건축(6권) - 이야기 한국 미술사, 공간이 만든 공간, 예술의 쓸모, 부부의 집짓기,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 실패하지 않는 내 집 짓기,


지리(2권)-벽이 만든 세계사, 장벽의 시대


10. 공간이 만든 공간[유현준]

유현준이 다시 돌아왔다. 이전작인 '어디서 살것인가'에 대한 실망감은 이 책이 충분히 상쇄했다. 건축의 발전은 결국 지구라는 행성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라 땅마다 달라지는 기후에 의한 것이라점을 잘 풀어냈다. 기후로 인해 서로 달라진 동서양의 건축이 서로 만나고 어우러지는 재밌는 과정, 그리고 이젠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실상 기후의 제약을 벗어난 건축이 국제적 양식으로 비슷해진 점도 잘 드러냈다. 책 말미의 디지털 건축의 미랜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9.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한국인은 치킨을 정말 많이 먹지만 정작 치킨에 대해 잘 모른다. 카레나 라면 이상으로 한국화한 음식인 치킨의 세대별 발전 과정, 그리고 치킨 업계 사장들의 애환, 치킨 산업의 성장을 잘 보여준 책이다. 치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책이다.





8. 지방도시 살생부[마강래]

한국처럼 수도권에 집중한 나라는 없다. 인구의 50%이상이 모여있는데 나라전체의 인구밀도도 높지만 수도권만 따진다면 이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지방도시는 과거와는 달리 세계화, 저출산, 고령화, 4차산업혁명의 메가트렌드로 더욱 쇠퇴하고 있다. 막을 방법으로 책은 지방중심도시의 고밀도 압축개발, 지역의 일자리 창출, 대중교통결절점 위주의 교통재편을 든다. 그 어디에도 지금 지자체장들이 내세우는 불가능한 서울처럼의 성장전략은 없다. 사실 그게 전략일까?


7.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서현숙, 허보영]

한국인이 책을 많이 읽는다면 이 나라는 크게 진일보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재테크나, 자기계발서, 소모성 문학은 제외다. 이 책처럼 모든 학교가 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면 언젠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국 학교는 모두가 독서를 강요하지만 학생에게 생활화하는데 하나같이 실패했다. 수업시간에 배우다,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 친구들과 놀자의 세바퀴로 이어지는 두 선생님의 독서토론은 매우 인상적이고 닮아야할 성공적 모델이다.


6. 대한민국 미래 1호학교[창덕여중 공동체]

혁신학교에 이어 미래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창덕여중은 테크놀로지 통합홥경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민주시민양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선 드물게 수평적인 회의방식과 강력한 교사연구 프로젝트, 학생중심의 수업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개별화 교육과 MS팀즈를 활용한 개별교육의 실천, 미래 학교 공간 구축에 주력했다. 반드시 닮아야할 학교다.



5. 침입종 인간[팻 시프먼]

인간은 세계화와 잦은 교역으로 여러 침입종으로 자신들의 생태계가 교란되는걸 우려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작 자신이 전세계 환경을 크게 교란한 침입종임을 인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강한 침입종인 인간에 의해 여러 종이 멸종했고, 우리와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고, 유전자 교환도 일부 있었던 네안데르탈이 멸종한다. 직접적 전쟁과 학살은 아니었어도 강력한 우위 종의 등장으로 육식밴드에서 네안데르 탈은 큰 압박을 겪었고 늑대를 개로 개량해 활용한 인간의 사냥기술 극대화는 그들에게 치명타였을 것으로 책은 분석한다. 그외 원거리 무기의 활용과 추위에의 강함도 사피엔스의 상대적 우위를 가져온다.


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소련에겐 대조국 전쟁인 2차대전, 가장 큰 피해자는 주범인 독일이나 일본이 아닌 소련이었다. 1천만 이상이 전쟁에서 갈려나갔고, 이에 인구대국인 소련도 여성을 전장에 동원한다. 다른 나라처럼 치료인력이나 보조인력이 아닌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체험해야 하는 전투인력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후 그들의 활약은 잊혀지고 영광은 남자들의 차지가 된다. 그런 여자전사들의 전쟁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소외와 대조국 전쟁이라는 금자탑이 철저히 피로 세워진 것임을 저자는 드러낸다. 여성의 감성과 관계성, 모성, 여성성, 소녀스러움은 전쟁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크게 왜곡되었으며 그럼에도 전장을 감싸주는 꽃이었다.


