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기장을 주웠다 - 잘 숨고 뾰족한 어느 고슴도치의 기록
고슴도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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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매력은 훗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전의 일기를 다시 읽을 때가 아닐까 싶다.

일기를 끄적일 때의 감정을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고스란히 떠올리게 되고, 때론 일기에 남겨진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 더 성장했음을 늘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나만의 일기장으로도 이런 성장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남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은 또 다른 맛이 있다.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일기장에 써 내려갈 때는 모두 겉모습을 훌훌 벗어던지고 속에 있는 맨몸의 상태로,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쓰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주웠다>역시 남의 삶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 일기장의 주인공은 자신을 '고슴도치'라고 표현했다.

자신에 대해 전혀 나타내지는 않지만, 감정의 모습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고슴도치의 일기는 어느 도시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일상, 무의미한 일상, 그리고 때론 반기를 들고 바락바락 대들고 싶은 일상을 보여준다.

 

못 돼 처먹은 인간이 온갖 복은 타고 나는.

눈물 나게 억울한 지구 생활이다. -2002.11.6

 

웃음으로 끝난 하루의 느낌도 있지만, 세상이라는 전쟁터를 오늘도 무사히 보내고 몸과 마음이 지쳐 하나씩 써 내려간 무거움을 느낄 때도 있다.

 

나는 감정의 쓰레받이.

저들이 내뱉는 불순한 감정의 말을 말단 사원인 나는

묵묵히 받아내야 한다. 2002.5.20

 

그리고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과 때론 한 번쯤은 파이팅을 외치며 일어서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라는 것을 들려준다.

 

함부로 인생의 모양을 판단하지 말자.

누가 어떤 계절을 살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겨울 다음에 봄 그리고 또 봄이 올지.

봄 다음에 겨울 그리고 다시 여름이 올지 아무도 모르니까. -2013.1.19

이때다 싶으면 과감히 달려야 한다. 기다리는 건 어둠에

갇히는 짓이다. 추워도 문을 열어라. 그리도 뛰면 된다.

반팔인 게 대수냐  2002.12.11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았다.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그저 그(그녀)가 쓴 짧은 단문만 보였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진함을 공감할 수 있다.

피하고 싶지만, 부딪히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때론 무조건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기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잠시 주춤했던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내가 잠시 주춤했던 삶에 대한 열정을 떠올려보게 한다.

 

때론 한없이 가라앉는 고슴도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 그 밑바닥까지 끌려내려가는 듯 하다. 나는 전혀 그런 기분이 아닌데 몇 개의 문장으로 함께 끌려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올라오려고 기를 쓴다.

타인의 좌절, 무거움을 밟고서 말이다.

 

그래서 일기라는 것이 어쩌면 속 알맹이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실오라기 걸치지 않는 그런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멈췄던 나의 일기에도 자극을 받아본다.

뭐... 쓰다가 말게 되면.. 잠시 멈추지 뭐..

그리고 또 나를 기록하고 싶으면, 내 시간을 기록하고 싶으면 또 끄적이지 뭐.

 

<누군가의 일기장을 주웠다>는 잊고 있는 일기장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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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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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난다.

우리가 정원이라 표현하는 곳은 울창하지만, 작은 숲 속의 그것과 같은 곳이다.

그 속에서 자연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랑을 깨우기도 하고, 때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장소로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 정원의 모습을 세세하게 전한다.

푸름이 가득한 그곳이었다는 것보다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과 과일의 이야기가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던 햇살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새소리에 스르륵 감기는 잠에 취하기도 하고, 바깥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비밀의 장소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정원이다.

 

작품을 읽을 때 이 작가가 거닐었던 장소는, 정원은 과연 어떤 곳이었던가라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그런데 참 고맙게도 작가들의 정원을 실물로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이루어진 작가의 삶과 작품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작가들의 정원>이다.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베아트릭스 포터, 윌리엄 위즈워스, 토머스 하디, 존 러스킨,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 버나드 쇼, 윈스턴 처칠…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정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재키 버넷의 이력을 보자면 정원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조경 및 자연사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고, 정원에 관한 시리즈가 올해의 가드닝 칼럼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그만큼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정원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정확하며, 또한 작가의 견해로 보는 정원과 그 정원을 사랑한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자면, 이 책 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고, 분명 그것을 작품에 녹였을 텐데, 그 작품을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작가의 정원만 들여다보자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소개된 작가들이 근대의 인물들이라는 점도... 무시 못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들이 자연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것이 집필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알아가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그나마 책에서 반갑게 눈에 띄는 인물이 있어서 다행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일한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40년 동안 차트웰에 거주를 한다. 너도밤나무가 아늑하게 가려주고 켄트의 삼림지대 너머 먼 곳까지 조망되는 풍경에 사로잡힌 윈스턴 처칠은 막대한 유지비용이 드는 이곳에서의 삶을 위해 글을 써서 가족을 부양한다. 그의 부인 역시 이 정원에 로즈 가든을 증축해서 온갖 정성을 다해 꾸몄다.

