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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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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인문학에 대한 열풍이 대단함을 느끼곤 한다. TV 채널에서도 인문학 강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인문학 강의가 열리곤 한다. 인문학 서적은 쏟아져 나오고, 순위가 정해진 통계 결과를 보곤 한다. 그뿐인가? 어느 대기업 경영진들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을 했다고 하고, 공교육에서도 인문학을 가르칠 예정이라는 말도 들리니 이런 열풍 속에서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일이다.

 

인문학이 뭐 별거냐,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학문, 인간을 알아가기 위한 모든 학문 아니겠는가라고 나만의 정리를 내려보기도 하지만, 그 반면 인문학에 대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망설임도 있다. 이를테면 인문학이 어렵고, 방대하고,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그런 느낌 같은 거 말이다.

어쩌다 읽었던 인문학이 너무 어려웠었나 보다. 내 마음이 공감하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을 봤다던가 아니면 내 생각이 좀 더 폭넓어서 책 너머에 있는 진한 본질을 읽을 줄 알았어야 했었나 보다.

처음 시작한 인문학을 어려워서 내던져버리고는 멀리했다는 것이 나의 변명 중의 하나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가 눈에 띄게 된 것이 바로 부제(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때문이다. 그렇다. 어렵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쉽게 설명한 책에서 도움을 얻어 다시 인문학을 펼쳐봐야겠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의 결론부터 말하고 가야겠다.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인문학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인문학이란 뭘까?

여러 자료를 들여다보고, 글들을 들여다보면 결론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서로 얽혀 살아가면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삶을 느끼고, 역사를 만들어 가고, 깊이를 더해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작가는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인문학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 글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금석같이 고귀한 고전이라도 우리가 즐기지 못한다면 철학으로, 인문으로 생명력은 잃고 맙니다. 인문학은 머리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를 알고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나를 알고자 하는 공부인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를 살리는 것입니다.

아하, 이제야 알겠다.

인문학이란 인간을 알아가는 것. 인간에 대한 것. 인간 본성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노자의 <도덕경>,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등을 비롯해서 15편의 인문 고전을 소개한다. 인문학 설명서라고 말한 것처럼 소개한 책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보는 법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맥베스>의 이야기를 빌어 인문학적인 견해를 들어보자면

맥베스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진 것은 현시대에 사람들이 추구하는 권력과 승진에 대한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권력은 항상 옳을 수만은 없는 것이며,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뺏고 빼앗기는 그런 것이기도 하다. 늘 가지고 싶어하지만 쥐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인생의 하나임을 말한다. 맥베스라는 인문학을 통해서 독자들이 찾아내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욕심, 나를 제대로 지배하는 것만이 진정한 권력임을 말한다. 

 

똑같이 읽은 책을 두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느낌이 다른 것도 있다.

책 속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함을 일깨워준다. 그뿐인가. 저자는 시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를테면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라든지, '카뮈에게 문학이란 영감을 전해준 장 그르니에'등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작가와 작품세계에 더욱 친밀하게 몰입할 수 있다.

 

나는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이 참 재미있게 읽혔다.

인문학이라는 장르 앞에서 막연한 선입견을 두고 인문학의 깊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초보 독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곁들여주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인문학에 대한 접어두었던 호기심이 다시 일어난다.

책을 많이 읽었던 독자들(인문학을 많이 읽어본 독자들)은 어쩌면 작가가 제시한 팁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한다거나, 미리 정해놓은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문학에 대해 전혀 초보적인 분들인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팁이라고 보면 좋겠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제가 소개한 15권의 책 중 어느 한 권이라도 만나볼 여유와 자신감을 얻게 되셨다면 긴 시간 이책을 위해 쏟은 저의 시간과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책 속에 본질을 찾는 재미가 있다. 또한, 몰랐던 작품과 글쓴이의 배경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뿐인가. 책 속에서 얻어지는 지혜와 현 삶과의 이어지는 부분을 저자와 함께 생각하는 재미도 있다. 인문학에 한 발 들여놓는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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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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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십대에도 방황이 있었고, 고민이 있었습니다.

나름의 아픔도 있었고, 행복과 기쁨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십대의 아이들을 둔 엄마가 되어서 보니 그때의, 때론 피하고 싶고, 되돌아보기도 싫었던 그때의 고민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은 내가 가꾸고 키워야 하는 것이 분명하기에 나의 고민과 방황을 결코 쓸데없던 일로 치부하기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십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십대들의 쪽지>는 참 짠함을 남겼다고 할까, 든든함을 주었다고 할까, 몇 장 안 되는 작은 책자에 남겨진 글들은 그때의 고민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때론 나도 이런 어른이 될거다라는 다짐을 주곤 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는 그때 두 손에 들어왔던 '십대들의 쪽지' 30주년 기념으로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책입니다.

