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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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라는 철학자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어렵고 현학적인 철학용어를 무기로 무슨말인지도 모르는 말들을 쏟아내는 유식한 철학쟁이들이 무척이나 싫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도올 김용옥과 강신주는 어려운 철학을 재미있고 쉽게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책과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딱딱한 껍질을 벗고 푸른 창공을 향해서 비상하는 독수리로 태어날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사유가 급속하게 넓고 깊어진 시기가 있다. 바로 대학에 와서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도올김용옥과 강신주를 알게되면서 나는 한단계 한단계 비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권의 책을 더 빼어들었다. 기존에 읽었던 강신주의 현학적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얕아져 보였다. 그러나, 그 빈공간을 너무도 무겁게 우리를 짖누르는 현실이 채웠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들이 요즘 우리 주변에서 들려온다. 강신주의 비상경보기는 이러한 현실을 강신주만의 철학적 사유로 풀어냈다.

 

1. 내가 주인으로 나의 삶을 살아갈 때, 파시즘은 오지 않는다!

  나의 삶에 내가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은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도 힘든 일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에게 복종하기를 강요당하고, 군사문화가 남아있는 학교에서 교사에게 복종을 강요당한다. 그리고 군대에서 군대문화를 배우고, 직장에서 군대에서 배운 상명하복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복종으로 길들여진 우리가 스스로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요원한가? 한번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살아보지 못한자가 어떻게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점에서 강신주의 외침은 더욱 처절하게 들린다. 자신만의 개성이 '튀지말라'는 충고를 듣고서는 움찔하는 현실 속에서 나의 주변 환경과 맞서 주인으로 당당히 서려는 처절함이 나에게 밀려온다. 그래도 일어서야한다. 시대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시대를 주도해나가자! 노예로 비굴하게 사느니, 주인으로 떳떳하게 살자! 나에게 다시한번 외쳐본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2. 삼촌팬 등장의 심리학적 이유!

   과거 TV에서 삼촌팬의 등장을 다룬 다큐를 보았다. 그러나 그 다큐에서는 삼촌팬 등장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강신주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기초로 그 이유를 예리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의 남자들! 강한 남자이어야만 하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너무도 초라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보다 어린 관능적 골반춤을 추는 여성 아이돌 그룹에 빠져든다. 강신주의 분석을 통해서 그들을 바라보면 너무도 그들이 처량해보인다. 남성의 권위를 강요할 수록 남성의 권위는 무너져내려가고 있었다. 잡으려할 수록 잡을 수 없는 떠나가는 연인을 대하듯!.... 이제 쿨하게 연인을 보내줄 때다! 이제 쿨하게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내려 놓을 때다! 그래야, 떠나 보내는 그대의 뒷모습이 아름다울테니까....

 

3. 파르헤이지아(parrhesia)! 그 위대한 이상!!

  이 책을 읽고 이 한단어를 가슴에 담은 것 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하다. 강신주가 대중강연에서 '파르헤이지아'를 외쳤을 때! '파르헤이지아'는 나의 감슴에 벅차게 내리꽃혔다. 무엇이던지 말할 수 있는 용기!! 얼마나 위대한 말인가! 모두가 침묵하고 있고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이 무기력함을 깨부술 수 있는 한마디! 파르헤이지아(parrhesia)!! 미셀 푸코가 대중들에게 외쳤던 이 말이,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필요한 말이다.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나가 용기있게 자신의 주장을 하는데, 수구적인 작자들은 학생의 학교를 물어, 학교 교감에게 집회에 나왔다고 알려주었다는 기사를 접했을때! 당당히 자신의 학교를 말하는 학생의 모습에서 파르헤이지아(parrhesia)를 보았다. 비겁한 어른들이여! 그대들은 파르헤이지아(parrhesia)를 외치는 학생들을 귀찮게하지마라! 너희가 비겁한 것이지, 학생이 모자란 것이 아니다. 너희가 닭장속의 닭이라면, 학생들은 닭장을 박차고 푸른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위대한 독수리이다.

 

 불섭계제 현애철수(不涉階梯 懸崖撤手)!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도 비겁해진다. 강신주는 말한다. 항상 사표를 가슴에 담고 직장에 나가라! 언제던지 절벽에 매달려 손을 놓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라는 말이다. 절벽에서 동아줄을 잡을 수는 있지만, 장부는 그 줄을 놓을 줄 알아야한다는 백범일지의 말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사와 동료의 눈치만을 보면서 산다면 나의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타인일 수밖에 없다. 나의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면, 언제던지 계단과 사다리 없이 이 곳 낭떨어지에서 저곳 낭떨어지를 횡단할 수 있다는 배포로 살아야한다. 그것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세상과 정면대결하면서 살았던 그들이 보고 싶다.

  강신주! 그의 책에 매료되고 있다. 그가, 불교와 관련된 책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다. 무문관에 대한 강신주의 글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않았다. '벽암록'을 풀어써준다면 나에게는 너무도 큰 행운일 것이다. 그래, 강신주의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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