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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 유전자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준 리처드 도킨스가 종교에 도전장을 냈다.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과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책 중에서 어느 책을 읽을지 고민했다. '신, 만들어진 위험'이 표지도 매력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쪽수가 '만들어진 신'의 절반인 350여쪽이었다. 매력적인 쪽수이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더 매력적이다.
우선,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자이다. 이과 남자가 문과 방면에도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가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명작을 쓴 원동력이었으리라... 구약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지식은 상당하다. 여러 신학자와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섭렵하고 성경을 비판적으로 읽고 있다.
물론, 역사를 전공한 나는 구약의 '모세 5경'을 모세가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사학자들이 사료비판을 통해서 밝혀냈음을 알고 있으며, 구약의 여러 신화가 메소포타미아의 수많은 신화와 이야기 속에서 장점만 뽑아내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랬기에 리처드 도킨스가 성경이 고유한 유대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화를 그들 나름의 이야기로 재창조했다는 지적이 새로울 것이 없었다.
진정 그의 탁월성이 돋보이는 것은 성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은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죄물로 신께 바치려는 장면을 이삭의 관점에서 다시 서술했다. 이삭을 얼마나 두려웠을까?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아버지와 신에 대한 불신에 가득차서평생을 고통받았을 것이다. 이삭의 관점에서 성경을 다시 읽으니, 성경의 잔인성에 몸서리가 쳐진다.
도킨스는 출애굽 이후, 유대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비판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죽이라는 신의 명령을 리처드 도킨스는 히틀러의 레벤스라움과 비교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이미 3천여년 전에도 벌어졌던 것이다. 도킨스의 표현대로라면 이스라엘은 히틀러보다 나을 것이 없는 행위를 3천년에도 그리고 지금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것은 그들의 경전인 구약의 가르침을 따른 결과인가?
성경을 읽다보면, 여성비하적 표현과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표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성경이 완전한 경전이라면 이러한 표현이 있으면 안된다. 그렇다. 리처드 도킨스가 말했듯이, 이들 책들은 시대적 한계 속에서 탄생했다. 그러니 그러한 표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성경을 무결점의 성스러운 서적으로 여기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어야한다.
1부에서 성경의 헛점을 지적한 도킨스는 2부에서 진화론의 관점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신이 없이도 진화론으로 우리 자연계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부모에 의해서 주입된 거짓 지식에 의해서 일평생을 특정한 종교인으로 살아야하는가?
"내가 만일 바이킹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오딘과 토르를 굳게 믿었을 것"
"어째서 여러분이 태어난 나라에서 우연히 물려받은 신앙이 옳아야하는가?" (20쪽)
그렇다. 만15세가 되기 전에 부모와 사회, 국가에 의해서 강제로 주입당한 신앙에 의해서 일평생을 신앙인으로 살아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15세가 되어 스스로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갖았을 때, 스스로 무신론자와 종교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하고, 종교를 선택한 자는 다시 세상의 여러 종교 중에서 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물론, 도킨스의 이러한 주장을 내가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에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초등학교 동급생과 초등학교 2학교 담임 교사에게 미움과 따돌림, 구타를 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은 수업시간에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믿으라고 설교했다.
도킨스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기독교인들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 같은 장소가 없는 것을 천만 다행으로 알아야한다. 아이들에게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는 사람보다 더 지옥에 가도 싼사람은 없기 때문이다."(135쪽)
협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협박으로 우리를 종교의 노예로 만들려한다. 도킨스는 기독교인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히 맞서고 있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성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종교인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열정적인 저술을 통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적 설명에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나약한 존재이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한다. 인간은 그럴정도로 나약한 존재이다.
책을 덮으며, 신이 존재하지 않는 종교를 생각해보았다. 바로 불교이다. 부처는 '깨달은자'라는 뜻이다. 싯다르타는 먼저 깨달은 존재일 뿐이다. 우리도 수행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의 철학이고 가장 우주적인 종교이다. 도킨스에게 불교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그는 어떻게 답할까? 철학자 강신주가 벙커1에서 말했듯이, '기독교를 믿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불교로 바꾸세요.'라고 말할까? 아니면, 불교 조차도 필요없다며 오직 과학만이 진리라고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