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장자
장자 지음, 기세춘 엮음 / 바이북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을 다닐때, 철학개론을 들었다. 서양철학을 전공한교수님이 인생을 살다가 힘들면 장자를 읽으라고 했다. 장자 내편은 장자가 직접쓴 것이기에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나도 어느덧 나이를 먹어 세파의 시달림 속에서 인생의 아픔을 겪었다. 불현듯! 장자가 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던 그 책을 지금 읽어야할 시간이 되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서가를 뒤적이다가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묵점 기세춘 선생'의 장자였다. 장자는 많은 우화로 이루어졌기에 도올의 논어 한글역주 처럼 한문장 한문장에 자세한 풀이를 적은 책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름 한학에 탁월한 내공을 가진 묵점 기세춘 선생의 한글역주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자라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한주제를 읽고 잠시 생각을 해야했다. 생각보다 쉽게 읽어 넘길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몇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나만의 해석도 생겨났다.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이라는 새가되려면, 물이 싸여 두껍지 않으면 큰배를 희울 수 없듯이, 대기가 쌓여 두껍지 않으면 대붕도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이것은 아무리 탁월한 대붕이 있더라도 그를  날 수 있도록 대기가 이어야한다. 탁월한 리더가 있더러도 그를 믿고 도와줄 다수의 팔로우가 없다면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다. 리더십만을 강조하는 요즘, 탁월한 리더를 가려 뽑을 수 있고, 그 리더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팔로우쉽의 중요성을 장자는 2천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상사가 한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는 장자의 속의 글들은 나이듬을 느끼고 있는 지금!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도 자연의 일부이며,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함을 나도 인정해야한다. 어느덧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거울속 나의 머리에는 흰머리카락이 한올한올 오롯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누구에게나 시간의 무게는 거스를 수 없음을 나도 인정하게 되었다. 아내가 죽자 장자는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고, 자신이 죽으면 들판에 내버려 천지를 관곽으로 삼고 일월을 구슬로 삼겠다고 했다. 죽음의 두려움도 초월한 장자의 삶을 바라보며 세월을 거스르려하는 인간의 강한 욕구를 뛰어 넘어 조용히 세상을 관조하게 되었다.

 

장자라는 책은 광활한 인류의 역사를 뛰어넘어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우리를 조망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있었다. 그래서 장자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장자를 자신의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쓴 책을 서가에서 찾기 시작했다. 묵점 기세춘 선생의 장자라는 책은 장자와 더욱 많은 대화를 하기 시작한 나의 첫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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