'십대들의 쪽지'에 실렸던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들의 글이 원고료 없이 실렸더라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 내뱉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원고료 없이 청소년을 위한 글을 써준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 속에서 읽게 되는 글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던 그분들도 때론 우리처럼 똑같은 청소년기를 보냈었구나, 똑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공감을 많이 얻었지요.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는 그중에서 46편을 발췌한 것입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유명인부터, 각 계층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별이 가만히 있다면 빛은 보이겠지만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의 존재를 지구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별은 흔들리고 그 흔들림에 빛이 반짝이는 것이겠죠.

청소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생각대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아마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사고를 갖게 되는 그저 평범한 어른으로 자랄 테지요.

 

아기일 때도 각각의 성격이 있습니다.

더 크게 우는 아기, 보채지 않는 아기, 그리고 우유를 잘 먹는 아기도 있고, 늘 먼저 감기에 걸리는 아기도 있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들의 성격도 이렇게 다 다른데 하나하나 자신의 개성을 키워가는 청소년도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요.

물론 어른들은 어른들의 잣대로 울타리를 지어놓고 그 속에서 안주하면 성공한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아이들의 개성을 얼추 비슷하게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던가요?

어린 생각이지만 어른보다 더 열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고, 때론 어른들이 잊었던 그때의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지요.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를 읽으면서 어릴 적 그러니까 내가 청소년였을때 모습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 한창 자기의 개성을 찾아가는 아들 녀석과 딸아이를 보게 됩니다.

내가 그때였을때 어른들은 왜 그렇게 우리를 못살게 하냐고 반항을 했으면서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못살게 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때론 순수함을 잊는 또 하나의 모습인가 봅니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에서 많은 이들이 정말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느리고 서툴러도 인생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이라는 이야기와 남들에게 보이는 1등보다는 나 자신에게 1등이 되라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그리고 때론 만나게 되는 좌절은 절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기회라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청소년기를 지내오고 나니 그때의 고민과 그때의 생각이 참 아름답고 순수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순수함을 잃어가는 어른이 되고서야 그때의 순수함이 더 다가옴을 느낍니다.

아마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에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사들의 마음도 저와 똑같을 것입니다.

모르고 세상의 치열함에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보다, 알고 준비하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은 분명 자신에게도 든든한 그런 마음이 강한 어른으로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엄마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아들에게, 나의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청소년 독자들과 함께 부모님들도 일독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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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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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온 이야기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열하일기>입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 본다면 <열하일기>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문체와 서술로 지금의 말로 표현하지만 핫이슈가 되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조 1780년(정조 4년) 박지원은 청나라 건륭황제의 7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외교사절단 자격으로 중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북경에 도착하고, 예기치 않던 건륭황제의 특명이 내려져 만리장성 넘어 열하까지 다녀오게 됩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보고 느낀 청나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여행기가 바로 <열하일기>입니다.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이 열하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화입니다.

저자는 열하일기를 바탕으로 연암 박지원의 하인으로 따라가게 된 장복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여행기를 들려줍니다. 장복이는 뚱선비(연암 박지원)를 모시고 여행길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병이 나고 맙니다. 병든 아버지 대신 장복이는 뚱선비를 모시고 여행길에 동참하게 됩니다.

 

장복이의 여행은 양반들과는 다릅니다. 말을 타고 편안하고 하인들의 수발을 받으면서 여행하는 양반네와는 달리, 짐도 지고, 양반들의 끼니도 챙겨야 하고, 때론 배를 먼저 타서 자리도 잡아야 하는 일도 하게 됩니다. 점심밥을 얻으려고 달음박질치기도 하고, 나이 많은 다른 하인들한테 시비가 붙어 얻어맞기도 하고, 때론 바닷가에서 알몸뚱이로 온갖 헤엄을 치는 자유도 장복이를 통해서 느끼게 되고, 여행길에서 만난 역관 학생 조수삼한테 언문도 배워 부모님께 언문으로 된 편지도 써보고 오랜 시간 사람들을 태우고, 짐을 싣고 같이 와준 말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장복이의 역할 때문에 독자들은 장복이를 통해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최상위의 양반들만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하는 다듬어진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독자들은 장복이의 시선을 통해서 연암 박지원의 성품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느리고 게으른 뚱선비이지만, 장복이와 창대를 여행 끝까지 데리고 가는 정 많은 모습도 보여주고, 중국사람과 밤새도록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신문물에 대한 열의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양반네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도시의 모습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실학자의 모습도 볼 수 있죠.

