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제국 600년사 - 1299~1922
이희철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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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중심의 역사를 넘어서 우리의 눈으로 세계사를 바라보아야한다는 과제를 무겁게 느끼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 대한 한국의 역사연구가 일천하다보니, 서구의 시각이 담긴 역사책을 번역해서 출간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눈으로 이슬람 역사를 바라보지 못하고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이슬람의 역사를 바라보았다. 빈을 포위 공격하며 유럽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오스만제국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눈에는 야만적인 제국이자 하렘의 궁중 암투라는 도색적인 이미제와 유럽의 병자로서 강대국의 이익에 의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로 오스만을 그렸다. 내가 읽었던 오스만에 대한 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책이 거의 없었다. 이희철이 쓴 '오스만 제국 600년사'는 나의 갈증을 해결해주었다. 


  이책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 역사 속의 튀르크인, 2장 건국시기, 3장 세계 제국, 5장 격랑의 시대, 5장 변화와 외교의 시대, 6장 개혁과 근대화로 나누어 600년 오스만의 역사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짧은 전성기 후에 긴 쇠퇴기를 맞이했다는 면에서 중국의 역대 왕조를 연상케하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비교적 긴호흡에서 차분히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메흐메드 2세에 대한 평가였다. 국방티비에서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전쟁사를 깊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임용한 박사님과 이세환기자님의 깊고 폭넓은 설명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는 무라드 2세가 술탄직을 아들 메흐메드 2세에게 이양했다가 자신이 다시 술탄직에 오른 이유를 메흐메드 2세의 난폭성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 600년사'에서는 무라드 2세가 아들에게 술탄직을 양위했다는 소식을 듣자 유럽이 다시 십자군을 조직하여 오스만 제국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라 서술했다. 당시 정세로 보았을때, 저자 이희철의 설명이 더 합당해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는 메흐메드 2세의 폭압성을 강조하며 수박이 사라지자 이를 시종이 먹었을 것으로 예상한 메흐메드 2세는 시종의 배를 갈라서 확인해 보라고 명령을 내렸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이렇게 폭압적인 지도자가 어떻게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정복하고 두개 대륙과 대개의 바다를 지배하였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희철의 설명을 달랐다. 이희철은 메흐메드 2세를 '정복자'라고 부르면서도 법령 작업으로 국가체제를 새롭게 정비했으며, 르네상스 문화를 수용한 위대한 군주로 서술했다.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메흐메드 2세를 악마로 묘사했다면, 이희철은 서구의 안경을 벗어던지고 우리의 눈으로 메흐메드 2세를 서술했다. 

  

  오스만에 대한 나의 지식이 일천하기에 저자 이희철의 '오스만제국 600년사'가 얼마나 정확한지, 얼마나 유럽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쓰여졌는지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천한 나의 지식으로 보아도 이희철의 오스만 제국에 대한 애정과 지적 탐구욕은 바다처럼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계사를 가르치면서도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전후 맥락을 이해하며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한 책이 우리 주변에는 없었다. 이희철의 책이 그러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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