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붉은 별 - 개정판
에드가 스노우 지음, 홍수원 외 옮김 / 두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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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붉은 별'의 원제는 "Red Star of China"가 아니다. "Red Star Over China"이다. 즉, 'of China'이 아닌, 'Over China'이다. 직역하면 '중국 위에 떠있는 붉은 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드거 스노는 중국 공산당의 중심지 바오안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홍비' 대장 마오쩌둥을 만났다. 에드거 스노가 직접 만난 마우쩌둥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홍군은 '홍비'가 아니었다. 중국 인민의 지지를 받는 항일의식이 투철한 군대였다. 그가 책 제목에 'of'를 사용하지 않고 'over'을 사용한 이유를 그가 만난 중국 공산당원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에드거 스노가 만난 수많은 중국 공산당원과 그들을 이끄는 마오쩌둥을 바라보면서 나는 질문을 던진다. 마오의 실험은 성공했는가?

 기자 정신이 투철한 에드거 스노는 목숨을 걸고 '홍비' 지역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오쩌둥과 수 많은 공산당원을 만난다. 에드거 소노는 그들에게서 진정성을 발견한다. 지주와 자본가들로부터 노동자 농민을 해방시키고, 일본 제국주의를 물리치겠다는 그들의 열의는 책 곳곳에 묻어난다. 붉은 비적이라는 뜻의 '홍비'라는 단어는 '홍군'에 대한 멸칭이지만, 어쩌면 그들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일 수도 있다. 왜일까?
 마오쩌둥은 어려서부터 중국의 고전 소설들을 탐독했다. 그중에는 '수호전'도 있었다. 양산박을 중심으로 108 두령이 펼치는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다. 나도 그 재미에 푹빠졌던 시절이 있다.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 송강을 중심으로 뭉친 그들의 의리와 전략은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중국 공산당과 닮아있다. 세상은 그들을 산적들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스스로 '하늘을 대신하여 의를 행한다'고 자부했다. 민중이 그들을 지지한 것도 소설과 당시 중국의 상황이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홍군이 구사하는 전략과 전술이 '수호지'와 비슷하다. 마오쩌둥이 창안했다는 16자 유격전술도 어쩌면 '수호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수호지' 속의 108 두령은 탐욕스러운 관리와 부호를 혼내주고 그들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홍군은 지주의 곳간을 털어 가난한 농민에게 나눠주고, 지주의 토지를 소작농들에게 나눠준다. 심지어는 '백비'라 불리는 국민당 군을 잡아서 죽이지 않고 그들을 재교육 시켜서 공산주의자로 만든다. 이 부분은 요괴들을 뉘우치게 만들어 바른 길로 인도하는 '서유기'와 비슷하다. 이러한 홍군의 전략을 에드거 스노는 '로빈후드 전략'이라고 부른다. '로빈후드 전략'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대장정을 하면서 수많은 홍군이 죽어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홍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장정을 완수했고, 국민당군을 괴롭혔다. 
  고단한 홍군의 생활 속에서 그들은 이에 불평을하지 않는다. 에드거 스노가 만난 홍군병사는 자신이 홍군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 특히, 자신이 홍군에 들어오고 나서 글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병사의 삶과 활동 전체가 그들의 끊임없는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371쪽)는 홍군의 원칙은 중국농민에게 엄청난 매력이었다. 일자무식인 중국농민에게 홍군에 입대하는 것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지도록 했다.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한자공부 2시간, 노래와 그룹모임 등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개인의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한 홍군의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홍군은 '수호지' 속의 108 두령과 다른 슬로건을 내건다. 바로 항일 투쟁이다. 에드거 스노는 이를 "이들의 투쟁은 제국주의라는 외부의 종양과 계급적 억압이라는 내부의 암을 동시에 도려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547쪽)라고 칭찬한다. 마오쩌둥의 홍군은 정확히 현실을 인식하고 민중이 원하는 항일 전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에드거 스노가 홍군지역을 벗어난 직후에 시안사건이 발발한다. 드디어 제2차 국공합작이 이루어진다. 
  에드거 스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질문이 밀려온다.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에 읽었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그려진 대장정의 모습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설산을 임신한 마오쩌둥의 아내도 같이 걸어서 넘었고, 마오쩌둥이 일반병사보다 더 갖고 있었던 것은 모기장 하나 뿐이었다는 서술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유시민이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 보다 더 감동적인 '중국의 붉은 별'을 읽으며 그때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없다. 왜일까?
  책에 회족 청년에 관한 서술이 있다. 마홍쿠이와 일제타도를 위해서 홍군에 입대한 회족 청년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에드거 스노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책에 잘 담아 놓았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홍군이 되어 공산 중국이 건설되는데 일조한 회족 청년과 그 후손들은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장 위그루 자치지역에서는 심각한 인권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종교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있다. 교화소에 끌려간 회족은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한다. 과연 이것이 회족 청년이 바라던 이상적인 중국의 모습이었을까?
  마오쩌둥은 '수호지'를 읽으며 항일투쟁과 국공내전의 전략과 전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중국대륙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수호지'에서 투쟁의 교훈을 얻을 수는 있으나, 바른 통치의 교훈은 얻을 수 없었던가 보다. 마오쩌둥은 독재자가 되었다. 대약진 운동으로 2천만에서 3천만명의 중국인이 아사했다.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의 전통을 말살하고 수많은 영웅을 홍위병의 노리개감으로 만들었다.  
  "중국의 사회혁명 운동은 (중략) 앞으로 계속 성장할 뿐만아니라 변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결국엔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550쪽)라고 에드거 스노는 마오쩌둥의 승리를 예견해다. 묻고 싶다. 그 승리는 중국 인민의 승리일까? 중화민국의 승리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마우쩌둥 개인의 승리였을까?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공산주의는 종교를 밀어내고 새로운 종교의 자리를 차지했다. 공산주의는 새로운 종교가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국공내전 상황에서 중국의 농민들은 소비예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모습도 보였다. 장제스를 중심으로하는 국민당의 탄압을 받았을 때 가장 순수한 모습을 공산주의는 보였다. 이는 박해받는 그 시기가 가장 순수하며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종교와 닮아있다. 그리고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하자 부패하고 독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권력을 얻는 순간 타락하는 종교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그래서 묻는다. 중국 공산당은 언제쯤 종교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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