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일본사 - 야마토 시대부터 전후 일본까지 이야기 역사 4
김희영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흔히 일본을 가깝지만 먼나라라고 말한다. 일본사 또한 가깝지만 이해하기 힘든 역사이다.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우리의 역사흐름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붓의 문화라면, 그들은 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비사(士)를 보고 우리는 '선비'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일본은 '사무리이'를 떠올린다. 같은 한자를 보고도 너무도 다른 의미를 담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잘 대별해 준다.

 

대학에서 한일관계사를 전공하고 싶었다. 백제의 대왜관계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백제와 일본과의 교섭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려면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도 나름 일각연을 가지고 있어야했기에 일본의 역사책들을 읽었다. 일본서기와 고사기와 같은 일차사료부터 시작해서, 연구논문들을 읽고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나의 능력한계 때문일까? 일본의 역사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너무도 다른 역사! 너무도 다른 학설! 너무도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들의 마음을 보는 듯한 인상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회에 나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일본사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되었다.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라는 책을 통해서 일본의 역사를 나름 재미있게 재구서성할 수는 있었지만, 토픽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 일본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반면 '새롭게 쓴 일본사'의 경우에는 딱딱한 서술에, 너무나도 낫설은 내용에 일본사를 제대로 파악하기에 너무도 힘든 책이었다.

 

일본사에 대한 제대로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싶었던 나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다시 일본사에 대한 공부를 하자! 일본사에 대한 책들을 살펴보던 중에 '이야기 일본사'가 보였다. 역사를 전공한 내가 '이야기 일본사'를 읽는 것이 좀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다운 앎의 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야기 일본사'를 빼어 들었다.

 

'이야기 일본사'라는 제목을 보고 몇가지 오해했던 것들이 이책을 읽으면서 말끔이 해소되었다. 단순히 재미위주의 책으로 야사를 위주로 서술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책은 지은이가 밝혀 놓았듯이 일본의 연구성과를 재미있게 이야기 식으로 구성하여 펼쳐 놓았다. 재미위주의 책이라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는 책을 읽으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나름 심도있는 내용과 쉬운 해설은 일본사에 대한 이해를 깊이있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기억하는 것도 사극을 비롯한 다양한 볼 거리와 다양한 읽을 꺼리를 통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돋구고, 이어서 심도있는 역사책을 읽음으로써 그 뿌리를 단단히 한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이야기 일본사'는 일본사에 대한 이해와 일본사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사무라이 정신이 만들어진 과거 즉, 창조된 과거라는 사실을 알고 반신반의했다. '이야기 일본사'를 통해서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이 빨라 보았자, 에도 시대에 사무라이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창조된 역사'라는 사실을 새삼 확신하게 되었다.

 

일본사의 흥미를 이끌어 내려는 사람, 일본사의 뿌리를 단단히 하고자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토픽중심의 일본사 책들에 실망하고, 너무도 생소한 일본사에 고전한 나와 같은 독자라면 더욱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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