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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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6세에 암진단을 받고 67세에 타계하였다.

난 그의 죽음이 좀 놀라웠는데,

66세여도 그렇지만, 67세라고 해도 죽음을 맞이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었다.

옛날과 다르게 의학이 발달하였고 여러가지 치료방법이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운명 앞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엄중하게 다가왔다.

진단은 아주 분명했다. 상태는 심각했다. 불치 상태인 듯했다. 나는 허탈한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집에 돌아가 마지막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냐고. 의사가 대답했다. "옛날 같으면 그랬겠죠. 하지만 요즘엔 여러 치료방법이 있습니다."(17쪽)

 

그의 소설들을 다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것은 읽은 것이었고,

어떤 것은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읽었으되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이순신이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고 했던 심정으로 그의 소설들을 아껴 읽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졌지만,

소극적으로라도 미니멀 라이프에 동참하게 된 것은,

일본의 지진 같은 대참사를 만나게 된다든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죽을 병을 발견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 건 순서가 없다고,

갑작스런 죽음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을때,

그때는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느라고 주변을 정리할 수 없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깔끔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헤벌레 벌려놓은 채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은  2015년 헤닝만켈이 암진단을 받은 이후에 쓰여졌다는데,

그는 죽음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과거 어린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돌아갈 추억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소설들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제 목소리를 낼 줄 안다.

 

개인적으로  박용하의 '오빈리 일기'나 '시인일기' 따위에 열광했던 이유가 시인적 감수성 때문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맨날 맥주나 까먹은 알콜리즘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러한 것들이 사회적 문제들을 향하여 섬세하게 깨어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고,

그건 곧 소신이라고 읽혔다.

 

그는 암에게서 신경을 돌리기 위해 독서, 명화 감상, 음악 감상을 택한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암은 아니고 비교하기도 민망한 노안이지만, 책을 읽으면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괴로웠었다.

가지고 있는 책의 몸집을 줄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내 책상 위에는 항상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놓여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새로운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항상 좋아했던 작가들의 책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일체의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을 소화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탐험을 하듯 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이리저리 헤매기만 했다. 한 쪽을 읽으면 거기에 쓰인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ㆍㆍㆍㆍㆍㆍ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펼지자 단어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내가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었다. 내가 예전에, 아마도 각각 다른 여러 상황에서 읽었던 글들은 여전히 언제나처럼 효과가 있었다. 나는 열심히 책을 읽었고 그렇게 암에게서 생각을 돌릴 수 있었다.(188쪽)

 

그는 2015년 10월 5일 월요일 이른 아침, 잠에서 깨지 못한 채 67세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사람으로 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책 속엔 이런 구절도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묻기를 포기하거나 중단하고, 마치 더이상 알고 싶거나 궁금한 것이 없는 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고는 일상을 이어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이미 질문을 그만두고, 어떤 사람들은 늙어서까지 고집스럽게 묻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결국엔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철학적 사고를 포기하게 된다.이해가 된다. 지구상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 대다수에게 사고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치이기도 하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통탄스러운 불평등에 속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럴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서 세계인권선언에 들어가야 한다.(285쪽)

 

이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울고나서는 카타르시스에 이른 것 마냥 훌훌 떨어내는 경험을 한다.

이것은 버리거나 비우는게 아니라,

말 할 수 없는 작은 입자들로 변화해 자연의 일부로 스며드는 경험이다.

이렇게 지연의 일부로 스며드는 그런 것이라면,

죽음이 두렵기는 하지만 나이듦의 연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이걸 헤닝 만켈은 '죽음을 감추면 결국엔 삶도 이해할 수 없다'(317쪽)는 말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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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3-28 21:1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도 죽음.. 소멸.. 생.. 삶.. 존재.. 에 대해서 민감하고 섬세하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7-03-29 15:49   좋아요 0 | URL
어르신들과 보대끼는 직업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딴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다가오는 듯 여겨져요~^^

2017-03-2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3-29 15: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집착하는 제자신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집착도 물욕도 없으면 도통한거지 하고 자위해요~^^

