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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오노 가즈모토 옮김 / 살림 / 2019년 5월
평점 :
"나는 투자가이기에 앞서 역사가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다."-8쪽
세계적 투자자 짐로저스의 말이다. 우리는 그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전공자이다. '예일대에서 미국사와 유럽사를, 옥스퍼드대에서 영국사를 전공했다.' 우리는 두가지에 놀란다. 첫째, 돈을 벌려면 경제학을 전공해야하는데, 그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다. 둘째, 그는 돈버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세계적 투자자가 되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4,200퍼센트라는 경이적 수익률을 올렸다. 역사를 대학이라는 상아탑에 가둬 놓고 진리를 추구하는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역사학자들과는 달라, 그는 역사의 교훈을 이용해서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읽고 투자한다. 그의 성공비결이 알고 싶다.
1. 역사는 답을 알고 있다.
짐 로저스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과거 대폭락이 일어났던 역사적 시기를 조사하게하고, 폭락장세가 나타나기 이전에 시장에서 나타난 전조를 조사하게 했다. 짐 로저스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투자에 이용했다. 보통 우리는 역사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서는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천년왕국의 건설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발전이 역사의 최종 목적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짐 로저스는 순환사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언제나 반복되기에, 이번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반복되기에, 그 어리석음을 예측한다면 투자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짐 로저스는 역사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학을 투자와 연결시킨 탁월한 투자가이다. 밤하늘의 별만보는 천문학자에게 돈도 벌지 않고 밤하늘의 별만본다고 핀잔을 주자, 그 학자가 포도주기계를 모조리 샀다. 그러자 그해에 포도주 농사가 잘되어 그 천문학자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그해 풍년이 들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문학을 천문학으로만 공부하느냐, 천문학을 우리 경제와 연결시키느냐에 따라서, 천문학자만이 될 수도 있고, 천문학자이자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역사학도 마찬가지였다. 짐 로저스는 역사를 투자와 연결시키는 몇 안되는 투자가이다.
2. 다이아몬드를 보기보다 원석을 봐라.
"다들 싫어하고 꺼리는 것을 사랑하려고 한다."-189쪽
마더 테레사의 말이 아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의 말이다. 그는 무엇을 사랑한다는 말일까? 그는 "누가 봐도 빛깔 좋게 가공된 다이아몬드보다 세상이 쳐다보지 않는 원석이 내눈 길을 사로잡는 진짜 보석이다."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는 투자가의 기본자질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과 달리 세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똑 같이 사고하지 마라. 변화에 대응하라."-15쪽
짐 로저스가 퀀텀펀드를 설립하고 4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타인과 달리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타인이 보는 것을 본다면 그는 보통 투자가로 살았을 것이다. 때로는 미친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던 그는 역사를 공부한 역사가로서 역사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하락장세를 예측하고 공매도를 했다. 성장이 예상되는 나라의 주식에 투자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고 커다란 수익률로 이어졌다.
남들이 하는데로 휩쓸려서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자와 어제 주식이 올랐으니, 내일도 주식이 오를 것 이라는 근시안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는 외친다. 거시적으로 세상을 보라고, 현실의 파도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흐름을 보라고 말한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의 생각이 타인의 생각과 일치하는가 스스로 물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짐 로저스는 말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관점을 갖고 살라고...
그럼, 짐 로저스는 무엇을 원석으로 보고 있을까?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농업 종사자는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라는 그의 지적이 충격적이다. 영국은 1주일에 한명씩 자살하고, 인도는 20 몇년 동안 30만명이 자살했다. 이렇게 자살률이 높은 직종을 유망산업이라 소개하는 것이 의아스럽다. 짐 로저스는 말한다. 농업은 절대 없어질 직업이 아니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보면, 소비량이 생산량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 곡물값 폭등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돈을 벌려면 농업에 종사하라고 짐 로저스가 말했던 것이다. 너무도 암울한 농촌현실을 보면서, 과연 농업이 유망직종이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든다.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은 멀지 않았듯이, 농업이 암울할 수록 농업에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가 보다.
3. 북한과 중국에 주목하라.