 

역사 이야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시대의 배경도 다르고, 쓰인 문체나 감성 등이 지금과는 다른 면이 많아서 어렵죠. 그런데 어쩌면 이런 장복이의 역할 때문에 독자들은 장복이를 통해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를 읽는 독자들은 당시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서 배웠던 문물과 경험에 대해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게 당시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동화를 통해서 어린이 독자들도 고전의 묘미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독서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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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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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달라지는 점 중의 하나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나의 모습이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지난 시간의 새해맞이는 되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너무 씩씩하게 맞이했던 기억이 더 많다.

열정과 패기라는 이름 앞에서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는 새해를 참 요란스럽게도 환영을 하곤 했다.

2014년이 딱 9일 남았다.

그리고 이 시간에 나는 2015년도 해오름달의 <샘터>를 막 다 읽었다.

2015라는 새로운 숫자 앞에서 아직 남은 2014를 되돌아본다.

별 탈 없이 보낸 다행도 있고, 그 와중에 아이들의 진학문제로 며칠을 잠을 설친 적도 있고,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응원의 말을 간절하게 실어서 들여주었던 해이기도 하다.

2015년 해오름달 <샘터>를 마주하고 앉아서 나름의 센치함에 빠져드는 이유가 새로움의 숫자도 있고,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 새해에 대한 궁금함 때문인 듯하다.​

마침 <샘터>​의 2015년도 화두가 '만남'이란다.

사람과의 만남, 책과의 만남, 음식과의 만남 등등 만남을 확대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이 만남에서 시작해서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샘터>​에서 말하지 않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만남을 내 기억 속에 각인시켰는가..천천히 떠올려 보려 한다.

아니면 새로운 2015의 수많은 날을 어떤 만남으로 채워갈지 담담하게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마치 어릴 적 방학을 앞두고 동그란 계획표에 안에 색색이 써내려가던 그때처럼..


 

 

2015년도 <샘터> 해오름달에서 만나는 이들은 3대째 연극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녀, 손진책 부부와 아들 지형씨의 이야기이다. 연극이라는 공통의 천직을 걸어가면서도 그 천직 때문에 행복하고 때론 버려야 했던 추억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사는 방편으로 했을 뿐. 물론 그 조직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는 정말 열정을 다했다. 하지만 퇴직을 마음먹고 되돌아서 나올 때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 톨의 미련없이. 정말 아쉬움 없이 단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느껴봤기에 이 세 사람의 연극인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남달라 보인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서점, 북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이야깃거리이다.

책과 맥주..

한적한 곳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조용히 책을 읽어본다. 정말 멋있는 상상이다.

세상의 시끄러움을 벗어나 홀로 조용한 시간으로 힐링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장소 아닐까. 요즘은 흥청망청, 떼로 지어 다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나홀로족이 많다. 한 편으로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경쟁 속에서 지친 나를 스스로 보호하고, 다독이고 싶어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바램인 듯하다.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문학을 만나고, 시간을 만나고, 그리고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의 이야기라 너무 좋다.

상암동이라고 하니..친정가는 길에 한번 들려봐야겠다.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에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아주 천천히 골라봐야겠다.

 

 

<샘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인 참살이 마음공부의 한 ​구절이다.

몸과 마음이 나약한 자신을 모습이 싫다는 고민에 법륜 스님 특유의 즉문즉설을 들어본다.

몸이나 마음이 아프다면 일부러 말하고 다닐 것도 없지만 숨길 것도 없다. 숨기면 거짓말을 하는 거고, 마음에 짐을 지게 되는 거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거고, 결국 나 자신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감이 없어진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인생의 반전을 듣는다는 것, 생각의 반전을 듣는다는 것은 또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20여 페이지에 담긴 <샘터> 2015년 해오름달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삶의 따뜻함은 다른 때보다 좀 더 깊다. 아마 세월의 한 해를 넘겨왔고, 지내온 시간만큼 아이들에게 지혜를 일러줘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서인가 보다.

기억 속에 남아있고, 지금도 흥얼거림을 따라 해보게 되는 팝송 이야기와 새롭게 알게 되는 미술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는 행복일기가 있어서 <샘터>는 삶이라고 하고 싶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작은 책 한 권으로 앞으로 내가 걸어갈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또 다른 모습을 그려본다는 것이 책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늘 경험하는 느낌이지만 작은 책 속에서 깊은 이야기를 듬뿍 담는 것...이것도 어찌 보면 나만의 행운이라고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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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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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어릴 적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려본다.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따사롭고, 편안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그저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것이다.