‘부드럽게 잘~ 변하는 거‘...그게 미립이 나는게 아닐까요?^^

2017-03-2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3-29 16:0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힘드셨겠습니다.
다독 다독~((__))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거기에 하나 더 사람의 생명만이 소중한 건 아닐거예요.
무가치적으로 사람 말고 모든 생명있는 것은 소중할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삶의 연장선 상에서의 죽음도 그렇게 두렵진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이 순간을 재밌게 사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는데, 우린 찌찌뽕~?^^

AgalmA 2017-03-28 23:31   좋아요 0 | URL
피나 바우쉬는 암선고 받은지 5일만에 사망하고 말았죠. 하루, 5일, 1년 6개월, 30년이라고 해도 우리에겐 모두 부족할 시간일 겁니다.
한순간이더라도 나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받아들이고 세상을 볼 때 이거로 된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용기도 얻게 되고요.

양철나무꾼 2017-03-29 16:05   좋아요 0 | URL
피나 바우쉬는 저도 왕 애정하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Agalma님의 얘기이기도 하고 헤닝만켈의 얘기이기도 하고 강유원의 얘기이기도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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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소설인데 굳이 필명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었다.

다 읽은 지금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이,

老학자의 '젊은 날의 회고록' 정도, 자전적인 요소가 강해서 그랬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남들은 참 좋았다고 하는데 난 힘들게 읽었다.

소설 한 권을 10여일에 걸쳐 읽는 건 안나 까레리나 이후 처음인것 같다.

안나 까레리나는 3권짜리이기라도 했지~--;

 

다 읽은 지금도 사람들을 그렇게 열광하게 만든 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인문학적, 지연과학적, 예술적 기지와 통찰을 뿜어내고 있는 듯 하지만,

너무 만연체로 늘어지다 보니 알아 먹을 수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사랑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내 관심사가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것이어서 그런가,

이렇게 넓은 분야를 전반적으로 두루 아우르고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스러움은 사랑받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사랑하는 것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사랑받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 배움은 경험에 의해서만 가능한 종류이다. 많이 사랑받으며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은 사랑스러움을 간직한다. 절제와 훈육이 함께한다면 사랑은 클수록 좋다. 어린아이는 자랄 때 그들이 본질적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은 유년 시절에는 그 사랑스러운 애교로 우리 보살핌에 보답하고 성인이 되었을때에는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함에 의해 우리 사랑에 보답한다.(147쪽)

 

이 책이 버거웠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우리말을 사용할 줄 아는 작가이긴 하지만,

영어권에서 오랜 시간 살다보니 그 문화와 정서, 어순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인문학적, 지연과학적, 예술적 기지와 통찰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 백과사전 같은 박학다식한 책이지만,

기교적인 면에서 잘 쓰여진 소설은 아닌 듯 싶다.

 

소설의 기교나 작법적인 요소들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가 쭈욱 읽어온 소설들만큼 세련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다 읽게 만드는 힘은 소설적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 이면의 자전적인 요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포기와 관용은 한쌍의 상관적인 개념이 된다.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관용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만 관용한다. 이제 많이 늙어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될 때 많은 것을 관용하게 된다. 이것이 구교가 개신교보다 더욱 인간적이고 미신적이고 관용적인 이유다. 개신교는 엄격하다. 언제라도 싸울 태세가 되어 있고, 용서할 수 없는 문제가 많고, 정립해야 하고 준수해야 하는 원칙이 너무도 많다.(107쪽)

처음에 개신교, 구교를 넘나들때는 오강남을 떠올렸다.

좀 더 읽다보니, 오강남은 아니다.

친구가 알려준 사람의 이력을 찾아보니 그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읽으면서 여러 작가들이 떠올랐는데 '브로크백 마운틴'과 '시핑 뉴스'의 애니프루도 생각났고,

언젠가 읽었던 '노먼 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도 생각났다.

 

나도 작가처럼 20대 초반의 짧은 기간을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 생활이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돈독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외국 사람들 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으려 했었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그곳보다는 우리나라의 이름없는 동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만 갔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에 나오는 이런 문장들에는 공감하기가 힘들다.

