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이다. 책 파리대왕과 홉스는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악하다고 본다. 파리대왕에선 섬에 갇힌 아이들이 처음엔 젠틀하고 규칙이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야만에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그렸고, 홉스 역시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루소는 다르다.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선으로 보며 오히려 문명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악해진다고 본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대해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루소나 공자, 맹자, 장자는 선성설에 기반하며, 홉스나 순자, 한비자등은 성악설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양면을 강조하고 후천적 환경을 중시하는 백지설과 성무성악설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악으로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간 생의 목표는 본연적으로 생존과 번식, 그리고 행복의 추구에 있고 이것들에 대한 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이 때론 선할수도 있고 악할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선악보다는 생존과 번식, 행복의 추구를 본성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선악의 구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유기체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나 행동이라면 가치를 선하다고 부여하고 그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악하다고 부여한다. 하지만 선한 가치를 부여하는 행동이라도 그것이 다른 유기체에게 악한 가치로 작용한다면 역시 선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에겐 손해가 되는 악한 행동이 다른 유기체에게 선하게 작용한다면 어떻게 보아야할까? 그리고 매우 힘들겠지만 양방향의 작용이 등가적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이처럼 선악은 판단하기가 매우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놀랍게도 인간이나 다른 유기체들은 개체간의 다소 혹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어떻게든 빠르게 판단해낸다.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론적인 혹은 기준의 모호함에도 인간이 판단하는 선악을 대부분 분명히 판단되며 실생활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이토록 놀랍게 번성하고 생존과 행복추구에 다른 어떤종보다도 인상적으로 성공하고 있음에도 스스로의 본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주주의로 이념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사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 가정에 기반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매우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생각에 기반하며, 사회주의 역시 계급투쟁적인 면에서 그러하며, 민주주의 역시 권력은 기본적으로 부패한다고 보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중시한다.

 책 휴먼 카인드는 이런 인간의 본성의 선한 측면에 주목하고 사실 우린 생각보다 선한 존재이며 이런 선함에 주목하여 사회조직과 원리를 개편해나갈때 더욱 생존에 성공할수 있음을 주장하는 책이다. 워낙 이런 책이 희귀하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1. 인간은 선하게 진화했다.

 책은 인간을 호모 퍼피로 명명한다. 강아지 인간이란 뜻이다. 이는 인간이 강아지처럼 스스로를 가축화하고 호전성보다는 협력성과 그를 위한 선함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류트밀라에 의한 은여우 실험은 야생의 동물을 짧은 시간안에 가축화하는데 성공한 실험으로 유명하다. 시베리아의 은여우는 매우 사납고 호전적인 동물로 은여우를 대하는 사람들은 두께 5cm가량의 장갑이 필요할 정도로 무는 힘이 강하다. 류트밀라는 이 은여우들 중 그나마 덜 호전적인 개체들을 교배시켰는데 불과 4-5세대가 지나자 가축화가 진행되었다. 가축화한 은여우들은 개처럼 변화했다. 꼬리가 말려올라가고 크기는 작아졌으며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책은 인간 역시 스스로를 가축화했다고 본다. 가축화하면 우호적 행동이 증가하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하며, 청소년기가 매우 길어지고, 외모가 더욱 여성스러워지고 젊어지며 소통능력이 증대하는데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할때 호모사피엔스의 이런 성향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가축화가 되면 동물은 뇌가 작아진다.(실제 인간은 네안데르탈보다 뇌가 작다) 과거 이는 야생에서 필요할 능력을 상실하며 지능이 낮아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오히려 은여우 실험결과 가축화한 은여우는 여러 지표면에서 지능이 야생상태의 은여우보다 나았다. 이외에도 협력적으로 진화한 증거로 인간만의 특별한 신체적 특징도 있는데 서로의 표정을 잘 알수 있게 얼굴에 털이 사라진 것과, 협응을 위해 흰자위가 생겨나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눈썹뼈가 낮아져 다양한 표현의 구현이 가능해진 점 등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호모퍼피로 진화한 20만년간 매우 평화적이었다. 문명 이전의 동굴 벽화는 수천점이 발굴되는데 이 그림 중 동물사냥이나 여러가지 제의 등을 묘사한 것은 많지만 이상하게도 전쟁을 나타낸 그림은 단 한점도 없다. 인류문명사에서 전쟁의 중요성, 그리고 유사 이래 여려 역사나 문화재에 전쟁이 주요소재란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문명 이전의 인간 역사에서 이렇다할 전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농경 이전 정착생활을 시작한 경우 거대 조형물이 나타나 이것이 문명이전의 수평사회가 아닌 계급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로 생각되지만 쾨페클리 테페의 오래된 사원은 조사 결과 수천명이 힘을 합쳐 수평적인 사회구조에서 건설 된 것으로 생각된다. 