 

찰스 디킨스 역시 그의 정원 개스 힐 플레이스에 어마어마한 정성을 들였다. 유별나게 제라늄을 좋아했던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정원을 자랑스러워했고 더 좋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양 좋은 정원을 유지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더구나 아내와 별거 후에는 타인의 눈을 피해야 하는 사정도 있고 해서(엘렌 터넌과의 관계가 결정적이라고 한다) 힘겨운 순회강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원을 사랑하지만 돈에 쪼들리게 된 찰스 디킨스의 상황은 작품 속에서도 표현이 되었단다.

"20파운드를 벌어 19.96파운드를 쓴 사람에게 남는 건 행복이지만, 똑같이 벌어 20.06파운드를 쓴 사람에게 남는 건 비극뿐이다"라는 대사가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나오는 디킨스의 강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도 한다.

 

이처럼 작가들에게 있어서의 정원은 작품을 구상하는 아늑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겪던 좌절을 다시 가다듬는 곳으로도 남았다. 정치적 암울기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때론 사랑하는 자녀의 죽음에 좌절을 겪었을 때. 이혼과 실연이라는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시간을 정원에서 찾아낸다.

 

어릴 적 읽었던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그 신비로운 화원이 떠오른다. 나만의 숨겨진 공간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까?

자연과 더불어가는 삶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작품에 녹여낸 작가들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작가들의 정원>에서 푸름과 향기로움, 그리고 작가의 세세한 감정을 흠뻑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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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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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작열하는 이 여름 한자락에서는 바다를 향해 훌쩍 떠나는 것이 한없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무 부담 없이, 그저 훌쩍 떠날 수 있는, 달달거리는 오토바이의 뒤에 매달려 같이 떠날 수 있는 소설이 <붉은 노을 맥주>이다.

 

<스마일 스미레>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가 독자들에게 여름의 싱싱함과 훌쩍 떠나는 여행의 유쾌함을 전한다.

오토바이에 작은 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떠나는 주인공의 여행 스타일은 정말 '그냥..'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거창한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번의 여행은 전편과는 달리 낚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겪게 된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일을 독자들은 배꼽을 쥐고 키득거리게 만든다.

나만의 아지트에서 홀딱 벗고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아먹는 여유를 꿈꾸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숙자가 자기의 자리라고 우기고 잠자기 좋은 명당자리마저 차지해 버린다.

그뿐이야? 맥주와 바꿔먹자고 교환한 빵이 유통기한이 지난 곰팡이가 핀 빵이었다고..

어느 여행길에서는 시골의 맛 집이라고 들어간 라멘집에서는 끓이다 끓이다 불어터진 면만 받아먹고 나온다.

그뿐인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덕분에 맛 좋은 은어를 얻어먹지만 그 행복도 잠시... 홀로 여행하는 남자가 안돼 보였는지 연신 은어를 낚아서 준다. 거기에 집으로 초대까지 해서 또 은어를 준다. 여행 중에 도착한 그곳에서 주인공은 은어를 자그마치 서른다섯 마리나 뱃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의 이야기는 필히 책으로 읽어보시도록, 이 장면에서 인간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넋두리는 들여다보는 이 장면에서 배꼽 빠지게 웃게 될 테니까.

 

여행을 왜 하느냐고?

나를 찾거나 세상을 경험한다고?

이런 개뿔..

 

여행이란 말이지.. 그냥 그날의 쾌락이야. 좋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 여행이란 말이지

 

부럽다.

세상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 부럽다.