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씐 그 인물이 등장하기 전이라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멜리사, 그 책이나 논문은 어쩌면 내가 미혼이었기 때문에 쓸 수 있었을 거야.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수 없어. 가정적 행복은 학자의 죽음이야. 멜리사, 아직은 더 써야 해. 당신과 행복한 채로 어떻게 책을 써? 나는 가족을 부양할 만큼 벌고 있지도 않아. 교수는 준실업자야. 테뉴어를 못 받으면 실업수당을 받아야 해.ㆍㆍㆍㆍㆍㆍ(152쪽)

 

이런 문장도 완전 멋지다.

그녀는 이곳에 살면서도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다. 이곳은 외로움의 보상을 아름다움으로 한다. 외로움에도 중독될 수 있다. 아름다운 정경이 함께 한다면.ㆍㆍㆍㆍㆍㆍ(228쪽)

 

모르겠다, 저자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설레발치기에는 마음의 움직임이 미미하다.

그냥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정도로 일갈하는 수밖에.

 

나스타샤는 내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고 있다.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직감으로 느껴진다. 사랑은 이성과 논리로 상대를 파악하지 않는다. 사랑은 분석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감과 일치이다. 나스타샤의 마음이 내 마음을 파고들어서 내 마음에 공감의 반향을 일으킨다. 이때 둘 사이의 거리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마음의 벽은 일거에 허물어진다. 언어는 마음을 드러내기에는 부적절한 도구이다. 언어가 끝나는 데에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은 보여지는 것이지 말해지는 것이 아니다.(483쪽)

  우리는 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었다. 말은 유기적인 협조를 위해 요구된다. 그것은 문명을 가능하게 만든다. 여자들은 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 외에 다른 소통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대화를 통해 요구하는 것은 어떤 목적의 달성은 아니다. 단지 소외와 무관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여자의 대화는 언어를 위한 언어일 뿐이다. 그녀들은 명제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나스타샤와 나 사이에는 대화를 위한 대화조차도 필요 없어져 가고 있다.

  여기 둘만의 세계에서 우리는 전적으로 서로에게 속해 있다. 눈을 뜨는 순간 서로 바라보게 되고, 하루 종일 어깨와 등을 맞대고 있고, 머리를 맞대고 잠을 청하는 우리에게 언어는 필요없는 것이 된다. 나는 이 침묵이 편하다. 둘 사이에는 어떠한 소외도 없고 어떠한 섭섭함도 남아 있지 않다. 미소와 침묵과 솔직함이 모든 단어를 대신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체 세계이다. 나스타샤는 내게 전체 우주이다.(502쪽)

 

언어말고도 다른 소통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나도 때때로 한다.

그동안 나는 상대방을 미루어 짐작하고 속속들이 안다고 착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이 아니고, 상대방이 내가 아닌 이상,

노력하여도 어긋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소리내어 얘기하는 것이 소통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둘 사이에 어떠한 소외도 없고 어떠한 섭섭함도 없는 침묵이 뭔지 알 것도 같지만,

아직까진 그런 영혼의 쌍둥이를 만나지 못한 탓인지,

나는 때론 너무 수다스럽고 때론 너무 말을 아끼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틀어서 이 부분이 제일 좋았다.

때로 억지로 웃는 사람, 눈만 웃는 사람, 얼굴까지 웃는 사람 따위를 만나지만,

전 인격을 통틀어 자기 자신이 되어 웃는다는 것은,

경험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자신부터 말이다.

그녀는 웃음에 의해 한층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웃음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여자는 자기 자신이 될 줄 안다. 표정만 웃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미소에 의해 자신의 전 인격이 웃을 때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넘어선 고결함까지 있다. 티 없는 웃음은 따뜻함과 친근함을 불러온다. 스스로가 될 줄 아는 사람만이 그런 웃음을 짓는다. 그러한 사람은 순수하고 선량하고 솔직하다.(212쪽)

 

좋은 책인듯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읽을 깜냥이 아니어서 일까?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고,

때문에 누군가에게 용기있게 권하기 좀 애매한 책이다.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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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27 17:27   좋아요 0 | URL
그런말이 생각나네요..사랑을 책으로 배우든가 ..연애를 책으로 배우면 발생하는 그 온도차이를....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들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7-03-28 18:20   좋아요 1 | URL
제가 책을 애정하고,
책을 통하여 배우는 걸 즐기는데,
다행히 사랑이나 연애는 아니었어요.

