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3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여름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스리즈와 함께 보내고 있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김명호의 흥미진진한 중국인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땅도 드넓고 사람도 많다. 다양한 중국인들이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펼치는 이야기는 한권에 담을 수 없는 드라마이다.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 책을 덮고도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중국인 이야기3'의 시작은 중국과 타이완의 통일과 관련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타이완은 중국과 통일을 추구하는 외성인과 타인완 독립을 추구하는 본성인으로 나뉜다. 김명호는 타이완 독립을 추구하는 본성인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한채, 통일을 추구하는 외성인의 이야기만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타이완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시각을 저자가 가지고 있어서인지, 단순한 서술상에서 발생한 우연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김명호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라는 주제로 덩샤오핑과 위유런을 소개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후, 1인자로 등극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낸 지도자이다. 그는 중국과 타이완의 통일을 바라며, 타이완의 모든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미국의 타이완 투자는 계속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나라에 두개의 체제를 의미하는 '일국양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이 시기부터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덩샤오핑이 말한 '일국양제'는 현실에서 무너지고 있다. 홍콩이 바로 그 증거이다. 홍콩 시민의 민주화요구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그렇다면 덩샤오핑이 타이완에게 했었던 일국양제의 약속은 타이완을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 발언에 불과했을까?

  덩샤오핑이 정치적으로 타이완과 통일을 위한 한걸음을 나아갔다면, 정신적인 통일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은 위유런이다. 중국과 타이완 사람들이 쑨원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위유런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과 타이완의 통일을 위해서 노력했다. "조국을 두 동강 낸, 못난 조상 소리 들을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고 말하며 중국 대륙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장 높은 산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했다. 그의 유지를 받들어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관음산에 그가 묻혀 있다. 타이완 인은 이것도 모자라서 해발 3,997미터 옥산 정상에 대륙을 향해 위유런의 동상을 건립했다. 그가 죽자 "심지어 건달들까지도 위유런의 '망대륙'을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김명호는 서술하고 있다. 

  김명호는 철저히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본성인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있다. '중국인 이야기3'을 읽으면, 타이완의 모든 사람들이 통일을 바라는 것 처럼 오해를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중국이 중화패권주의를 내세우며 '전랑'외교를 구사하면 할 수록 중국의 반감이 높아진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질수록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본성인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일국양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타이완인들은 중국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위유런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나의 중국이 올은 것일까? 타인완 독립도 타당한 주장일까? 중국은 우리의 이웃이기에 타이완과 중국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의 의견을 준비해야한다. 중국이 이 질문에 대답을 요구할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져가는 이유는 중국의 '전랑'외교 때문이기도하지만, 또하나의 이유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믿음이 전세계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부정할지라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우한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가 수많은 의료진의 활약상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안위보다는 생명을 살려야한다는 의료인의 사명감을 가진 영웅이 그 이전에도 있었다. 1910년대 중국 동북 3성에서 활약한 페스트 사냥꾼 우롄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롄더는 페스트를 잡기 위해서는 쥐를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서구 의학계의 통념을 깨고, 세계 최초로 폐페스트를 발견했다. 호흡기에 의해서 페스트가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롄더가 발견했음에도 동양인 의사에 대한 편견으로 백인들은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헌신적 노력으로 동북 3성에 급속도로 퍼진 페스트를 잡아낼수 있었다.1937년 일본군의 중국침략이 시작되었다. 일본군은 우롄더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말레이시아 벽촌에 돌아와서 화교들의 열대병을 치료하닥 생을 마감한다. 조국을 위해서 중국으로 달려와 수많은 생명을 살려고, 명예를 소중히 여겼지만, 명예를 쫓지 않은 영웅 우롄더를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우롄더는 중국만의 영웅이 아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이 땅의 수많은 우롄더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우롄더가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영웅을 기억해야한다. 

  '중국인 이야기2'에서는 홍색 연예를 살펴보면서 너무다도 얽히고 설킨 그들의 연예 이야기에 혀를 내둘렀다. '중국인 이야기3'에서도 중국인들의 자유로운 연예이야기가 등장한한다. 그중에서 후스의 이야기는 짜증날 정도로 복잡했다. 우리는 후스는 신문화운동을 주도한 지식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장동슈라는 본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런쓰라는 백인여성과 친척인 차오페이셩을 비롯한 쉬팡등의 다양한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 때로는 한꺼번에 두명 이상의 여성과 연예를 하기도했다. 본부인과 이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장동슈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장동슈는 칼을 들고 잠자고 있는 아들들을 죽이려하자 후스가 싹싹빌었기에 이혼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후스는 몸은 결혼상태였지만, 마음은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 이런 천하의 바람둥이를 보면서 그를 비난하는 나자신을 발견했다. 이것은 후스의 비도덕적인 모습에 분노해서일까? 아니면 나도하지 못한 일들을 그가 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 때문일까? 암튼, 후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주체할 수 없는 바람끼 때문에 후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인물이라면, 루신은 형제간의 의가 상한 이유가 궁금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루신 3형제는 사합원에서 각각 가정을 이뤄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루신과 동생 저우쭤런은 철천지 원수가 되어 갈라섰다.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설들이 있다. 루신이 동생 부부의 모습을 밤에 훔쳐보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저우쭤런의 헤픈 씀씀이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어느 팟캐스트에서는 루신과 저우쭤런의 부인 사이에 어떠한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추측을 할 필요는 없다. 

  난 이 이야기에서 고슴도치 가족의 지혜를 떠올렸다. 추운 겨울에 고슴도치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다. 너무 가까우면 고슴도치는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받는다. 너무 멀면 겨울 추위에 고통을 받아야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해야하는데 루신의 삼형제는 사합원이라는 너무도 좁은 공간에 모여살면서 서로의 가시에 찔렸다. 노자는 이를 '허(虛)'라고 표현했다. 그릇은 빈공간이 있어서 쓰임새가 있다. 방도 빈공간이 있어 방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우리에게도 적당한 빈공간이 필요하다.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고 우리가 우리로 기능하기 위한 적당한 공간이 필요하다.



  김명호는 40년 가까이 중국을 연구했다. 그에게 중국은 놀이터였다. '중국인 이야기' 스리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즐기면서 중국을 연구한 그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중에는 중국과 북한의 끈끈한 인연을 소개한 부분도 있다. 김일성을 '조선족 김일성'이라 부르는 중국인 역사학자의 주장을 알고는 무척 놀랐다. 그러면서도 다민족 국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을 '조선족'이라고 부를 수도 있음이 이해갔다. 어느 시각에서 역사를 발보느냐에 따라서 동일한 사건, 동일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명호는 '중국인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인의 색다른 관점과 이야기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중국인 이야기' 4권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