 

2.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선한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인류 역사는 상대방을 정복하고 말살하기 위한 전쟁과 침략, 그리고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학살로 점철된다. 호모퍼피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며 이는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현재도 진행중이다. 

 책은 인간이 악해진 이유, 아니 착한 호모퍼피가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문명사회로의 전환과 정착,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농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실제로 고고학 연구에서는 인류가 정착한 이래로 최초의 군사요새 시설이 발견되었고,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서는 궁수들이 서로를 겨누어 쏘아죽이는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정착초기 시기 수많은 유골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인간의 무기에 의한 상흔이 뼈에서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는 정착과 농경의 시작으로 사적 소유물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면서 권위적이고 압도적인 지도자가 나타난 것이 원인이다. 정착과 농경으로 사람들이 정착하게되면서 사적 소유물이 발생한다. 초기 정착지는 매우 윤택하며 주변의 동물들도 많지만 책 문명과 식량에 언급된 것처

사람은 식량의 한계선까지 자손을 낳아 기른다. 즉, 주변 환경의 한계까지 최대한 번식하는 것이다. 자연히 정착지는 점점 주변으로 성장하게 되고, 자연히 다른 정착지와 경계를 맞닥뜨리는 시점이 오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한 편은 상대적으로 어떻게든 부유할 것이고 다른 한 편은 어떻게든 상대적으로 가난할 것이다. 이는 경쟁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른 편 공동체에 대한 혐오로 번져나가기 쉽상이다. 경계심은 높아지고 서로간에 공격과 방어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자연히 전쟁영웅이 탄생한다. 

 문명 이전 사회의 지도자나 영웅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를 잘 알기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가 권위를 내려놓고 사려깊었으며 시혜적이었다. 실제 아직 수렵 채집사회의 지도자인 빅맨은 그러한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러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가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 자체가 가진 불평등에 대한 강한 불쾌감 때문이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의 권위는 쉽게 허물어 질수 있다. 약간의 방심과 시기가 부른 가십과 상대편의 협력공격 혹은 기습공격으로 지도자는 쉽게 제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가 일상화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카리스마 있는 전쟁 영웅은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여러번의 기회를 얻었고 영구적 추종자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리를 웬만한 가십과 공격에서 지켜낼 군사력을 얻게 되었다. 이런 군사적 지도자들 중 일부는 과거 수렵채집사회의 지도자처럼 물러나지 않기 시작했으며 결국 영구적 지도자의 자리를 얻게 된다. 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처럼 강해진 지도자에 사람들은 더이상 불평등을 느끼기도 쉽지 않아졌으며 저항하기도 어려워졌다. 왕이 된 지도자와 지배계층이 된 그 추종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영구적으로 지배하고 착취하기 위한 여러장치를 개발한다. 우선 자신의 신격화다.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기 위해 군사력이라는 무력으로 누름과 동시에 자신의 지배를 신에 의한 것, 혹은 자신을 신격화 함으로써 정당화한다. 다음은 문자와, 화폐, 법률, 종교이다. 정착 이전 대부분의 종교의 신은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고, 규칙위반에도 무관심 하거나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정착 이후 신은 그 성격이 돌변하여 도덕적 규칙을 매우 강조하고 인간의 규칙 위반에 강한 처벌을 내리기 시작한다. 공동체가 커지며 지배자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구속하기 위한 장치다. 마찬가지로 화폐는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 징수의 효율화 때문에 생겨났으며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을 노예나 국가를 위한 세금징수 및 병력의 대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났다. 법률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법전은 그 내용이 노예관련한것이 무려 2/3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문명은 개인의 삶의 구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불행하게 만들었다. 농경과 정착으로 전환한 후 거의 1만년간, 즉 1800년 이전까지 인구의 90%가 농지에 묶여 있었으며, 80%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고, 80%가 부유한 영주에 착취당하며 속박되어 있었다. 문명이 인류전반적으로 혜택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극적인 생산력의 증가를 불러온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3. 우리가 인간이 악하다고 여기는 이유