"나는 지금 딸들에게 표준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데 그것만 아니면 북한으로 이사할지도 모른다."-74쪽
짐 로저스가 한국인이라면 국가 보안법에 저촉되어 감옥에 갈 말을 했다. 세계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한 짐 로저스가 중국에 가서 살기 보다는 북한에 이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짐 로저스는 중국보다 북한에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짐 로저스는 2번이나 북한에 간 적이 있었다. 첫번째 방북과 두번째 방북 사이에 북한의 변화를 읽었다. 그리고 양질의 노동력과 자원이 있는 북한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개방을 이용해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일으키려는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시각이다.
트럼프의 몽니로 문제인 정부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답답한 남북관계를 보면서, 언제 통일이 될 것인지 아득함을 느낀다. 그런데, 짐 로저스는 그러한 부침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거대한 흐름을 보라고 말한다. 남과 북은 통일 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해제해도 미국만은 마지막까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한다.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하노이 노딜을 하고, 아직까지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트럼프를 보며, 짐 로저스의 안목에 감탄한다. 강대국들의 우리의 통일을 싫어한다해도, 우리가 이를 어떻게 뚫고 통일을 이루는가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짐 로저스의 예측이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돌파력을 발휘하길 바래본다.
4. 최첨단 기술에 주목하라.
워런 버핏은 최첨단 분야 투자에 소극적이다. 애플 주식을 사는 것도 타인에 비해서 늦었다. 빌 게이츠가 소개한 최첨단 주식을 사는 것보다, 코타콜라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에 반해서 짐 로저스는 최첨단 기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핀테크와 AI, 블록체인에 특히 관심이 많다. 심지어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한다.
"가격이 싸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AI 조차 보지 못하는 주식에 직접 리서치해 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크게 성강할 것이다."-227쪽
AI 조차도 보지 못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원석을 찾아 투자하라는 짐 로저스의 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이러한 열정과 포부가 있어야한다. 워런 버핏도 경제이론이 99%를 맞투고 1%를 틀린다면, 자신은 1%에 투자하여 돈을 번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1%를 보고, AI 도 발견하지 못하는 원석을 바라보겠다는 짐 로저스!! 단순히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첨단 기술이 보지 못하는 곳도 보겠다는 짐념이 그를 세계적인 투자자로 만들었다.
5. 짐, 로저스 그만의 시각
이 책에는 짐 로저스만의 시각이 녹아 있다. 그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파산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파산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없는 기독교"-프랭크 보먼
한개의 기업과 은행도 문닫게 만들지 안으려고 하다가 좀비 기업과 은행을 만든 일본의 사례를 비판하면서 짐 로저스는 프랭크 보먼의 말을 인용하고 나서 "지옥에 보내야하는 인간을 방치하면 이 세상이 지옥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차가운 자본주의 논리를 강조하는 모습이 냉혹해보인다. 그러나 그의 안목은 정확하다. 한개의 기업도 한개의 은행도 문닫게 만들지 않으려다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을 보며, 차가운 메스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일본경제는 보다 나아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2008년 경제 위기에서 감옥에 보내져야할 사람들에게 공적자금을 투하해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금융재벌들을 보면서 짐 로저스는 개탄한다. 이 조치가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일본의 사례를 본다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독재를 절대악으로 보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중국의 일당독재, 일본의 일당시스템을 사례로 들면서, "독재체제가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독재자의 그릇에 달렸다."고 외친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우리의 상식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물론, 박정희 개발독재 시기에 경제 발전이 이뤄졌으며, 히틀러나 스탈린 시기에도 경제발전이 이뤄졌다. 이러한 독재가 '절대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짐 로저스도 동의할 것이다. 독재하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으나, 그 치하에서 사는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 또한 산업화시기에는 개발독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나, 창의성이 중요시하는 단계에 들어선다면 개발독재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짐 로저스!! 그의 말중에서 나의 가슴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글귀가 있다.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외국인을 배제하고 문호를 닫은 나라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는 말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폐쇄적인 일본은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다. 일본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통일 한국의 부상을 그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폐쇄적이 되면 안된다. 개방적이어야한다. 인재를 받아들이고,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통일한국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통일 한국을 담을 그릇을 키울필요가 있다.