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
김희은 지음 / 자유문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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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찮케 러시아 그림을 접했다. 강렬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그림을 보면서 고닮픈 러시아인의 삶이 가슴으로 와닿았다. 현실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힘찬게 앞으로 나아가는 러시아 민중들의 삶에서 고단한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했다.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라는 책에 마음이 이끌린 것도 이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명화들 중에서 나의 뇌리에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는 세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첫번째 작품은 "1581년 11월 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이라는 일리야 레핀의 작품이다. 광끼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들과 임신한 며느리를 죽이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린 이반뇌제의 모습이 너무도 강령한 비극으로 다가왔다. 러시아를 중앙집권화 시킨 명군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폭압적인 통치는 왕권을 제약하는 귀족만 제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소중한 뱃속의 손자와 며느리, 아들을 제거했다. 자신의 소중한 분신들을 잃어버린 순간에서야 이반 뇌제는 제정신을 차렸다. 

  그림이 주는 강렬함은 세계사 속의 러시아의 역사를 설명하기에 너무도 좋은 소재였다. 그러나, 이 그림은 러시아의 성립 초기의 역사만 가르치는데 쓰일 수 있는 명화가 아니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후 대대적으로 피의 숙청이 이뤄질 때였다. 그림 속에 널부러진 왕 홀은 당시 예술가의 눈과 귀, 입을 통제하던 검열제도를 상징하고 있다. 이 명화는 러시아 근대사를 설명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명화였다.

  두번째 그림은 "쿠르스크 지방의 십자가 행렬"이라는 일리야 레핀의 그림이다. 헐벗은 민중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서 성물 주변을 따라가고있다. 책찍을 든 자가 귀부인과 이들을 분리시키려고 책찍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한 소년은 쩔뚝이면서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를 제지하는 회초리를 든자의 눈초리를 무시하면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억압받고 헐벗은 민중은 구원을 원하고 있다. 안락한 귀족들은 민중의 염원에 무관심하다. 같은 러시아인이면서도 민중과 귀족의 삶은 분리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이 떠오른다. 그들을 구원해주지 않는 신을 민중은 굳게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귀족과 민중을 연결하는 끈이기도하지만, 그 끈은 끊길수도 있음을 이그림은 암시한다. 민중이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신의 자리에 인간의 의지를 올려 놓고 현실을 개혁하려한다면, 혁명의 불길이 전러시아를 불태울 수 있음을 그림은 말하고 있다. 

  세번째 그림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일리야 레핀의 그림이다. 혁명가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혁명가를 반기는 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아들만이 밝게 웃으며 아버지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딸아이는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경계의 눈초리로 혁명가를 바라보고 있다. 아내조차도 그가 왜 돌아왔는지 다소 놀란듯하다. 성경에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고 했던가! 혁명가는 가정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조차도 혁명의 이념에 감화시키지 못한자가 어찌 민중을 혁명의 대열로 이끌 수 있을까? 혁명이라는 신념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조국 러시아를 위해서 바쳤지만,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이 혁명가의 신념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하얼빈 의거를 일으킨 안중근 의사의 대의를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는 이해했다. 그리서 아들을 위해서 수의를 지어보내며, 항소하지 말고 죽으라고 편지를 보냈다. 안중근 의사는 그의 대의에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일리야 레핀의 그림속 혁명가는 가족에게 조차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 그림을 보여주며 러시아 혁명가의 삶을 유추해보도록했다. 러시아 그림은 우리에게 러시아 역사를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가장 나의 가슴을 울린 세점의 그림이 모두 일리야 레핀의 그림이다. 활자로 보여지는 러시아의 역사보다는 강렬한 명화가 보여주는 그림 한장이 우리의 가슴에 많은 울림을 준다. 동토의 땅! 그곳에서 생명을 이어가 러시아인들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현실과 맞서 싸웠다. 그 치열한 역사를 바라보면서 우리와 많은 닮은 점을 발견하다. 그렇기에 러시아 그림의 매력에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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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 1969-2025: 혁신을 이끈 41명의 경제학자들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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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을 선택한 이유는 '최소한'과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의 심오한 이론을 쉽게 최소한만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했다. 보통 경제는 각종 그래프와 숫자가 난무하기에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손이가지 않는다. '최소한'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 주었다. 

