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
아들을 보낸지 2주기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거기 그렇게 머물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 할말이 없다.
그런데 난 아직은 그렇고 그런 상태이다.
북플에서 '몇년전 오늘 남긴 글입니다'하는 알람이 오는데,
그때의 리뷰나 페이퍼를 보면 아들과의 에피소드가 많다.
그 리뷰나 페이퍼들을 읽다가 또 눈물바람을 한다.
최근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위로 끝에,
"아드님 얘기는 마음 속에 꼭꼭 감추어 두는 것보다 자꾸 얘기해서, 이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네, 할때까지 푸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는데,
그 분이 사용한 사고와 표현들이 의도가 있다거나 불순한 것은 아닌데,
(맹세코 의심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친절하게 댓글에 덧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성격이 좋진 못하다~--;),
속으론 맘이 상하는 거라...
나는 아직까지 마음 속에 감추어 두는 것도, 얘기로 풀어내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느 식으로든, 아들과 털끝 하나라도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아무것도 아닌 무생물에도 아들이 연상되면,
눈물바람을 날리며 출처없는 독기를 품고 잔뜩 움추러들 뿐이다.
그렇게 조금 아팠고,
어느 누군가의 위시 리스트에 있는 이 책을 만났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5
김영길 지음 / 사람과사람 /
2020년 10월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이 시리즈를 예전에 사뒀던 게 기억이 나 들춰보니,
1권의 경우, 2004년이 1쇄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건 2008년 15쇄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1
김영길 지음 / 사람과사람 /
2004년 1월
'방태산 화타 선생의 신토불이 간질환 치료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동네 동물 병원 앞에 놓인 화환 리본에서도 만난 '화타'란 글귀가 생각나 좀 웃었을 뿐이고, ㅋ~.
가감하여 내 식대로 편하게 읽었다.
'현대인의 불치병 암과 간 경변을 완치시킨 임상보고서'라는데,
암과 간병변 완치 임상보고서 라는 측면보다는,
마음 챙김 내지는 정신 수양('정신 수련'이 아니라)에 도움이 될 법한 글귀가 있어 옮겨 적어본다.
번뇌란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여 벗어지는 게 아니다. 집착을 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하여 집착이 버려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밀폐된 공간에서 명상을 통해 집착을 벗어나려 한다면 오히려 망상만 키울 뿐이다. 석가의 불경이나 예수의 성경을 아무리 외우고 들여다보아도 마음은 비워지지 않는다.
석가나 예수는 험한 고행을 통하여 집착을 벗어낫지 편안히 앉아서 책이나 읽으며 높은 정신세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불경이나 성경의 위대성은 그들의 실천과 행동에 있지 글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는 정신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집착, 번뇌도 정신적인 기운 순환 장애이다. 이를 벗어나는 길은 강도 높은 육체적인 운동이나 노동을 통하는 길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67쪽)
건강한 사람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 금수강산도 몸이 골골하면 적막강산이다. 진수성찬도 건강이 나쁘면 독약이다. 양귀비도 몸이 허약하면 그림의 떡이다. 건강은 상대적인 척도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절대적인 자기 몸의 조화에 있다. 남보다 힘이 세고 술을 많이 마시고 밥을 많이 먹는다고 건강한 게 아니다. 음과 양이 조화된 상태, 짜증과 번뇌와 집착이 없는 상태, 세상이 긍정적으로 아름답고 기분 좋게 보이는 상태-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의 길이다.(141쪽)
원자와 원자를 고도의 질서 속에 묶어 어떤 특수한 생명 현상을 유지하게 하는 힘 또는 능력을 한의학에서는 '기의 원활한 순환' 또는 '기 순환'이라 부른다. 이 '기 순환'이 막히거나 단절되면 생명체의 건강에 이상이 오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숨을 멈춘 죽은 몸과 살아숨쉬는 몸의 물질적 구조는 같다. 다만 기의 순환이 조화를 이루느냐 아니냐로 살아있는 몸과 죽은 몸으로 구별된다.(209쪽)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아무 탈 없이 8년을 살았다면 쫒아가서 정말 다 나았는지 확인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노인은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팔십을 바라보는 노인에게 암이 치료됐는지 아닌지는 별 가치가 없을지 모른다. 사는 날까지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때가 되어 길을 떠나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삶의 자세는 40, 50대라고 해도 본받을 만한 점이다.
이 노인은 작년 여름에 약초를 캐러 높은 산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 그날 그 장소에는 우박이 쏟아졌다.(279쪽)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얼마전 읽은 뉴스 기사가 생각나 옮겨본다.
어느 높으신 공무원의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구충제 성분' '산삼약침' '기공수련' 등 최근 논란이 된 암환자 치료 요법을 올려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의 경우 일반·상급 병실에 따라 월 400만~700만원이 들며 산삼약침 등을 추가하면 월 1000만원을 웃도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를 쓴 김영길 님 같은 경우, 치료비가 얼마나 드는지 몰라서,
좀 조심스럽긴 한데,
책에는 이름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얘기가 종종 등장한다.
화전민이 사는 마을이었다고 하니,
돈이 없다는 것은 베이스로 깔고,
아프지 않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아픈데 돈 때문에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