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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협상을 말하다 - 개정판
김기홍 지음 / 새로운제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서희!
우리의 머릿속에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는 인물이다. 세치의 혀로 위기에 빠진 자신의 조국을 구해낸, 명 협상가, 외교가, 서희!
서희가 살았던 고려의 상황처럼, 지금의 한국의 상황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 서 있다. 전통적인 초강대국 미국과 새롭게 초 강대국으로 굴기하고 있는 저 중국,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하는 오늘의 한국은, 전통적인 우호국가인 송나라와, 새롭게 일어서고 있는 거란족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하는 고려와 너무도 흡사하다. 그런데, 그때는 서희가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서희가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러한 답답함이 이 책을 읽도록 나를 이끌었다.
서희! 그가 되고싶다! 서희를 길러내고 싶다!
언제나 협상에서 지는 우리 한국의 협상팀들을 보면서, 언제나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왜? 우리는 협상에서 패배하는가? 서희와 같은 명 협상가가 있었던 나라인데.....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몇가지 대답을 해준다.
첫째, 명협상가는 길러지는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있고, 빨리 빨리라는 조급증에 몸살을 알고,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대화를 불가능하게하는 사회분위기는 명협상가를 길러내는 토양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결국, 명협상가를 길러 낼수있는 사회적 토양을 만들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시급한 일임을 이책을 읽으며 뼈져리게 느꼈다.
둘째, 뜨거운 가슴은 있으되, 차가운 머리가 없는 국민들! 쌀시장 개방을 슬퍼하되, 이를 협상을 통해서 차갑게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한없시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국민정서가 문제다. 치밀하게 사전협상과 본협상 그리고 사후협상을 이끌어가고, 내부협상과 외부협상에 대한 노련함을 발휘하는 국민이어야 제대로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사람부터 되어야한다. 에필로그에 적혀있는 이 말은 나의 뇌리를 관통했다. 협상전문가가 협상의 기본을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희라는 사람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적진에 가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희라는 인물됨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적장도 감탄할 정도의 사람됨을 갖추었기에 그가하는 말이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왕에게도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서희의 인품은 거란과의 협상이후에도 고려 성종의 마음을 여러번 움직였다. 힘으로, 세치의 혀로 적을 굴복시키기 보다는, 인품으로 적을 감복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가장 높은 수준의 협상이 아닐까? 손자가 말했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하는 말인것 같다.
서희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