  책을 펼치니 정말로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의 이론들이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는 벽돌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했던 화두였다. 그런데, 이 책은 단, 몇장으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의 두꺼운 내용을 쉽게 표현했다. 두꺼운 책을 읽으며 씨름했던 나에게는 이렇게 쉽게 몇장으로 설명해되 될까? 라는 의문이들었다. 그러나, 이내 이것이 이책의 매력임에 동의했다. 

  각종 흥미로운 주제의 이론들이 소개되었으나, 나의 머릿속에 남는 주제는 '물질적 지원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라는 주제이다. 보수 신문에서 무상급식을 하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고 주장한다. 영국병을 소개하며 나름 논리와 근거를 갖추어 주장하는 그들에게 반론을 하고 싶지만, 통계 자료에 근거한 논리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2019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와 아비지트 배너지의 연구 결과는 보수신문의 주장을 반박하기에 충분했다.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서 모기장을 공짜로 주어야하는가? 아니면, 그들이 3달러, 혹은 1달러에 사도록해야할까? 보통은 값을 치루고 그들이 사가야, 모기장의 소중함을 알고 재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다랐다. 공짜로 모기장을 받은 그룹이 모기장 재구매율이 높았다. 그 다음이 3달러, 1달러 순이었다. '모기장은 공짜'라는데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기장 사용에 익숙해짐'으로써 모기장을 공짜로 받은 사람들은 모기장을 재구매했다. 이 연구 결과는 원조가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한편으로는 나는 모든 원조에 이 연구를 반영하기 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펌푸시설을 공짜로 만들어 주었던 것보다는 원조를 받는 공동체에서 일정금액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을 원조해준 사례가 전액 원조해서 펌푸시설을 갖춘 곳보다 펌푸 관리가 잘된다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받은 이론들을 묶어 놓았기에 경제가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친근한 책이다. 노벨상 경제학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해볼만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접한 노벨경제학생의 이론을 해당 경제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심화시키는 것도 좋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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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 - 독립운동가 45인의 말
김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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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화영 사태로 인해서 독립운동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식민의 어둠을 뚫으려 독립 투쟁에 자신의 생명까지 바쳤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의 목소리가 큰 울림을 주었다. 그분들의 말씀중에서 백범 김구의 말씀이 가장 울림이 컸다. 

 "그러면 우리 민족은
과연 어떠한 나라를 세웡야 할 것인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길 원하지 안니한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14쪽

 K-컬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다. 백범은 이미 우리가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야하는지 그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백범의 어록을 10만원권 뒷장에 넣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백범 다음으로 나의 마음을 울린 독립운동가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다. 그는 조선이 조선을 위한 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여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 -110쪽

일본에 빌붙어서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가 있었다면, 지금은 미국에 빌붙어서 조국을 배반하는 사람이 있다. 강대국의 사상을 받아들여 우리것화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사상에 종속된 자들이 많다. 단재는 정신의 독립을 부르짖었다. 정치의 독립은 이루었으되, 사상과 정신의 독립을 이루지 못한 자들이 많다. 

  우리의 미래상을 제시한 백범과 정신적, 사상적 독립을 부르짖었던 단재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맴돈다. 그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유효다는 사실이 자못 놀랍다.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야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 그들의 통찰에 감탄을 하며 이글을 마친다.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하여 동족을 버리겠는가"
나는 남조선에서 가만히 있으면안락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일생을 바쳐서 오로지 자기 동족을 구하고국가를 사랑한다는 내가몇해가 남지 않은 여생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하여사랑하고 소중하던 동포의 지옥행을앉아서 보고만 있겠는가.
-1948년 4월 15일 평양행 한독당 대표 환송연 연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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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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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이라는 책을 역사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읽지 않았다. 읽어야할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여자전'은 독서 목록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작년 가을!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 도서를 학교구성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 책들 속에서 '헤로도토스 역사'와 '여자전'이 눈에 띄었다. 두책을 책장에 꽃아 놓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바쁜 일상속에서 여름방학 동안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못했다. 그때, 그동안 책장에 꽃혀 나를 기다리던 두책이 눈에 들어왔다. '헤로도토스 역사'를 읽으며, '여자전'을 읽는 병렬독서를 시작했다. 헤로도토스 역사'는 장기간에 걸쳐 읽어야할 책이었다. 반면 '여자전'은 손에서 떼어 놓기 힘들어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다.

