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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1. 수양대군과 단종에 대한 나의 오해
대학에서 조선시대사를 수강할때, 교수님께서 수양대군을 조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임금으로 묘사했다. 단종과 세조의 대립은 단순히 전주이씨의 가족사가 아니라,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라는 역사적 흐름으로 보아야한 다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왕권을 대표하는 세조가 승리한 사건이며, 세조는 정권을 잡아 조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고, 또한 정치를 잘했다는 내용이다. 어리고 무능력한 단종이 왕으로 있는 것보다는, 리더십있고 능력있는 세조가 왕이되어야한다는 논리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교수님의 의견에 동조를 했다.
2. 나의 관점을 수정하다.
그러나, 이덕일의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이라는 책은 나의 기존관점에 수정을 가하겠했다. 김종서 개인의 업적과 탁월한 능력에 집중하기 보다는, 김종서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지키지 못했기에 조선의 백성들이 겪어야하는 슬픔, 태종 이방원이 그렇게 피를 흘리며 만들고자한, 조선이라는 나라의 모습! 양영대군과 효령대군 대한 기존의 생각 등등... 수많은 기존의 나의 관점을 수정했다.
1) 김종서가 지키고 싶었던 나라!
정약용에게 정조가 있었다면, 김종서에게는 세종이 있었다. 이 두사람이 만나지 못했다면, 그들이 ㄲ꿈꾸었던 일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을까? 세종은 김종서를 믿었고, 김종서는 이러한 세종의 믿음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행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 상을 당하였는데, 상복을 입고 출사하는 기복출사를 하면서까지 그는 6진개척에 모든 것을 바쳤다.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북방에 쏟아부운 김종서! 다른 사람들이 몽골이 침입해온다고 피난가는 시기에, 동분서주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조선을 위해서! 백성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했던 김종서! 그는 올바른 정의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꿈꾸었을 것이다. 사적인 탐욕이 판을 치지 않는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그 땅에서 편히 백성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는 지킬 수 있었는가?
2) 세조! 자신의 야망으로 세종이 그린 조선을 망친자!
세조는 태종 이방원이 피를 흘리며, 공신을 숙청해서 작게는 왕을 넘보지 못하게하고, 크게는 백성을 괴롭히는 자들을 없앤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태종의 기반위에서 세종은 자신이 꿈꾼 나라를 만들었다. 성리학적 윤리가 지배하는 나라! 백성이 마음편히 살수있는 나라! 그 나라를 만들어 놓았지만, 수양대군은 이를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뜨렸다. 너무도 허무하게 김종서를 죽였으며, 자신의 정적들을 16세 이상의 사람을 교형에 처하고, 그 이하는 노비로 삼았다. 성삼문은 씨를 말렸다. 그리고 세조 일파는 자신들과 친구로 지냈던 생육신을 포함한 정적들의 가족을 노비로 삼고, 그의 부녀자를 취했다. 성리학적 윤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여기에서 더나아가 수많은 공신들이 책봉되었고 그 공신들이 무자비히게 백성을 죽였다. 그러나 그들은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책을 당하지 않았다. 이러한 나라가! 이러한 임금이 과연 조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신한 임금이란 말인가? 이러한 자를 미화시킨다면, 총칼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정치가들도 미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지 않을까?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이러한 패륜적인 세조를 미화시킨다면, 무조건 승리하면 그가 친일파이더라도, 수많은 사람을 죽였더라도 미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해야할 것이다.
3) 양영과 효령대군의 가면을 벗기다.
이책에서 또한가지 충격적인 것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일부러 미친척했고 폐륜적인 일을 했다는 양영대군과 동생에게 왕위를 넘겨주기 위해서 승려가 되었다는 효령대군의 민낮이다. 물론, 양영대군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기보다는 동화적인 창작에 가까우니, 그정도의 대인배는 아이더라도 최소한 세종집안의 피냄새를 잠재우려는 노력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단종을 죽이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으니..... 자신이 왕이되지 못한 한을 이런식으로 풀었던 것일까?
3.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역사학자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라고 말했다. 과거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세조의 이러한 모습을 합리화시키고 미화시킨다면, 오늘 우리는 결과적으로 승리한다면 그의 모든 행동을 미화시킬 수 있다는 함정에 빠진다. 모든 역사가여! 이를 명심할 지니라!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이 써내려간 이덕일의 글재주에 감탄을 또한번한다. 이덕일의 다른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