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점심시간에 점심 메뉴를 두고 직원들과 갈등에 빠졌다.

매일 먹는 점심인데도 매번 고민을 한다. 오늘 첫 번째 순서는 '구내식당 말고 간단하게 먹자'였다.

선택을 했고, 결정을 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고민이다. 

'김밥에 컵라면을 먹을까? / 점심시간에 할인되는 햄버거를 먹을까? / 배달되는 도시락을 시켜 먹을까?'

매번 반복되는 고민에 옆에서 같이 고민하던 직원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놔~우리 모두 결정 장애인가 봐'

 

어느 때부터인가 '결정 장애'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선택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하게 내 생각대로, 내 감정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 간단함이 어렵다. 뒤이어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좀처럼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이걸 선택할까? 저걸 선택할까?

이걸 선택하면 100%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까?

지금 선택보다 더 나은 조건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 선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등등 자신에게 끝없이 물어보곤 한다. 때론 원하는 것은 본인인데, 다른 사람에게 선택을 해달라고, 또는 나의 선택에 동조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선택의 갈등 앞에서 '난 결정 장애 인가보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주고받을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 자율, 통제, 해방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강해진다는 소비문화적 결론을 얻게 되지만 선택할 것이 계속 늘어나면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아지고 부정적 측변도 심해지면 결국 과부하에 걸리고 선택에 의한 해방이라기보다는 선택하지 못하는 좌절을 겪게 된다. 우리는 교육, 직업, 성, 연애, 양육, 종교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는 광범위한 선택 속에서 겪게 되는 현대인들의 또 다른 스트레스와 그것의 해결법, 그리고 결정이라는 숙제 앞에서 벌어지는 심리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을 하면서 모든 것은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고 진행하게 된다. 오로지 나의 생각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겠지만, 조바심 나는 갈등 또한 늘 나타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선택의 범위는 점점 세분화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게끔 거의 100%에 가깝게 선택의 조건을 택할 수 있지만, 이상한 점은 만족감은 덜하다는 것이다.

 

선택을 두고 갈등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진중하지 못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심지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흉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의 인성이 문제라기보다는 수많은 선택으로 인한 일종의 스트레스의 일부분이라고 하고 싶다. 선택을 하고 또 하는 와중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선택을 하려는 것뿐인데, 그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해진다면 이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가 선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내 입맛에 맞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에서 선택 앞에서 왜 늘 머뭇거리고 있는지, 힘들게 고르고 나서 후회를 한다거나, 못 골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선택이라는 갈등을 겪다가 결국 다른 누군가가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과자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되고, 음료 종류도 마찬가지이다. 약의 종류도 그렇고 화장품의 종류도 그렇다. 그것뿐인가? 매일 보는 TV의 프로그램 종류부터 대학 강의 시간의 종류, 전자제품의 종류, 하다못해 보험의 종류, 직업의 종류, 근무의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선택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보기도 했다. 그저 정해진 것에 정해진 대로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거기에 자본주의 경향도 보탬이 되었다.

 

소설가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까, 아니면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할까?"

인생의 모든 것이 선택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여러 선택안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인간의 존재는 하루하루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이 정말로 그러하다면, 오늘날의 선택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P52)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통해서 좀 더 선택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에는 정답이 없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개개인이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 선택으로 인한 통제권의 범위 역시 다르고 개개인마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이 중요한 경우를 스스로 판단해서 거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한다.

선택과 행복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을 하겠지만, 선택이란 행동을 통해서 나란 존재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결정권을 발휘하는 상황과 나란 존재를 표현하는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한 만족감이 행복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선택과 관련된 여러 실험도 소개한다. 선택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선택 전의 기대감과 선택 후의 후회도 당연하다는 것을 실험의 결과로 유추해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팁은 선택과 후회라는 연관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쉽게 말하자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선택할 때를 선택하되 수많은 조건 중에서 가장 쉽고 편한 것을 찍는 것보다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조건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그 선택에는 득과 실이 있다. 실이 되는 부분은 미련 없이 버려야겠죠. 극과 극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적당함에서 적절히 만족함을 느낄 줄 아는 여유도 떠올렸으면 한다.

때론 스스로 통제하고, 그 속에서 만족하는 자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오늘 선택을 하고 내일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내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선택은 오늘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고 여겼으면 한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주제가 전문적 견해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간략한 결론을 쉽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참 어렵게 돌아돌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결론은 오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라는 일상으로 결정 장애와 스트레스라는 깊이까지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짜장면이면 내일은 짬뽕이면 되니까.

오늘은 짜장면을 먹고 내일은 짬뽕을 먹는 일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꽉 짜인 선택보다는 느슨한 여유를 가지는 그런 선택으로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시간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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