 

'여자전'을 손에서 놓기 힘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책속에 등장하는 7명 여인의 삶이 너무도 가슴저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명 한명의 삶이 왜 이리도 기구한지...

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고계연부터 반세기 넘게 홀로 가문을 지켜온 종부 김후옹, 일본군'위안부' 김수해 할머니, 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문화판의 걸출한 욕쟁이 할머니 박의순, 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이선옥, 한 달의 인연을 영원으로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의 삶이 너무나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이들 한분 한분의 삶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해도 너무도 흥미 진진한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았다.

종부 김후옹과 한 달의 인연을 평생 간직한 최옥분 할머니의 삶은 너무도 지고지순했다. 6.25 전쟁으로 헤어져 남편은 북으로 갔고, 54년만에 금강산에서 남편을 만난 김후옹은 남편도 없이, 아이도 없이 시부모를 평생 모시며 남편 없는 종가를 지켰다. 반면, 최옥분 할머니는 6.25 전쟁으로 피난온 남편을 만났다. 승려의 길에 방해될까봐 그를 떠났다가 다시 미래를 약속하며 한달 동안 동거를 했다. 인생이 왜이리 기구할까? 그녀의 남편 김종후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그녀의 배속에는 남편의 아이가 있었다. 남편과 살았던 1달의 만남을 뒤로하고 남을 생을 남편을 기억하며 딸을 키우며 보냈다.

한 여인은 살아있으나 만날 수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자녀도 없이 일생을 보냈다. 54년만에 금강산에서 만나고 나서 일본을 거쳐 받은 편지에 가슴 설래하는 모습은 20대 처녀의 순박한 모습이었다. 반면, 한달만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의 혈육을 키우며 일생을 보낸 최옥분은 남편을 가슴속에서 보내지 않았다. 남편의 무덤을 여러 차례 이장하며 남편과 함께 했다. 김후옹이 54년만에 남편을 만났으나, 최옥분은 죽은 남편을 가까이 두고 여생을 살았다. 두 여인의 삶을 아름다운 사랑이라 보아야할까? 아니면 집착으로 보아야할까? 두 여인의 삶에 가슴이 져려온다.

빨치산 고계연과 팔로군 출신 윤금선의 삶도 기구하다. 고계연은 유복한 가정에서 곱게곱게 자랐다. 그러나, 6.25전쟁과 이념이 그녀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얼어 죽거나 총맞아 죽거나 굶어 죽는 빨치산의 삶을 살았던 고계연은 동상 걸린 자신의 발가락을 스스로 분질러 떼어 냈다. 전쟁과 이념이 그녀의 삶을 삼켜버렸다. 반면, 윤금선은 군대가면 늙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도 되기에 팔로군에 지원했다. 고계연이 6.25라는 내전을 겪었다면, 윤금선은 국공내전이라는 중국 내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서 그녀는 6.25에도 참전했다. 전쟁이 끝나고 두 여성의 집에 살아 남은 남자는 없었다. 남자 없는 가정을 그녀들이 책임졌다. 쓰러진 가정을 끝까지 지킨 것은 여성이었다. 인간사 세옹지마라 했던가! 두여성은 마음좋은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여성은 역사의 피해자만은 아니었다. 시대의 고통에 맞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강인한 존재였다. 두 여성의 삶에서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민초의 힘을 느꼈다.

