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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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당연히 여름을 맞이하는데도 갑작스러운 더위에 지치는 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요즘 잠시 일을 쉬고 있는 터라 시간적 여유가 많은데요..

쫓기듯 읽던 책을 조금은 여유롭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읽게 된 책이 작은 행복과 넉넉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샘터>를 읽습니다.

<샘터 2015. 06>의 특집 주제는 '자기만의 방'입니다.

어릴 적 나만의 방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햇빛이 환하게 창으로 들어오던 내 방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가장 좋은 기억은 집 뒤편에 나지막한 산이 있어서 산책길이 있었지요(지금은 둘레길로 재정비되었더라고요..) 그 산에서 퍼져 나오는 라일락 향이 떠오릅니다.

사춘기의 여고 때는 밤을 꼬박 새면서 라디오도 듣고, 손편지도 쓰던 기억이 참 많습니다. 때론 시험기간에 어슴푸레 밝아오던 새벽의 빛이 떠오르네요..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어렵게 공부를 해서 글을 쓰는 작가로 다시 태어난 글쓴이는 시골 외양간을 1년 넘게 손수 고쳐 자기만의 집필실로 꾸몄다고 합니다. 또 어떤 지역 아동센터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으로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속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이어지는 아이들의 교류에 대해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뿐인가요? 살림에, 가족 뒷바라지에 나란 존재를 잊게 되는 우리 주부님들이 자신만의 공간,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야기는 동네 도서관도 말하고, 때론 차 속에서 느끼는 안락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월간 샘터를 읽을 때마다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웃한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듣는 재미가 있지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 더 속을 들여다보면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처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이런 공감되는 기분도 힐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힐링이라고 하니까 샘터 6월호에도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바다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장소로 유명한 강원도 삼척과 통영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이야기입니다.

소개된 두 곳 모두 남편과 갔던 지역이라 좀 더 반갑게 여겨집니다.

넓은 바다도 떠오르고, 시원하게 먹었던 물회도 떠오르고, 혼잡한 것을 싫어해서 일부러 비수기 때 찾아가서 얻게 되는 여유로움도 떠오릅니다.

그리 바쁘게 살 일도 없는데, 도시에서 나도 모르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를 느끼고 있는 독자라면 주말에 잠시 달려가서 넓은 바다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럿이 뭉쳐서 다니는 여행도 좋겠지만, 이번에 소개된 장소는 부부끼리, 연인끼리 슬쩍 조용히 다녀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샘터에서 늘 눈여겨서 꼼꼼하게 읽는 코너가 있습니다.

<참살이 마음공부>라는 코너이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그리고 들여다보게 하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수많은 일상의 번뇌 속에서 나를 비우고, 욕심 버리기를 진행 중으로 해야 함을 늘 깨치게 합니다.

이번에 소개된 사례자의 사연을 들으면서 사례자의 마음도 이해를 하지만, 나의 가장 단점, 또는 약점을 내가 인정한다는 것(정말 어려운 일이지요..)은 어렵지만 분명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단점을 제대로 보고 있을까? 또는 인정하고 있을까라면 서 되물어 봅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처를 덜 받고, 나란 존재를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는 힘은 이 감정 다스리기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샘터에는 많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항 24시에서는 결혼, 신혼부부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군인들의 이야기인 청춘 스케치도 있습니다.

이제 곧 군대를 갈 아들이 있는 부모가 되어보니 청춘스케치의 사연도 지난 이야기보다는 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군요..

 

 

이번 6월호에는 '2015 샘터상'의 가작을 받은 작품이 있습니다.

샘터를 말하면서 저는 늘 삶의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이번 가작을 받은 작품은 힘듦, 고통, 버거움이라는 삶의 무게를 스스로 깨친 글쓴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간 그 용기와 실천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글이란, 좋은 책이란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흠뻑 주는 것이겠지요.

이번 '2015 샘터상'의 수상작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마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그리고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서 이번 온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찬다는 누리달의 의미처럼 삶의 소리를 가득 채우는 샘터 가족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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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점심시간에 점심 메뉴를 두고 직원들과 갈등에 빠졌다.

매일 먹는 점심인데도 매번 고민을 한다. 오늘 첫 번째 순서는 '구내식당 말고 간단하게 먹자'였다.

선택을 했고, 결정을 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고민이다. 

'김밥에 컵라면을 먹을까? / 점심시간에 할인되는 햄버거를 먹을까? / 배달되는 도시락을 시켜 먹을까?'