남편이 첫사랑이었으니까 남편을 잘 만난 덕이겠죠?^^

서니데이 2017-03-28 14:24   좋아요 0 | URL
어제 여긴 비가 오지 않았지만, 오후 네 시, 다섯 시 되는 그런 시간에 너무너무 추웠어요.
한밤엔 기온이 1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요즘처럼 일교차 큰 날에는 감기 조심하세요.
양철나무꾼님, 기운나는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3-28 18:23   좋아요 1 | URL
저는 겨울이면 목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터틀넥을 즐기는데,
보통 3월 초면 벗었거든요.
올해도 몇 번 시도했다가 다시 찾아 입었어요.
한밤에 1도라면 아직 멀었네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따뜻한 저녁 드시구요~^^
 

봄볕이 따뜻하고, 봄바람이 살랑 불고, 아지랭이가 아른거린다.
매년 같은 봄이지만 나에겐 새 봄 같아서...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개미 한마리 없길래 좀 쉬어야 겠다고 친구에게 톡을 보냈더니,

개미나 세면서 쉬라고 하더라.

하긴 요즘 하루 하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봄 때문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젠가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내가 '세.젤.예'인가 묻는 망언을 하였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 친구답게 '존.예.다'라는 답장을 보내줬다.

이 친구가 워낙 반듯하게 사는 유형이어서,

난 이 '존.예.'를 '세상에서 젤 이쁜'을 나타내는 '좋은 예'라고 알아듣고 희희덕 거렸는데,

알고보니 '존나 예쁘다'의 줄임말이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오늘도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는다.

어제까지는 최진석의 시선을 탁월하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계속 용어를 정의하고 일반론을 되풀이 하는 것을,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니까 그렇게 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한걸음 떨어져서 보니,

기본이 되는 용어를 정해놓고,

용어에 살을 붙이면서 개념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그냥 나열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대립이 공존하고, 서양에 의해 동양이 완전 패배하고 이딴 것을 明이니 敗니 하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재정의 하는 식이다.

모두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바꾸게 되면,

최진석이 연구한 노자ㆍ장자는 무위자연을 외치던 사상가 이전에 정치가 였다.

때문에 최진석도 단순히 노자ㆍ장자를 연구한 철학자나 사상가이기 이전에,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시키려던 정치가, 적어도 전략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 그대로 동양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서양을 공부하고, 국제사회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 모두가 나라를 구하고 국가적 위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다산을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데 미숙해서 피상적인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다산을 국외로는 눈을 돌리고 시야를 확장시키지 못했던 인물로 폄훼하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펼친 실학적 사유들을 유학적 도덕주의에서 비롯된 피상성 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기만 할까?

오랜 세월을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한 그가,

날개를 펴기는 커녕 움씬 하기조차 힘들었을 그가,

생각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펼쳐보일 수가 있었을까?

 

말은 유니크 하다는 표현을 써서 선진국 수준을 삶을 살려면 선도력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가 묻고 나열하는 얘기는 일반론을 넘어서지 못 하니 아쉬울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나열하고 있는 선진국이란 나라와 선도력이란 것이 굴절되고 왜곡되고 있는 세태이다보니,

선진이기 이전에 도덕적으로 규격이나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이 강해져 버린다.

 

대교약졸이라고 했던가?

내 눈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게 아니라, 지식의 나열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니 하는 말이다.

 

 

 

 여자전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김서령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 책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구할 수 없었는데 다시 나왔다.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온 여자들의 이야기란다.

책 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는 있지만, 들이지 않고 베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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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3-17 18:41   좋아요 1 | URL
^^: 양철나무꾼님 경우처럼 마음에 맞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삶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8 10:20   좋아요 1 | URL
연의 같이 ‘세.젤.예‘ 딸이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예요~^^

봄볕이 따뜻하고 봄벼이 싱그러워요.
연의랑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서니데이 2017-03-17 18:4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은 존예와 세젤예 중 어느쪽이 마음에 드시나요.^^
요즘 낮은 따뜻한데 오후가 지나면 다시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양철나무꾼 2017-03-18 10:22   좋아요 0 | URL
전 존예가 좋아요.
세. 젤. 예.는 앞에 수식어가 들어 가줘야 하잖아요.
‘내눈에는‘이라는, ㅋㅋㅋ~.

