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0여년전, 친구로부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이 좋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들었다. 그때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사실 신영복이라는 인물 자체를 몰랐으니... 시간이 흘러, 신영복이라는 사람을 팟캐스트'신영복의 담론(http://www.podbbang.com/ch/9199)'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신영복이라는 인물에게 빠져들었다. 이 사람은 어떠한 사람일까? 어떠한 이유로 감옥에서 20년 2개월을 지냈고, 어떻게 해서 생각의 깊이가 이렇게 깊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서가에서 이 책을 빼들었다. 그리고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신영복이라는 한인간이 감옥에서 자신의 삶과 시대!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면서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들의 모음이다. 그리고 그 편지와 엽서에는 단순히 개인사만이 담긴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감옥이라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부자유한 곳에서, 사유라는 자유의 날개를 달고 푸르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비행의 기록도 담겨있다. 독서를 하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함이 목적이 아니다. 사유를 통한 성찰이 있어야만이 진정한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신영복은 이 책의 곳곳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보리수 아래에서 세상의 진리를 깨달은 씻다르타처럼, 감옥이라는 구속된 곳에서 세상의 지혜를 갈고 닦은 신영복!

 

  신영복선생님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에서만 형을 살았다고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서도 약 15년 정도를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것도 독립운동가 여운형, 안창호와 같은 분들이 계셨던 구 대전교도소에서부터 지금의 구봉산이 바라다보이는 신 대전교도소까지 기나긴 시기를 머물렀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구봉산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고, 자신의 일부인 뽑인 이빨만이라도 출소하기를 바라며, 담장 넘어로 던지는 신영복! 혹은 교도소에서 만든 여성의 옷 주머니에 자신의 빠진 이빨을 넣어 밖으로 보낸 신영복의 모습에서 자유롭게 세상에 나아가고 싶어하는 한인간의 처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책의 마지막은 새끼새와 어미새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신영복! 자신의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쥐덧 속에 갖힌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어미새를 보며, 얼마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더했을까? 시대의 아품을 인내하며 20년 2개월을 사색의 날개로 비상해야했던 그! 그 속에서 그는 더욱 성숙했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 부모에 대한 미안함! 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이시대의 아픔이 단순히 아픔으로 잊혀지기 보다는 더 큰 성숙으로 결실 맺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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