 

자유가 우선인 것이 여행임을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여행을 가면 그곳의 맛 집을 섭렵해야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고, 정해진 코스를 시간 내에 다 돌아야 여행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근데 거기서 중요한 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또다시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정하고 따라 하는 와중에서 같이 움직이는 일행들(지인이나 가족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서로 다음 순서를 말하기 바쁘고 각자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 바쁘다.

 

<붉은 노을 맥주>를 보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음 편한 시간에, 마음이 가는 장소에서 조용한 자연과 더불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캬~~~

이 단순하고 간단함이 주는 행복은 어떤 화려한 여행보다 더 값진 것임을, 더 맛난 것임을 독자들은 부러워하게 된다.

 

대충대충 설정한 여행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붉은 노을 맥주>

늦지 않았다.. 나도 떠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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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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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쏟아지는 자기 계발서는 현대인의 필독서가 되었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습득하고 그 속에서 경쟁을 해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자기 계발서의 필독은 당연한 순서가 되어버렸고, 이런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가장 빨리 얻고 싶은 것이 사회에 맞는, 조직에 잘 적응하는 나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좀 더 빠른 처세술을 익히는 것이라던지,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조직 사회에 적응을 하는 법이라던지 등의 결론을 앞세우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절대적으로 변화시켜야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 많다.

 

물론 내가 변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성공의 순서가 내 손에 쥐어지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를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성격상 내성적인, 이를테면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바꾸라는 것이 상당한 부담적 요인이 되는데, 그 부담을 안고 나를 변화 시키느냐,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느냐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런 성격을 내성적이라는 표현도 쓰겠지만, 낯가림이라는 표현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낯가림이란 말은 아이들에게만 쓰는 표현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돌이켜보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아주 적극적이고 활달한 이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압도적인 사람들 이외에는 서로 어색한 것은 당연하고, 설사 그 자리가 상당히 중요한 장소이라 해도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워서 그 자리가 무척 호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간다면야 내성적이든, 낯가림이 심하든 상관이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성격의 수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낯가림에 대한 파악은 분명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은 모든 사람들과 얽힐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존재를 부각해야 하는 일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낯가림이 무기다>

이제까지 낯가림이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참 힘든 성격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낯가림을 극복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물론 많다. 스피치 스터디를 한다던가, 모의 면접을 통한 훈련을 한다던가의 방법들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낯가림이라는 성격을 무조건 낯가림을 고치려고만 했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은 나의 무기로 삼는다는 것. 이 점이 참 신선하고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낯가림이 무기다>의 저자 다카시마 미사토는 인기 있는 세미나 강사라고 한다. 1000명 규모의 세미나를 아주 잘 이끄는, 그리고 승승장구하는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만으로 보면 저자는 상당히 활달하고 자기표현이 강한, 말하자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연상이 되지만, 의외로 저자 역시 상당히 낯가림이 심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에서 하는 한마디가 있다.

나의 낯가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

그리고 그것을 나만의 무기로 만들 것.

 

쉽게 말하자면 나의 약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써먹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외부로부터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면 내부에서 인정을 하고 그 자체로 타인과의 소통을 해석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낯가림이란 성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약점이라는 것의 그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동물이라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계심이 보통 수준보다 강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상대에게 무모하기 접근하지 않는 신중함이 있습니다. -p21

 

낯을 가리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언변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단다.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신중함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경청과 관찰은 사람을 꿰뚫어보는 기본이 된다. 사람을 제대로 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여러 가지 표현으로 말하고 있는 것의 요점 아닐까?

사람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저런 방면으로 끝없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는 있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낯가림이 무기다>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임을 알 수 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언변을 가지면 좋겠지요.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든, 어느 무리에서든 언변이 뛰어나고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결코 나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그들이 하는 방식을 내가 한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 역시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사람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일. 이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낯가림이 무기다>는 낯을 가리는 사람들이 세상을 접하는 처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말하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진정성으로 상대를 대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억지로 말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낯가림이 덜 한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처세의 팁을 전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나서도 도무지 나에게 적용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독자에게 <낯가림이 무기다>를 권한다.

거창한 방법이 아닌 내가 납득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처세술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도 <낯가림이 무기다>를 통해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이 쉽게 표현이 되었고, 당장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진행되는 사회의 룰 속에서 자신의 낯가림으로 자칫 주춤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움직이는 다른 이보다 충분히 신중하고, 충분히 남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임을 스스로 자각하면 된다.