그렇게혜윰 2017-03-19 06:54   좋아요 1 | URL
저도 뽐뿌질 당하는 중입니다 ㅠㅠ

양철나무꾼 2017-03-21 10:09   좋아요 1 | URL
김서령은 집이야기랑 家 때문에 알게 됐는데,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죠~--;

서니데이 2017-03-23 12:58   좋아요 1 | URL
1시가 가까워지는데,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3-27 16:20   좋아요 2 | URL
아핫~^^
오늘은 3월 27일이고 오후 네시가 조금 지났네요.
북플로 읽다보면 이웃분들 글에 좋아요는 누르게 되는데,
며칠된 제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는 소홀하게 되네요.

비가 오는데, 우리 맘까지 흠뻑 젖지는 말자구요~^^

서니데이 2017-03-24 08:26   좋아요 1 | URL
오늘 금요일이예요. 봄이 다가와도 아침과 저녁의 바람이 차갑네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3-27 16:26   좋아요 2 | URL
비 내리고 쓸쓸한 것도 같고, 쌀쌀한 것도 같고,
울적해요~ㅠ.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달래보려구요~.
우리 따뜻하게 차 한잔 해요.

생각하지 못했던 님의 댓글에 완전 기분 좋아지는걸요.
감사합니다~^^
 

오래된 식물에 물이 오르고 꽃망울이 맺히는걸 보니 봄인가 보다.

 

아니, 춘곤증에 시달리는걸 보니 정녕 봄인가 보다.

요즘 같을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깐 눈이라도 붙여주면 오후 시간을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점심시간과 동시에 뚱뚱한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두꺼운 솜 외투를 걸치고 등에는 대형 백팩을 멨는데, 입구에 꽉 들어찼다.

접수에서 점심시간이 막 시작했으니 다녀오시라고 했으나,

엉덩이를 들이밀어 앉더니 '허어~!' 목을 풀었다.

무슨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몸 전체가 울림통인양 쩌렁쩌렁 울린다.

한쪽에 누워서 눈만 감은 난 통성 기도의 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고 생각했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좀 젊은 목소리가 말했다.

"예수님의 성령으로 천국으로 부름을 받으셨다구요?"

"네,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전 이미 천국으로 부름을 받았거든요."

"근데 아까 기도 하는 걸 내가 조금 들었는데,

 일부러 들은건 아니구요...목소리가 크시니까 자연 들리더라구요...

 세어보니 병이 열네 가지던데요.

 병원에 올거 뭐 있어요, 천국으로 그냥 가면 되지?

 부름을 받았으면 그에 응해야지,

 아자씨 말대로 그렇게 훌륭하신 예수님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것도 경우가 아닌거죠.

 하긴 공공장소에서 혼자만 부름을 받겠다고 이렇게 떠들어대는 걸 보면 원래 경우가 없는 분이신것두 같네요.

 천국 가셔서 아버지 만나시거든 제가 가정 교육을 그렇게 시키신게 맞냐고 여쭤봤다고 말씀 드려 주시구요."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다보면 중국에서 만난 도사 얘기가 나온다.

 

사실 제 전공이 도교인지라 가끔 도사들을 만날 일이 있습니다. 도사라고 하면 구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도교라는 종교의 교회를 도관이라 하고, 도관에서 활동하는 성직자를 도사라고 합니다.ㆍㆍㆍㆍㆍㆍ제가 만난 도사는 시골에서 수양만 하던 촌 도사였는데, 그 촌 도사가 저한테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전공이 철학이라고 했더니 그 도사가 대뜸 이랗게 말합니다.

