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역사 - 역사학자, 조선을 읽고 대한민국을 말하다
이덕일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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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기사를 검색하다가 "국방부가 5월 판매금지한 책 5종"이라는 글자를 보았다. 이들 책중에는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글자전쟁’ 등의 책과 함께 ‘칼날 위의 역사’(이덕일)가 있었다. 책을 금지한 이유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울신문 기사에서는 "조선 국왕에게 사생활이 없었듯이 21세기 대통령에게도 근무 시간에는 사생활이 없어야 한다…세월호 사태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던 때, 그 시각 대통령의 행적을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조선 같으면 이런 논란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라는 견해가 소개되었다. 이덕일은 정치인을 상대로 많은 일들을 하기에, 정권의 입맞에 맞지 않는 자신의 견해를 강한 필치로 서술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연, 이덕일은 어떠한 필치로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을까? 궁금증이 몰려왔다. 제목도 '칼날위의 역사'라는 멋진 제목이지 않은가! 그 책속으로 가보자!

 

  이덕일의 책들을 많이 본 나로서는, 그동안 읽었던 이덕일의 글들을 다시한번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신선한 점이 있다면, 기존 이덕일의 책들에서 소개된 우리의 역사와 지금의 현실을 접목시켜 날카로운 비판을 한 것이다. 그중에서 이덕일이 가장 비판을한 것은 '군적수포제'였다. 군적수포제가 실시되면서 양반들은 군역의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서 군사력이 약화되었다. 이를 지금의 방산비리와 연결시켜 몇번이고 비판했다. 아마도 이부분이 군으로서는 상당히 가슴아팟으리라.... 국방부에게 이덕일이 인용한 '김승학의 '망명객 행적록'의 일부분을 소개해주고 싶다.

  우리 광복군 사령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 직속 군단으로서 임정 군무부를 대표해 우리의 왜노와 혈전하는 기고나이요, 제군에게 주는 무기는 국내의 동포들이 피와 땀을 모아서 마련한 것이며, (중략) 이 무기는 국내 동포들이 주는 것이며, 임시정부 군무부에서 주는 것이니 제군은 이렇게 알고 무기를 생명과 같이 사랑하여 일발의 탄환이라도 헛되게 쓰지 말고, 1탄에 왜적 1명씩 잡기로 결심해야 한다.-김승학'망명객 행적록'

 

  이덕일은 또한 선조를 무척이나 비판한다. 혹자는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선조는 괜찮은 인물로 기록되었을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은, 일제가 없었다면, 이완용은 괜찮은 신하였을 것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난세가 영웅을 낸다는 말이 있다. 겨울의 눈이 내려야 소나무의 푸르름이 더욱 돗보이듯이,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도하고, 용렬한 군주와 현명한 군주를 구분해주기도 한다. 일언 반구의 가치도 없는 '만약에'라는 말로, 선조를 구원하려는 자들이 가소로워보인다.

 

  이덕일은 이순신과 류성룡, 정조를 사랑하는 듯하다. 이 책에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묻어나며, 몇번이고 이들을 칭찬한다. 그래, 이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반복된 서술이 지루함을 느끼게도 했다. 적당히 안배해서 책을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덕일은 지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사 국정화를 반대했음에도, 반대파 사학자들은 그를 국정화에 찬성하는 것처럼 말하면 비판하고 있다. 다분히 감정적 대응이다. 또한, 오항년은 '전국역사교사 모임 홈페이지'에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덕일 판결문을 올렸다. 무리하게 김현구 교수를 비판한 이덕일의 자충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덕일과 기존 사학자들이 감정적 대응을 하지 말고, 냉철한 두뇌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길 바란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이덕일은 수구세력이 아니며, 이 사회의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 중에 하나란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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