3. 삼체1-3권[류츠신]

책을 읽기전 난 우주엔 어쩌면 인간만 있을지도 모른단 어리석은 생각을 조금은 했었다. 그리고 일부 과학자가 무모하다 했던 외계로의 신호 발신도 낭만적이라고 조금은 생각했었다. 하지만 삼체를 보면 그 생각은 산산히 부숴진다. 세계의 태양을 가진 삼체세계, 지구보다 아득히 발달하고도 멀리 떨어진 그들과의 조우가 지구에 불러온 멸망적인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둘러싼 많은 이들. 시리즈는 권을 넘어갈수록 볼륨을 크게 늘려가지만 상상력과 다양한 이야기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추석 연휴 내내 읽으며 긴 책의 분량에 신음하면서도 끝을 향해가는게 꽤나 두려웠단 재미난 과학소설이다. 작가 류츠신은 이미 헐리우드의 상상력을 아득히 넘었다.


2.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필립 바구스]

빈부격차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심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요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책은 이모든게 통화로 장난치는 세력으로 인함을 설명한다. 특정 세력이 통화를 마음껏 발행할수 있고 그 수를 조절함으로써 기존 사람들의 부를 약탈하고 사회전체의 생산력과 발전을 크게 떨어뜨린다는게 책의 골자다. 통화를 조절하는 세력은 미리 현물과 화폐발행으로 가치가 오를 재산을 선점하고 나머지들의 재산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부를 강탈한다.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경제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 끝도 없이 양적 완화를 추진해나가는 전세계의 정부들과, 그로 인해 부를 취하는 투기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금본위제 시대의 화폐정책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는게 건강한 경제정책임을 역설한다. 관점을 바꿔주는 매우 좋은 책이다.


1. 책 읽는 뇌, 다시 책으로[매리언 울프]

책읽는 뇌는 10년전에 나온 책이고 다시 책으로는 최근 나온 책이다. 양자중 읽기는 훨씬 어렵지만 더 좋은 책은 책 읽는 뇌다. 책은 인간의 독서가 어떻게 생겨나고 그것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한다. 뇌는 책을 읽을때 한자같은 언어와 알파벳 같은 언어에 매우 다른 기제를 사용한다. 인간의 뇌는 독서를 위해 진화한것이 아니고 어찌보면 독서는 눈과 시각과 뇌의 사용의 부산물이기에 이들의 협업작업은 놀라우면서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린 책을 읽기가 어렵다. 하지만 독서는 인간의 생각과정과 생각자체를 변화시켰고, 인류문명이 발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등장한 디지털 문명과 영상매체는 이런 인간의 숙고하는 독서를 방해한다. 이를 깊이 읽기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후작인 다시 책으로에서 더 깊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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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01 0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 삼체 재밌을 것 같아서, 바구니에 넣어두었습니다.

닷슈 2020-12-01 10:59   좋아요 0 | URL
삼체강추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12-0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둥근 원이 조금씩 자라는 느낌을 저는 약간 아주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 ^^

닷슈 2020-12-01 22:35   좋아요 0 | URL
북다님이 조금아실리없죠 많이아실겁니다 원은 바깥으로 조금이라도 커지려면기존보다 엄청커져야하죠 그래서일듯합니다

패스파인더 2020-12-0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소개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닷슈 2020-12-09 17: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도움이되셨다면 다행이네요
 
규칙 없음 -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메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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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로 집안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면서 사람들은 집 자체와 집안에서 즐길만한 것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 자체에 대한 관심은 세컨드 하우스나 전원주택, 그리고 인테리어로 향했고, 집안에서 즐길만한 것에 대한 관심은 각종 가전제품과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 플랫폼 중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이 넷플릭스다. 지난 수년을 TV없이 살아온 나는 최근 가성비가 좋다는 중국산 TV를 샀는데 그 TV 리모컨에서 전원버튼 바로 다음에 위치한 가장 큰 버튼 두 개가 바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버튼이다. 둘 다 누르면 바로 그 사이트로 TV가 빠르게 연결된다. 

 미국업체인 넷플릭스는 사실 DVD대여 배송업체였다. 미국엔 비디오 시장을 오래도록 주물러온 거대 업체인 블록 버스터가 있었으며 넷플릭스는 한때 이들에게 흡수될 뻔한 적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인터넷 시대를 맞아 대여업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전환하고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키고 이를 위해 다수의 세계적 작품을 흡수하여 제공함으로써 넷플릭스는 파산한 블록버스트의 자리를 대체하는 글로벌 업체가 되었다.