이 책에는 두명의 예술인 여성도 등장한다. 걸출한 행위예술로 안기부도 제압한 박의순과 불교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무를 통해서 세계적인 춤꾼이 된 이선옥의 아름다운 삶이 등장한다. 박의순은 박종철 추모제와 9일장 사건으로 유명한 박의순은 남편을 설득해서 자신의 소극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6월 항쟁의 들불이 타오르는 그 시기에 박종철 추모제와 9일장을 해냈다. 보통의 남자도 안기부라하면 벌벌 떨던 그때에 그녀는 안기부 요원에게 시원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욕설은 폭력과 모욕의 용어가 아니었다. 힘없는 민초들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녀의 욕설에 수많은 사람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이선옥은 6.25 전쟁중에서 탁월한 춤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춤을 배웠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의 미를 동양의 불교 사상에 접목시켜 선무를 완성했다. 그녀가 세계적인 무용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혼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여인의 남편은 달랐다. 한명은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면, 한명은 그녀가 걷어차버렸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두예술가의 발랄한 삶이 아름답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삶을 살다간 여인은 일본군 '위안부' 김수혜 할머니이다. 취직시켜준다는 꾐에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모진 고문을 당해야했던 여인! 일본군에게 자신의 자궁까지 탈취당해야했던 그녀는 다행히, 광복 후에 착한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을 읽어 내려가면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과제가 한여인들의 삶의 무게를 짖누르고 있다는 현실에 갑갑함이 밀려왔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일곱명의 여인들의 삶이 곧 우리 근현대사였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한 여인의 삶이 이렇게 기구할 수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 시대와 사회에 도전하며 살아간 그녀들의 삶이 아름다웠다. 그녀들은 단순한 역사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역사의 개척자이면서 운명과 맞서 싸운 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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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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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정처없이 올라탄 기차
며칠 후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해놓은 후에 갑숙이네 점방으로갔다.
"일본 남자 둘이 이미 와 앉아 있데요. 낯선 처녀들도 두 명더 있고, 일본 남자 중 하나는 순사 옷을 입었데요. 점방 주인 남자가 차비는 자기가 대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해요. 집에다는 말 - P100

하지 말고 그냥 가서 나중에 편지로 알리라고 갑숙이가 했던 말을 또 하데요. 입던 옷 입은 채로 신던 신발 채로 그날 밤에 배를탔네요. 내가 머저리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요. 어디 기차역이 있는 곳에 내리니 우리 말고 처녀들 네 명이 더 있데요.
꺼먼 무명치마에 흰 저고리를 뻘쭘하니 차려입고…………외출한다고 벌건 댕기도 들였데요. 차림새만 봐도 숭악한 촌에서 데려온처녀들인 줄 알겠데요. 지금 생각하면 거게가 아마 포항쯤 된거같소." - P101

"일본 군인 놈이 불로 지진 거요. 화로 속에 꽂는 인두로, 3년만임무를 완수하라니. 3년을 무슨 재간으로 버티겠소? 앞이 캄캄합데다. 1년이 안가 뼈가 다 녹아불 것 같았소. 온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 허깨비가 될 거 같앴소. 그래서 도망을 쳤어요. 내가 간이 커요. 어려서부터 담대했어요. 포항에서 같이 갔던 여자 셋을 꼬였어요. 여기서 죽느니 나가서 죽자, 중국 시골로 달아나서 농사지으면서 살자. 그렇게 탈출을 주도했어요. 도망치다 붙잡혀서 맞아 죽는 것을 본 적 있소. 그래도 못 견디겠데요. 한밤중에 문지기가 조는 틈을 타서 대문을 빠져 나왔어요. 잡혀간 게 시월이고 도망칠때는 간지 서너 달 후니까 섣달쯤 됐을 거 같네요"
- P105

"위안소의 주인은 계급이 높은 일본 군인이었소. 그 마누라는 모르긴 해도 조선 여자인 것 같앴소. 조선말을 썩 잘했소. 한쉰은 됐으까. 옷은 대개 몸뻬바지를 입었소. 옷이야 아무래도 좋았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소. 머리는 다 단발이었고 화장품은..……분 한 통씩을 나눠준 것 같소. 그러나 그걸발라 단장하는 여자들은 못 봤어요. 다들 죽지 못해 사는 거지살려고 사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으니까……군인들은 하루 열댓명씩 들어왔소. 방 앞에 죽 줄을 서 있지. 반시간씩 있다 가요.
시간 되면 바깥에서 종을 칩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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