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1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1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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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유난히 손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건조한 분석적인 글들만 읽다보니, 역사에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중국 근현대사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에서 중국 근대사와 중국 현대사 강의를 수강했고, 중국사에 관련된 책을 꾀 읽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왠지 모를 공허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국 대륙에서 펼쳐진 역사에 분석은 있었지만, 사람냄새는 나지 않았다. 사람냄새나는 역사책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는 이러한 나의 공허감을 채우기에 적격이다.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를 수놓은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편의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다. 무엇을 하던지 대륙의 스케일은 상상 이상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인작대전(人雀大戰)스케일이다. 1958년 4월 19일 새벽 4시를 기해서 참새와 대전을 벌인다. 첫날 참새 8만 3249마리를 사살했다. 참새와 전투를 벌인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만 아니라, 첫날 사살한 참가가 8만 마리가 넘었다는 사실자체도 놀라웠다. 그후, 펼쳐진 3천만명의 아사자들의 숫자는 더욱 놀라웠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16억 중국인을 잘못이끌었을 때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래서 중국은 두려운 존재이면서 우리에게는 기회의 시장이기도하다. 아무리 싫어도 이웃 나라를 바꿀 수는 없다. 중국을 우리가 좋은 이웃으로 만들어야만 중국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

  3천만명의 아사자를 낳고도 중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6억이라는 덩치 덕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중국의 숨은 저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일 전쟁기간에도 중국의 교육자들은 일종의 연합대학인 '시난연합대학'을 만들었다. 1938년부터 1946년 사이 8년간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3,300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전쟁이라는 국가의 위기에도 인재를 길러 미래를 준비하는 열의가 있었기에 중국이 망하지 않고 중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많은 실책에도 이를 견뎌낼수 있었다. 시난 연합대학 교장인 메이이치는 "대학은 큰 건물이 아니라 큰 학자가 있는 곳"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큰건물을 짓는데 열을 올리는 우리 대학들이 새겨들어야하는 말이다. 중국의 저력을 알고 중국의 장점을 배워야한다. 

  중국대륙에는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고뇌가 느껴지는 인물들이 있다. 장제스과 그의 아들 장징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제스는 공산당을 무척 싫어해서 항일전쟁보고 공산당 소탕을 더 중시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장제스가 원래는 홍군장군이라 불렸을 정도로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더욱이 그의 아들 장징권는 소련에 유학했으며, 그의 아버지 장제스가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주의자들을 소탕하자, 아버지를 비난하는 편지를 공개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부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갔으며,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야했던 아들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공산장 첩보원과 아들을 바꾸자는 소련의 제안을 거부하던날, 장제스는 고통스러워 울부짖었다. 장징궈는 소련 여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웃음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장제스에게 돌아온 장징궈는 아버지와 관계가 얼마나 서먹서먹하게 느껴졌을까? 전쟁과 이념이 부자 사이를 갈라놓은 사례가 많다. 그러나 장제스와 장징권의 이야기는 너무도 극적이다. 

  중국 대륙에는 괴짜들이 많다. 미친척하여 목숨을 구한 사례들이 꾀있다. 창업을 위해서 꾀를 내며 목숨을 걸었지만, 창업을 이루고 나서는 불로초를 구한다며 초야로 떠난 장량과 같은 인물이 있다. 중국 현대사에도 탁월한 전략가 린뱌오가 바로 장량과 같은 인물이다.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바로 린뱌오이다. 국공내전이 끝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자, 사람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권력 핵심인 마오쩌둥의 말이라면 무조건 예스를 외친다. 그는 권력의 속성을 알았다. 류샤오치가 숙청당하는 것을 보며 그는 마오쩌둥에 충성을 다한다. 그리고 권력 서열 2위에 오른다. 린뱌오는 장량처럼 토사구팽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에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장량이 자신의 목숨을 건지는데 성공했다면, 린뱌오는 몽골로 가는 비행기가 의문의 추락을 하면서 아들과 함께 죽는다. 장량과 같은 지략을 가졌지만, 장량처럼 천수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는 군사천재였지만, 정치의 속성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역사 속에는 반드시 기억해야할 인물들이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차이어가 바로 우리가 기억해야할 인물이다. 자신을 아껴주고 일본유학을 주선해준 위안스카이가 공화제를 무너뜨리고 황제가 되려하자 그는 위안스카이을 몰아내기로 결심한다. 기녀들과 어울리며 정치에는 관심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요양을 위해서 일본으로 가는 것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차이어는 위안스카이에게서 벗어나 군대를 규합하여 위안 스카이의 중화제국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관직을 사양한다. 최고 권력을 얻을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권력의 유혹을 뿌리쳤다. 사적인 은혜보다 공화제라는 대의를 지키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건강이 악화되어 짧은 생을 마감한다. 위안스카이의 중화제국을 차이어가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중국의 역사는 더 오랜 동안 뒷걸음질을 쳤을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앞으로 돌린 차이어를 위리는 기억해야한다. 그것은 중국 혁명의 역사가 일제 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책장을 덮고, 긴 탄식이 나왔다. 생생한 중국인들의 역사를, 사람냄새나며, 중국인의 살결 냄새가 묻어나는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스리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음을 깨달았다. 8권까지 나온 '중국인 이야기'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책들을 읽느라 한해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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