그 속에서 나의 삶이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나의 감정이 어루만져진다.

<나의 삶 나의 집>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따뜻함을 전해 주겠다라는 느낌도 바로 이런 '집'에 대한 막연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한 지역이 재개발로 다시 세워져야 하고, 수많은 이윤이 남겨지는 쇼핑몰이 세워질 계획이 진행된다. 그런 전쟁터 같은 곳에 꼿꼿하게 집을 지키는 노인이 있다.

배리는 이 쇼핑몰 건설의 감독관이다. 직업상 노인이 지키고 있는 집을 허물어야만 한다.

집을 허물기 위해서, 그리고 집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혀 다른 결과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집을 지키고 있는 노인은 병들고, 늙고, 혼자 남은 이디스였다. 그녀는 어마어마한 보상금 앞에서도 결코 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리는 오로지 이 이유 하나, 이디스 자신이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이 옳다는 것. 그래서 이디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리는 집을 허물기보다는 집을 지켜나가는 이디스의 곁을 3년을 지켜준다.

 

세상의 눈으로 해석한다면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라던지, 세상의 변화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는 노인의 고집이라든지, 때론 봉사라는 빌미로 다른 보상을 바라는 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상이 그렇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순수한 의미를 읽다가도 그 뒤에 이익이 있지 않나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참 각박한다.

각박하다고 하면서도 또 각박함을 말하고 사는 것이 요즘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각박함을 먼저 떠올렸다.

왜?

배리가 왜?

 

이디스는 결코 쉬운 성격의 노인이 아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세월을 겪었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얻게 된 삶의 자부심은, 연륜은 감히 건드릴 수 없다. 세상의 노인들이 그렇다. 나의 부모들이 그렇다.

하지만 '늙고 병듬' 앞에서 기력이 쇠해지는 세월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고약한 성격으로 변해간다. 열심히 달려온 것밖에 없는데 어느 세월에 죽음을 기다리고 앉아있는, 심지어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도 제대로 못 챙기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때론 용변도 제대로 해결 못 하는 반송장의 늙은 몸뚱이만 남았다.

노인들이 그렇다.

나의 부모들도 그럴 것이다.

 

배리는 이디스와의 하루하루를 겪어가면서 그냥 겪는다.

때론 이디스와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때론 이디스에게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배리는 그냥 곁을 지켜준다.

옳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한다.

 

배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늙어서 변해버린, 병이 들어서 변해버린 아버지를 바라본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병든 아버지를 아이처럼 보살피는 것보다는 그가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그 세월을 살아온 아버지의 자존심과 인생 경험자임을 자꾸 떠올린다.

 

배리와 이디스, 배리와 늙어가는 그의 부모님, 노인들을 보살피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배리의 아들과 딸, 그리고 옳다는 것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배리의 아내.

사람은 수없이 얽히고 또 얽힌다.

결코, 나만 따로 동떨어져서 행복하고, 건강하고, 젊음을 가질 수는 없다.

 

나는 이 책 <나의 삶 나의 집>을 읽으면서 마음이 짠함을 느낀다.

언젠가는 나도 늙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이제 곧 이디스처럼 변해갈 나의 부모님 때문이다.

언젠가는 저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변해가겠지..

언젠가는 그 꼿꼿한 자존심으로도 결코 지켜줄 수 없는 늙은 몸으로 변해가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몸을 자식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시간이 오겠지...

 

<나의 삶 나의 집>이 결코 우울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디스는 배리와의 시간 속에서 추억을 떠올려보는 달콤함도 느꼈을 것이다. 배리는 이디스의 삶 속에서 어릴 적의 추억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한 세대와 한 세대가 어울려 간다는 것.

분명 같이 공통된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너무나 모른척하고 사는 것 같다.

이디스의 집은 이디스 어머니가 삶을 지내왔던 곳이고, 이디스가 살았고 삶을 정리하는 곳이다. 그리고 배리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이고, 추억을 남겨놓는 장소이기도 하다.

 

삶과 집.

공식처럼 구구절절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은 똑같다.

포근함, 따뜻함. 그리고 넓은 의미.

 

<나의 삶 나의 집>은 각박하게만 살려고 기를 쓰던 나에게 삶의 틈을 열게 해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살기 바쁘다고 핑계를 댔던 나에게 삶의 여유를 느껴보라는 힌트를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삶이라는 줄 위에 나란히 서 있는 나의 부모, 그리고 나의 인생. 또한, 나의 아이들의 삶까지 떠올려보게 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듯 싶다.

 

위의 도서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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