 이처럼 호모퍼피는 정착으로 인해 19만년 간의 평화를 뒤로하고 갈등과 혐오의 1만년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다양한 현대사회과학과 심리학의 실험과 사건들이 호모퍼피의 본성이 악할을 우리에게 입증하기도 했다. 소설 '파리대왕', 밀그램의 스탠퍼드 교도서 실험, 2차대전으로 심판 받은 아이히만, 방관자 효과로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살해 사건, 모아이 섬의 비극이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책은 이 모든 사건과 실험등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부각하기 위해 조작되거나 특정부분만 부각한 잘못된 사례라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이다. 책 문명의 붕괴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리 인간의 환경파괴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모아이 섬 사건을 다루었다. 개요는 한때 숲이 울창했고, 인구도 무려 2만에 이르렀던 모아이 섬에서 모아이 경쟁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두 부족이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살육과 전쟁을 일삼으면서 섬이 인구가 2000명으로 줄어들고 숲조차 모두 사라진 황량한 지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이 이론의 허점을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의 인구가 정착한 시기다. 대충 100명정도가 섬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엔 900년경 섬에 정착이 이루어 진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은 1100년경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인구성장률이 0.5%라는 것으 감안하면 모아이의 인구는 기존의 1만5천이 아니라 2200명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즉 살육과 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애초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섬에서는 대량학살에 의한 유골흔적이 없다. 숲이 줄어든 것은 대륙에서 설치류가 침입한 것으로 설명한다. 기존에 없던 설치류가 침입하고 크게 번식하면서 나무의 씨앗을 먹어치워 숲이 서서히 전멸했다는 것이다. 또한 숲의 사라짐은 개간이 가능한 옥토를 넓혀 오히려 원주민의 식량생산을 늘렸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음은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이다. 키티는 여러번의 구원요청에 30가구의 집이 그녀가 곤경에 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도움을 주지 않아 살해되어 방관자 효과의 시초로 불린다. 하지만 저자가 사건을 연구해보니 실상을 달랐다. 키티의 도움 요청으로 해당시간 비슷한 수의 가구가 깨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가 누군가 신고를 했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키티에게 직접 도움을 준 사람도 있었다. 우선 키티와 동거하던 여성과 관계된 한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키티를 발견하고 즉각, 키티의 친구를 부르러갔다. 그 남성은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동성연애자로 자신이 사건에 관련되어 주목받게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간적 차이로 키티는 이미 부상을 당한체 친구에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친구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여러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허상인 셈이다.

 아이히만 사건도 그렇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아이히만이 남긴 많은 인터뷰자료에서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것으로 드러난다. 그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스스로 선을 행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생각없는 관료라기 보다는 나치즘의 신봉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저자는 아렌트의 경우 문체가 상당히 함의적이어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평한 것은 악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다.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이다. 교도소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재소자와 교도관으로 나누어져 생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교도관 그룹은 진짜 교도관처럼 재소자 그룹을 마구잡이로 대하기 시작하며 실험이 중지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실험은 조작된 것이다. 우선 교도관으로 참여한 사람 중 하나였던 재피는 대학원생으로 이 실험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실제로 그는 실험기간중 재소자를 제재하기 위한 방법 17가지중 무려 11가지를 고안해냈다. 상당한 의도성을 가진 참여자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의도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화적이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사람의 2/3은 거친 행동을 일삼는 것을 주저했으며 1/3은 심지어 수감자를 친절히 대했다. 심지어 교도관 중 1인은 제법 큰 보수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실험 시작전 내용을 알고 그만두었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은 1961년으로 마침 전범재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했다. 밀그램 자신도 유대인으로 자신의 연구를 홀로코스트에 대한 최고의 설명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있었다. 밀그램은 모든 것은 권위에 달려있다고 믿었으므로 실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는 실험의 대본에서 벗어나고 하는 사람에게는 강한 압력으 행사하였으며 존 윌리엄스라는 생물학 교사를 고용했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강도높은 전기스위치를 누르게 하였다.