 이렇게 성장한 넷플릭스의 내부 발전 원리를 담아낸 책이 바로 규칙없음이다. 규칙이 없다는게 규칙이라는 역설적 제목을 가진 책인데 어떻게 해서 넷플릭스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담긴 인사원리는 읽어보면 넷플릭스라는 특정기업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뛰어나며, 인성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채우고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빠르게 혁신하고 성장하며 쇄신하고 싶은 조직이라면 어디서나 참고할만 하단 생각이다.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실행한 몇 안되는 규칙은 우선 인재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의 위기로 직원중 절반 가량을 내보내지 안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나가는 사람에게도, 남는 사람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며 직장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조직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고 때문에 가장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능력을 갖춘 이들만을 남겨놓게 된다. 인원이 줄었으니 당연히 업무성과도 줄어들거란 통념과는 달리 초기 동요에서 벗어난 회사는 오히려 인원감축 이전 성과를 아득히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 조직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탁월한 인재가 5명이 있어도 그 안에 범재가 2인 들어있으면 그 팀은 평범한 성과를 내는 팀으로 전락한다고 한다. 평범한 이들은 매니저의 기운을 빼서 최고의 성과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며, 그룹 토의의 질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팀의 역량을 낮추며, 사람들이 싫어하게 될만한 일을 만들어 능률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이에 질린 탁월한 직원을 조직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수십차례의 연구결과 수준이 떨어지는 인원이 일인이라도 포함되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업무성과가 무려 30-40%하락했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이런 인원 감축은 오히려 인건비를 낮추고 회사가 초기에 위기를 벗어나 빠르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회사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인재밀도의 중요성을 깨달은 넷플릭시는 인재밀도 유지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훌륭한 인재에 대해서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놀랍게도 자신들의 인재가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 그것을 쉬쉬하지 말고 공개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다. 물론 그것은 넷플릭스가 보았을때 그 사람이 대체불가능하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때이다. 많은 회사들은 연봉협상에서 인상풀과 급여밴드를 이용하는데 미국에서 이 제대는 수많은 인재가 이직하는 요인이 된다. 회사가 일정부분의 급액을 연봉인상금으로 정하면 필요한 인재에게 충분한 금액이 가지 못하게 되고 이 인재의 이탈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제도때문에 많은 매니저들은 특정 직원을 반드시 붙잡아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놓치기 일수인데 넷플릭스는 이런 부분의 제한을 가감히 없앰으로써 인재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는 인건비의 향상을 불러오니 하지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선 직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게 그들이 생각이다. 경기 하방기에서도 연봉 삭감도 하지 않는다. 연봉삭감은 애써 이룩한 인재밀도를 단기간에 확실히 낮추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연봉동결은 할지 언정 필요한 인재에 대해서 연봉을 삭감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조건부 보너스 지급도 하지 않는데 이는 일반적인 업무에나 어울리지 넷플릭스처럼 창의적인 직종에 어울리지 않아서이다.

 인재밀도를 이처럼 높이고 유지하면 다음 단계는 솔직함의 향상이다. 솔직함은 서로의 업무성과와 장단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공개적이며 건설적인 피드백의 제공, 다른 하나는 정보의 투명성과 공개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상사이건 부하직원이건 가릴 것 없이 서로간에 반드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게한다. 이런 피드백을 솔직히 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에서 더 이상 일하기 어려워지며 그 누구도 자신에게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자신의 업무성과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넷플릭스에선 다가온다. 