매번 반복되는 고민에 옆에서 같이 고민하던 직원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놔~우리 모두 결정 장애인가 봐'

 

어느 때부터인가 '결정 장애'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선택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하게 내 생각대로, 내 감정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 간단함이 어렵다. 뒤이어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좀처럼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이걸 선택할까? 저걸 선택할까?

이걸 선택하면 100%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까?

지금 선택보다 더 나은 조건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 선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등등 자신에게 끝없이 물어보곤 한다. 때론 원하는 것은 본인인데, 다른 사람에게 선택을 해달라고, 또는 나의 선택에 동조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선택의 갈등 앞에서 '난 결정 장애 인가보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주고받을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 자율, 통제, 해방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강해진다는 소비문화적 결론을 얻게 되지만 선택할 것이 계속 늘어나면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지고 부정적 측변도 심해지면 결국 과부하에 걸리고 선택에 의한 해방이라기보다는 선택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게 된다. 우리는 교육, 직업, 성, 연애, 양육, 종교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는 광범위한 선택 속에서 겪게 되는 현대인들의 또 다른 스트레스와 그것의 해결법, 그리고 결정이라는 숙제 앞에서 벌어지는 심리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을 하면서 모든 것은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고 진행하게 된다. 오로지 나의 생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조바심 나는 갈등 또한 늘 나타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선택의 범위는 점점 세분화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게끔 거의 100%에 가깝게 선택의 조건을 택할 수 있지만, 이상한 점은 만족감은 덜하다는 것이다.

 

선택을 두고 갈등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진중하지 못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심지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흉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의 인성이 문제라기보다는 수많은 선택으로 인한 일종의 스트레스의 일부분이라고 하고 싶다. 선택을 하고 또 하는 와중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선택을 하려는 것뿐인데, 그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해진다면 이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가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내 입맛에 맞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 선택 앞에서 왜 늘 머뭇거리고 있는지, 힘들게 고르고 나서 후회를 한다거나, 못 골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선택이라는 갈등을 겪다가 결국 다른 누군가가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과자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되고, 음료 종류도 마찬가지이다. 약의 종류도 그렇고 화장품의 종류도 그렇다. 그것뿐인가? 매일 보는 TV의 프로그램 종류부터 대학 강의 시간의 종류, 전자제품의 종류, 하다못해 보험의 종류, 직업의 종류, 근무의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선택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보기도 했다. 그저 정해진 것에 정해진 대로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거기에 자본주의 경향도 보탬이 되었다.

 

소설가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까, 아니면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할까?"

인생의 모든 것이 선택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여러 선택안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인간의 존재는 하루하루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이 정말로 그러하다면, 오늘날의 선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P52)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통해서 좀 더 선택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는 정답이 없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개개인이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 선택으로 인한 통제권의 범위 역시 다르고 개개인마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이 중요한 경우를 스스로 판단해서 거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한다.

선택과 행복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을 하겠지만, 선택이란 행동을 통해서 나란 존재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결정권을 발휘하는 상황과 나란 존재를 표현하는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한 만족감이 행복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선택과 관련된 여러 실험도 소개한다. 선택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선택 전의 기대감과 선택 후의 후회도 당연하다는 것을 실험의 결과로 유추해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팁은 선택과 후회라는 연관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쉽게 말하자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선택할 때를 선택하되 수많은 조건 중에서 가장 쉽고 편한 것을 찍는 것보다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조건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그 선택에는 득과 실이 있다. 실이 되는 부분은 미련 없이 버려야겠죠. 극과 극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적당함에서 적절히 만족함을 느낄 줄 아는 여유도 떠올렸으면 한다.

때론 스스로 통제하고, 그 속에서 만족하는 자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오늘 선택을 하고 내일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내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선택은 오늘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고 여겼으면 한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주제가 전문적 견해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간략한 결론을 쉽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참 어렵게 돌아돌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결론은 오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라는 일상으로 결정 장애와 스트레스라는 깊이까지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짜장면이면 내일은 짬뽕이면 되니까.

오늘은 짜장면을 먹고 내일은 짬뽕을 먹는 일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꽉 짜인 선택보다는 느슨한 여유를 가지는 그런 선택으로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시간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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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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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처세의 시대

오늘날 경쟁 사회 속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하고 가장 많은 정보를 찾게 되는 것이 '처세'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동일한 환경과 시스템에서 똑같은 교육으로 성장하고 엇비슷한 성공의 길을 향하는 와중에 조금 더 성공에 대한 전략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나'란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이 처세술이라는 것쯤은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때론 이렇게까지 처세라는 것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조직사회를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로써는 어쩌면 당연히 짚어봐야 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의 분야에서 목표로 향하는 여정과 순탄함에 도움이 되는 tip 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철학이기도 합니다. 

