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평화론 - 하나의 철학적 기획, 개정판
임마누엘 칸트 지음, 이한구 옮김 / 서광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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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철학자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임마누엘 칸트이다. 그는 영원한 평화를 꿈꾸었다. 그래서 '영구 평화론'을 집필했다. '하나의 철학적 기획'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전쟁이 많았던 시대를 살았던 그는 영원히 전쟁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철학적 기획을 했다. 임마누엘 칸트라는 탁월한 철학자가 우리 인류에게 던져준 축복의 메시지이다. 그가 인류에게 던져준 축복의 메시지를 읽어보자.

  칸트는 국가 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서 예비조항6개와 확정 조항 3개를 제시했다. 

  우선 국가 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예비 조항 6개를 살펴보자. 


 1. 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보한 채로 맺은 어떠한 평화 조약도 결코 평화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2. 어떠한 독립 국가도 (크고 작고에 관계없이) 상속, 교환, 매매 혹은 증여에 의해 다른 국가의 소유로 전락될 수 없다. 

 3. 상비군은 조만간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4. 국가 간의 대외적 분쟁과 관련하여 어떠한 국채도 발행되어서는 안된다. 

 5.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 

 6. 어떠한 국가도 다른 나라와의 전쟁 동안에 장래의 평화 시기에는 상호 신뢰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 틀림없는 다음과 같은 적대 행위, 예컨대 암살자나 독살자의 고용, 항복 조약의 파기, 적국에서의 반역 선동 등을 위해서는 안된다. 


  칸트가 제시한 1번 조항은 전쟁의 화근을 뿌리 뽑는 평화조약을 맺을 것을 당부했다. 칸트는 완전한 평화 세계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완전한 평화에 다가가려 노력해야하는 것이이다. 지금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 된다할지라도 이것은 평화조약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한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해야한다. 그러나, 핵을 가진 국가와 핵을 가진 국가의 지원을 받는 나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자칫잘못하면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쟁의 화근을 뿌리 뽑지 못한 미봉책의 조약도 평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평화 조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2번 조항과 4번조항, 5번 조항, 6번 조항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을사늑약도 제국주의 열강들이 약소국 대한제국을 일제가 식민지로 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강제 조인된 것이 아닌가! 또한 전쟁은 돈이 없으면 치룰 수 없다. 전쟁을 위한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면 전쟁은 지속될 수 없다. 타국에 대해서 폭력으로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핑게꺼리를 들이밀며 타국강제 병합시키려는 야욕을 사전에 제거하려 목적일 것이다. 전쟁을 하더라도 암살자난 독살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화해할 수 있는 칸트의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상비군을 조만간 완전히 폐지하자는 3번 조항은 이뤄지기 힘들다고 본다. 상비군이 완전히 폐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동시에 폐지해야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가간에 군사비 지출이 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Igitur qui desiderat pacem, praeparet bellum)"라는 로마의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한 말을 우리는 흘려들을 수 없다. 

  칸트가 제시한 국가 간의 영구 평화를 위한 확정 조항 3가지를 살펴보자. 


 1.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 정체이어야 한다. 

 2.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이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된다. 

 3.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칸트가 제시한 확정 조항 3가지는 그의 평화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실감케한다. 우선 모든 국가는 공화정체이어야한다는 1번 조항을 살펴보자. 1816년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전쟁을 살펴보면 비민주국가들 사이에서는 205건의 전쟁이 발생했으나, 민주국가 사이에서는 0건의 전쟁이 발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칸트는 민주주의를 외친 것이 아니라 공화 정체를 외쳤다. 칸트가 생각하기에 민주정치는 그리스 시대의 중우정치와 같은 의미의 정치형태였을 것이다. 칸트가 제시한 공화 정체를 현대의 민주 공화정으로 수정한다면 그의 안목을 적중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은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자신의 가족이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것을 민주 공화국의 국민들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명의 미군 생명이 사라지는 것도 미국인들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러나, 전체주의 국가, 혹은 독재 국가에서 사람의 목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충분히 희생시킬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2번 조항은 국제연맹이나 국제 연합을 염두해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우드로우 윌슨이 국제연맹을 제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칸트가 제시한 영구 평화론의 확정 조항 2번이 있었다. 물론,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이 가지는 수 많은 문제점과 한계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부족한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야심에 가득찬 독재자들은 더 많은 침략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3번 조항을 보면 솅겐조약이 떠오른다. 유럽연합 가입국 국민은 자유롭게 유럽연합 내의 국가들의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국경이 의미를 잃은 유럽연합은 적어도 유럽연합 내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은 사라지게 했다. 이것은 세계로 확대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무리일 것이다. 칸트가 그의 책에서 제시했듯이, 서구의 제국주의 국가는 그들이 방문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다. 솅겐조약을 세계로 확대 시킬 수는 없지만 이방인을 환대하고 우호적으로 대해야한다는 칸트의 제안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다. 

  칸트가 영원한 평화를 원했다고 해서 전쟁을 죄악시하는 극단주의자는 아니다. 놀랍게도 '영구 평화론'에는 전쟁의 긍정적인면도 소개되어 있다. 


  "전쟁은 또한 전제정치를 자제시키고, 자유를 가능하게하는 유일한 요인으로 작용한다."-96쪽

  "모든 집단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술의 개발과 촉진에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전쟁은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소질을 계발시키는 원동력이된다"-96쪽


  어니스트 볼크먼의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라는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다시 읽는듯하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한 사례를 1, 2차 세계 대전에서 우리는 경험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전제군주정 혹은 입헌군주제 국가가 몰락하고 민주주의가 확산된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하더라도, 전쟁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전쟁이 없는 세계가 더 안전하고 인류를 행복하게할 것이라는 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칸트도 이를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았던 철학자 칸트! 그는 철학자가 인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냈다. 그것은 영원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자신의 철학적 기획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수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국제연맹, 국제연합이 탄생했으며, 세계 여러나라 시민들에게 민주 공화국의 이념을 전파했다. 그가 살았던 유럽에는 유럽연합이 탄생했다. 그가 바란 영구평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인류를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만은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의와 이익 사이의) 실용적으로 제약된 법이라는 중간 노선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모든 정치는 도덕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정치는 비록 완만하기는 해도 영원히 빛나게 될 단계에 도달할 것을 희망할 수 있다."-79쪽


  현실 정치는 도덕 앞에 무릎을 꿇고 칸트가 제시한 영구평화의 길을 걸어야한다.


ps.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칸트가 29쪽에 제시한 정치체제 분류를 이해해야한다. 칸트는 국가형태를 본래적인 지배형식과 통치 형식에 따라 각각 3가지와 2가지로 분류했다. 본래적인 지배 형식(최고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차이)에 따라서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로 분류했다. 통치형식(국민에 대한 통치자의 통치 형식)에 따라서 공화정체와 전제정체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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