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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대학교에 계신 교수분들이 조선시대를 강의하다가 '어느 작가는 조선시대 대부분의 왕들이 독살된 것 처럼 주장해서, 조선을 독살왕국 처럼 묘사 한다.'라는 말을 하곤한다. 여기서 '어느 작가'는 바로 이덕일을 지칭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덕일을 '독살중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덕일의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덕일이 2005년 발간하여 초판 90쇄를 찍었으며, 개정증보판을 여전히 15쇄 이상을 찍어내고 있는 스태디 셀러 '조선 왕 독살사건'을 미처 읽지 못했다. 이덕일의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는 조선왕 독살설들을 이제는 밀도 있게 읽어보고 싶었다. 이제 그 1권을 살펴보자.
1. 독살 의혹이 제기된 7명의 왕들
1권에서 다루고 있는 왕은 7명이다. 이중에서 소현세자의 경우는 독살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선조의 경우는 이덕일이 유일하게 독살설을 부정하고 있다.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밀도있는 구성과 박진감은 이책의 커다란 매력이다.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가서 3시간 동안 줄을 서는 동안 1권을 읽어내려갔다. 금새 한권을 다 읽었을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은 타당할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소현세자의 경우는 독살 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이덕일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다. 단종의 경우도 사육신 사건 처럼 단종 복위운동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집권세력들이 단중을 죽였을 가능성에 깊은 공감이 된다. 그러나 문종과 예종, 인종의 경우는 독살의 가능성은 있지만, 독살이라고 단정지어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독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독살되었을 개연성만을 가지고 독살설을 주장하는 것은, 도둑을 잡으려다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이덕일의 주장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다. 연산군의 경우는 독살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못난 임금 인조가 광해군을 죽이지 않았듯이,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 특히 권력에서 밀려나 실권이 없는 경우는 죽이기는 것 보다는 살려두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특히 연산군의 경우는 못난 왕으로서 반정이 일어났을 때, 어느 누구도 연산군의 편을 들지 않았다. 반란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도 못난 왕이었기에 궂이 그를 죽일 이유는 없다.
2. 역사 대중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이덕일은 분명, 다양한 문학서적과 추리소설들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많은 문학적 표현과 극적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에서는 그만의 탁월한 역사추리 기법이 돋보였다. 역사를 이렇게 문학작품처럼 서술할 수 있고, 추리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덕일 만의 글재주를 보면 볼 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덕일을 따라 다니는 또하나의 꼴표는 다작이다. 많은 역사 책들을 이렇게 잘 써내려갈 수 있는 비결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다작'의 비밀 중에 하나는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주제로 중복해서 서술하는 방법이 있다. 이 책에서 서술된 문종 독살 설은 이미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편에서 접했으며, 예종을 비롯한 연산군은 '조선의 왕을 논하다.'라는 책에서 이미 접해본 내용들이다. 그밖의 왕들도 이덕일의 다양한 책들에서 한번은 다루었던 인물들이다. 그러하기에 이전에 읽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흐릿하게 머릿속에서 그 내용이 떠오를 때가 자주 있었다.
역사는 끊임 없이 재해석 될 때, 생명력을 갖는다. 이덕일은 기존의 우리역사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끊임 없이 재해석 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덕일이 어떠한 책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