경쟁을 하면서, 또는 사업을 하면서, 때론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끝없이 익혀야 현대인들의 또 다른 숙제라고 할 수도 있지요.

 

우리는 흔히 처세나 철학을 언급하면서 대부분은 고전 속의 영웅을 롤모델로 삼곤 합니다. 수많은 난세의 영웅들 중에서 '유비'에 관한 책을 읽어봅니다.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입니다.

유비가 사람을 그렇게 많이 품었었나요? 그리고 능굴능신의 귀재였다고요?

삼국지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맞는 말인가?라는 의구심도 듭니다. 그만큼 유비라는 인물이 주는 이미지는 나약한? 우유부단한? 그리고 때론 상황에서 도망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는 인물이지요.

 

'능굴능신'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굽히고 펼 줄 안다는 뜻으로 처세의 기교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유비의 철학이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16강으로 나뉘어서 유비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유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난세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수많은 상황과 인물을 만나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유비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삼국지 강의 대가 자오위핑 교수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의 저자 자오위핑 교수는 중국 매체가 선정한 대륙의 10대 명강사 중의 한 명입니다. 관리학 박사로 기업 관리 이론 및 팀장 리더십, 인력자원과 중국 고전 관리 사상의 전문가이자 삼국지 강의의 대가인 그는  중국의 국영방송 CCTV가 '고급 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인문학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삼국지'의 인물을 강의했고, '조조' '사마의' '제갈량'과 더불어 '유비'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TV에서 방영되었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독자들이 읽어나가기에 무척 재미있고, 쉽게 느껴집니다.

삼국지 강의 대가답게 요점만 콕콕 짚어내는 면도 있고, 관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 현대인들이 겪어야 하는 상황을 빗대거나, 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접목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유비'에 대해, 그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자오위핑 교수의 인터뷰 중 하나를 보면 "삼국의 영웅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유비"라고 합니다.

조조보다 더 높이 평가를 하는 이유는 유비가 인의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난관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한 영웅이 되었기 때문이죠.

영웅이 시대를 잘 만나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동안의 그의 행적과 책략을 현대인들의 처세에  접목시켜 설명하는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유비'는 누구인가?

'유비'는 모두 알고 있듯이 <삼국지연의>의 한 인물이지요. 또한 그 유명한 <도원결의>의 한 획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유비'는 항시 짝을 이루어서 떠올리게 되는 관우, 장비와 함께 의형제의 롤모델이자 전략가로 기억되곤 합니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것도 유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후자의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요? '능굴능신의 귀재'라는 제목에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하지만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까지 이어지는 유비의 인간관계를 떠올려보면서 유비가 가진 그 무엇에 대해 궁금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 책의 소제목 <속내를 감추고 은밀히 지배한다>의 의미를 짐작해봅니다.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유비는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 대하는 모습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겠지요.

유비는 당대의 유명한 인물이었던 조조나 손권에 비해 가진 자원도 적었고, 출발도 늦었습니다. 지명도도 없고 뒤를 지원해주는 세력도 없고, 무나 무를 통틀어서도 그리 특출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원대한 포부였습니다.

그런 유비가 삼국의 당당한 주인이 됩니다.

 

유비가 말하자면 맨 주먹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어떤 처세 때문일까요?
기록 속에서 유비는 항시 실력자에 기대서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실력자에게 기대어 있으되, 상황에 따라 굽힐 줄도 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포부를 펼치는 지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가장 큰 강점은 머리를 쓰되, 마음을 함께 썼다는 점을 꼽게 됩니다.

 

유비가 만났던 공손찬부터 도겸, 원소, 여포, 조조, 유표, 유장 등 세상의 영웅에게 차례로 자신을 맡깁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향해 마음을 다합니다. 물론 각자의 이익은 늘 염두에 두고 있지요. 하지만 유비가 움직이는 것은 앞을 내다보고 앞에 있는 인물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책은 모두 16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비의 행적을 따라 그가 펼쳤던 능굴능신의 처세를 펼쳤던 상황과 자오위핑 교수의 설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문 곳곳에 당시 유비의 행적에 등장했던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비가 펼쳤던 지혜를 한 줄로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어서 책을 읽다 보면 이 모든 상황이, 그 오래전 난세의 상황이 지금 현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고, 역사가 흘러도 그 속에서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의 원리는 다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세상이기 때문이지요.