조용한 성품이지만 결코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혹시 낯가림을 자신의 장점으로 습득한 사람 아닐까?

 

그만큼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이 정말 큰 무기가 되고,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낯가림이 심한 저자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낯가림이 심한 번역자도 자신의 경험담을 떠올리면서 좋은 책을 번역하고 이름을 남긴다.

부족한 듯 보이지만 꽉 찬 느낌... 이것이 바로 당신의 낯가림 속에서 충분히 발견하고 나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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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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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제가 자신 있게 자랑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책을 읽고 서평을 하는 취미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죠. 우연찮게 시작된 독서와 서평이 어영부영하는듯해도 5년차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만났던 책도 많았고, 미흡한 글쓰기도 조금씩 늘어갔다는 점.. 이 지인들에게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명쾌한 서평을 못써낸다는 것도 그렇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때가 수두룩합니다.

 

나름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을 하고, 나름 생각했던 어려운 책들을 접하지만 생각보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내 인생에서 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하곤 합니다.

 

<읽는 인간>은 무심하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 손에 있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치 선생님이 앞에 서 있고, 책을 읽고자 간절한 마음을 가진 제자들에게 인생의 모든 경험과 지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책을 바라보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우선 <읽는 인간>의 저자 오에 겐자부로를 짚어봐야 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상 수상작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문학인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읽는 인간>을 통해서 그의 인생에서 지표가 되었던 책, 그리고 더 넒은 의미의 문학에 대해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곡절을 겪은 노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책을 보면서 책이 쌓인 만큼의 인생을 쌓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책과 인생을 들여다보는 그리움에 젖기도 한답니다.

<읽는 인간>은 노작가의 삶에서 책이 어떻게 작가의 흔들림을 잡아주었는가를 엿보게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누구나 똑같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나는 아니라고 우겨본들, 오늘은 웃다가도 내일은 대성통곡을 할 때가 있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픔을 겪는 일도 분명 생깁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삶의 지표를 잡아갈까요?

 

노작가는 제일 먼저 잡는 것이 책이었다고 합니다.

귀한 아들이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서도 책을 잡았고,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말썽을 피울 때도 책 속에서 읽었던 시를 읊었다고 합니다.

소통이 어려워서 힘들어할 때 어느 누구보다 더 괴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인 아들입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와중에서도 아들의 눈 속에 비친 비탄을 읽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읽었던 블레이크의 시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인해 작가는 삶의 깊이를 이야기하게 되는 소설도 씁니다.

 

사실 요즘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종이책을 들고 읽는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전자책이 아주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책에서 풍겨 나오는 묘한 매력에 저는 여전히 종이책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으면서 이것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드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책이 좋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라는 전문성과 취향은 없지만, 책을 잡고 있는 순간은, 책을 읽는 순간은, 그리고 그 책에 대해 누가 아는척하지 않더라도 주절주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도 참 좋습니다.

책 자체가 좋고, 글 쓰는 자체가 좋다는 것이죠.

 

<읽는 인간>은 책을 어떻게 해석을 해서 나의 글로 만들어가는지 엿보게 되는 책입니다.

반평생을 책과 살아오고 책을 써온 작가입니다. 그가 독자들에게 자신의 독서법에 대해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귀한 시간이 어디 쉽게 올까요?

이런 점으로 볼 때도 책이라는 것은 내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글씨로, 종이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참 의미가 큰 그 무엇입니다.

 

노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녕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아하... 이런 것이구나.. 이런 맛으로 책을 읽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구나.."

이 짧은 문장을 읽는 독자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시선을 책을 읽어가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독서의 묘미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노작가가 인생 속에서 책과 함께 하고 그 속에서 읽었던 또 다른 인생의 지표를 배워왔음을 독자들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독자들 역시 진정한 인생과 '나'란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 책의 맛이고, 묘미이니까요.

 

독자들은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과 노 작가가 읽고 기억에 남겼던 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했던 독서법을 보면서 <읽는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움직여가는지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냐에 대한 답을 성급하게 내리기보다는 책을 읽는 인간인가 아닌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실천부터 해봄이 순서임을 알게 됩니다.

순차적으로 읽는 인간의 깊이를 습득하는 것은 그 뒤에 따라오는 당연한 순서겠지요.

 

책을 읽는 한 사람으로서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노하우를 명쾌하게 들은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취미로 함께 할 독서를 이전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품위 있게 이어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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