 넷플릭스의 피드백 기법은 우선 직원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하고, 상사가 직원하게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순으로 한다. 평소 부하직원과 일대일 만남시 피드백을 자세하게 하며, 피드백을 받은 후에는 어떻나 비판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소속 신호(네가 이런 비판을 받았어도 너는 넷플릭스에 유용하고 필수적인 직원이라는)를 주는게 원칙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주요 정보도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개한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에게 가장 주요한 정보는 분기실적 발표에나 하는 가입률의 증감일텐데 넷플릭스는 주가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이런 정보도 일반직원에게까지 공개한다. 이런 중요한 정부를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 같은 방식이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으며 순작용만 많았다는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인재밀도와 솔직함이 정착되면 이젠 거대한 자유의 부여가 뒤따른다. 많은 조직이 업무가 창의적이어도 위로 갈수록 많은 권한과 결정권을 갖는다. 이런 조직은 필연적으로 경직성과 권위가 생겨나는데 이를 통해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가량 넷플릭스의 말단 직원이 특정 회사가 만든 컨텐츠가 반드시 성공적이고 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란 판단을 했다고 치자. 헌데 상사가 그에게 부여한 예산의 한도는 백만달러정도다. 그런데 이 컨텐츠가 워낙 좋아 경쟁이 붙었고 그 두 세배의 예산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일반 회사의 경우 사실상 입찰은 물건너 간 셈이된다. 직원이 그 만큼의 권한이 없고, 그 이상의 예산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상사를 설득하고 또 그의 상사를 설득하는 오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 이것이 넷플릭스에게 이득이라는 생각만 든다면 일반 직원이라도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빠른 현장에서의 의사결정과 일의 진행을 가져오지만 업무비용의 증가와 실수도 불러올수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비용처리문제를 직원에게 맡기지만 반드시 넷플릭스를 위해서 최선의 결정임을 사전에 생각할 것을 강조하는 교육을 한다. 또한 실수하는 경우에도 이의제기장려를 거치게 하여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주변 직원과 반드시 해당사례를 공유하고 결정에 조언을 받을 것을 강조한다. 그래도 결정은 역시 직원이 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조직은 이런 현장직원의 결정을 존재하기 위해 기존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나무의 형태를 띤다. 피라미드구조에서는 최고경영자가 가장 위에 있고 말단직원이 가장 아래있지만 나무의 형태에서는 그 반대다. 가장아래의 최고경영자는 커다른 원칙만 공유하고, 위로 갈수록 그 원칙이 조금씩 구체화된다. 그리고 그 구현을 위한 최종 결정을 직원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고 경영자는 국제적 성장을 회사의 원칙으로 삼으면 그 다음 부사장은 세계적인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다음인 디렉터는 각 나라의 가장 질좋은 프로그램 확보를 원칙으로 삼으면 그 다음 일반 직원이 실제 시장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가장 좋은 구체적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식이다. 즉, 위 단계의 직원은 아래 직원에 대해 구체적 지시나 명령보다는 전체적인 방향과 맥락만 짚어주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해당직원의 주인의식과 책무의식, 창의성과 업무효율 증대를 가져오면서도 느슨한 조직의 약점일 수 있는 전체적인 방향성의 일체화도 획득한다. 

 책을 다 읽은 소감은 기대이상이었다. 애플이건 구글이건, 아마존이건 구체적인 회사의 경영방침이 재밌거나 인상적인 적인 별로 없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는 특정회사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조직에도 적용할수 있을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의 경영방식은 위계질서와 나이, 서열, 기수를 강조하는 한국의 조직과 정반대일듯 한데 그래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책에서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본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어려운 국가들의 연구도 수행했다. 컬쳐북이란걸 만들고 넷플릭스의 특징을 도표로 체계화한 후, 해당나라의 문화적 특징과 비교한후 적용한 것이다. 당연히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적용이 힘들었는데 오랜 시간 적용하니 결국은 되었다는게 결론이었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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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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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10년의 무게가 예전 같진 않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고 고작 80년 정도를 사는 한국인에게 10년은 무척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10년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10년만에 다시 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다. 내가 초중고를 다닐때와 별반 다를게 없는 것들을 그대로 배우고 있는 것에 상당히 놀란 적이 있었다. 많은 것이 짧은 시간안에 바뀌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도 있던 것이다. 그리고 엄기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책도 나온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간혹 나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미니홈피 같은 용어만 제외한다면 책에서 세월을 거의 느낄수 없었다. 그만큼 책에서 저자가 문제 삼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많은 문제는 대부분 자본에서 기인한다. 

