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한일관계
동북아역사재단 엮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동아시아사에 대한 기초지식을 넓히기 위해서 이 책을 펼쳤다. 한일관계사의 쟁쟁한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전공분야를 한꼭지씩 집필했다. 총 18꼭지의 글들은 상당히 깊이가 있었다. 깊이가 있는 만큼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18번꼭지의 '일본의 외교 안정보장 전략의 변천과 한국'이라는 글을 이해가 힘들어서 저자를 살펴보았더니, 국제정치 전공자였다. 암튼, 18번꼭지의 산을 넘어 책을 다읽었으니, 다행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세가지 생각할 꺼리가 던져졌다.

첫째, 허동현이라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허동현 교수는 과거 새누리당 국회의원 대상 강의에서 식민지 근대화론 관련 강의를 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과 친하다는데 허동현은 뉴라이트 학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의 글 '12. 오늘의 시점에서 본 한일관계'를 읽으며 그의 명확한 관점을 알고 싶었다. 글의 내용은 열린 민족주의에 대해서 논한 큰 무리 없는 글이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싶었던 뉴라이트에 대한 그의 명확한 견해는 없이, 혼란만 계속되는 글이었다.

 

  "최근 우리 지식사회는 정치지향과 세계인식을 기준으로 불때 크게 세 그룹의 지식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중략) 민중적 민족주의 담론을 지향하는 지식인 집단이다. (중략) 다른 하나는 (중략) 뉴라이트 계열의 경제사학자 또는 정치사학자들이다. 마지막 하나는 (중략) 세계 시민 또는 민중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서양사학자와 역사사회학자들이다. (중략) 호랑이에 쫓겨 나무 위에 오른 누이와 같은 오늘의 우리 눈앞에 드리워진 동아줄 세 가닥 중 어떤 줄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를 살릴 생명줄일지 못내 궁금하다."-202쪽

 

허동현도 궁금하니, 나는 얼마나 궁금하겠는가? 허동현!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둘째, 일본 지식인은 살아있는가? 일본의 지식인들은 천황제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천황을 비판했다가 총격을 받은 나가사키 시장의 예처럼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기도하다. 가토 노리히로의 주장은 참으로 신기하다. 천황의 전쟁책임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주자을 하기도 한다. "가토는 천황의 이름으로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희생된 2천만 '아시아의 희생자'에 대한 가해책임은 '일본 국민'에게 있으며 천황의 전쟁 책임은 천황의 이름 아래 죽은 300만의 '자국의 전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주장한다. 이 무슨 괴변인가? 천황이 아시아인에게 저지른 만행은 죄가 아니란 말인가? 천황앞에서는 작아지는 일본 지식인의 나약함에 경의를 표한다. 더 나아가서, 미국과한 태평양전쟁 즉, 1941년 '선전조칙의 서명자'로서 책임만 천황의 책임으로 인정한 것도 그들의 빈약한 의식을 드러낸다.

셋째, 힘이 없는 정의는 공허한 메이리인가? 도쿄 전범재판소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다. 전쟁 최고 책임자인 천황이 처단되지 않았고, 강대국 민국의 입맞에 맞는 재판이 무리하게 진행되었다. A급 전범에 대한 사형집행되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그들 상당수가 일본 정계와 사회분야에서 다시 등장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이 강조되는 이유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도쿄 전범재판은 이를 반증한다.

 

이 책을 통해서, 한일관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서문에서 말했듯이, 학계의 전문적인 글들을 대중을 위해서 쉽게 풀었느다고 했는데, 이를 쉽게 읽을 대중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전문적 글쓰기 훈련이 되어있는 저자들이 쉬운 글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고, 여러 저자의 글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저자들의 쉬운 글쓰기 역량이 균질하지도 않았다. 쉬운 글쓰기를 하는 전문 저자를 섭외해서 이 책을 쉽게 풀어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동북아역사재단에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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