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전 -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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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정처없이 올라탄 기차
며칠 후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해놓은 후에 갑숙이네 점방으로갔다.
"일본 남자 둘이 이미 와 앉아 있데요. 낯선 처녀들도 두 명더 있고, 일본 남자 중 하나는 순사 옷을 입었데요. 점방 주인 남자가 차비는 자기가 대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해요. 집에다는 말 - P100

하지 말고 그냥 가서 나중에 편지로 알리라고 갑숙이가 했던 말을 또 하데요. 입던 옷 입은 채로 신던 신발 채로 그날 밤에 배를탔네요. 내가 머저리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요. 어디 기차역이 있는 곳에 내리니 우리 말고 처녀들 네 명이 더 있데요.
꺼먼 무명치마에 흰 저고리를 뻘쭘하니 차려입고…………외출한다고 벌건 댕기도 들였데요. 차림새만 봐도 숭악한 촌에서 데려온처녀들인 줄 알겠데요. 지금 생각하면 거게가 아마 포항쯤 된거같소." - P101

"일본 군인 놈이 불로 지진 거요. 화로 속에 꽂는 인두로, 3년만임무를 완수하라니. 3년을 무슨 재간으로 버티겠소? 앞이 캄캄합데다. 1년이 안가 뼈가 다 녹아불 것 같았소. 온몸의 진액이 다 빠져나가 허깨비가 될 거 같앴소. 그래서 도망을 쳤어요. 내가 간이 커요. 어려서부터 담대했어요. 포항에서 같이 갔던 여자 셋을 꼬였어요. 여기서 죽느니 나가서 죽자, 중국 시골로 달아나서 농사지으면서 살자. 그렇게 탈출을 주도했어요. 도망치다 붙잡혀서 맞아 죽는 것을 본 적 있소. 그래도 못 견디겠데요. 한밤중에 문지기가 조는 틈을 타서 대문을 빠져 나왔어요. 잡혀간 게 시월이고 도망칠때는 간지 서너 달 후니까 섣달쯤 됐을 거 같네요"
- P105

"위안소의 주인은 계급이 높은 일본 군인이었소. 그 마누라는 모르긴 해도 조선 여자인 것 같앴소. 조선말을 썩 잘했소. 한쉰은 됐으까. 옷은 대개 몸뻬바지를 입었소. 옷이야 아무래도 좋았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소. 머리는 다 단발이었고 화장품은..……분 한 통씩을 나눠준 것 같소. 그러나 그걸발라 단장하는 여자들은 못 봤어요. 다들 죽지 못해 사는 거지살려고 사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으니까……군인들은 하루 열댓명씩 들어왔소. 방 앞에 죽 줄을 서 있지. 반시간씩 있다 가요.
시간 되면 바깥에서 종을 칩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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