그는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46세 여성을 실험과정에서 폭행하기도 하였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참여한 사람들 역시 선의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사후 인터뷰 결과 실험상황이 실제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56%나 이걸 눈치챘다. 실험이 상당히 엉성했음을 보이는 반증이다.) 또한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도 실험 과정 자체는 악하지만 이것이 향후 선한 결과를 인류에게 가져온다는 선의를 갖고 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실험과 사건들이 조작 왜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들 인간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책들에게 이 결과들이 인용되고 있으며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정적 편견을 갖는 것은 뉴스들의 역할도 큰데 뉴스는 기본적으로 늘 일어나는 평화적이고 선의적인 사건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어쩌다 일어나는 전쟁이나 테러, 살인 등의 범죄를 주로 다룬다. 이는 인간의 부정적 편향때문인데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서 만에 하나 조심하지 않고 잘못판단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이런 부정적 소식과 뉴스에 관심을 갖게되고 세상이 온통 이런 일로 가득찬 것처럼 느끼며 인간 자신에 대한 불신과 악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SNS는 이런 경향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클릭수에 의한 광고에 의존하는 이런 매체들은 어느 정도 공영상을 담보하는 뉴스보다 더욱 부정적 뉴스에 힘을 싣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4. 어떻게 하면 선한 본성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책에서 언급한 것츠럼 현대사회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는 모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가정한다. 때문에 이 제도들은 인간을 믿지 않고 주체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긴다. 

 자본주의를 예로 들면 근대 경영향의 아버지인 테일러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들의 1분 1초까지 감시하고 이를 보상하는 관리시스템을 만들어내었다. 놀랍게도 이는 오늘날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과 관리조직들이 하부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체제와 관리자를 두고, 그들에게 관리체제에 순응한 대가를 돈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보너스 같은 경제적 동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도덕적 잣대를 둔화시킨다. 보육기관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이래로 오히려 벌금으로 대신하며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가 늘어났다는 소식은 이를 잘 반영한다. 또한 많은 직종의 사람들, 의사나, 교사, 변호사등은 단지 돈 때문에 자신의 직종에 헌신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의 드 블로는 돌봄기관의 관리시스템을 없애버림으로써 조직의 구성원과 수요자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그는 관리 자체를 없애면 업무수행이 이전과 같거나 훨씬 좋아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드 블로는 관리자, 콜센터, 기획자, 목표, 보너스등을 조직에서 없애버렸다. 간접비도 크게 줄였고, 회의 소요시간도 크게 줄였다. 조직은 12명으로 구성된 50개의 팀으로 각 팀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였고, 각 팀은 스스로 일정을 정하고 심지어 동료도 스스로 고용했다. 팀은 개별독립예산을 갖고 있었으며 난관에 부딪힐 경우 호출할 수 있는 코치가 있었다. 이 조직은 인사팀이 없음에도 5회에 걸쳐 네덜란드 최고 고용주로 선정되었으며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신장되었다. 

