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뜻하고, 봄바람이 살랑 불고, 아지랭이가 아른거린다.
매년 같은 봄이지만 나에겐 새 봄 같아서...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개미 한마리 없길래 좀 쉬어야 겠다고 친구에게 톡을 보냈더니,
개미나 세면서 쉬라고 하더라.
하긴 요즘 하루 하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봄 때문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젠가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내가 '세.젤.예'인가 묻는 망언을 하였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 친구답게 '존.예.다'라는 답장을 보내줬다.
이 친구가 워낙 반듯하게 사는 유형이어서,
난 이 '존.예.'를 '세상에서 젤 이쁜'을 나타내는 '좋은 예'라고 알아듣고 희희덕 거렸는데,
알고보니 '존나 예쁘다'의 줄임말이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오늘도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는다.
어제까지는 최진석의 시선을 탁월하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계속 용어를 정의하고 일반론을 되풀이 하는 것을,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니까 그렇게 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한걸음 떨어져서 보니,
기본이 되는 용어를 정해놓고,
용어에 살을 붙이면서 개념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그냥 나열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대립이 공존하고, 서양에 의해 동양이 완전 패배하고 이딴 것을 明이니 敗니 하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재정의 하는 식이다.
모두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바꾸게 되면,
최진석이 연구한 노자ㆍ장자는 무위자연을 외치던 사상가 이전에 정치가 였다.
때문에 최진석도 단순히 노자ㆍ장자를 연구한 철학자나 사상가이기 이전에,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시키려던 정치가, 적어도 전략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 그대로 동양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서양을 공부하고, 국제사회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 모두가 나라를 구하고 국가적 위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다산을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데 미숙해서 피상적인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다산을 국외로는 눈을 돌리고 시야를 확장시키지 못했던 인물로 폄훼하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펼친 실학적 사유들을 유학적 도덕주의에서 비롯된 피상성 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기만 할까?
오랜 세월을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한 그가,
날개를 펴기는 커녕 움씬 하기조차 힘들었을 그가,
생각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펼쳐보일 수가 있었을까?
말은 유니크 하다는 표현을 써서 선진국 수준을 삶을 살려면 선도력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가 묻고 나열하는 얘기는 일반론을 넘어서지 못 하니 아쉬울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나열하고 있는 선진국이란 나라와 선도력이란 것이 굴절되고 왜곡되고 있는 세태이다보니,
선진이기 이전에 도덕적으로 규격이나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이 강해져 버린다.
대교약졸이라고 했던가?
내 눈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게 아니라, 지식의 나열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니 하는 말이다.
여자전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김서령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 책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구할 수 없었는데 다시 나왔다.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온 여자들의 이야기란다.
책 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는 있지만, 들이지 않고 베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