 

철학이 국가 발전의 기초다. (71~72쪽)

 

위의 뚱뚱한 남자와 좀 젊은 할머니의 대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또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런데 탁월한 시선으로서의 철학적 사유라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은 아닙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익숙하게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인이 하는 것처럼 언어 자체를 들여다보거나 또 시적인 높이에서 언어를 지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차원이 달라지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를 이해하는 사람과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세계를 보는 통찰의 깊이와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 그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죠. 사실상 철학은 아주 높은 차원에서 탁월하게 이루어지는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그래서 타고나지 않는 한, 훈련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97쪽)

 

 

 

 시인일기
 박용하 지음 / 체온365 /

 2015년 9월

 

내가 아마도 박용하의 '시인일기'를 읽지 못 했다면 저 부분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작인 '오빈리 일기'와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영혼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던 터라 감흥이 더했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스스로 제외된 개인'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말에 걸린 자, 말에 질린 자, 말에 올라 탄 자'라 답하겠다. 또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어둠이 되는 자, 빛에 긁힌 자'라 답하겠다. 이 황사 쳐들어오는 난감한 봄날,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용지물, 무용지물, 무용지물, 천하의 무용지물'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순간을 감별하는 자, 순간을 범하는 자, 순간을 데우는 자'라 답하겠다. 또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언어가 생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 답하겠다. 봄비 추적거리는 거리에서 시인이란 무엇인가 재차 묻는다면 '고통하는 사람, 슬픔 받는 인간'이라 답하겠다.ㆍㆍㆍㆍㆍㆍ('시인일기', '서문'인용)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으면 무엇이었을 것이며, 무엇에 열중하고 살았을까 라고 반문한다.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로 느낌을 옮기는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에도 열중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걸 최진석버전으로 옮겨보면 이렇다.

레고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덴마크의 한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구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고객이 가져온 문제를 우선 철학적인 문제로 바꾸어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레고는 원래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기존 질문을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으로 바꿉니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95쪽)

 

황사가 쳐들어오지만, 봄비가 추적거리지는 않이서 다행이다.

낮잠을 제대로 못 자서 툴툴거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페이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춘곤증을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외부의 방해로 실패했다...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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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16 22:04   좋아요 0 | URL
저두 오늘 낮에 어찌나 졸리던지요. 쿠키 아작아작 먹으면서 잠을 쫓았어요. 왜이리 잠이 쏟아지던지...
세상엔 별별 사람 참 많아요^^

양철나무꾼 2017-03-17 09:20   좋아요 0 | URL
요즘 낮에는 졸립고, 아침에는 배고프고 그래요.
저녁 때는 당근 춥고요~^^
세가지가 한꺼번에 오면 거지라는데, 따로따로 와서 거지는 면했어요.

저는 커피 한가득 타서 님처럼 쿠키 먹으려고요~^^
 
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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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탄핵이 인용되었을 때의 일이다.

로비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던 할머니 한 분이 '그래도 불쌍하고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차시더니 이내 눈물 바람을 하셨다.

그걸 본 중년 남성이 할머니를 향하여,

'길거리에서 그런 말 하시면 몰매 맞을 수 있으니, 어서 곧장 집으로 가시라'고 하였다.

중국 동포들을 대상으로 무슨 강의를 하는 남편은 '오늘은 닭먹는 날'이라고 했다가,

수강생 한 명이 '지금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거냐?'고 항의를 하길래,

강의를 재밌게 하기 위한 워밍업이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단다.

 

지극히 당연한 사안을 두고 이렇게 양가적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니 어찌 생각하면 아이러니컬 하지만,

그런 다양함이 공존하는 곳이 세상이니,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다.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책을 보는 기준도 다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의 취향이 재미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같다면, 이 세상은 거대한 하나의 기계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30쪽)

 

알라딘 서재,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지 싶은데 분명 나와는 다른 입장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것들로 묶였을때는 알라디너라는 소속감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 다른 입장인데도 한데 뭉뚱그리면 버겁다.

이럴땐 '냅둬, 이대로 살다 죽게~(,.)'라고 하며 내 '스스로' 를 '따'(스.따.)시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버린다.

혼자일때는 소속을 그리워하고, 더불어 있을 때는 그런 식으로 일탈을 꿈꾼다.

 

어찌되었건, 알라딘 서재 이곳에 적을 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독서인을 꿈꿀 것이다.

나도 독서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의 통계 자료를 찾아보니 책을 소장하는데 열을 올리는 장서인에 가까웠다.