 책은 대학, 정치, 사랑, 학교, 돈을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 한 강의에서 그들의 글을 주제별로 실고 저자가 거기에 썰을 푸는 형식이다. 시작은 요즘 기성세대들의 현 세대에 대한 부정이다. 사실 현세대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이미 10년전 책이니 말이다. 하여튼 지금도 그러한데 기성세대는 우파같은 경우는 현세대를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고 폄하하고, 좌파는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각 세대가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하에 형성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산업화세대라 할수 있는 보수우파는 배고프고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굳은 일을 해가며 가난해서 탈출하며 부를 쌓았고, 군사독재를 경험한 좌파는 도저히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에서도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화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세대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국민소득 1만불 이상인상태에서 자라났으며 민주화도 태어나면서 부터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면 신자유주의의 본격화로 부모세대부터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꾸준히 겪어왔고, 빠른 세태변화로 뭐하나 안정적이고 보장된 것이 없는 상태로 성장했다. 때문에 그들에겐 불안함으로 개인이 우선시되고, 생존이 우선시되며 정치적 과제보단 자신의 경험과 재미가 우선한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세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비판은 자신들만의 성장방식을 잣대로 들이댄 것으로 옳지 못한 일이 된다. 때문에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단순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조건에 대한 지식과 그들의 감수성과 나의 감수성 사이의 거리에 대한 성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교육에 대한 비판도 무척 뼈아프고 지금도 유효하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교육은 가장 성장에 관심이 없다. 이는 한국의 학교가 성장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도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보니 한국의 학교는 우정은 사라지고 폭력만 난무하는 정글과 같은 공간이 되었는데 한국사회는 이점도 애써 눈을 감는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학교공간에서의 폭력과 경쟁을 잊고 애써 추억만을 기억하려 하는데 사실 동갑이고 같은 반에 일년여를 함께 있었다고 하여 모두를 친구라고 칭하는 것도 우습다. 입시를 위해 경쟁하고 서로간의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 같이 있었다고 모두 친구였을까? 그냥 같은 반에 있었던 사람을 사회적으로 친구라고 부른다고 보는게 맞는듯하다. 거기에 학교는 인간이 매우 권력을 추구하는 동물이기에 자연스레 매우 권력적 공간이다. 그리고 그 권력은 공부를 잘 하는 사람과 주먹이 강한 사람이 차지한다. 그리고 서로 무척이나 대비되는 양 집단은 권력의 속성을 서로 잘 안다는 특성때문인지 서로를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는다. 어디 일진이 일등 건드리는것을 보았는가? 심지어 보호도 한다. 그리고 공부만 잘하는 일등도 일진의 폭력과 비윤리성에 무관심한건 마찬가지다. 이처럼 조선시대 동반과 서반의 연합은 지금도 통한다.

 가족에 대한 분석도 재밌다. 저자는 한국의 가족이 위기에 빠진 이유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노동을 하지 않고 그저 쉬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족에 노동이라니 뭔가 이상해보이지만 저자는 가족이야말로 누군가의 화를 참아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감정노동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정노동은 노동중 가장 많은 정신에너지를 요하는 것이다. 한국가정의 문제는 다른 모든 구성원이 가족의 유지를 위해 그 감정노동을 엄마에게만 기대하고 요구하고 그를 착취했다는 것이다. 흔히 가족의 문제를 소통의 부재에서 찾는다. 하지만 저자는 소통도 만사형통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정에서의 소통이란 것 자체가 마치 학교에서 권력지향적이고 그리 선하지 않은 개인들을 친구라는 용어로 미화및 이상화한 것처럼 화목하고 착하며 이상적인 가족구성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가정의 구성원은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그들의 어설픈 소통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뭘까. 저자는 질문의 공유와 공감능력의 향상을 해결방법으로 꼽는다. 질문의 공유와 관련해서는 들릴 권리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말할 권리를 중요시하지만 말할 권리는 결국 누군가 듣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즉, 말할 권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들어줄 의무를 가진 누군가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한국사회의 문제로는 서로 다른 답변만 주장한다는 것인데 그것보다는 같은 질문을 공유하는 것을 권한다. 질문을 공유하면 서로간의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더 많은 다양한 답을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감은 인간을 어쩌면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공감하지 않는 인간은 서로를 분류하고 서열화한다. 인류역사상 수많은 전쟁과 살상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를 공감하지 않을 만한 대상으로 분류하고 서열화 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의 공감능력은 자본에 의해 수동적이고 철저하게 위계화되어 있다.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던 한국인은 그가 가진 사회적 자본이나 진짜 자본으로 그를 분류하고 위계화한후 대한다. 책에는 10년전 고대생이면서 학교를 포기한 이의 글이 나오는데 저자가 함께 공부한 '원세대'(연세대 원주캠퍼스)학생들은 그것을 보면서 사회의 충격적이고 경탄하는 시선과는 다르게 조소와 조롱, 자괴감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 고대생의 학벌포기선언이 이슈화되었던 것 자체가 학벌이란 강력한 사회적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며 그것을 갖지 못한 자신들의 같은 선언 따윈 전혀 주목받지 못할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공감능력의 회복은 중요하며 우리에겐 판단과 심판의 언어보다는 공감하는 생활의 언어가 필요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미니홈피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 대통령은 이명박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10년은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럼에도 책을 보며 시대가 많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문제의 근간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그런게 바뀌어야 좀더 사람사는 사회와 개혁이란 것이 이루어진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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