 교육에도 마찬가지다. 근대교육 이후로 학생은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고 무엇보다도 놀이기회가 크게 박탈되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돌아서며 경쟁이 심화되자 더욱 강화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감독없이 야외에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위험과 약간의 허술함을 감수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듬고 동기를 부여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현대의 교육은 이를 박탈한다. 학교는 놀이 시간 자체를 결코 허용치 않고 제공하는 놀이터도 매우 정형적이다. 거기에 안전규칙을 들먹이며 안전업자만 배불리는 더욱 정형화되고 놀이방법이 정해진 놀이기구만을 제공한다. 유럽엔 무정형놀이터인 정크놀이터가 있다. 그냥 언덕이 있거나 올라가고 뛰어내리고 매달릴수 있는 놀이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은 형태다. 과거 우리가 그네 미끄럼틀이 있는 곳보다는 자재가 쌓인 공사장에서 노는 것을 더 재밌어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놀이터는 위험해보이지만 오히려 정형적인 놀이터 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부상정도도 약해 유럽의 일부 보험사는 이 놀이터에 대한 보험료를 낮추기까지 했다. 

 현대 민주주의도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다수의 대중이 올바르게 스스로를 정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있다. 그 결과 현대 민주주의에는 7가지 재앙이 일어났는데 정당의 무력화, 시민들 사이의 정치 불신, 소수의 배제, 유권자의 무관심, 정치인의 부패, 부자의 탈세, 현대 민주주의가 불평등하다는 자각의 확산이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국민과 정치기구사이에 깊은 단절이 일어나고 있는데 책은 극복방안으로 시민 참여형 정치를 제시한다.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시민운동가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는데 당선과 동시에 그는 많은 시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게 하였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주민들은 자체회의를 통해 예산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합리적으로 집행해나갔고, 그 결과 시의 고용률, 교육률, 복지률등 많은 지표들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 막 매우 적은 액수를 시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는데 더욱 과감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지원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는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탁상행정가가 아니란 말이다. 

 책은 마지막으로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선원들에 대한 연구에서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정도는 그 선원들이 원주민과 함께 항해한 횟수에 비례하여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미국이 치룬 전쟁에서 흑인 병사와 함께 전우애를 나누며 복무한 병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정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실제 심리학자 올포트는 편견, 증오, 인종차별이 접촉 부족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연대, 상호친절을 낳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접촉이 전부는 아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데는 일단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며 단순히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군대를 절대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한국에 있는 지역과 학력, 계층이 매우 다른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서로 이해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걸 억지로 꼽고 싶다. 물론 정말 그게 필요한 진짜 권력층의 아들들을 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긴 하다. 

 또한 타인에게 공감이 아닌 연민을 같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책 공감의 배신에서는 공감을 도

의 기반으로 하는 것을 경계했다. 공감은 좁은 스포트라이트로 자신과 유사하거나 비슷한 사람에게 작용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소모시키며, 올바른 수학적 계산에 의한 도덕적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저자는 책 공감의 배신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민을 중시한다. 연민은 더 통제되고 더 거리를 두고 있으며 더 건설적이다. 또한 타인의 고통, 공유,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고 행동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문명이전 인간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평화적으로 진화했고 이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주장한다. 우리의 악함은 문명으로 인해 정착하며 지도자가 생겨나고 그 체제에 묶이게 되면서 나타났으며 많은 경우 지도자들은 자신의 야욕을 이루기 위해 상대편을 자신들과는 다른 야만적이거나 혐오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였다. (실제 일본인도 식민지 한국인을 그렇게 대했으며 그 잔상은 아직도 남아 한국이 자신들만큼 성장했음에도 일본인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 ) 또한 우리의 악은 몇몇 역사적 증거의 과잉해석과 가짜 심리학 실험들에 의해 더욱 퍼지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뉴스와 SNS가 이를 더욱 강화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의 선함을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근거하는 사회체제를 바꾸어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저자는 믿고 있다. 하나하나 옳은 말이며 그런 사회게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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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8-27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씀에 공감합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선할수도 악할수도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

닷슈 2021-08-28 18:16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Falstaff 2021-08-27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글은 서재에서 읽으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라서, 눈 아파 읽지 못한답니다. ^^;;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1 | URL
들어와보니 진짜 그렇네요.

붕붕툐툐 2021-08-2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선하다에 한 표욤^^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2 | URL
선과악이 다 있는 존재입니다만 그래도 선하기를 바라고 선한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여럿이 모여 사니까요.

서니데이 2021-09-1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0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엄청 긴 글!@@
축하합니다 ~!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9-10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09-10 2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