 

중국 고대 관리 사상에 뛰어난 관리자를 많이 연구해왔는데, 그 가운데 직접 "사람이 근본"이라는 말을 한 사람은 유비가 처음이었습니다. 백성이 나를 따르는데 그들을 버린다면 어찌 미래가 있겠느냐는 의미지요. 유비의 선택은 위험을 감당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P245)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에서 무엇보다 유비가 사람들을 대했던 방법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목표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것을 향해 끝없이 진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진 것이 없는 맨손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사용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 상황을 대하는 것, 그리고 그가 선택하고 진행했던 처세가 오늘날 사람들의 처세에 아주 적합한 요점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관점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다 다르겠죠.

저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작은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늘 사람과 만나야 하고, 그 속에서 이익을 찾아내야 하고, 때론 라이벌과도 윈윈해야 하는 상황이 늘 변화무쌍하게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유비의 능굴능신의 처세가 마음에 쏙쏙 와 닿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유비가 작전 능력은 보통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격려하는 능력은 아주 뛰어났음을 알 있습니다. 그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고 강력한 가치관을 전파했으면 원대한 목표 앞에서 아랫사람들이 책임감을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솔선수범해 원대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P171)

 

유비는 활로를 찾는 일에 대가였을 뿐 아니라 퇴로를 찾는 일에 전문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통속적으로 말하면 한편에서는 손에 손을 맞잡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비책을 남겨두는 것이었습니다.(P177)

 

한편으로 유비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데 귀재이기도 하지만 도망가는데 귀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당시의 상황이나 영웅들의 행적을 본다면 패했을 때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사업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두고 생각을 한다면 잠시의 패배로 인한 좌절은 잊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다음의 일을 도모하고 진행하고,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할 때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준비를 하면 근심이 없고 마음이 편해져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비책이 있으면 마음에 걱정이 없어 일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에 효과가 아주 큽니다.(P179)

 

유비는 도망을 치는 것에 발이 빨랐다기보다는 후일을 생각하고 대비책을 만들어 놨다는 겁니다. 매번 섣불리 승리를 예측하지 않고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고 퇴로를 찾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던 것이죠. 이런 의사 결정이 결국은 유비를 성공으로 이끈 한 면이기도 합니다.

 

유비는 의견이나 주장을 분명하고 강하게 내세우지만 밀어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역시 유비가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죠.

물론 유비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는 우를 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는 그가 잡았던 영웅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고, 사업도 사람이 진행하게 됩니다.

완벽함이 있을 수는 없지요.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내가 혹여 자만에 빠진다거나, 불어나는 이익에 눈이 멀어 인재를 알아보질 못한다거나. 때론 눈앞의 욕심 때문에 엄한 실수를 저지를 경우는 늘 발생합니다.

유비가 택했던 인재를 나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 눈여겨보게 됩니다.

 

삼고초려로 유비는 전략적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전에는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제 제갈량이 나서 삼분천하를 이야기하며 서촉을 취하고 한중을 장악한 후 동쪽의 손권과 연합해 북쪽의 조조에 대항한다는, 유비가 믿고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발전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P232)

 

유비의 옆에는 당시 최고의 영웅이고 인재였던 관우, 장비, 조운, 장승, 서서 등이 있었습니다. 인재를 품에 끌어들였던 유비의 장점은 자신을 낮추고 고개를 숙이는 겸허함과 인재가 재주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배려를 베풀었습니다.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는 참 재미있게 읽히는 책입니다. 유비의 '능굴능신'의 처세를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지금 조직사회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늘 해야 하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처세 전략서라고 하고 싶습니다.

 

책을 어렵게 느낀다면 아무리 읽어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듣듯이 편하게 읽는다면 참 쉽게 들립니다. 강의 내용을 다 기억한다기보다는 내게 가장 적합한 요점만 기억하면 그 강의의 청강은 성공한 것 아닐까요?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도 그런 강의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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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 동화적인 감성의 애니멀 판타지,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
김선현 지음, 송금진 그림 / 아이리치코리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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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명 어른들을 위한 색칠공부라는 것이죠.

 

색색의 옷을 입혀 하얀 그림을 채워가는 재미에 어른들이 왜 푹 빠져있을까요?

색칠에 집중하는 동안 걱정이나 잡념을 잊어버리게 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컬러링 북의 매력입니다.