이곳에서 서재활동을 시작한건 2010년 5월10일 '책의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부터니까 얼추 7년이 되어간다.

1년에 한100권정도 읽는 내가 그동안 알라딘을 통해 사들인 책은 1964권,

거기다가 이런 저런 이벤트에 당첨되거나,  선물받은 책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책을 읽는데 목적을 둔게 아니라, 장서에 목숨을 건 꼴이다.

 

그렇다고 장서를 염두에 두고 책을 들였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가지고 있고, 읽은 책들이 '오래된 새책'의 목록과 많이 겹치는 걸 보면,

저자가 권하는 책들이 소장 가치 있는 책들로 편향되기 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연배들에게 두루 읽혔던 책들이라고 조심스럽게 유추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독서만담'과 맞물려서 저자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만담 때는 유머코드 때문에 간과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본인도 책 속에서 생각을 깊고 넓직하게 펼쳐내고 있으며,

자신이 고르고 읽고 소장하는 책들을 자기주도적으로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책을 고르고 읽고 소장하는 방법들을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함으로써,

소장한 책들의 격을 올린다.

 

책이 안 읽히고 안 팔리는 시대라고 체념하고 방관하지 않고,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외의 출판 영업, 마케팅, 홍보, 광고 등에까지 적극적이다.

 

똑똑하지만 얍삽하지 않다.

책이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은 아님을 알고,

인간적인 냄새, 적당한 온기,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오래된 새책'이란 절판본이지만 독자들에게 꾸준히 회자되어 재출간 되는 책들을 말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출판 시장이 얼어 붙은 세태이지만,

책이 절판되어 사라지는 것도, 재출간되는 것도, 상당한 부분 독자의 몫이라고 얘기한다.

나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책들을 개정판으로 읽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오래된 새책'의 형태이다.

 

이 책은 나온지가 좀 되었다.(초판 1쇄 2011년 9월23일, 초판2쇄 11월10일)

그 무렵 절판본이어서 어렵게 구해야 했던 많은 책들이 재출간되었고,

책 속의 내용들도 사실 여부가 바뀐 것도 있다.

사진집 '천장' 같은 경우도 그때는 '천장'이라는 풍습을 담은 유일한 책이었겠지만,

지금은 더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저자의 책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저자가 짱 멋져보였던 순간이 있었다.

ㆍㆍㆍㆍㆍㆍ그 책은 어찌됐든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활용되어져야 했다. 날개가 필요한 것은 새만은 아닌 것 같다. 책도 날개가 필요하며 항상 읽혀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다지 열성적이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나에게 필요가 없고, 반복해서 읽거나 참고할 책이 아니라면 인커넷 카페 등의 책 나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59쪽)

 

'우물있는집'에서 나온 《괴테자서전》을 읽고 소장하는 이유는 순전히 아름답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튼튼한 장정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국내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장정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 중의 하나다.(85쪽)

책의 자태와 위용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나와 닮았다.

 

이 책의 끝부분 '책 수집가를 위한 변명'을 보게 되면, 내 속에 들어왔었나 싶게 나랑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책의 가장 큰 기능이 '장식'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이 심란하고 우울할 때 내 서재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면 어느 정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안정을 찾게 된다. 이것은 단지 책이 지적 욕구의 충족이나 학문적 필요로만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255쪽)

 

저자 자신이 좋아서 책을 읽고 또 수집하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꼼꼼하고 착실하게 책을 소개하고 권해주면 읽지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독서만담'때도 느낀 것이지만 독서처방사 같은 직업이 있다면 명품 처방으로 이름을 날릴 것 같다.

파릇파릇한 떡잎이나 새싹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을 중년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렇게 궁금해 보기는 처음이다.

건필을 기원한다, 고 했다가 글로만 한정시키는 것 같아 아쉬워 이렇게 바꿔본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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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14 15:30   좋아요 3 | URL
독서만담에서 느낀게 저와 비슷하네요.
신변잡기를 끌어다가 웃기지만,
결국엔 삶이란게 뭐 그리 대단한건 아니야~ 잡다하고 구질구질한 총체 아니겠냐는
묵직한 메세지를 주는 거 같은 느낌.

