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 -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메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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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로 집안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면서 사람들은 집 자체와 집안에서 즐길만한 것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 자체에 대한 관심은 세컨드 하우스나 전원주택, 그리고 인테리어로 향했고, 집안에서 즐길만한 것에 대한 관심은 각종 가전제품과 플랫폼으로 향했다. 그 플랫폼 중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이 넷플릭스다. 지난 수년을 TV없이 살아온 나는 최근 가성비가 좋다는 중국산 TV를 샀는데 그 TV 리모컨에서 전원버튼 바로 다음에 위치한 가장 큰 버튼 두 개가 바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버튼이다. 둘 다 누르면 바로 그 사이트로 TV가 빠르게 연결된다. 

 미국업체인 넷플릭스는 사실 DVD대여 배송업체였다. 미국엔 비디오 시장을 오래도록 주물러온 거대 업체인 블록 버스터가 있었으며 넷플릭스는 한때 이들에게 흡수될 뻔한 적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인터넷 시대를 맞아 대여업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전환하고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키고 이를 위해 다수의 세계적 작품을 흡수하여 제공함으로써 넷플릭스는 파산한 블록버스트의 자리를 대체하는 글로벌 업체가 되었다.

 이렇게 성장한 넷플릭스의 내부 발전 원리를 담아낸 책이 바로 규칙없음이다. 규칙이 없다는게 규칙이라는 역설적 제목을 가진 책인데 어떻게 해서 넷플릭스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담긴 인사원리는 읽어보면 넷플릭스라는 특정기업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뛰어나며, 인성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채우고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빠르게 혁신하고 성장하며 쇄신하고 싶은 조직이라면 어디서나 참고할만 하단 생각이다.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실행한 몇 안되는 규칙은 우선 인재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의 위기로 직원중 절반 가량을 내보내지 안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나가는 사람에게도, 남는 사람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며 직장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으로 조직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고 때문에 가장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능력을 갖춘 이들만을 남겨놓게 된다. 인원이 줄었으니 당연히 업무성과도 줄어들거란 통념과는 달리 초기 동요에서 벗어난 회사는 오히려 인원감축 이전 성과를 아득히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 조직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탁월한 인재가 5명이 있어도 그 안에 범재가 2인 들어있으면 그 팀은 평범한 성과를 내는 팀으로 전락한다고 한다. 평범한 이들은 매니저의 기운을 빼서 최고의 성과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며, 그룹 토의의 질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팀의 역량을 낮추며, 사람들이 싫어하게 될만한 일을 만들어 능률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이에 질린 탁월한 직원을 조직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수십차례의 연구결과 수준이 떨어지는 인원이 일인이라도 포함되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업무성과가 무려 30-40%하락했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이런 인원 감축은 오히려 인건비를 낮추고 회사가 초기에 위기를 벗어나 빠르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회사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인재밀도의 중요성을 깨달은 넷플릭시는 인재밀도 유지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훌륭한 인재에 대해서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놀랍게도 자신들의 인재가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 그것을 쉬쉬하지 말고 공개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다. 물론 그것은 넷플릭스가 보았을때 그 사람이 대체불가능하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때이다. 많은 회사들은 연봉협상에서 인상풀과 급여밴드를 이용하는데 미국에서 이 제대는 수많은 인재가 이직하는 요인이 된다. 회사가 일정부분의 급액을 연봉인상금으로 정하면 필요한 인재에게 충분한 금액이 가지 못하게 되고 이 인재의 이탈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제도때문에 많은 매니저들은 특정 직원을 반드시 붙잡아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놓치기 일수인데 넷플릭스는 이런 부분의 제한을 가감히 없앰으로써 인재밀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는 인건비의 향상을 불러오니 하지만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선 직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게 그들이 생각이다. 경기 하방기에서도 연봉 삭감도 하지 않는다. 연봉삭감은 애써 이룩한 인재밀도를 단기간에 확실히 낮추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연봉동결은 할지 언정 필요한 인재에 대해서 연봉을 삭감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조건부 보너스 지급도 하지 않는데 이는 일반적인 업무에나 어울리지 넷플릭스처럼 창의적인 직종에 어울리지 않아서이다.