 

현대인들의 안태-스트레스를 위한 컬러링북을 만났습니다.

<DREAM: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입니다.

이 책은 미술치료의 최고 권위자 김선현 교수와 송금진 작가가 현대인의 안티-스트레스를 위해서 만든 특별한 컬러링북입니다.

 

저자 김선현 교수는 현재 트라우마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만큼, 그림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활동에 더 정확하다고 하겠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라우마 현장에 초빙되어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그린이 송금진님은 꼼꼼하면서 꿈꾸는 듯 부드러운 스타일, 물 흐르는 듯 아름다운 라인을 추구하는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합니다. 국내파이자 다수의 해외 작업에 참여하고, 기업 광고 작업에 참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죠.

 

 

 

동화적인 감성의 애니멀 판타지를 내 손으로 그려보게 되는 <DREAM: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은 푸름이 가득한 숲 속을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채워나가게 됩니다.

자연의 싱그러움과 화려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컬러링 북입니다.

 

 

 

<DREAM: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롯이 내 손으로 한 면을 채워가면 됩니다.

원하는 도구, 원하는 재료로 마음껏 색칠을 하면 되는 것이죠.


 

 

색칠을 통해서 나만의 상상력을 채워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색을 채워가는 동안 무의식중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 속의 아름다운 소녀가 내가 될 수도 있고, 화려한 색감의 울타리가 나를 감싸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DREAM: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의 도안은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있는 심플한 그림부터 정교한 작품까지 골고루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실력에 따라 골라서 완성해 나가면 됩니다.

 

<DREAM: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의 또 다른 특징은 여백의 미를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여러 컬러링북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작품들이 많이 있어서 때론 완성을 하고도 복잡함을 느낄 때가 있지만, 이 책은 작품의 여백에서 잠시의 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는 나의 짧은 메모를 적을 수도 있고, 색칠을 했던 날의 감정을 적어보기도 한다면 또 다른 나의 동화책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힐링과 더불어 안티-스트레스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작은 선물이지만 넉넉한 채움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컬러링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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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요리 - 나와 당신이 행복해지는 시간
샘 킴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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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세는 요리하는 남자이다.

언제부터인가 방송마다 유명 셰프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난다. 게다가 훈남 이미지까지 플러스가 되었으니 그들의 인기는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듯싶다.

 

'먹방'의 대세를 이어서 이젠 '쿡방'의 시대란다.

요리하는 시대..

어쩌면 맛있는 요리가 먹고 싶기도 하고, 건강을 위한 색다를 요리를 찾고 싶은 열망도 있지만, 때론 요리하는 남자를 둘러싸고 앉아서 먹는 다정하고 따뜻한 한 끼의 식사가 그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요리라는 것은 거의 여자들의 가장 첫 번째 의무감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늘 먹는 김치며, 밑반찬이며, 좀 더 솜씨를 부리고,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은 자연 속에서 얻는 효소나 저장 식품 등 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런 여자들의 막중한 의무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요리하는 남자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아내를 위해, 가족을 위해 포근함과 달달함을 보여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하긴, 내 남편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해준다면 무조건 80점은 깔고 간다.)

 

<이 맛에 요리>

이 책은 예전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이어서 더 유명한(?) 샘 킴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요리에 대한 에세이다. <이 맛에 요리>는 레시피만 나열한 그런 흔한 모양의 요리책이 아니다. 요리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명 드라마 주인공의 롤모델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탄 샘 킴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요리와 친해졌다. 그의 어머니도 요리사였는데, 어려운 형편 탓에 어머니는 생계형 요리사를 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옆에서 도와주던 샘 킴은 자연스레 요리를 알게 되었다.

재료를 조합하고, 맛을 내고, 또 그것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요리사의 꿈을 키운 샘 킴은 고교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배운 결과 셰프의 명성을 얻었단다.

 

'이 맛에 요리한다...."

이런 말을 할 때의 기분은 어떨까 상상을 해본다.

내가 정성 들여보냈을 요리 시간과 그것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내 앞의 사람들의 표정과 그리고 그런 시간 위에 있는 행복감...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말이다.

'이 맛에 요리한다....'

 

<이 맛에 요리>는 삶의 이야기이다.

삶이 뭐 별다른 것이 있나? 당연히 없다. 나의 삶이나 당신의 삶 모두 비슷비슷하다.

나는 이쪽 일에 만족하고 당신은 그쪽 일에 만족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때론 좌절이나 희망... 모두 겪는다.