똑똑하지만 밉살스럽지 않은,
얕게 얕게 글을 쓰는 듯 하지만
읽을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맛.

박균호님의 매력을
글로 잘 풀어낸 양철나무˝꾼˝님도
˝꾼˝입니다. 역시👍

양철나무꾼 2017-03-14 21:45   좋아요 2 | URL
님~, 어케 리뷰를 쓴 저보다 제 글을 잘 해석하십니까?
개떡같이 말해도 콩떡이나 찰떡 같이 알아주는 님같은 뷴이 계셔서...알라딘 서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꾼은 맞는데 나무를 잘하는 나무꾼~, 아니 심장을 잃고 사랑을 갈구했던 사랑꾼이었나? 쿨럭~(,.)

박균호 2017-03-14 15:52   좋아요 3 | URL
차마 좋아요를 누르기가 참 민망하네요. 첫 책이라 지금보다 글이 더 엉망이었던 시절이라서요. 그냥 책을 좋아하는 한 아재의 이런 저런 생각이라는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책속의 책들과 늙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된 새 친구‘ 같은 느낌요 ㅎㅎ 나무꾼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스타샤의 리뷰가 정말 기다려져요.

양철나무꾼 2017-03-14 21:41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쓰니까 댓글이 저 밑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다시 끄집어 올리려니 잘 안되어서~, 삐질~‘‘

서니데이 2017-03-14 16:40   좋아요 3 | URL
양철나무꾼님의 구매리스트도 책이 적지 않으시군요. 예전에는 관심이 생겨 보관함에 담았지만, 계속 나오는 새 책으로 인해 계속 책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오늘 오후도 잘 지나가네요.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03-14 21:2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봄볕이 너무 좋아서, 봄바람이 살랑 불어서,
또는 아지랭이가 아른거려서 힘들진 않으십니까?
매년 같은 봄이지만 또 다른 봄이라고 생각하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cyrus 2017-03-14 17:52   좋아요 1 | URL
박균호님의 책을 읽으면서 저도 헌책방에서 만난 책들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천하려는 의지도 높아야 하고요. 저는 헌책방에서 책만 잔뜩 사놓고, 계속 방치해두고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3-14 21:2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님은 필요 충분 조건을 갖추셨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헌책은 물론이거니와 누가 먼저 읽은 책도 좀 버거워했었는데, 친구를 잘 만난 덕에 이제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 책과도 그런 인연이 있는것 같습니다.
엄청 게으른 저도 때론 운명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하는 걸 보면 말예요~^^

2017-03-14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4 19:02   좋아요 1 | URL
어떡하죠?
제가 지금 벌려놓은 책들이 많아서 책 선물 받는거 자제하고 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죠~^^

2017-03-14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4 21:15   좋아요 1 | URL
거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삐질~‘‘)
여러 분들이 책선물을 해주시겠다는데 누구 건 받고 누구 건 안 받을 수 없어서 말예요.
제가 좋아하는 책읽기가 짐이 되어선 안 될 것 같아서 힘들게 말씀드렸는데, 이해해 주시니 더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4 21:36   좋아요 2 | URL
지나친 겸손은 공손이 아니라 오만불손이라고 합니다~ㅅ!
개인적으로 독서만담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책들의 자태도 사진으로 알현하는 영광도 누리고 말이죠.
예전에 그런 옷 광고 있었는데...참 좋았급니다. ‘막 사입어도 10년 된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막 사 입은 듯 한 옷‘이던가요?
책도 사람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4 21:40   좋아요 1 | URL
북플에서 쓰니까 댓글이 저 밑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다시 끄집어 올리려니 잘 안되어서~, 삐질~‘‘

박균호 2017-03-14 21: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 읽었어요 감사해요

해피북 2017-03-16 22:09   좋아요 1 | URL
우앙~~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게 서재의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작가님과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실로 큰 즐거움이네요 ㅎㅎ 댓글 포함 잘 읽고 갑니다 ㅋㅋ

양철나무꾼 2017-03-17 09:50   좋아요 1 | URL
작가 분들이 서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독자와 소통하려 한다는 건 독자 입장에선 행운이지만,
작가 입장에선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일일 거예요.
기꺼이 누릴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