 인재밀도를 이처럼 높이고 유지하면 다음 단계는 솔직함의 향상이다. 솔직함은 서로의 업무성과와 장단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공개적이며 건설적인 피드백의 제공, 다른 하나는 정보의 투명성과 공개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상사이건 부하직원이건 가릴 것 없이 서로간에 반드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게한다. 이런 피드백을 솔직히 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에서 더 이상 일하기 어려워지며 그 누구도 자신에게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자신의 업무성과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넷플릭스에선 다가온다. 

 넷플릭스의 피드백 기법은 우선 직원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하고, 상사가 직원하게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순으로 한다. 평소 부하직원과 일대일 만남시 피드백을 자세하게 하며, 피드백을 받은 후에는 어떻나 비판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소속 신호(네가 이런 비판을 받았어도 너는 넷플릭스에 유용하고 필수적인 직원이라는)를 주는게 원칙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주요 정보도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개한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에게 가장 주요한 정보는 분기실적 발표에나 하는 가입률의 증감일텐데 넷플릭스는 주가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이런 정보도 일반직원에게까지 공개한다. 이런 중요한 정부를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 같은 방식이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으며 순작용만 많았다는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인재밀도와 솔직함이 정착되면 이젠 거대한 자유의 부여가 뒤따른다. 많은 조직이 업무가 창의적이어도 위로 갈수록 많은 권한과 결정권을 갖는다. 이런 조직은 필연적으로 경직성과 권위가 생겨나는데 이를 통해 많은 비효율이 발생한다. 가량 넷플릭스의 말단 직원이 특정 회사가 만든 컨텐츠가 반드시 성공적이고 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란 판단을 했다고 치자. 헌데 상사가 그에게 부여한 예산의 한도는 백만달러정도다. 그런데 이 컨텐츠가 워낙 좋아 경쟁이 붙었고 그 두 세배의 예산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일반 회사의 경우 사실상 입찰은 물건너 간 셈이된다. 직원이 그 만큼의 권한이 없고, 그 이상의 예산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상사를 설득하고 또 그의 상사를 설득하는 오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 이것이 넷플릭스에게 이득이라는 생각만 든다면 일반 직원이라도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빠른 현장에서의 의사결정과 일의 진행을 가져오지만 업무비용의 증가와 실수도 불러올수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비용처리문제를 직원에게 맡기지만 반드시 넷플릭스를 위해서 최선의 결정임을 사전에 생각할 것을 강조하는 교육을 한다. 또한 실수하는 경우에도 이의제기장려를 거치게 하여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주변 직원과 반드시 해당사례를 공유하고 결정에 조언을 받을 것을 강조한다. 그래도 결정은 역시 직원이 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조직은 이런 현장직원의 결정을 존재하기 위해 기존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나무의 형태를 띤다. 피라미드구조에서는 최고경영자가 가장 위에 있고 말단직원이 가장 아래있지만 나무의 형태에서는 그 반대다. 가장아래의 최고경영자는 커다른 원칙만 공유하고, 위로 갈수록 그 원칙이 조금씩 구체화된다. 그리고 그 구현을 위한 최종 결정을 직원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고 경영자는 국제적 성장을 회사의 원칙으로 삼으면 그 다음 부사장은 세계적인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다음인 디렉터는 각 나라의 가장 질좋은 프로그램 확보를 원칙으로 삼으면 그 다음 일반 직원이 실제 시장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가장 좋은 구체적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식이다. 즉, 위 단계의 직원은 아래 직원에 대해 구체적 지시나 명령보다는 전체적인 방향과 맥락만 짚어주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해당직원의 주인의식과 책무의식, 창의성과 업무효율 증대를 가져오면서도 느슨한 조직의 약점일 수 있는 전체적인 방향성의 일체화도 획득한다. 

 책을 다 읽은 소감은 기대이상이었다. 애플이건 구글이건, 아마존이건 구체적인 회사의 경영방침이 재밌거나 인상적인 적인 별로 없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는 특정회사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조직에도 적용할수 있을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의 경영방식은 위계질서와 나이, 서열, 기수를 강조하는 한국의 조직과 정반대일듯 한데 그래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책에서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본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어려운 국가들의 연구도 수행했다. 컬쳐북이란걸 만들고 넷플릭스의 특징을 도표로 체계화한 후, 해당나라의 문화적 특징과 비교한후 적용한 것이다. 당연히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적용이 힘들었는데 오랜 시간 적용하니 결국은 되었다는게 결론이었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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