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일본 군사사 - 한 군인의 4박 5일 일본군사유적 답사기
이재우 지음 / 북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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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한다. 그 중에서 일본의 군사사를 아는 것은 필수이다. 청나라와 싸워서 이기고, 러시아와도 싸워서 이긴 일본! 그 일본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덕일은 일본군이 생각보다 잘싸우지 못해다고 대중강연에서 말을 했다. 세계를 보는 시야가 좁고 판을 읽는 눈을 가진자가 없다고 말한다.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현역 군인이 직접 일본의 군사유적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풍부한 군사지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에쎄이!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전문가의 시각이 담긴책!

  이 책을 읽으면서 첫날 오사카를 중심으로 답사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알고 있었던 군사지식을 뛰어넘는 설명이 많지 않았다.가볍게 읽어 내갈 수 있는 수준의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저자의 전문가로서의 글들이 속속 나의 눈에 들어와 박혔다. 저자는 일본의 군사만을 다루지 않았다. 일본의 군사와 유사한 한국의 군사를 비교하거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손무의 '손자병법'등의 유명한 전략가의 책에서부터, 현대의 신군사사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군사지식으로 일본의 군사사를 풀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은 군사를 이해하는 길을 나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빛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전문가가본 기존의 전쟁 재평가

  현역 육군대위는 기존의 전쟁사에 대해서 과감하게 재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신립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평가와 너무도 상반되었다. 이어송이 조령을 버리고 배수진을 친 신립을 비판한 것을 예로들면서 신립을 비판하는 기존의 시각을 사대주의라고 당당히 비판한다. 한 곳만을 막는다고 우회기동을 통해서 뒤를 칠 수 있는 곳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탄금대 전설의 허구를 비판하고, 전투가 일어난 곳은 탄금대가 아니라, 달천평야 일대라고  주장한다. 수적 열세에서 측면과 후방을 지형지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달천평야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일본군은 산을 우회기동하여 포위당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도고제독의 T자 전술이 이순신의 학익진을 연구해서 만든 전법이라는 주장도 실날하게 비판한다. 학익진은 여러 전술중에 하나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순신은 학익진으로 숭리한 것이 아니라, 적 상황과 지형에 맞는, METT-TC(상황판단을 위한 임무, 적, 지형, 기상, 가용부대, 가용시간, 민간요소)를 고려하여 아군의 훈련된 여러 방책중 하나인 학익진을 택한 것일뿐이다. 반면 T자 전법은 일본해군의 독창적인 전법이라기보다는 화포의 등장 이후 모든 함대전투에서 추구하는 전투대형으로 적을 삼면으로 둘러싸는 학익진과는 다른 모습이라 주장한다. T자 전법은 학익진을 모방했다기 보다는 적에게 최대한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위험을 무릅쓰고 적 앞에서 과감한 방향전환을 성공시켰던 고급 기동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 역사가의 눈으로 보는 것과 군사 전문가가보는 눈은 달랐다.진형의 유사성을 가지고 학익진과 T자 전법을 비슷한 것으로 본 것은 너무도 피상적인 이해였다.

 

  3. 죽기 위해서 싸우는 일본군과 승리하기 위해서 싸우는 이순신의 군대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에서 일본군은 상식을 뛰어 넘을 정도로 용감했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죽으러 전쟁터로 나가는 일본군을 보면서 두려움까지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가미가제 특공대를 비롯해서 일본군은 일본천황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다. 그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군인의 모습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일본은 죽기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전력의 열세를 정신력의 강조로 극복한 한두번의 전쟁을 토대로 그들이 만들어낸 황군은 일황을 위해서 죽는 것을 영광으로 묘사했고, 이에 일본국민이 호응했다. 그리고 2차대전 말기에는 광적으로 가미가제 특공대를 보내 자살하게 만들었다. 이덕일이 판을 보는 눈이 없다고 한 것이 이해가 갔다.  "무사도란 죽는 것이다."라는 하카쿠레이 구절! "모든 쪽바리들은 그들의 의무가 덴노를 위해 죽는 것이라 한다.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을 보는 것이 미 해병대원의 의무이다."라는 미 해병대의 말은 일본의 생사관을 잘 말해준다.

  반면에 이순신은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했다. 죽으려하는 자는 살것이요 살려는 자는 죽을 것이다. 이겨놓고 싸우는 이순신! 그는 치밀한 전력을 짜놓고 이를 수행하려 죽기를 각오한다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하기에 부산을 공격하라는 선조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황군이라면 돌격하라면 죽는 골짜기라도 그들은 돌격했을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현명한 군인인가? 군은의 목숨은 소중하다. 군이 무너지면 국가의 안위도 위태롭다. 무모하게 선조의 진격명령에 따랐다가 조선수군을 친천량에서 수장시킨 원균보다 선조의 명령을 거부한 이순신이 위대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한다. 여기서 더 생각해보면, 무모하리 만치 죽음을 가벼이 여긴 일본군의 모습이 왜? 멍청한 짓인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4. 현역군인의 한계

  우리군의 비극은 한국광복군계 뿐만 아니라, 일본군계와 만주군계가 대한민국 국군을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뿌리를 한국광복군에서 찾아야하지만, 일본군계와 만주군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혈통적으로 게르만의 피가 많이 흐르는 프랑스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골족'에서 찾아 서술하듯이, 우리의 국군도 우리의 뿌리를 '한국광복군'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군계와 만주군계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나의 생각과 달랐다. 일본군계도 끌어안아야한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이 군에 몸담고 있는 현역군인의 한계가 아닐까/

 

  이 책은 전문 군사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쉽게 이를 풀이해주고, 생생하게 일본의 군사유적을 답사 모습을 그려내어, 마치 독자가 저자를 따라서 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어보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드는 이 책을 전쟁 덕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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