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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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기획살인˝이라는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문재인 정권이 기획했다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원자력 전공학생들이 대학가에 붙인것이다. 이들에게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교훈은 찾아 보기 힘들다. 과학기술 만능의 사고관으로 무장한 일본이 치유할 수없는 상처를 지구에 남겼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물론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태평양을 방사능 오염수로 채우려하고있다. 일본의 과학만능의 사고관을 들여다본다면 탈핵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을 펼쳤다.

1. 사무라이가 과학 기술을 받아들이다.
밈(Meme)이라는 말이있다. 문화적 유전자라 번역하는 밈은 한 사회에서 유전자 처럼 문화정보가 유전된다는 개념이다. 일본인의 밈에는 사무라이의 칼이 담겨져 있다. 같은 과학기술도 일본인들은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로 받아들였다.
의사의 난학이 사무라이의 양학이되면서 일본인들은 서양의 모든것을 배우고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서양으로 유학가는 젊은이들에게 일본인을 개량하기 위해서 백인여성을 아내로 맞이해 오라고 훈시하기까지했다. 그러나 서양의 학문이라 할 지라도 일본이 군사강국이 되기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사무라이의 칼이라는 밈이 작동한 결과이다. 망치를 손에 쥔 목수에게 모든 것은 못으로 보이듯이, 칼을든 사무라이에게 모든것은 베어버릴 적이거나 적을 쓰러뜨릴 도구로 보였다. 서구의 과학기술은 적을 쓰러뜨릴 너무도 강력한 칼이었다. 일본은 과학기술이라는 보검을 얻기위해서 그 어떠한 댓가도 치룰 준비가 되어 있었다. 1543년 다네가시마의 도주가 조총제조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자신의 딸을 포르투갈 남자에게 바쳤듯이 말이다.

2. 사무라이, 과학기술이라는 보검을 얻기위해 영혼을 팔다.
일본의 근대는 천운이 함께한 시기였다. 19세기 후반 서구 각국에서 과학연구가 사회적으로 제도화 되었고 직업과학자가 생겨났다. 서구 과학기술을 습득하기에 장벽이 너무 늦았다. 에너지혁명이 일어난지 반세기밖에 안되었으며 선진국은 기계기술을 일본에 팔기에 바빴다. 선진국이 실패를 쌓으며 발전시킨 과학기술을 일본은 실패없이 배워갔다.
아무리 천운을 타고 있는 일본이라도 엄청난 댓가를 지불해야했다. 일본을 군사강국으로 만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이를위해서 여공들은 주야 2교대라는 살인적인 노동에 혹사 당했다. 일본인이 존경하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지는 이러한 여공의 모습을 보며 국제적 경쟁의 이점이라 평가했다. 비인도적인 살인적인 노동을 근대화를 통한 군사강국 일본을 만들기 위한 잇점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노동자와 농민만이 일본 근대화의 희생양인것은 아니다. 일본의 자연도 고통을 받았다. 아시오 구리광산 광독 사건이 대표적 사건이다. 1885~1895년 일본 국내 구리의 4할 이상을 생산한 아시오광산은 어민과 농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다. 채광과 정련과정에서 나온 오염수가 와타라세강을 오염 시켰다. 오염수는 농지를 오염시켰다. 물고기는 떼죽음 당하고 곡식은 열매를 맺지 못했으며 가축과 사람은 병들어갔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일본정부는 국익을 내세워 기업의 손을 들어 주었다.
국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 시킬 수있다는 논리는 패전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미나마타병과 이타이이타이병은 일본의 기업과 정부 학계가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괴물이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정부는 성장을 위해서, 학계는 기업이 제공하는 이익을 얻기위해서 환경 오염을 묵인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돈과 권력 권위를 이용해서 기업의 범죄행위를 용인했다. 그러나 가장큰 문제는 생명의 어머니, 자연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자연을 괴롭혀 경제 발전을 통한 군사 강국이 되려했다. 결국 그 속에서 자연이 죽어갔다.

3. 과학자가된 사무라이의 폭주
메이지유신 시기, 사무라이들은 천대 받았던 과학기술자가된다. 사무라이들은 군사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 과학을 연구했다. 최신 무전기술을 전쟁에 도입해서 화약제국 러시아를 제압했다. 1차 세계대전은 과학이 전쟁승리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본정부는 전쟁 승리를 위해서 과학기술에 투자했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군수 무기를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얻기위해서 마음껏 연구하기 위해서 국가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했다. 이 시기, 아니 일본의 과학자는 ˝전문적 연구자가 수행해야할 사회적 역할은 의식하지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 만큼 권력자가 다루기 쉬운 것은다.˝ 수많은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보낸 아이히만 처럼 자신이하는 연구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지 생각하지않았다.
일본이 패망했다. 일본의 총력전에 충실히 봉사한 과학기술자들은 반성했을까? 천만의 말씀,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지 못한 핵을 미국이 만든 것에 경의를 표하고 미국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지 못한 것을 송구스러워했다. 일본인들은 패전의 원인을 과학기술에서 찾았다. 그래서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 성장에 매진한다. 특히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핵기술을 얻기위해 부단히 노력한 일본은 핵발전소를 가동하며 핵무장의 기회를 엿본다.
2011년 3월 11일 지옥의 문이 열렸다. 기술강국 일본, 안전한 일본이라는 신화는 허상이었다. 통제불능의 핵발전소 사고로 일본국토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 되었다. 자연을 고문한 댓가를 일본을 포함한 지구인들이 나눠 부담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있다. 더 이상 자연은 고통을 참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기계장치가 발명되자,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힘쎈 남자가 하던 일을 여성과 아이들이 할 수있게 되었기에 노동은 더욱 가혹해졌다. 전등이 발명되자, 야간노동이 가능해졌다. 주야간 2교대라는 고강도 노동에 인간은 내몰렸다.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기계 그자체 만으로는 결코 인간 노동이 경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도 과학기술 그 자체만으로 인류에게 행복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 과학기술을 부릴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할 때만이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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