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의 세계사
미즈호 레이코 지음, 장점숙 옮김 / 해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독살의 세계사'라는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독살'이라는 주제로 세계사를 정리하는 재미있는 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나에게 밀려온 것은 단순한 독살 사례 모음집이라는 회의감이었다. 기대감이 높았기에 실망의 골도 깊었다.

 

1.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이 버크셔 헤셔웨이 주주 총회에서 즐겨쓰는 표현이 있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이다. 독살이라는 주제로 세계사를 살펴보니, 모든 사람들이 독살로 죽었다는 인상을 책에서 받았다. 특히 옥타비아누스가 독살을 당했다는 글귀를 보면서, 처음 들어본 주장이라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관련 내용이 없어 신빙성이 없어보였다. 빈센트 반 고흐 조차도 독살로 죽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들었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을 비판적으로 의심하면서 읽었다. 저자의 강한 주장은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마치 이덕일이 '조선왕 독살사건'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내자, 조선사 전공 학자들이 강한 반발을 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덕일이 '조선왕 독살사건'에서 말한 것처럼 조선의 왕들이 수없이 독살되었다면, 조선은 독살 왕조였다. 미즈호 레이코의 주장처럼 독살이 이뤄졌다면, 세계사는 독살의 역사일 것이다.

 

2. 판타지 소설을 연상시키다.

  알렉산드로스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는 주장과 독살되었다는 주장은 들어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미즈호 레이코가 알렉산더가 아름다운 인도 아가씨를 자신의 침상으로 데리고 와서 입을 맞추는 순간 온몸에 독이 퍼져 마침내 죽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웃음이 나왔다. 어려서부터 이불 밑에 독초를 깔아 여자 아기를 독에 달련시키고, 온몸을 독덩어리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가 독을 가까이 하면 어려서 죽을 것이 자명한데 이러한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한 주장을 책에다 쓰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책은 너무도 짧은 토막들이 대다수이다. 역사적 배경과 등장인물을 파악하기에는 책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도 적었다. 단편적인 글들에게서 책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없었으며, 독살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세계사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판타시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그 판타지 소설도 성의없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식힐겸, 얇고 재미있는 책을 골랐다. 그러나, 내가 내가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단지 수확이 있다면, '오리는 독을 먹어도 멀쩡히 살아 있다'라는 글귀이다. 독극물을 먹어도 오리는 죽지않는다는 주장은 '유황오리'를 알고 있었기에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았다. 독을 먹었을 때, 오리 피를 마신다던지, 동상에 오리피를 바른다는 주장을 현실에 실천할 수는 없지만, 오리고기가 '체내의 세포나 장기 속에 침착된 독도 해독시켜준다.'는 주장은 믿기로 했다. 왜냐고? 오리 먹을 때 맛있게 먹기 위해서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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