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니고,
장르소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었다.
마이클 코넬리, 마이클 로보텀, 요네스뵈, 찬호께이, 더글라스 케네디 등 한두 권만 읽은 것이 아니고,
줄줄이 전작을 찾아 읽느라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직도 찾아보면 작가들의 못 읽은 책 몇 권이 남아있을 터, 연장선을 넘나들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수비의 기술'이란 두 권짜리 책에 필이 꽂혔다.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른다던가,
동성애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가 아니라면 약간 거북할 수도 있지만,
(결국엔 동성애 코드는...인간에, 인간의 영혼에 대한, 존경과 헌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은 영혼이 아름다워 지는 소설을 만났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나도 이런 사람을 한명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이 한번은 말했지요. 영혼이란 사람이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노력과 실수, 학습과 사랑을 통해 만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 일, 영혼을 만드는 일을 최고의 헌신으로 해내셨어요. 당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그것이, 당신의 죽음이 우리에게 그토록 힘겨운 이유예요. 평생 걸려 만들어진 당신 같은 영혼이 존재하기를 멈추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예요. 당신과 이곳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니, 우주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요.(수비의 기술, 2권 418~419쪽)
[세트] 수비의 기술 - 전2권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