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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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철학개론'을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철학 교수님은 대단한 열정에 차있었다. 우리에게 철학의 전체적인 맛을 다 맛보게하려고 무척이나 열심히 강의를 하셨다. 물론, 그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철학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교수님이 철학개론 수업에서 설명하지 않은 철학이 있었다. 바로 불교철학이었다. "불교는 함부로 건들면 안돼!" 서양철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공자, 맹자, 노자 등의 동양철학 까지 개괄적으로 설명해주셨는데, 불교만은 함부로 건들면 안된다고 하신다!

 

불교철학! 건널수 없는 거대한 바다라는 선입견은 그 때부터 생긴것 같다. 그중에서도  선문답이라고 하면, 절대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과 대답을 뜻한다는 편견이 나에게 있었다. 선사들의 대화를 듣노라면, 나의 이성으로는 절대 이해가 가지 않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대화로만 받아들여졌다. 세월이 자나고 불교 철학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면서 불교 철학의 거대한 바다를 건너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났다. 그 중에서도 선문답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다 강신주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강신주의 강의를 팟빵을 통해서 들으면서, 철학을 알기쉽게 설명하는 그의 탁월함에 연신 놀랐다.

 

철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해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뒤를 이어, 철학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 강신주! 그가 무문관에 대한 나름의 철학적 해석을 했다. 무문관! 이러한 화두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절대 풀리지 않는 화두가 이렇게 풀릴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강신주의 탁월한 해석이다. 설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가장 잘알고 있을 때 가장 쉽게 잘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철학서와 철학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설명하려니,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는 헛소리만 떠들었다. 그런데, 강신주는 불교철학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서양 철학적 개념을 통해서 쉽게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강을 건너길 원하는 사람에게, 수영을 하면 되지 않느냐며 우리를 채찍질하기 보다는, 친절하게 뗏목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노저어가는 강신주의 모습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는 유명한 화두가 이책에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다. 물론, 내가 기존에 풀었던 화두와 다른 해석을 강신주가 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나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 화두를 읽고, 잠시 그 화두를 풀려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나름 화두를 풀었다고 생각했을 때, 강신주의 해설을 읽었다. 친절히 각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기른다음, 화두를 풀어내는 강신주의 설명은 나를 한단계 성숙하게 했다. 선불교가 불교의 적장자임을 확인했으며, 강신주의 삶의 철학에 불교가 깊이 영향을 주고 있음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나도 선불교의 철학에 깊이 감화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 대해서, 집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았다. '살불살조', 수처작주 (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이 말에 이책의 핵심이 있다. 자신의 삶에 노예로 살지 마라!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어라! 라는 무문관의 외침은 강신주를 지나서 나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마마보이, 파파걸이 늘어나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보면서, 다시 외친다!

 

수처작주 (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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