하지만 독자들이 잠시 떠올려야 하는 것이 있다.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을 행복하게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또는 삶의 깊이를

되짚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 맛에 요리>는 삶의 행복을 되짚어보는,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잠시 미뤘던 삶의 소소한 행복을 같이 읽어보는 그런 책이다.

 

매일 먹는 식사. 그중의 한 끼를 어떻게 먹었을까?

내가 한 끼의 식사를 먹을 때를 떠올려볼 때 나는 나를 위해서 소박한 식탁이라고 깔끔하게 세팅을 해서 먹었을까? 귀찮다면서 라면을 끓인 냄비째로 김치랑 후다닥 먹었을까?

아무 의미 없이 지난 식사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묘한 의미가 있다.

작은 접시 하나라도 신경을 써서 오로지 나를 위해 차려서 먹은 식사는 나를 위하는 것이다. 귀찮다는 이유로 대충 먹었다면 나를 소홀히 대접한 것이다.

 

가끔씩이라도 스스로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접시 하나만 신경 써서 내놓는다면, 별다른 요리가 아니더라도 뭔가 더 좋은 식사를 한 듯, 위로를 받을 수 있다(P42)

 

여럿이 아닌 혼자라서도 더 근사하고, 폼 나는 식탁에 스스로를 초대하자. 자신을 더 폼나게, 혹은 더 초라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스스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P44)

문득 나 자신이 초라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부지런히 달려왔고 잠시 쉼을 가지고 있는 요즘... 말이 휴식이지, 오롯이 나를 위한 휴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먹는 것 소홀하다.

내가 나를 대접하지 않고 있다. 내가 나를 소홀하게 여기는데 가족이 나를 위로해주기는 만무할 테고, 나의 열망도 시답지 않게 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것이 싫다고, 짜증을 잔뜩 부리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사람은 일과 생활, 그리고 나를 먼저 아낄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직업을 가진 사람은 누구라도 자기 일을 즐겁게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돈과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P65)

내가 나를 위해야 한다는 것은 수없이 들었으면서, 정작 나를 위로해야 하는 시간에 나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 맛에 요리>를 읽으면서 소박한 식사 한 끼라도 나를 충분히 대접할 수 있다는 것..

갑자기 마음이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 맛에 요리>는 샘 킴의 에피소드가 있다. 요리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과 가족, 그리고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리를 통해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요리를 통해서 아들에게 아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스스로 아빠임을, 그래서 가슴에 따뜻하지만 묵직한 먹먹함을 느끼게 된다.

요리를 통해서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요리를 통해서 또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맛에 요리>에는 요리를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힘들 게 일하고 돌아온 아내를 위해서 만든 남편의 요리,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어 본 이유식, 딸에게 줄 맛있는 요리 이 모든 것에 가족과 사랑이 있다. 그리고 나와 끈끈함을 나누는 지인이 있다.

 

<이 맛에 요리>를 읽어보고 나의 요리를 생각해본다.

나름 손맛이 있다고 얘기를 듣는 나는 식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했나 생각을 해본다. 매일 하는 반복적인 일상이라 때론 짜증스럽게 한 적도 있다. 잠깐의 수고로움에 온 가족이 건강한 음식을 먹는 행복을 잠시 움직인다는 나의 귀찮음 뒤로 밀어 놓은 적도 있다. 

어쩌면 주부로써, 엄마로써 당연한 일을 너무 거창하게 뻗대기며 자랑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사회인으로 커갈수록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겠지만, 서로의 정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는 시간을 떠올릴 때도 있겠지? 아... 그렇구나.. 나도 이젠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

잠시 감상에도 젖어본다.

 

특별하지 않는 요리라도 함께 먹으며 시간을 나눈다면 훗날 그것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이 곧 역사다(P272)

요리하나에 무슨 거창한 말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거창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가족에게 오래 남는 추억의 시간. 어느 장소에서 음식을 먹으면 엄마가 떠오르고 아빠가 기억되고,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기억되는 그런 음식이 정말 맛난 것 아닐까?

 

샘 킴의 말처럼 <이 맛에 요리>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밥 한 번 먹자"

"오늘 뭐 해 먹을까?"

"밥은 먹고 다니니?"

이 짧은 말속에 담긴 따뜻하고 맛있는 요리와 그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내 가족에게, 내 지인에게 한번 해보자.

 

"이 맛에 요리"가 "이 맛에 너랑.."이란 의미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 끼 밥상이 때론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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